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7 제 15 장 - 실전 같은 기초훈련 =========================================================================
세이지는 소울이 원석을 하나씩 사진을 찍어서 번호를 붙인 것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확실히 마법사는 머리가 좋은 것 같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원석을 내일 바로 구매하도록 하겠습니다.”
“마나집적진과 소환마법진은 1주일 안에는 모든 것이 다 준비가 될 것 같군. 그런데 아티펙트는 언제 만들 건가? 몬스터의 사체에서 나오는 마석을 구해야 할 텐데…….”
“지금 제게 언제 몬스터 사냥을 나갈 것인가를 묻고 계신 겁니까?”
“사냥을 나가서 구하던 시장에서 구매를 하던 지금 자네의 상태라면 하루라도 빨리 마석을 구해 아티펙트를 만들어 지니고 다니는 것이 도움이 될 거야.”
“조언해주신 데로 최대한 빨리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소울은 세이지의 말에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세이지는 그 뒤로도 그에게 몇 가지 더 당부를 하고는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를 떠나갔다.
세이지는 소울에게 왜 자신을 교차접속 금지 대상자로 설정했는지 묻지 않았다.
그런 것을 보면 그는 여전히 흉중(胸中)의 생각을 알 수 없는 자였다.
소울은 세이지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며 소울넷 접속을 해제했다.
* * * * *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다.
소울은 신사동 사거리에 있는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5층으로 새벽같이 출근하여 또다시 악몽의 신체검사와 각종 테스트를 받아야했다.
돈을 받고 연구에 지원한 처지라 힘들고 어려운 것을 떠나 그는 최선을 다해 유정아 박사의 요구대로 협조했다.
다행히 그동안 체력강화훈련을 성실하게 받아서 첫날처럼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온몸에 비 오듯 땀이 나고 몇 번이나 탈진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소울이 플로어에 대자로 누워 헥헥 대고 있을 때 인형 같이 귀엽게 차려입은 세경이 나타났다.
“오빠! 안녕하세요?”
“세경이구나. 안녕!”
“힐 넣어줄까요?”
“괜찮아. 아직은 견딜만해.”
“호호호, 내가 힐 넣어주면 또 제 2 검사실로 끌려갈까봐 무서워서 그러죠?”
“아, 아니. 뭐 꼭 그런 것은 아니야.”
소울은 반쯤 몸을 일으키면서 한 손을 흔들며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어쩐지 자신의 말이 무척 설득력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헤헤, 제가 유 박사님에게 물어 보고 왔는데…….”
“뭘?”
“오빠 실험 다 끝났냐고요.”
“그래? 뭐라고 하셔?”
“힐 넣어주고 점심 식사 하러 가도 좋다고 하네요. 오후에는 장갑산 팀장님을 따라 어디 가셔야 한다고 하던데요?”
“그래?”
소울은 유정아 박사가 장갑산을 언급했다는 소리에 오늘 오후부터 본격적인 기초훈련을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안심하셨죠? 그럼 힐 넣어드릴게요.”
“응, 부탁해.”
“힐!”
과연 힐러의 힐은 대단했다.
온몸에 생긴 근육통이 물에 녹아지듯 사라져 버리고 몸에서 활력이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
“우와! 살겠다.”
소울은 절로 감탄사가 튀어 나왔다.
“점심식사는 누구랑 하기로 했어요? 장갑산 팀장님이랑 하기로 했어요?”
“아니,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나랑 같이 할까?”
“네, 좋아요.”
세경은 지체 없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샤워 좀 하고 올게.”
“네. 전 여기서 기다릴게요.”
소울은 세경에게 손을 한번 들어주고는 샤워실로 바로 직행 했다. 축축해진 훈련복을 벗어버리자 온몸에서 땀 냄새가 진동을 했다.
쏴아아아아…….
쏟아지는 뜨거운 물로 땀을 씻어 내리고 샴푸와 린스, 바디워시까지 차례로 사용하여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
그는 새 훈련복을 꺼내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오빠, 벌써 끝났어요? 무지하게 빠르네요. 5분도 안 된 것 같은데…….”
“그래? 원래 남자들이 샤워를 좀 빨리해.”
소울은 세경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하려는 마음에 조금 속도를 냈는데, 5분도 안 걸릴지는 솔직히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2층 뷔페식당으로 들어가자 맛있다고 소문이 났는지 벌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소울과 세경은 다행히 창가에 난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오빠, 필요한 원석은 다 샀어요?”
“응, 어제 아침에 가서 쓸 만한 자수정,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원석을 샀어. 고마워 이게 다 세경이 덕분이야.”
“아이 그게 뭐 내 덕분이에요. 난 그냥 소개만 시켜 준건데…….”
“꼭 필요할 때, 적절한 소개를 시켜줬으니 고맙다는 거지.”
“헤헤, 그럼 밥 먹고 커피나 사요.”
“여기 커피 나오잖아.”
“그럼 아이스크림 사요.”
“아이스크림도 여기 있어.”
“그러고 보니 여긴 없는 게 없네요?”
“그렇지? 그래서 난 이 뷔페식당이 마음에 든다니까.”
“저도 그래요.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한테는 공짜잖아요.”
“맞아. 그게 제일 중요하지.”
소울과 세경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먹을 수 있어서 기뻤다.
그런데 둘 사이에 끼어들려는 남녀 한 쌍이 있었다.
“오우, 분위기 좋은데……. 벌써 둘이 썸 타고 있네? 앉아도 되겠지?”
“죄송합니다. 자리가 없어서 합석 좀 해도 될까요?”
고개를 돌려보니 유정아 박사와 장갑산 팀장이 그들의 옆에 서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냥 다른 데로 가시면 안 될까요?”
소울은 유정아 박사에게 대놓고 싫다고 튕겼다. 하지만 유정아 박사는 전혀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그녀는 은근슬쩍 소울의 엉덩이를 자신의 엉덩이로 밀고 들어왔다.
“갈수 있으면 갔지. 구박 받을 것 뻔히 알면서 뭐 하러 여기 와서 합석해달라고 부탁하겠어?”
“이게 부탁이에요?”
“난 부탁이야. 장갑산 팀장도 그리 앉으세요.”
“소울 씨, 민세경 씨,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장 팀장님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소울은 유정아 박사를 한번 흘겨보고는 장갑산에게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자리를 좀 바꿔주시죠?”
“왜? 난 여기가 좋은데.”
소울의 말에 유정아는 자신의 엉덩이를 더 바짝 그에게 밀면서 다가왔다.
하지만 장갑산의 말에 그녀도 할 수 없이 일어나야했다.
“저도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쪽으로 가던가 아니면 소울 씨가 세경 씨 옆으로 가시죠?”
“제가 갈게요.”
소울은 옳다구나 하고는 유정아를 옆으로 밀어 버리고 세경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이유, 이제야 좀 편해졌네.”
“흥.”
유정아는 소울을 보며 콧방귀를 꼈다.
소울은 되도 않는 짓을 한다고 무시했지만, 유정아의 얼굴을 보자 절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미인은 무슨 짓을 해도 예쁜 법이다.
‘더럽게 예쁘네.’
소울은 옆에 세경이 앉아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긴장했다.
소울과 세경이 아무 말 없이 식사에 열중하자 유정아와 장갑산도 곧 접시 한 가득 음식을 담아가지고 와서 식사를 했다.
“장 팀장님, 저는 식사 후에 기초훈련 받으러 가야한다고 하던데 어디로 가면 되죠?”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전용버스가 정문 앞에 대기 중입니다. 사냥법 연구 지원자와 훈련효율성 연구 지원자 모두 모이면 한꺼번에 버스를 타고 훈련장으로 이동할 계획입니다.”
“훈련장은 어디에 있는데요?”
“내곡 인터체인지(IC) 남서쪽에 있는 강동 송파 예비군 훈련장입니다.”
“내곡 인터체인지면 구룡산 바로 아래쪽 아닙니까? 거긴 좀 위험한 곳 아닙니까?”
“앞으로 몬스터를 잡아 죽여야 할 능력자가 그런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되지요. 그리고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의 능력자 파티가 대기 중이니 그리 걱정할 일은 없을 겁니다.”
소울은 고블린의 무서움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최하급 소형 몬스터 고블린이라고 해도 무리를 지어 덤비면 그렇게 무서운 놈들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지금 구룡산과 대모산에는 고블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코볼트, 오크, 놀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방송에서 나오고 있었다.
“몬스터를 잡으러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연구를 하러 가는 거예요. 그러니 그만 걱정 붙들어 매세요.”
유정아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렇게 말할 때는 정말 얼음조각이 부서질 정도로 찬바람이 쌩쌩 불어왔다.
하지만 유정아가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야하는 곳이다.
소울은 목숨이 걸린 일이라 유정아처럼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은데…….’
소울은 자신의 기분 탓으로 기초훈련을 빠질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 인상을 쓰면서 밥을 먹었다.
“오빠, 사실은 저도 가요.”
“세경이도?”
“네.”
“정말입니까?”
소울이 유정아를 바라보며 따지듯이 묻자 그녀의 미간이 안쪽으로 모아졌다.
“그래요.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의 상위 능력자들도 같이 가니까 그만 인상 좀 펴요.”
“아! 네.”
소울은 더 이상 인상을 쓰지 않았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의 상위 능력자들도 같이 간다고 하니 최악의 경우 자신은 세경이만 데리고 튀면 된다.
그 정도 능력이 있는 자들이라면 분명히 자신과 세경이 도망갈 시간 정도는 충분히 벌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소울은 장갑산과 유정아에게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세경이 불안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맛있는 뷔페식사가 끝나고 커피로 입가심을 하고 나자 그들은 모두 같이 5층으로 올라갔다.
“세경이는 나 좀 잠깐 보자.”
“네.”
세경이 소울의 등을 한번 쓰다듬고는 빠르게 유정아 박사의 뒤를 따라갔다.
“소울 씨, 부럽습니다.”
“네?”
장갑산은 손가락으로 세경을 한번 가리키고 소울을 한번 가리키며 웃었다.
“아니 뭘 그런 것을 가지고…….”
그는 장갑산이 노골적으로 부러워하자 괜히 가슴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다.
“참 기초훈련을 받으러 가려면 이 옷으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무기도 가지고 가야 하나요?”
“훈련장으로 가면 거기에서 쓸 훈련복을 따로 나눠줄 겁니다. 하지만 역시 자신이 쓸 무기는 가져가는 것이 좋겠지요. 물론 가지고 가지 않아도 어지간한 무기는 거기 다 있습니다.”
한마디로 몸만 가면 된다는 소리였다.
시간이 되자 사냥법 연구 지원자 24명과 훈련효율성 연구 지원자 24명이 모두 모였다. 그들은 모두 장갑산 팀장과 트레이너들의 지휘아래 1층에 대기 중인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전용버스 2대에 나눠 탔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의 전용버스는 우등고속버스처럼 좌석이 28개 밖에 되지 않았고 좌석도 굉장히 편했다.
소울은 문 바로 옆에 있는 3번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타보면 안다. 3번 좌석이 명당임을…….
고개를 돌려 보니 전용버스가 2대가 아니라 한 대가 더 대기하고 있었다. 그 말은 남은 전용버스에 누군가가 더 탄다는 말이 된다.
더 이상 궁금해 하지 말라는 하늘의 뜻인지 곧바로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줄줄이 내려와 맨 마지막 전용버스에 올라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용버스는 타야할 사람이 다 탔는지 곧바로 출발했다.
한남 IC를 타고 들어간 전용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더니 양재 IC에서 빠져나와 한릉로를 타고 이동하더니 곧 강동 송파 예비군 훈련장에 도착했다.
“여기가 강동 송파 예비군 훈련장 맞아?”
“내가 왔을 때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소울은 뒤에서 속삭이는 능력자들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예비군 훈련장이 아니라 전쟁터 같은 분위기가 났다.
구룡산과 대모산의 몬스터들이 남하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군대가 주둔해 있기 때문이다.
구룡산과 대모산은 현재 대 몬스터 방벽이 세워지고 있었다.
이미 양재동, 개포동, 일원동, 문정동, 수서동으로 이어지는 강남 라인은 대 몬스터 방벽이 착착 올라가고 있다.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강남을 방어하기 위해 그쪽으로 대 몬스터 방벽을 집중해서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내곡동, 헌능, 세곡동으로 이어지는 구룡산과 대모산의 남쪽 라인은 몬스터들이 막힌 북쪽의 대 몬스터 장벽을 피해 남하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강동 송파 예비군 훈련장과 그 인근에 주둔하고 있는 방어군은 이들 몬스터와의 전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자, 모두 내리세요.”
소울은 장갑산 팀장과 트레이너들의 말에 따라 전용버스에서 내려 커다란 군용 막사로 나눠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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