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61화 (61/492)
  • 00061  제 16 장 - 소환수  =========================================================================

    “자, 다시 들어가 봅시다. 다른 조들도 지금 신나게 몬스터 사냥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가서 최대한 잡아 옵시다.”

    “네.”

    자신이 잡은 몬스터가 돈이 된다는 분명한 사실을 깨달은 조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직 얼마를 받을지는 모르지만 총액의 50%는 자신들에게 떨어진다고 했으니 적은 액수는 아닐 것이다.

    ‘연구를 한다고 해놓고는 실전을 치르게 한다? 그럼 당연히 우리가 사용하는 무기와 전투슈트를 쓰게 만들겠지. 이거 점점 위험해지겠는데…….’

    소울은 절대로 양동주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지 않았다.

    몬스터를 설사 못 잡는 한이 있더라도 소울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도망치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지금 그의 최대 관심사는 자신의 안전(安全)이었다.

    샘마을길을 따라 다시 북상을 했다.

    윗샘 어린이공원이 나오고 아까 고블린 3마리를 잡은 지점을 통과하자 길옆으로 밭이 나왔다.

    거기서 길은 서쪽과 북쪽으로 길이 갈렸는데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자 아랫샘 어린이공원이 나오고 비닐하우스 단지가 나왔다.

    비닐하우스 단지는 이미 다 파헤쳐져서 앙상한 뼈대만 남았는데 들짐승이 들어왔던 흔적들이 보였다.

    “어? 다른 조 같은데요?”

    “5조가 벌써 와서 자리를 잡았네요. 우리는 내려가서 서쪽으로 들어가 보죠.”

    비닐하우스 단지 북쪽에는 자신들과 같은 전투슈트를 입은 자들이 고블린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오던 길을 내려와 서쪽으로 갈라진 샘마을길을 찾아 안으로 들어갔다.

    서쪽으로 꺾어서 얼마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숲이 보였다.

    “이제부터는 조심하는 것이 좋겠어요. 안으로 들어가서 몬스터를 발견하면 서서히 후퇴를 해서 여기까지 나오는 것으로 합시다. 쉽게 말해서 유인을 하라는 말입니다.”

    “네.”

    다들 양동주의 말을 알아먹고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양동주는 롱소드를 꺼내 손으로 잡고는 자신이 앞장서서 숲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소울은 그가 말하는 동안 쇠뇌의 시위를 당겨서 시위걸이에 걸고 화살을 꽂아놓았다. 쇠뇌를 등에 매고 숏소드를 꺼내 오른손에 쥐었다.

    그가 제일 후방에 있기 때문에 안전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고블린들이 몸집이 작아 오히려 후방에서 기습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연신 뒷걸음질을 치며 후방을 경계하는데 힘을 썼다.

    그때였다.

    공기 중에서 묘한 악취가 풍겨왔다.

    소울은 바람의 방향을 생각해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이 진행하는 방향에서 2시 방향으로 조금씩 악취가 강해졌다.

    “양 조장님!”

    “네, 이소울 대원.”

    “저쪽에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소울이 팔을 들어 한쪽을 가리키자 양동주는 잠시 주변을 예리한 눈초리로 살펴보더니 방향을 살짝 바꿔서 걸어갔다.

    6조의 조원들은 모두 소울의 말에 초긴장 상태가 되었다.

    서쪽으로 100m, 다시 진행방향의 2시 방향으로 100m 정도 들어왔다.

    소울은 안으로 퇴각할 때를 생각해서 방향을 가늠하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우륵 우르륵…….

    오크르 코크르…….

    앞쪽에서 몬스터들이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동주가 아까보다 배는 느린 속도로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다들 인기척을 최대한 줄이고 그의 뒤를 따랐다.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의 눈앞에 숲 속의 별장이 하나 나타났다.

    별장 앞에는 성인 남자의 덩치에 얼굴은 멧돼지를 닮은 몬스터 다섯 마리가 앉아 서로의 등을 긁어 주고 있었다.

    무기는 몽둥이 밖에 없었지만 몸에 비해 근육이 덕지덕지 붙은 것이 절대 쉬운 몬스터들 같지는 않았다.

    “저건 오크라는 몬스터입니다. 최하급 소형 몬스터 중에서는 그래도 제법 강한 축에 들어가는 놈들입니다. 사람이 낼 수 있는 힘의 2배 이상을 내는 놈들이니 일반 사람은 일 대 일로 싸우면 당해내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모두 능력자들이니 저들을 상대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

    아무도 양주동의 속삭임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6조 조원들은 그저 양동주가 마이크로 말해주는 정보를 전투헬멧에 달린 헤드폰으로 듣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번에는 원거리 타격이 있는 이소울 대원과 위소휘 대원이 먼저 공격을 해보도록 하죠. 이소울 대원은 3연발 쇠뇌를 가지고 있으니 오크 세 마리에게 각각 한 발씩 쏘도록 하세요. 굳이 급소에 명중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맞추기만 해도 전투력이 급감할 겁니다.”

    “네.”

    “이소울 대원이 쇠뇌를 다 쏘면 곧바로 위소휘 대원이 뒤쪽에 남은 오크 두 마리를 공격하시면 됩니다.”

    “적이 다가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그럼 당연히 이소울 대원이 계속 쇠뇌를 발사하면 되지요.”

    “아!”

    아주 당연한 것을 묻는 성막주였다.

    양동주의 말에 소울은 큼지막한 바위를 발견하고 그 뒤쪽으로 갔다.

    쇠뇌를 바위위에 올려놓아 고정시키고 앞쪽의 오크 세 마리를 하나씩 조준해서 쏘는 상상을 해봤다.

    몇 번 쏘는 시늉을 하자 대충 동선(動線)이 그려졌다.

    “이소울 대원은 준비되는 데로 쏘세요. 위소휘 대원도 준비하세요.”

    양동주의 말에 조원들을 한번 쳐다본 소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쇠뇌에 정신을 집중했다.

    핑 핑핑!

    3발의 화살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오크들을 급습했다.

    크악 케엑 커억!

    동시에 세 마디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소울은 쏘는 순간 세 마리 모두 몸에 화살이 명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곧바로 쇠뇌를 아래쪽으로 내려 발로 밟고는 시위를 하나씩 위로 올렸다.

    3번을 같은 동작을 해서 시위를 시위걸이에 모두 걸고 화살을 쟀다.

    하지만 이미 위소휘의 얼음조각 두 개가 뒤쪽의 오크들을 깔끔하게 명중시켜 싸움을 거의 끝내 놓은 상태였다.

    “성막주 대원, 소주용 대원 가서 마무리 하세요.”

    “네.”

    “예.”

    “이소울 대원, 주변을 경계하세요.”

    “예!”

    “위소휘 대원은 나를 따라 오세요.”

    “네.”

    소울은 바위 뒤에서 안전하게 숨어 양동주의 말대로 주변을 경계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성막주가 도리깨로 신음성을 흘리는 오크들의 대가리를 부셔버리자, 소주용도 카타나도 남은 오크들의 멱을 따고 심장을 찔러 죽였다.

    뭐든지 처음 하는 것이 힘들었다.

    몬스터와의 두 번째 전투는 그들에게 전투라고 할 만한 것도 없이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자루를 나눠줄테니 모두 하나씩 들고 옮깁시다.”

    “네.”

    그들은 각자 하나씩 죽은 오크를 자루에 담아 등에 짊어지고 빠르게 현장을 빠져 나왔다.

    피 냄새가 나면 몬스터가 몰려든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었다.

    오던 길을 거꾸로 샘마을길을 따라 달려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냉동 컨테이너 차량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또다시 냉동 컨테이너 차량 뒤쪽으로 가져다 놓고 양동주가 인수증을 받자 그들은 잠시 쉬었다가 다시 몬스터를 잡으러 숲에 들어갔다.

    세 번째에 고블린 5마리, 네 번째도 고블린 6마리를 잡았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오크 3마리를 잡았다.

    다섯 번의 사냥으로 그들이 잡은 몬스터는 고블린 14마리, 오크 8마리였다.

    그렇게 다섯 번의 사냥이 끝나자 양동주는 실전 훈련 종료를 외쳤다.

    “야호!”

    “후우우우! 심장이 쫄깃거려서 죽는 줄 알았네.”

    “드디어 끝났다.”

    성막주와 소주용 그리고 위소휘는 모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잠시 쉬었다가 저와 같이 훈련장으로 돌아가도록 합시다.”

    “네.”

    조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소울도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항상 몬스터를 먼저 발견해서 자신과 위소휘가 원거리 타격으로 숫자를 반 이상 줄여놓고 싸웠기 때문에 전투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실전 훈련이 마칠 때까지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후방을 경계했기 때문에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참, 이소울 대원은 다른 연구에도 참여해야 하니 그냥 이곳에서 대기하세요.”

    “네?”

    소울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조원들은 일 끝나고 다 간다는데 자신은 남아야 한다니 놀랐던 것이다.

    하지만 양동주의 말을 듣자 그는 곧바로 포기했다.

    “능력개발청에서 주관하는 능력자 등급과 포메이션 변화에 따른 효과적인 몬스터 사냥법 연구에 지원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그 사냥법 연구를 하러 연구진이 이리로 올 겁니다. 그들과 합류하세요. 이건 장갑산 팀장님이 직접 제게 전해준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소울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신이 욕심껏 2개의 연구에 지원을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였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심호흡을 했다.

    조금이라도 안정을 해서 피로감을 없애야 했기 때문이다.

    ‘가만 그런데 내가 어떻게 오크들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았지? 썩는 악취를 맡고 바람이 흐르는 방향을 느낀 것도 너무 자연스럽잖아? 내가 어디서 그런 훈련을 받았지?’

    생각해보니 오늘 이상한 것이 한 둘이 아니었다.

    비록 고블린과 오크 같은 최하급 소형 몬스터였지만 그래도 그들을 정면에서 마주하고 보는데 조금도 떨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에게 짙은 적개심을 느끼며 망설이지 않고 냉정하게 죽여 버렸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도저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혹시 영혼체험이 이런 식으로 도움을 주는 건가?’

    지금은 확신할 수 없었다.

    나중에 세이지를 만나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소울은 냉동 컨테이너 차량의 옆에 마련해놓은 파라솔과 의자에 앉아 생수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이소울 대원?”

    “네, 제가 이소울입니다.”

    “반가워요. 저는 능력개발청에서 주관하는 능력자 등급과 포메이션 변화에 따른 효과적인 몬스터 사냥법 연구의 책임자인 구도하 박사입니다.”

    소울은 난데없이 나타난 하얀 가운의 중년인의 손을 마주잡아야 했다.

    생긴 것은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놈이 금테 안경을 쓰고 있어서 더욱 지적으로 보였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인텔리 미남이었다.

    그는 안경을 살짝 들었다 놓으면서 앞을 가리켰다.

    “여기는 우리 사냥법 연구팀의 최동원 팀장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소울입니다.”

    “반갑습니다. 최동원입니다.”

    소울은 장갑산 팀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최동원 팀장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최동원 팀장은 20대 후반의 나이로 보였는데 구도하 박사와는 반대로 수컷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터프한 미남이었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심상치 않아 보일 정도로 그는 남자의 매력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최동원 팀장은 절대 F급 능력자는 아닐 거야. 최소한 E급 능력자다. 아니 D급 정도는 될 거야.’

    소울은 그동안 겪었던 능력자들을 보면서 받은 느낌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을 주는 최동원 팀장을 나름 스스로 가늠해보았다.

    “소환계 특이 능력자라고 하던데 소환수는 소환했습니까?”

    “아, 아직 아닙니다.”

    “그래요? 소환수를 소환할 때가 지났는데…….”

    구도하 박사는 뭔가를 아는 눈치였다.

    하지만 소울이 알기로 아직 소환력을 정확하게 잴 수 있는 기계 따위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자 구도하 박사는 흠칫 놀라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합니다. 내가 실례를 한 모양이네요. 이소울 대원이 사실 누구보다 소환수를 얻고 싶어 할 텐데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언젠가는 제게도 기회가 오겠지요.”

    “그렇습니다. 능력자는 바로 그런 불굴의 정신으로 나가야 합니다.”

    소울은 구도하의 반응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 뭐야? 또라이야? 하는 말과 행동이 왜 이래?’

    그는 구도하 박사와 거리를 두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그때, 최동원 팀장이 소울의 팔을 살짝 끌고 갔다.

    “이쪽으로 오세요.”

    “네.”

    “장갑산 팀장으로부터 체력강화훈련과 기초훈련을 잘 받았다고 얘기는 들었습니다.”

    “아! 네.”

    최동원 팀장은 소울에게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말했다.

    “구도하 박사의 말에 너무 상처 받지 마세요. 저 사람은 사실 연구 외에는 세상에 그 어떤 것도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보통 사람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다행입니다. 오늘 오후에 몬스터 사냥, 아니 실전 훈련은 다녀오셨지요?”

    “네.”

    “몇 번 전투를 벌이셨습니까?”

    “다섯 번 싸웠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제부터는 저희와 같이 다니시면 되겠습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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