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58화 (58/492)

00058  제 15 장 - 실전 같은 기초훈련  =========================================================================

트레이너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붉은 조교 모자를 꺼내 썼다. 이제 자신은 이곳에서 조교가 된다는 뜻이었다.

“모두 탁자 위에 놓인 전투슈트로 갈아입고 전투화를 신으신 후, 연병장으로 집합하시기 바랍니다. 시간은 15분 드립니다.”

조교는 딱 그 말만 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거 어째 다시 입대를 한 기분이네.”

“그나저나 이게 뭐야? 새로운 방탄복인가?”

소울과 훈련효율성 연구를 지원한 능력자들은 긴 탁자 위에 놓인 디지털 무늬의 상하의 한 벌로 된 전신슈트를 들어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이거 능력자 전용 전신슈트 아냐?”

“그런 게 있어?”

“뉴스도 안 봤어? 이건 미국의 한 군수업체에서 개발해서 능력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는 슈트잖아.”

“그럼 뭐야? 능력자협회의 능력자 능력개발과 훈련에 대한 효율성 연구는 결국 전신슈트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실전 테스트 연구인 거야?”

“제기랄.”

“그럼 그렇지. 500만원씩이나 준다고 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휴우, 이제부터 살아남기 위해 힘써야겠네.”

소울은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몸에 맞는 전투슈트를 찾아 갈아입었다. 전투화도 자신의 발 사이즈에 맞는 것을 골라 신었다.

돈을 받았으니 자신은 돈 값을 해야 했다.

죽으라는 것만 아니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능력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며 이번 연구에 지원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여기저기 투덜거리며 불만을 토로하는 자들이 꽤 있었다.

전투슈트는 마치 공군 조종사들이 입는 옷처럼 상하의가 한 벌로 되어 있었다.

뭐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몸에 착 달라붙는 재질로 가볍고 탄력이 넘쳤다.

가슴과 목, 배와 사타구니 등 주요 부위는 전차의 증가장갑처럼 부착 식으로 만든  장갑이 덧대어져 있었다.

전투화 역시 가볍고 튼튼해보였다.

소울은 제일 먼저 커다란 군용막사를 나와 연병장을 향해 걸어갔다.

타타타탕 타타타탕…….

그리 멀지 않는 거리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소울은 그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길게 심호흡을 했다.

‘아 씨바, 왜 일이 이따위로 꼬이는 거지? 이거 정말 기초훈련 하는 것 맞아?’

소울은 총소리로 인해 급격히 신경이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연병장에 자신을 포함해 24명의 능력자가 테스트 슈트를 입고 나타나자 곧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한 사람씩 잡고 테스트 슈트를 제대로 입었는지 확인했다.

요상한 기계 장치로 한 사람씩 스캔을 해보더니 벨트의 뚜껑을 열어 버튼을 누르고 전신슈트를 활성화시켰다.

묵직한 벨트에서 뭔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이걸 쓰세요.”

연구원 하나가 소울에게 오토바이 헬멧 같이 생겼지만 조금 더 얇고 콤팩트한 디자인의 헬멧을 건넸다.

“이건 뭐에요?”

“이번에 국내에서 개발된 신형 전투헬멧입니다.”

소울은 연구원의 말에 전투헬멧이라는 놈을 자세히 살펴봤다.

머리·입·귀·코 등 두부(頭部) 전체를 덮는 방호구(防護具)였는데 미래형 투구 같기도 하고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슈트의 머리 부분 같이 생기기도 했다.

“일단 써보면 어떤 기능인지 다 알게 됩니다.”

소울은 젊은 연구원이 하는 말에 할 수 없이 전투헬멧을 머리에 써봤다.

위이잉!

잠시 뭔가 부팅되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곧 그의 눈에 신세계가 열렸다.

“이건?”

소울은 깜짝 놀랐다.

신기하게도 전투헬멧 앞으로 각종 기호와 도형이 뜨고 숫자가 오르내리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최신형 전투기 조종사 전용 헬멧의 헬멧 탑재 형 디스플레이 시스템(HMDS: Helmet Mounted Display System)이나 영화 아이언맨의 아이언맨 슈트의 해드 부분에서나 볼 수 있는 3차원 입체 영상과도 같았다.

전투헬멧의 전면은 페이스 실드(얼굴보호막)와 선바이저가 결합된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소울은 페이스 실드를 열어보기도 하고 선바이저만 따로 열어보는 등 전투헬멧의 기능을 사용해봤다.

옆에 연구원이 달라붙어 모르는 기능을 자세하게 하나씩 설명해주니 그는 30분도 되지 않아 전투헬멧의 사용법에 능숙해질 수 있었다.

24명의 능력자들이 전부 전투슈트를 입고, 전투화를 신고, 전투헬멧을 쓰자 곧이어 장갑산 팀장과 조교들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장갑산 팀장과 조교들도 소울을 비롯한 능력자들이 장비한 것과 동일한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헬멧과 전투슈트에 붙은 계급장뿐이었다.

소울을 비롯한 24명의 능력자들은 연구 지원자들이라서 계급장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장갑산 팀장과 조교들은 각각 계급장을 달아서 다른 사람들과 자신들을 구별하는 것 같았다.

장갑산은 전투헬멧에 내장되어있는 마이크를 켜고 말했다.

“모두 제 말 잘 들리십니까?”

“네!”

모두들 전투헬멧에 내장되어있는 헤드폰 기능을 통해 그의 말이 잘 들린다는 것을 한 목소리로 소리쳐 확인시켜줬다.

“혹시라도 잘 들리지 않거나 사용에 문제가 있는 대원은 옆에 있는 연구원이나 조교들에게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장갑산은 잠시 말을 끊고 능력자들을 쳐다봤다. 모두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자 장갑산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효율성 연구 지원팀의 팀장 장갑산입니다. 제 옆에 서 있는 트레이너들은 오늘부터 여러분을 도와주고 이끌어줄 조교들이 됩니다. 앞으로 여러분을 부를 호칭은 대원으로 통일합니다. 대원들은 이제부터 능력자협회가 주관하는 능력자 능력개발과 훈련에 대한 효율성 연구 즉, 훈련효율성 연구를 위한 기초훈련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건 군사훈련이나 예비군 훈련이 아닌 능력자를 위한 기초훈련인 관계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기초훈련이 될 것입니다.”

장갑산의 말에 다들 침을 삼켰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란 말에 크게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총 대원의 수가 24명이니 4명씩 각각 조를 짜서 6개의 조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제 옆에 서 있는 조교들이 한명씩 각 조에 들어가 조장이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 전 대원들은 조장이자 조교의 말에 잘 따라주셔야 합니다. 그럼 일단 각각 조부터 짜도록 하지요.”

“네.”

장갑산의 말에 조교들이 대답을 하며 앞으로 나오자 연구원들이 일제히 뒤로 빠졌다.

소울에게 조교 한 명이 다가오더니 전투헬멧의 오른쪽을 한번 툭 치며 말했다.

“6조의 조장인 양동주 조교입니다. 이소울 대원, 전투헬멧의 통신모듈을 6으로 맞추시고 저를 따라 오세요.”

“네.”

소울은 양동주 조교의 말에 곧바로 페이스 실드를 내리고 헬멧 오른쪽에 있는 다이얼을 6이라는 숫자가 나올 때까지 돌렸다.

타르르륵 찰칵!

“6조, 6조는 모두 이쪽으로 모이시기 바랍니다.”

소울은 전투헬멧의 통신모듈이 바뀌고 양동주 조교의 말이 들리자 곧바로 양동주의 뒤를 쫓아갔다.

자신을 포함한 6조의 대원들이 모두 양동주의 앞으로 모여 반원을 그렸다.

“이제 페이스 실드를 올리시고 서로 인사를 나눕시다. 앞으로 3개월간 동거 동락할 6조의 조원들입니다.”

소울은 양동주의 말대로 6조의 조원들과 통성명을 나눴다.

“안녕하세요. 이소울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난 성막주라고 합니다.”

“소주용이요.”

“위소휘입니다.”

그들은 앞으로 서로를 지켜주고 의지할 동료이자 전우가 된다는 생각에 모두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눴다.

양동주는 인사가 끝나자 자신을 비롯해 조원들을 한명씩 소개를 하며 등급과 능력 그리고 지망하는 포지션이 뭔지 알려줬다.

6조

조장 양동주 조교: 등급 E, 강화계, 근접 딜러

성막주 대원: 등급 F, 강화계, 탱커

소주용: 등급 F, 강화계, 근접 딜러

위소휘: 등급 F, 구현계, 원거리 딜러

이소울: 등급 F, 소환계, 보조 및 지원

일단 6조의 조장이 된 양동주 조교는 등급이 조원들보다 한 등급 높았다.

E급의 강화계 능력자로 포지션은 근접 딜러였다.

6조의 조원들은 모두 같은 F급 능력자들이었는데 하나같이 전부 지망하는 포지션이 달랐다.

아무래도 일부러 조를 짤 때 이렇게 짠 것이 아닌가 싶었다.

“……마지막으로 이소울 대원은 F급 소환계 능력자입니다.”

“우와! 대박이다.”

“신기하네?”

“부럽다.”

양동주 조교가 소울이 F급 소환계 능력자라는 것을 밝히자 다들 소울을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렇게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볼 것 없다. 나중에 구박이나 하지 말아줘!’

소울은 순간 표정관리가 잘 안 돼 얼굴에 절로 썩소가 그려졌다.

“자, 이제 통성명도 끝났으니 각자 사용할 무기를 고르러 가봅시다. 성막주 대원은 지망 포지션이 탱커이니 방패를 꼭 챙기도록 하세요.”

“네, 양동주 조교님.”

“그냥 양 조교라고 불러주세요.”

“네, 양 조교님.”

성막주는 30대 중반의 거구의 사내였는데 사회생활을 많이 했는지 양동주 조교에게 깍듯이 ‘님’ 자를 붙이며 대답했다.

양동주는 성막주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미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눈치 챈 소울은 역시 사회생활을 한 경험은 어디로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6조는 양동주 조교를 따라서 커다란 트레일러차를 향해 갔다.

이미 트레일러는 양쪽으로 시원하게 열려 있었는데 검, 도, 창, 활 등 다양한 각종 무기가 가득했다.

양동주 조교가 자신에게 맞는 롱소드를 하나 고르자, 성막주는 도리깨 하나와 양동주의 말대로 커다란 사각방패를 하나 골라 쥐었다.

소주용은 왼팔에 작은 원형방패를 들고 오른손에 카타나를 들었다.

위소휘는 작은 도끼를 하나 골랐는데 손잡이 끝에 원형의 수정구가 달려있었다.

소울도 쇠뇌와 숏소드를 하나씩 골랐다. 그리고 쇠뇌 용 화살이 가득 담긴 화살 통도 하나 챙겼다.

‘이상하다. 무기들이 뭔가 좀 다른 느낌이 드는데?’

소울은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의 지하1층에 있는 지원센터에서 지원받은 무기를 생각하며 지금 고른 무기들을 살펴봤다.

겉모습은 비슷했지만 확실히 뭔가 좀 달랐다. 만든 재질이 다른 것 같았는데 좋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지만 그게 뭐가 어떻게 좋은지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요새 내가 감이 좋아졌나? 자꾸 못 느끼던 것들을 느끼네.’

그는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다가 서둘러 어딘가로 가고 있는 6조의 뒤를 쫓아갔다.

“대원들의 무기는 저쪽의 빈 무기 거치대에 놓고 오세요.”

“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사방이 휑하게 뚫려 있는 공터였다.

일반 공터와 다른 점이 있다면 통나무로 만든 허수아비가 수십 개나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모든 무기의 기본이 되는 창검술(槍劍術)을 가르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창검술을 가르쳐 준다니 다들 좋다고 소리를 질렀다.

앞으로 냉병기를 주(主) 무기로 쓸 능력자들이라 지금 시대에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는 창검술을 배워 익힌다면 분명히 자신들에게 이익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이었다.

소울은 그동안 당한 것이 있어 일단 의심부터 하고봤다.

‘창검술 가르쳐준다고 하고서 또 무슨 짓을 시키려고 저러지?’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사람들의 생각을 폭격해버리는 양동주 조교의 말이 이어졌다.

“창검술의 기본은 역시 베기와 찌르기입니다. 베기도 내려베기와 수평베기 그리고 올려베기가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지금부터 앞에 놓인 검(劍)을 들고 각 베기와 찌르기를 1000번씩 하도록 하십시오.”

“우우우우…….”

이번에는 곧바로 야유가 나왔다.

“다들 너무 좋아하시는군요. 검으로 베기가 끝이 나면 창으로도 베기와 찌르기를 1000번씩 하도록 하십시오.”

“커억!”

“윽!”

“헉!”

더 이상 야유는 나오지 않았다.

괜히 되로 주고 말로 받을까봐 겁을 먹은 것이다.

양동주 조장은 6조 조원들에게 각자의 체형에 맞는 묵직한 검과 창을 각각 하나씩 나눠줬다. 그리고 먼저 시범을 보였다.

역시 조교답게 창과 검의 베기와 찌르기 자세의 정석(定石)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시작하기에 앞서 검과 창을 제대로 잡는 파지법부터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런 다음 다 같이 함께 즐거운 베기와 찌르기를 하도록 합시다.”

“…….”

6조 조원들은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

한번 당하고 나니 차라리 입을 닫고 있자고 결심한 듯 했다.

그때, 소울이 손을 들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건강하시고 유쾌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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