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2 제 16 장 - 소환수 =========================================================================
최동원 팀장은 소울에게 자신을 포함한 능력자 6명을 소개시켜줬다.
“각자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합시다. 먼저 저는 강화계 능력자로 근거리 딜러입니다.”
“저는 유지광입니다. 강화계 능력자로 탱커를 맡고 있습니다.”
“박현종입니다. 근거리 딜러입니다.”
“박승락입니다. 민첩계 원거리 딜러입니다.”
“손해민입니다. 구현계 원거리 딜러입니다.”
“양병호라고 합니다. 민첩계 근거리 딜러에요.”
소울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이소울입니다. 소환계입니다.”
“이들은 최소한 E급 이상의 능력자들입니다. 우리 중 두 사람은 D급 능력자이기도 합니다.”
놀라운 말이었다. 소울은 자신만 유일한 F급 능력자라는 것을 알고 살짝 기가 죽었다.
“전부 E급과 D급의 능력자라니 놀랍습니다.”
“놀랄 것 없습니다. 우리가 지원한 능력자 등급과 포메이션 변화에 따른 효과적인 몬스터 사냥법 연구 자체가 등급별 대 몬스터 포메이션 변화의 효과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저희가 만든 데이터는 앞으로 생길 능력자 아카데미에서 능력자를 키우고 가르칠 귀한 자료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그러니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동원 팀장은 소울이 F급 소환계 능력자이긴 하지만 소환수가 없으니 사실 연구에 적합한 데이터를 뽑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를 연구에 참여 시키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소울의 무기가 쇠뇌이니 원거리에서 몬스터를 타격을 하는 역할을 맡기면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았다.
“우리 사냥법 연구팀 A조 6명, 아니 이제 한 명이 더 추가 되었으니 7명은 모두 한꺼번에 같이 움직입니다. 몬스터의 숫자에 맞춰서 우리는 계속 포메이션을 변화시킬 예정입니다. 오늘은 서클, 스퀘어, 다이아몬드 같은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겠습니다.”
“네.”
최동원 팀장은 잠깐 구도하 박사에게 가서 뭔가 의논을 하더니 소울에게 다가와 머리에 뭔가를 부착했다.
“이게 뭡니까?”
“동영상을 찍을 카메라입니다.”
“그럼 오늘 저는 카메라맨이 되는 겁니까?”
“뭐 그렇게 생각을 해도 좋습니다만 전 이소울 대원을 원딜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원딜이요?”
“3연발 쇠뇌를 가지고 계시니 원거리 딜러죠.”
“아!”
소울은 그의 의중을 알아채고 속으로 씁쓸해했다.
‘제기랄 내가 반쪽짜리 능력자라고 대놓고 이런 소리를 하는구나. 카메라 달고 화살이나 날리라니…….’
자격지심(自激之心)인지도 몰랐다. 아니 자격지심이 맞는다고 해도 소울은 이에 굴할 생각이 없었다. 스스로 반쪽짜리 능력자라는 것을 아직은 인정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늦어도 이번 주말에는 마나집적진과 소환마법진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나도 뭐가 됐든 소환을 할 수 있다. 소환수를 얻은 후에도 이런 소리를 하는지 두고 보자.’
소울은 그렇게 마음에 칼을 갈았다.
사냥법 연구팀 A조는 최동원 팀장을 따라 샘마을길을 걸어갔다.
소울까지 7명이나 되는 파티는 일부러 포메이션을 잡고 걷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각자 얘기가 되어 있는지 서로 적당히 거리를 띄운 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사주경계를 하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소울은 덕분에 최동원 팀장의 바로 뒤에서 그의 뒤통수를 보면서 걸어야 했다.
최동원 팀장이 밉지는 않았다. 그도 자신에게 무슨 모욕감을 주려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소울은 마음속에 남아있는 앙금을 머리를 흔들어 털어 버리고 최동원 팀장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아차 나 머리 흔들면 안 되는 구나. 카메라가 붙어 있어서…….’
샘마을길 끝에는 양지 어린이집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을 마지막으로 마을은 끝이 나 있었다.
그들은 그곳을 넘어 숲으로 들어갔다. 그 길은 구룡산과 대모산의 중심을 향해 들어가는 길이었다.
‘뭐야? 왜 몬스터가 넘쳐나는 중심으로 들어가는 거야?’
소울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다른 능력자들은 전혀 놀라거나 긴장하지 않았다.
그는 무척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이상한 것은 구모산과 대모산에 있는 이 울창한 숲이었다.
‘원래 구룡산과 대모산에 이렇게 큰 거목들이 있었던가? 언제 이렇게 밀림에 가까운 숲이 조성됐지?’
소울의 눈에 보인 숲은 정말 동남아시아나 아마존의 밀림이라고 말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울창했다.
확실히 뭔가 정상은 아니었다.
그때, 소울의 옆에서 대원들이 번갈아가며 소리쳤다.
“전방에 몬스터가 다가옵니다.”
“오크 10마리네요.”
최동원 팀장이 즉시 그들의 말을 받아 명령을 내렸다.
“서클을 만드세요.”
“네.”
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탱커 유지광이 카이트 실드를 들고 전면에 섰다.
그러자 최동원 팀장과 박현종이 라운드 실드를 각각 들고 그의 양쪽 옆으로 둥글게 섰다.
최동원 팀장을 포함한 강화계 능력자 3명이 앞쪽으로 포진하자 곧바로 나머지 3명의 능력자들도 뒤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6명이 3초도 되지 않아 서클(원진, 圓陣)을 완성했다.
덕분에 소울은 서클의 안에서 안전한 상태로 현재의 상황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울은 조금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은 이들에게 보호받아야 할 대상 정도로 밖에는 인식이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 각자의 무기를 들어 올리는 순간, 오크들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들을 향해 돌진해왔다.
쿠와아 크아앙 오쿠르르…….
적의(敵意)가 가득담긴 오크들의 돌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공포심을 갖게 했다.
‘탱커가 최소한 E급 능력자라면 저 정도의 돌진에 무너질 리 없다.’
소울은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쇠뇌를 꺼내 들었다.
핑핑핑!
연발로 3개의 화살이 곧바로 날아갔다.
소울은 굳이 결과를 확인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는 지금 시위를 당기기도 바빴다.
핑핑핑!
다시 한 번 그의 쇠뇌에서 3개의 화살이 오크들을 향해 날아갔다.
오크 둘이 달려오다가 땅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오크 두 마리가 더 쓰러져 있었다.
‘4발이 명중한 건가?’
그것이 소울이 할 수 있는 공격의 전부였다.
쿵 쿵!
오크들의 몸이 격렬히 탱커의 카이트 실드에 와서 부딪쳤다.
“쳐라!”
“와아아아아!”
최동원 팀장의 말에 모두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는 각자의 무기로, 또 능력으로 몬스터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전면의 강화계 능력자 3명은 탱커와 근거리 딜러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었다.
카이트 실드를 들고 있는 탱커 유지광의 양쪽 옆에 최동원 팀장과 박현종이 라운드 실드를 들고 그를 보조했다.
오크의 돌진을 카이트 실드를 가지고 있는 탱커가 1차로 막아내자 그 옆에서 라운드 실드를 들고 있는 최동원 팀장과 박현종이 보조를 맞춰 돌진하는 오크들을 중앙으로 몰아 붙였다.
그리고 난후, 최동원 팀장의 바스타드 소드와 박현종의 롱소드가 라운드 실드 사이로 오크들을 향해 몇 번이나 들락거렸다.
오크들이 가슴과 배를 부여잡고 쓰러지자, 뒤쪽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박승락이 순식간에 투창을 몇 개나 날렸다.
휙휙휙휙!
거기에다 손해민이 수정구가 달린 작은 망치를 들고 수박만한 불덩이를 만들어 오크들의 중앙을 강타했다.
펑!
크악 케엑 커억…….
오크들이 떼거지로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민첩계 근거리 딜러인 양병호가 환도를 들고 오크들의 주변을 몇 번이나 휘젓고 다니자 전투는 끝나버렸다.
“마석만 챙기고 갑니다.”
최동원의 말에 투창을 던졌던 박승락이 등에서 가방을 풀더니 안에서 요상하게 생긴 기계를 꺼내 오크들의 사체 위에서 이리저리 휘두르며 왔다 갔다 했다.
“이놈하고 저놈 그리고 저기 화살 맞은 놈에게 마석이 있습니다. 위치는 모두 머리네요.”
박승락의 말에 강화계 유지광과 박현종 그리고 양병호는 즉시 오크의 사체로 다가가 머리통을 바로 갈라버렸다.
오크의 머리가 쪼개지고 뇌수가 흘러 내렸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경험이 꽤 되는지 곧바로 주머니에서 비닐장갑을 하나 꺼내 끼더니 뇌 속으로 손을 넣어 헤집었다.
몇 초도 되지 않아 이들은 성공적으로 마석을 찾아내어 최동원 팀장에게 가져왔다.
최동원은 허리에 맨 가방에서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통을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마석을 들고 있는 능력자들이 그 통 안에 마석을 하나씩 떨어뜨렸다.
통통통!
소울은 이들이 보기보다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자 어설프게 만들어진 파티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확실한 등급의 차이를 알게 됐다.
‘등급이 깡패인건가? 오크들이 전혀 어떻게 해보지를 못하네. 내가 저 정도만 되면 소원이 없겠는데…….’
소울은 쇠뇌의 화살을 회수하며 이들에 대한 부러움을 못내 감췄다.
“출발합시다.”
최동원 팀장의 말에 그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리고 더 안쪽을 향해 들어갔다.
그 뒤로도 몇 차례나 몬스터들과의 교전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사냥법 연구팀 A조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중간에 수십 마리의 오크 떼가 기습을 해온 경우도 있었지만 발 빠르게 후퇴를 한 후, 오히려 차근차근 각개격파를 해서 몰살을 시켜버렸다.
소울은 이들의 전투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F급 파티도 최하급 소형 몬스터를 잡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처럼 이렇게 빠르고 효과적으로 몰살을 시키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소환수를 얻고 무조건 등급을 올려야 한다. 세이지가 등급을 올려주는 선물을 준다고 했으니 나에게도 전혀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야.’
소울은 그렇게 자신을 위로했다.
쿠와아 크아앙 오쿠르르…….
“또 나타났네? 오늘은 마지막으로 이놈들만 잡고 갑시다.”
최동원 팀장의 말이 대원들에게 합창단의 합창처럼 아름답게 들려왔다.
A조의 능력자들은 팀장의 말에 힘이 났는지 10마리의 오크들은 말 그대로 순삭을 시켜버리고 마석을 강탈했다.
전투가 끝나자 그들은 들어올 때처럼 조용히 숲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대단한 것은 그렇게 잡아 죽이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서 그렇게 기어 나오는지, 꾸역꾸역 끊임없이 솟아나는 몬스터들이 아닌가 싶었다.
“허억 허억 허억…….”
훈련장으로 돌아온 소울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사냥법 연구팀 A조를 쫓아다니느라 쉴 틈조차 없이 숲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물론 1차적인 잘못은 두 탕을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그의 잘못이었다.
“이소울 대원, 오늘 수고 하셨어요. 내일 봅시다.”
최동원 팀장은 그에게 인사를 하고 그의 전투헬멧에 부착된 소형 카메라를 떼어갔다.
“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소울은 사냥법 연구팀 A조 조원들에게 일일이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그런 그의 태도 때문인지, 아니면 쇠뇌로 인해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고 판단한 것 때문인지 모르지만 모두 소울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면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털썩!
“아이고, 죽겠다.”
소울은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꾹 참았지만 모두 자리를 뜨자 후들거리는 두 다리에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갑자기 온몸의 피로와 근육통이 사라지고 몸에서 활력이 쑥 올라왔다.
“억? 누가 힐을?”
힐도 받아 본 놈이 안다.
소울을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펴봤다.
멀리서 세경이 어떤 남자와 같이 얘기를 하며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세경이가 힐을 넣어주고 갔구나.’
소울은 아무 말 없이 힐만 주고 가는 세경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남자와 같이 걸어가는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 큰 처녀를 집에다 가둬놓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건 당연히 자신이 이해해줘야만 했다.
소울은 훈련장 끝에 있는 주차장을 향해 걸어갔다.
빨리 전용버스를 타고 돌아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힐로 인해 몸의 피로는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해도 정신적인 피로감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용버스에 타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쿨쿨…….
정신을 차린 순간, 그는 이미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건물에 도착해있는 것을 인지했다.
터벅터벅 걸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간 그는 승강기를 잡아타고 16층으로 바로 올라갔다.
============================ 작품 후기 ============================
즐겁게 읽어주시고 추천과 선호작 부탁합니다.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건강하시고 유쾌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