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60화 (60/492)

00060  제 15 장 - 실전 같은 기초훈련  =========================================================================

양동주는 새로 서명한 계약서들을 걷어서 대기하고 있는 행정병에게 넘겨줬다.

그리고는 직접 전투헬멧을 쓰고는 무기를 들었다.

“자, 지금부터 우리는 헌릉로를 가로질러 새말로 들어갑니다. 위치는 전투헬멧에 표시가 됐을 겁니다. 딱 한 가지만 지키시면 됩니다. 모두 저의 말을 잘 따라주세요. 그럼 저도 살고 여러분도 삽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몬스터를 잡은 가외수입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아셨죠?”

“네!”

소울은 힘차게 대답하는 6조 조원들의 목소리에서 미약한 공포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포메이션(진형, 陣形)은 마름모꼴로 하겠습니다. 성막주 대원이 맨 앞에 서도록 하세요.”

“저요?”

“그렇습니다. 탱커 지망이잖습니까? 당연히 정면에 서셔야죠. 탱커는 최악의 사태에도 끝까지 남아 가장 마지막에 후퇴하는 겁니다. 모든 대원들이 후퇴할 때까지 몬스터의 시선을 잡고 늘어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

성막주는 살짝 겁먹은 표정으로 양동주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커다란 덩치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성막주는 F급 강화계 능력자다.

신장도 크고 체형도 근육질의 거구를 가지고 있어서 누가 봐도 탱커에 어울렸다.

본인 자신도 탱커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고 탱커에 지망했다. 하지만 탱커는 투지와 배짱 그리고 명석한 두뇌가 없으면 유지하기 힘든 포지션이다.

소울은 그가 앞으로 탱커로 성공할지 걱정이 앞섰다.

“성막주 대원이 정면, 소주용 대원은 왼쪽, 위소휘 대원은 오른쪽입니다. 이소울 대원은 맨 뒤쪽에서 후방을 살피며 가시면 됩니다. 전 프리롤입니다. 아셨죠?”

“네.”

프리롤이라 함은 축구에서 나오는 용어로 포지션의 자유로움을 말한다. 쉽게 말해 양동주는 자기 꼴리는 데로 하겠다는 말이었다.

“자 그럼 마름모 포메이션으로 서시고 각자 무기를 들고 따라오세요.”

성막주를 시작으로 6조의 조원들은 마름모 포메이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양동주의 뒤를 따라서 훈련장의 북쪽 숲으로 들어갔다.

소울은 얼른 쇠뇌의 시위를 3번 당겨 시위걸이에 걸고 쇠뇌용 화살을 꽂았다.

사사삭 사사삭…….

풀잎을 스치는 소리가 대원들의 귀에 천둥처럼 들려왔다.

다들 바짝 긴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양동주는 자신의 무기를 으스러져라 쥐고 따라오는 조원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제외한 6조 조원 4명이 최하급 소형 몬스터를 상대하러 가면서 저렇게 얼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사진이라도 찍어 놓고 싶었다.

찍어둔다면 아마 두고두고 놀리는 맛이 꽤 좋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소울 대원은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네? 원래 담대한 성격인가?’

소울을 바라보는 양동주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하지만 소울은 속으로 나름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퇴로를 잘 기억해놓아야 해. 절대로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튄다. 36계 줄행랑도 손자병법의 하나야. 쪽팔림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죽으면 그런 것도 못 느껴.’

마치 스스로에게 최면이라도 걸려는 것인지 소울은 지속적으로 마음을 다지며 주변을 경계했다.

그렇게 바쁘게 생각을 하고 주변을 살피는 모습은 확실히 다른 조원들과는 좀 다르게 보였다.

양동주는 보고서에 소울이 담대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쓰기로 결정했다.

숲을 지나 농가를 가로지르자 헌릉로가 나타났다.

헌릉로를 가로질러 넘어가면서 보니 대 몬스터 방어벽을 세우기 위한 기초공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수십 명의 인부들이 자재를 옮기고 있었고 중장비도 줄지어 세워 놓았다.

옆에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 완전무장을 한 전투병들이 기관총 진지를 만들고 있었고, 그 뒤에는 바라쿠다 장갑차들이 서 있었다.

K6 기관총을 잡고 있는 사수들은 북쪽을 향해 총구를 돌려놓고 서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K6 중기관총은 12.7mm 중(重)기관총으로 대한민국 육군의 주력 중기관총으로 사용 중이다. 분당 450~600발이 최하급 소형몬스터에게 쏟아진다면 아마 팔다리가 뚝뚝 떨어져 나갈 것이다.

최소한 여기까지 오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한 소울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실수로라도 쇠뇌가 발사되지 않도록 쇠뇌의 방아쇠를 안전모드로 놓고 등에 맸다.

대신 숏소드의 손잡이를 가볍게 잡아 뽑았다.

날카로운 쇠붙이가 햇빛에 반짝이자 왠지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갑작스런 사태에는 쇠뇌보다 숏소드를 쓰는 것이 반응속도가 더 빨라.’

소울은 그런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조원들의 뒤를 쫓아 걸어갔다.

헌릉로를 지나 샘마을길에 들어섰다. 윗샘 어린이공원을 지나 북상하자 뭔가 피부가 따끔거리고 싸한 느낌을 받았다.

“잠깐!”

그때, 양동주가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쥐면서 소리쳤다.

6조는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 대기했다.

양동주의 눈이 왼쪽에 있는 숲속을 쏘아봤다.

“이놈들이 벌써부터 환영을 해주네요. 모두 숲을 향해 포메이션을 유지하세요. 성막주 대원은 조금 더 앞으로 나와 방패를 들고 충돌에 대비하세요.”

“네? 아! 네.”

성막주가 숲을 향해 몸을 돌리고 자신의 방패를 땅에 세우자 다른 조원들도 그에 맞춰 몸을 돌렸다.

소울은 주변을 한번 살펴보더니 슬그머니 숏소드를 검집에 집어넣고 쇠뇌를 들었다.

양동주는 숲을 노려보다가 갑자기 땅바닥에 떨어진 돌 몇 개를 주었다. 그리고는 야구에서 투수들이 공을 던지기 전에 하는 폼을 잡더니 냅다 돌멩이를 숲 속으로 던졌다.

휘익!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양동주는 돌멩이를 던지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휘익 휘익 휘익 휘익……

“아씨, 더럽게 안 맞네.”

그는 투수 폼을 때려치우고 그냥 마구잡이로 돌멩이를 숲 속으로 던져버렸다.

휘익 딱!

캬아오오!

그때, 갑자기 몬스터의 포효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맞았다.”

양동주는 기분이 좋은지 껄껄 웃더니 잽싸게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숲 속에서 고블린 3마리가 조잡하게 생긴 짧은 검과 도끼를 들고 달려왔다.

“성막주 대원, 방패 들어요.”

“네!”

“위소휘 대원 공격하세요. 이소울 대원 쇠뇌 쏘세요.”

“예!”

“네!”

고블린 3마리가 동시에 달려드는 모습을 본 조원들이 양동주의 말에 재깍재깍 반응했다.

위소휘가 수정구가 달린 작은 도끼를 들어 뭔가를 끌어올리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그러자 허공에서 날카롭고 새하얀 얼음조각이 만들어졌다. 아직 능력개발이 덜 되어서 그런지 모양은 상당히 투박했다.

그가 달려오는 고블린 중에서 맨 오른쪽 놈을 향해 손을 쭉 뻗자 얼음 조각이 쌩 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날아갔다.

퍽!

고블린의 가슴에 위소휘가 날린 얼음조각이 박히자 녹색의 피가 터져 나오면서 고블린은 눈을 까뒤집고 그 자리에서 나동그라졌다. 달려오던 관성이 있어 데굴데굴 그들을 향해 굴러왔지만 이미 즉사한 것 같았다.

‘대박! F급 구현계 능력자의 힘이 이 정도였어?’

소울은 속으로 많이 놀랐다.

그러나 위소휘의 활약을 보며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3마리 고블린 중 왼쪽의 고블린을 향해 쇠뇌를 조준했다.

가늠좌에 고블린의 중심이 걸리자 지체 없이 쇠뇌의 방아쇠를 당겼다.

핑!

케엑!

쇠뇌의 화살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고블린의 배를 순식간에 꽤 뚫었다.

배에 화살이 박혀 들어간 고블린은 그 자리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져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왔다.

쾅!

동시에 가운데 있던 고블린이 성막주의 방패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성막주는 놀라서 힘껏 버텼다.

그런데 곧 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생각보다 고블린의 힘이라는 것이 형편없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방패를 두드리는 고블린을 쳐다보며 계속 방어만 했다. 그러다가 슬쩍 힘을 주어 밀어 보았다. 그러자 고블린은 힘없이 뒤로 밀려났다.

‘뭐야? 이놈 별거 아니잖아?’

성막주는 그제야 자신감을 얻고 달려드는 고블린을 방패로 툭툭 밀면서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갔다.

“소주용 대원, 마무리하세요.”

“네.”

소주용은 양동주의 말에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갔다.

왼손으로 원형방패를, 오른손으로 카타나를 꽉 쥐고는 고블린의 옆면을 사선으로 베었다.

크익!

고블린의 오른팔이 카타나에 잘려 덜렁거렸다.

소주용은 자신이 든 카타나가 그 정도 위력을 낼 줄 몰랐는지 그 자리에 서서 놀라워했다.

“뭐하는 겁니까? 정신 안 차려요?”

“헥!”

양동주의 외침에 퍼뜩 정신을 차린 소주용은 자신의 눈앞으로 고블린의 도끼가 다가오자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섰다.

쿵!

고블린의 도끼가 그에게 닿기 직전, 성막주의 방패가 고블린의 몸을 밀어서 넘어뜨렸다.

케엑!

땅바닥에 자빠진 고블린이 화가 난 듯 소리를 질렀다.

성막주는 누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빠르게 쓰러진 고블린에게 다가가 도리깨로 고블린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꽈직!

강화계 능력자의 힘이 담긴 도리깨는 고블린의 머리통을 수박처럼 박살내버렸다.

성막주는 머리통이 박살나며 뇌수가 터져 나오는 모습에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래도 고블린을 처음 죽여 보는 것 같았다.

양동주는 소주용을 쳐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소울을 쳐다봤다. 그러자 소울은 자신의 쇠뇌에 배가 뚫려 쓰러져 있는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쇠뇌를 심장에 박아주었다.

핑!

큭!

이렇게 6조의 첫 번째 전투는 간단히 그들의 승리로 돌아갔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여기에 서 계신 대원은 누구라도 최하급 소형 몬스터 한 마리 정도는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물론 그렇다고 너무 자만심에 빠지면 곤란합니다.”

소울을 제외한 6조의 조원들은 다들 몬스터를 처음 잡아봐서 그런지 나름 충격을 심하게 받은 상태였다.

그것이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몬스터를 잡아야하는 능력자라면 모두 한 번씩은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여기 부대자루에 고블린을 한 마리씩 담으세요. 돌아가서 고블린의 사체를 넘겨주고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네.”

성막주, 위소휘, 이소울이 자루를 하나씩 받아다 고블린을 담았다.

소울은 자신이 죽인 고블린에게 다가가서 확실하게 죽었는지 확인을 하고는 쇠뇌 화살 2개를 뽑아 회수한 후 자루에 사체를 담았다.

뭐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입구를 지퍼로 닫자 전혀 고블린의 피 냄새와 노린내가 나지 않았다.

그는 사체가 담긴 자루에 달린 끈을 양어깨에 걸고 일어났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대로 온 길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길도 같은 포메이션을 유지한 채로 가겠습니다.”

양동주의 말에 그들은 마름모꼴로 진형을 만들고는 올 때보다 배는 빠르게 걸어갔다.

헌릉로가 보이는 길로 나오자 그곳에는 이미 커다란 냉동 컨테이너 차량이 도착해서 각 조에서 가져오는 몬스터의 사체를 처리하고 있었다.

양동주는 냉동 컨테이너 차량 앞에 놓인 이동용 탁자 앞에 서 있는, 회색의 유니폼을 입은 40대 남자 앞으로 다가갔다.

“수고하십니다. 6조입니다.”

“저쪽으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네, 몬스터 사체를 저쪽으로 가져가주세요.”

양동주는 고개를 돌려 6조에게 사체를 냉동 컨테이너 뒤쪽으로 가져가라고 손짓을 했다.

성막주, 위소휘, 소울이 대기하고 있는 젊은 청년에게 넘기고 나자 40대 남자는 양동주에게 뭔가를 적어서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여기 인수증입니다.”

“네, 수고하세요.”

몬스터 사체의 인수인계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미리 얘기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그들은 빠르게 모든 일을 처리했다.

“저 사람들은 누구죠?”

위소휘가 궁금해서 양동주에게 묻자 양동주는 6조를 쳐다보며 작게 말했다.

“능력자협회의 몬스터 부산물 처리반입니다. 저걸 공장으로 가져가서 도축을 하고 원하는 부위를 경매로 팔아넘기지요.”

“저걸 누가 사갑니까?”

“기업, 연구소, 방위산업체 등 사려고 하는 사람과 단체는 셀 수없이 많습니다.”

“그래요?”

뭔가 시스템이 하나씩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소울은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이미 기관총 진지는 모래주머니를 이용해 완성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제는 공병(工兵)이 나타나서 그 옆에 감시탑 같은 것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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