소설리스트

SOULNET-63화 (63/492)
  • 00063  제 16 장 - 소환수  =========================================================================

    카드키로 문을 열고 1601호실에 들어오자마자,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서 입고 있는 전투슈트와 전투헬멧 그리고 전투화를 모두 벗어 던졌다.

    그리고 샤워를 했다.

    쏴아아아아!

    시원한 물이 온몸을 때려대자 세포 한 올 한 올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휴우우우, 시원하다.”

    샤워를 마치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화장실을 나온 순간, 소울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방안에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기다리던 택배상자였다.

    “왔구나.”

    소울은 수건을 옆으로 집어 던지고 빠르게 다가와 택배상자를 확인했다.

    확실히 택배상자는 자신의 동생이 보낸 상자가 맞았다.

    “아차, 내가 스마트폰을 꺼놓았구나.”

    그는 스마트폰을 찾아 전원을 켰다. 그리고 소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소망아! 형이다.”

    -아! 택배가 도착했나 보네?

    “응, 택배는 잘 받았다.”

    -박스 안에 어떻게 조립하는지 설명서 만들어 놓았으니까 참고해!

    “그럴게.”

    -형이 하는 일, 꼭 성공하기를 빌게.

    “그래. 고맙다. 그럼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자.”

    -응, 나중에 꼭 얘기해줘!

    동생의 밝은 목소리를 듣자 소울은 갑자기 없던 힘이 샘솟는 기분이었다.

    전화를 끊고 난 소울은 상자를 뜯기 시작했다. 상자 안을 보는 순간, 그는 절로 눈이 반짝거렸다. 그토록 기다렸던 물건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상자 안에는 은봉 12개와 은판 2개 그리고 알루미늄으로 만든 부품이 보였다.

    그는 은봉이 6개가 아니라 12개가 들어 있는 것에 의아해 했지만 바닥에 깔려있는 조립 설명서를 그려놓은 종이를 보고는 즉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은봉 한 개의 길이는 정확히 1m다. 은봉 2개를 연결해서 하나로 만들어 놓고 알루미늄 부품으로 길게 연결한 각 은봉 3개씩을 맞물리게 끼어 넣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피라미드처럼 생긴 입체 정삼각형이 만들어졌다.

    그는 소파를 한쪽으로 밀어버려 공간을 만들고 잘 세워둔 후, 은판을 확인했다.

    마나집적진이 그려진 은판과 소환마법진이 그려진 은판 2개가 보였다.

    소울은 미리 준비해놓은 공구를 꺼내 마나집적진과 소환마법진이 그려진 은판 몇 곳을 눌러 점을 찍었다. 이 점들이야 말로 세이지와 탄탈라스가 만든 마법진과 소환진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모르는 것이다.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그는 이런 사실을 동생인 소망에게조차 말해주지 않았다.

    어떨 때는 차라리 모르는 것이 더 안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마나집적진부터 활성화해야겠다.’

    소울은 품속에서 보석을 담은 주머니를 꺼냈다.

    은봉 3개가 합쳐지는 모서리 안쪽으로 자수정,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를 각각 끼어 넣고 알루미늄으로 만든 부품으로 조여 고정시켰다.

    그는 실을 꼬아 만들어 놓은 줄을 꺼내 삼각형의 중심을 확인하고 정확한 자리에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을 내려놓았다.

    “휴우, 다 됐다.”

    소울은 긴장된 표정으로 마나집적진을 살펴봤다.

    하나씩 체크하며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요인은 없는 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중간에 마법 문자 하나가 매끄럽게 새겨지지 못한 부분이 있어 살짝 깎아낸 것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

    이윽고 모든 것이 다 준비가 되었다고 확신하자 그는 세이지의 기억창고 ‘마나333’에서 배운 마나집적진 활성화 시동어를 외쳤다.

    “הפעלה של תרשים מעגל משולב מאנה(마나집적진 활성화)!”

    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원래라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이세계의 독특한 언어가 소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웅!

    그의 입에서 마나집적진을 활성화 시키는 시동어가 나오자 은판에 새겨진 마나집적진에서 묘한 공명음이 한번 울렸다.

    그러더니 뭔가 은판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마나가 은판의 중앙을 향해 몰려들고 있는 현상이었다.

    소울은 은판에 새겨진 마법 문자와 도형을 살펴봤다.

    원형으로 그려진 도형의 한쪽 눈금이 마치 녹색의 LED 불이 들어온 것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마나집적진을 통해 마나를 충전하는 건가?’

    대충 감이 왔다.

    그는 눈금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면서 대충 시간을 계산했다.

    저녁 식사하고 와서 한 숨 자고 나면 새벽쯤에 다 채워질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마나집적진이 완전히 충전되는 새벽에 소환마법진을 하도록 하자.’

    소울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슬리퍼를 신고 2층 뷔페식당으로 가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이곳의 음식 맛은 갈수록 더욱 좋아지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 뷔페식당 주방장은 능력자협회로부터 연봉을 얼마나 받고 있어서 다른 특급호텔 주방장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 있는 것일까?

    소울은 욕심껏 배를 채운 후, 뷔페식당의 주방을 향해 두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며 환한 미소를 지어주고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뷔페식당이 떠나가도록 박수를 쳐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확실히 오버였다.

    1601호실로 돌아온 소울은 제일 먼저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으로 가서 눈금을 확인했다.

    눈금 몇 개가 더 올라와 있었다.

    ‘아까 7시에 밥 먹으러 나갔다가 돌아온 게 8시, 대략 1시간 정도 지났으니 7시간 뒤면 다 채워지려나?’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새벽 3시는 되어야 충전이 될 것 같았다.

    ‘새벽 3시에 소환마법진을 활성화 시키려면 지금 나가서 미리 피를 뽑아와야겠구나. 그런데 얼마나 뽑아야하지. 한 팩이면 되겠지?’

    소울은 다시 방을 나섰다.

    6층에 있는 의무실로 간 그는 자신의 능력자 등록증을 보여주고 피를 뽑아 달라고 부탁했다.

    “피를 뽑아달라고요?”

    “네, 검사할 것이 있어서 뽑아오라고 하네요.”

    맹한 얼굴과는 다르게 간호사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소울의 말이 조금 의심스럽긴 했지만 종종 급하게 피를 뽑아서 검사를 하는 일이 전혀 없는 일도 아니어서 그녀는 잠깐 망설였다.

    “그럼 제가 직접 가져다 드릴게요.”

    “아닙니다. 저녁 늦은 시간에 그러실 필요 있습니까? 그냥 제가 가져다주겠습니다.”

    “그, 그럼 그렇게 하세요.”

    소울이 극구 자신이 가져다주겠다고 하자 간호사는 결국 그가 원하는 데로 해주기로 했다.

    이곳의 의무실은 일반 병원이 아니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의무실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급하게 피가 필요해 능력자들에게 채혈을 요청하기도 했고 팔다리가 잘린 능력자들이 찾아와 봉합수술을 요청하기도 하는 곳이다.

    물론 이곳에서 하는 봉합수술은 일반 외과의사만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에 등록된 고위 힐러들이 같이 수술에 참여하는 일이 잦았다.

    모두 실험적으로 진행되는 수술이지만 그 효과는 기적과도 같았다.

    소울이 5층에서 진행하는 연구에 지원한 능력자라는 것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능력자가 갑인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였다.

    간호사는 소울의 팔에서 채혈을 한 후 바늘을 빼려하자 소울은 얼른 그녀의 행동을 막았다.

    “기왕 빼는 김에 헌혈하게 한 팩 뽑아주세요.”

    “정말요?”

    “네, 서로 돕고 살아야죠.”

    소울의 말에 간호사는 미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요새 헌혈하라고 다가서면 다들 기겁을 하고 도망가기 바쁘다.

    아무리 장사(壯士)같은 몸을 가진 장정(壯丁)이라고 해도 자신의 정맥에 바늘을 찔러서 피를 뽑아내는 행위가 결코 유쾌할 리 없었다.

    물론 조금 아프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소울이 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헌혈을 하겠다고 하자 그녀는 그를 의심하는 마음이 살짝 풀리기도 했다.

    소울은 간호사의 도움으로 400ml 용량의 혈액팩 하나를 자신의 피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헌혈할 피를 어디로 들고 가는 거지?’

    방금 뽑아낸 따끈따끈한 피가 담긴 혈액팩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떠나가는 소울을 보며 간호사는 살짝 불안한 듯 몸을 떨었다.

    ‘설마 저 간호사가 나를 흡혈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소울은 자신의 뒤통수가 무척 따갑게 느껴지자 혈액팩을 자신의 반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잽싸게 승강기를 타고 1601호실로 돌아왔다.

    냉장고를 열어 혈액팩을 집어넣은 소울은 오늘 일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혹시 간호사에게는 생길 수도 있었다. 물론 그가 의료법이나 그런 것을 자세히 알고서 하는 생각은 아니었다.

    TV를 켜서 1시간 정도 뉴스를 시청하던 소울은 일찍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의 알람기능을 새벽 3시에 맞춰 놓은 그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눈을 감았다.

    띠띠띠띠…….

    알람소리에 놀라 잠이 깬 소울은 급히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정확히 새벽 3시 정각이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그는 시간을 확인하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는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을 확인했다.

    은판 위는 푸른색의 안개 같은 것이 뿌옇게 덮여 있었다.

    원형의 도형을 쳐다보자 눈금이 가득 차있었다.

    소울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 소환마법진을 활성화해야겠다.’

    그는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을 가져왔다.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 위에 가운데가 훤히 뚫린 앉은뱅이 의자 같은 것을 조심스럽게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을 올려놓았다.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과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 사이는 정확히 7cm가 떨어져 있었다.

    “הפעלה של תרשים מעגל זימון(소환마법진 활성화)!”

    소울은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을 활성화 시키는 시동어를 외쳤다.

    궁!

    마나집적진이 활성화 될 때의 공명음과는 달리 이번에는 조금 더 묵직한 공명음이 소환마법진을 새긴 은판에서 터져 나왔다.

    순간, 마나집적진 위에 깔려 있던 푸른색의 안개 같은 기운이 빠르게 위로 올라가더니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을 완전히 뒤덮었다.

    화아악!

    그때, 은판에서 밝은 빛 무리가 아롱아롱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뭐가 어떻게 된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세이지가 말한 대로 소환마법진이 조금은 더 강력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울은 냉장고 가서 자신의 피가 담긴 혈액팩을 꺼내왔다.

    그리고는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 위에 조금도 남김없이 부어버렸다.

    얼마나 많이 넣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은 어디 담을 곳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의 피를 하나도 남김없이 다 흡수해버렸다.

    소환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살며시 누르며 은판 위를 쳐다봤다.

    그리고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시동어를 외쳤다.

    “זמן(소환)!”

    궁!

    다시 한 번 둔중한 공명음이 터져 나왔다.

    “…….”

    소울은 시동어를 외치고 나자 두 주먹을 꼭 쥐고 침을 삼키며 은판 위를 노려봤다.

    1초, 2초, 3초, 계속 시간이 흘러갔다.

    10초, 20초, 30초, 소울은 피가 마르도록 초조해졌다.

    ‘제발, 제발 나와라. 누가 나와도 좋다. 소환수 하나만 나와 줘!’

    얼마나 주먹을 세게 쥐었는지 그의 주먹에 핏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얼마나 꽉 깨물었는지 입술에 핏기가 보였다.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그의 두 눈이 붉게 충혈 될 정도였다.

    그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갑자기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에 금이 쫙 가더니 그 위의 공간이 갈라지며 검은 덩어리 같은 것이 하나가 툭 튀어 나왔다.

    소울은 직감적으로 소환에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공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감격에 겨워 두 손을 높이 들고 만세를 불렀다.

    “규!”

    소울은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검은 덩어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검은 덩어리는 데구루루 굴러서 그의 손바닥 안으로 굴러 들어왔다.

    전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정체불명의 검은 덩어리를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자신의 눈앞으로 그것을 들어올렸다.

    검은 덩어리는 얼핏 보면 검은 당구공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재로 만든 덩어리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흐려졌다 진해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너 내가 소환한 소환수 맞지?”

    “규!”

    소울의 말에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대답을 했다. 확실히 그는 소환에 성공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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