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55화 (55/492)
  • 00055  제 14 장 - 인맥의 중요성  =========================================================================

    “소망아! 너와 소현이만 아는 것으로 하고 소환마법진에 대한 얘기는 함구를 해줬으면 좋겠다. 대신 소환마법진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도구를 만드는 것은 네가 좀 도와줘!”

    -형, 걱정하지 마! 알잖아 우리가 얼마나 입이 무거운지.

    “그래 아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야.”

    -그럼 내가 아니 우리가 어떻게 도와주면 돼?

    소울은 소망의 말에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아 뿌듯했다.

    그는 소망에게 마나집적진에 들어갈 은봉 6개와 은판, 그리고 은판에 그려질 마법언어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또한 소환마법진을 그린 은판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그리고 간단하게 지금 자신이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에서 하고 있는 일도 알려줬다.

    최소한 어머니가 자신이 이상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동생을 통해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형, 그러니까 은봉 6개로 피라미드와 비슷한 입체 정삼각형을 만들고 그 안에 은판을 넣을 거란 말이지?

    “맞아. 각 꼭짓점에는 특정한 보석을 부착해야 하고 은판에는 정밀하게 세공을 할 수 있어야 해.”

    -흐음, 귀찮기는 해도 만들기 어렵지는 않겠어. 우리 큰밭 대학교 화학과와 연결된 업체 몇 군데만 들리면 금방이겠다.

    소망의 말의 소울은 절로 미소가 일어났다.

    “그게 정말이야?”

    -우리학교 화학과 교수님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에너지 연구센터에서 연구 고문을 맡고 계셔. 그래서 나도 이번에 우리 교수님이 참여하시는 프로젝트에 팀원으로 뽑혀서 일하고 있거든. 급하면 이쪽과 연결된 업체의 도움을 받아도 충분해.

    “혹시 그거 마석 발전(發電)에 관한 연구 아니야?”

    -맞아.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

    “요새 신에너지 연구라면 그거 밖에 더 있어?”

    -그런가? 어쨌든 형이 원하는 것을 제작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래 알겠다. 그럼 시간이 어느 정도나 걸릴 것 같아?”

    -내일이 일요일이니까 월요일 날 알아보고 견적내서 주문하면 수요일이나 목요일 정도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네. 형한테 택배를 보내면 목요일 저녁이나 금요일에는 받아 볼 수 있을 거야.

    “알겠다. 그럼 자세한 제원은 까톡으로 보내 줄 테니까 견적 나오면 말해줘. 바로 돈 보내줄게.”

    -응, 그런데 은으로 만든 봉과 은판 2개 때문에 돈이 좀 들어가겠는데? 돈은 충분히 있어?

    “보석 살돈 빼고 400만 원 정도는 쓸 수 있어.”

    -알겠어. 대충 그 액수에 맞춰볼게. 돈이 모자라면 은봉의 굵기를 좀 줄이던가, 은판을 좀 더 얇게 만들어 달라고 하지 뭐.

    “그래. 그럼 잘 부탁한다.”

    -오케이.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정말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기는 한 거야?

    “확실하게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 하지만 반드시 시도해서 성공해야 해.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난 F급 소환계 능력자가 아닌 그냥 F급 능력자로 살아가야 하거든.”

    소망은 소울이 하는 말의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었지만 뉘앙스만으로도 반드시 성공해야한다는 형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으음, 무조건 성공했으면 좋겠다.

    “나도 그래.”

    -형, 잘 될 거야. 힘내! 우리가 옆에서 응원할게!

    “그래 고맙다.”

    소울은 소망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준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그에게 자신의 처지를 말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전화를 끊은 소울은 소망에게 까톡을 통해 자신이 만들고 싶은 마나직접진과 소환마법진의 정확한 제원을 알려줬다.

    그리고 부여마법을 통해 마법진을 인챈트 할 아티펙트에 들어갈 코인과 그 코인에 자동으로 정밀한 세공을 해주는 자동정밀 세공기계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하지만 세공기계, 그것도 자동으로 정밀하게 세공을 해주는 기계는 싼 것이 3천만 원에 보통 1억 원이 넘는 것이 수두룩하고 자신이 원하는 데로 할 수 있는 자동정밀 세공기계는 그보다 돈이 더 들어간다는 말에 소울은 깨끗이 포기하기로 했다.

    1억 원이면 차라리 그것으로 강력한 무기를 사거나 능력자를 고용해서 최하급 몬스터를 쓸고 다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역시 그렇게 해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소울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뭔가를 열심히 찾는 것처럼 보이자 호기심이 동한 세경이 TV를 끄고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그의 등에 안겨서 그의 어깨에 자신의 턱을 올려놓으면서 귀에다 바람을 불어넣었다.

    “후우!”

    “으헉! 간지럽다.”

    “호호호! 오빠! 뭐해요?”

    “나? 지금 뭐 좀 찾아.”

    “뭔데요?”

    아까는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아우라를 풀풀 풍기더니 이제는 그녀가 소울의 품에 파고들려고 낑낑댔다.

    “아니 왜 그래?”

    “뭐하는지 궁금하잖아요. 나 좀 보면 안 돼요?”

    “뭐 안 될 거야 없지만…….”

    “어? 뭐야? 이거 보석이잖아? 오빠 보석에 관심 있어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세경은 소울이 보석이 박힌 반지나 팔찌가 아닌 보석 자체를 사려고 스마트폰을 뒤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자, 순간적으로 뇌리에 뭔가 훅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혹시 오빠 소환 때문에 그래요?”

    “응, 그런데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소울은 세경이 단번에 자신의 의중을 꽤 뚫자 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젊은 여자도 아니고 젊은 남자가 보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거기에다 오빠는 소환수를 소환하지 못한 소환계 능력자잖아요.”

    “음……. 똑똑하네.”

    “헤헤, 내가 사실 좀 똑똑하긴 하지요.”

    소울은 귀엽게 말하는 그녀의 뺨에 뽀뽀를 한번 해주고 스마트폰을 통해 계속 인터넷을 살펴봤다.

    그제야 세경이 몸을 바로 하고 그의 옆에서 속삭였다.

    “오빠, 우리 아빠가 예전에 뭐했는지 알아요?”

    “뭘 하셨는데?”

    “보석 세공사.”

    “정말이야?”

    “네, 그러니까 나한테 말 해봐요. 어떤 보석을 사고 싶은 거예요?”

    소울은 잠시 망설이다가 보석에 대한 것만 말하기로 마음을 먹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환에 도움이 될 만한 보석이 필요해.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이렇게 네 종류야.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가격이 비싸서 빼고 대신 자수정을 넣으려고 그래.”

    “혹시 원석을 구하는 거예요?”

    “응. 세공이 된 것은 아무래도 비쌀 것 아냐? 난 그냥 원석도 괜찮아.”

    “예산이 얼마나 있어요.”

    “일단 400만원.”

    “그 돈으로는 원석이라고 해도 턱 없이 작겠네요.”

    “그럴까?”

    “예를 들어 천연 루비의 경우 질에 따라 가격이 많이 달라지는데 상급은 백만 원도 훌쩍 넘어요.”

    “그럼 어떡하지?”

    “어떡하긴요. 아빠한테 부탁해서 싼데 가서 사야지요. 그리고 원석이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잘 찾아보면 쓸 만한 원석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정말?”

    “그럼요. 나만 믿어요.”

    “고마워!”

    “고마우면 어깨마사지 좀 해봐요.”

    “알았어.”

    소울은 그녀의 말에 바로 벌떡 일어나 그녀의 어깨를 지극정성으로 마사지했다.

    “아아! 너무 시원하다.”

    “좋아?”

    세경의 얼굴은 정말 기분이 좋은지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나른한 고양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 생각보다 마사지 잘하네요.”

    “생각보다? 그럼 내가 마사지 잘 못하게 생겼어?”

    “뭐 그렇다고 해두죠.”

    “아니 뭐가 어째?”

    “꺄약!”

    소울은 그녀가 자신을 놀려대자 어깨를 마사지한 손을 아래로 내려 전혀 엉뚱한 곳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놀란 세경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곧 그 비명은 비음으로 바뀌면서 점차 뜨거운 열락의 교성으로 바뀌어갔다.

    피 끓는 두 청춘은 결국 말없는 합의 하에 침대로 향했다.

    청춘(靑春), 사랑(愛), 열락(悅樂), 참 좋을 때다.

    * * * * *

    에어컨을 녹여버릴 기세로 뜨거운 사랑을 나눴던 소울과 세경은 침대에 누워 잠시 휴식을 가졌다.

    “오빠, 우리 이따 나갈까요?”

    “어디를 나가?”

    “종로 귀금속 거리요.”

    “귀금속 거리?”

    누워서 서로 천장을 바라보며 대화하던 소울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세경도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려왔다.

    “종로 귀금속 거리에 아빠와 친한 친구 분이 하시는 보석상이 있어요.”

    “그래?”

    “거길 가면 아마 싸게 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분이 보석세공을 하는 공장도 운영하시니까 어쩌면 원석을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럼 한번 가보자.”

    소울은 세경이 자신을 위해 신경을 써 주는 것이 고마웠다.

    그래서 그녀의 이마에 감사의 키스를 했다.

    “이건 뭐에요?”

    “키스.”

    “아니 왜 키스를 이마에 하냐고요?”

    “감사의 키스야.”

    “설마 이거 먹고 떨어지라는 것은 아니겠죠?”

    “응?”

    소울은 무슨 말인가 싶었다.

    혹시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싶어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쳐다봤다.

    가만히 그녀의 표정을 살펴보니 눈웃음을 치고 있는 것이 장난기가 발동한 것 모양이었다.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남몰래 쉰 소울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당연히 근사한 저녁을 쏴야죠?”

    “아! 그렇지. 당연히 그래야지.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 내가 다 쏠게.”

    소울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얼마 전까지 누가 고기를 사라고 하거나 저녁을 사라고 하면 그냥 인연을 끊어 버릴까 고민을 했을 정도로 사정이 형편없었는데 이제 저녁 한 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들었다.

    “좋아요. 그럼 종로 가서 오빠가 점심도 쏘세요.”

    “내일을 도와주러 가는데 그 정도 못해주겠어. 당연히 내가 쏴야지.”

    “호호호, 점심값 굳었다.”

    세경은 점심값이 굳었다고 기뻐했다.

    참 서민적인 즐거움이었다.

    ‘그깟 점심값 얼마나 한다고…….’

    소울은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환경이 변하니 저절로 자신의 생각도 변해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동안 2개의 연구에 지원해서 차비조로 받아 챙긴 것만 해도 나름 쏠쏠한 금액이었다. 그리고 다음 달이면 500만원씩 두 번해서 천만 원을 받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했다.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은 두 사람은 옥탑 방을 내려가 지하철을 향해 걸어갔다.

    한여름의 무더운 날씨가 후끈한 바람을 앞장세워 둘에게 밀려들었지만 지하철 역사 안으로 재빠르게 걸어 들어가자 곧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여기저기에서 흘러 나왔다.

    “정말 찜통 날씨네요?”

    “그러게 말이야.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먹을래?”

    “좋아요.”

    두 사람은 아이스크림 바를 하나씩 손에 들고, 남은 손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지하철에 탔다. 토요일 점심시간이라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둘이 앉을 자리는 있었다.

    어린아이들처럼 좋다고 아이스크림 바를 핥아 먹으며 서로의 눈을 뜨겁게 쳐다보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을 사람들은 부러움과 질시의 눈길로 쳐다봤다.

    지하철을 타고 종로3가에서 내려 종로 귀금속 거리를 걸었다.

    보석상들이 모여 있어 나름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니 정말 거리 전체가 금은방 같았다.

    그들은 일단 근처 분식점에 들어가 만두국과 떡국을 시켜 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프면 보석이 눈에 제대로 들어올 리 없다.

    에너지 소비가 심했던 만큼 두 사람은 국물 한 숟갈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고는 배를 두드리며 나왔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은 바로 저곳이에요.”

    “우정 보석상?”

    소울은 세경이 가리키는 그리 크지 않은 보석상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말했던 것보다 규모가 좀 작은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가게가 저래 보여도 뒤쪽에 보석 세공하는 공장까지 가지고 있는 알짜배기 보석상이에요. 들어가요.”

    “그래.”

    소울은 보석에는 문외한이다. 그는 일단 세경을 믿어 보기로 했다.

    최소한 보석에 관한 한 자신보다는 잘 알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안녕하세요?”

    “어? 너는 세경이 아니냐?”

    “네, 아저씨. 저 세경이에요.”

    “아이유, 이게 얼마만이니? 잘 왔다. 안 그래도 한번 보고 싶었는데…….”

    50대 초반에 배가 좀 나왔지만 풍채가 좋은 인상 좋은 사내가 세경을 반갑게 맞이했다. 소울은 세경의 옆에 서서 인사를 했다. 하지만 사내의 시선은 세경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안녕하시고?”

    “네, 잘 계셔요.”

    “아직 차도는 없으시지?”

    “뭐 그렇죠.”

    둘이 대화하는 것을 옆에서 들어보니 서로 집안사정을 잘 아는 사이 같았다.

    사내의 얼굴이 안쓰러움과 그리움 그리고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드는 것 같은 표정이 되어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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