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54화 (54/492)
  • 00054  제 14 장 - 인맥의 중요성  =========================================================================

    보글보글!

    찌개가 끓는 소리가 들리자 세경은 슬며시 소울의 품에서 빠져 나왔다.

    쪽!

    그러면서 소울의 뺨에 살짝 뽀뽀를 해주고는 다시 음식을 준비했다.

    소울은 그녀가 해준 뽀뽀가 왠지 어제 입이 얼얼하도록 했던 프렌치 키스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어디서 먹지?”

    “혹시 이거 식탁 아니에요?”

    “이게?”

    세경은 부엌 바로 옆에 있는 벽을 쳐다보더니 벽에 붙어 있던 뭔가를 잡아 내렸다.

    끼이익 덜컹!

    “헉, 이게 식탁이었네.”

    소울은 자신도 모르는 집의 비밀을 세경이 발견해내자 눈이 동그래졌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식탁을 경첩을 달고 벽에 붙여 고정시켜 놓았던 것을 세경이 찾아내어 아래로 잡아 내리자 단번에 멋진 식탁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 이제 의자 하나만 더 찾으면 되겠구나.”

    “의자는 침대 옆에 놓인 저 베드 사이드 테이블을 쓰면 되겠네요.”

    “아!”

    소울은 그녀의 말대로 침대 옆에 놓여 있던 작은 베드 사이드 테이블을 번쩍 들어서 가져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음식을 준비하며 의논을 하니 왠지 두 사람은 신혼부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울은 절로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찌개 다 됐어요. 이제 밥만 푸면 되니까, 오빠는 옷 좀 입어요.”

    “응.”

    소울은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그녀의 말에 재까닥 대답을 하고는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걸쳤다.

    세경이 식탁에 밥을 푸고 찌개를 올려놓자 소울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잘 먹겠습니다.”

    “저도 맛있게 먹겠습니다.”

    소울과 세경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었다.

    밥알이 착착 감기는 듯한 쌀밥에 얼큰하고 시원한 참치 김치찌개를 섞어서 한 입에 입속에 넣고 씹어대자, 마치 혀 위에 배추와 참치들이 뛰어 놀고 쌀들이 손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끝내주는 맛이야.”

    “호호호, 정말요?”

    “응, 진짜로 맛있어.”

    소울은 뱃속에서 더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 소리를 들으며 정신없이 수저를 움직였다.

    세경은 몇 번 밥을 퍼서 먹다가 소울이 엄청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자 그만 배가 부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가만히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팔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턱을 두 손으로 괴고는 눈을 말똥거리며 그를 쳐다봤다.

    그녀의 모습에 소울의 움직임이 갑자기 딱 멈췄다.

    “왜 안 먹어?”

    “배불러서요.”

    “그래도 좀 더 먹어둬. 넌 밥을 먹으면 살로 안가고 전부 다른 곳으로 빠지는 것 같으니까 더 먹어도 괜찮아.”

    “네? 어디로 빠져요?”

    “있잖아. 거기. 크흠.”

    소울은 세경의 가슴에 시선을 한번 주고는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열심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세경은 그의 시선이 가는 곳을 향해 자동으로 고개를 내려 보다가 무슨 뜻인지 알고 살짝 얼굴을 붉혔다.

    “오빠가 이런 짐승인줄 알았더라면 내가 다시생각을 해봤을 텐데…….”

    세경은 팔짱을 끼면서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하하하, 세경아! 밥 한 그릇 더 줘. 너무 맛있다.”

    “네.”

    세경은 밥 더 달라는 소울의 말에 금방 팔짱을 풀고 일어나 그의 밥그릇에 수북하게 밥을 퍼서 넘겨줬다.

    살짝 츤데레 끼가 있는 세경의 모습에 소울은 속으로 고소를 금치 못했다.

    식사시간은 즐거웠다.

    소울은 밥을 세 공기나 퍼 먹을 정도로 맛있게 아침식사를 했다.

    세경이 밥을 반공기만 먹는 것이 조금 맘에 들지 않았지만 배가 부르다니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하기도 좀 그랬다.

    소울이 화장실에 들어와 양치질을 시작하자 세경도 자신의 손바닥만 한 백에서 접이식 휴대용 칫솔을 꺼내들고 들어왔다.

    둘은 나란히 서서 세면대 앞 벽에 놓인 거울을 바라보며 양치질을 했다.

    소울이 빈손으로 세경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자 그녀는 모르는 척 하며 가만히 서서 양치질만 했다. 그러더니 양치질이 끝나자 입안을 헹구고는 나가면서 그의 엉덩이를 소리 나게 찰싹 한 대 치고 나갔다.

    소울은 빠르게 양치질을 끝내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침대 위로 올라와 침대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세경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는 왼손으로 그녀의 오른손을 잡아 가만히 깍지를 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쳐다보더니 이내 깍지 낀 그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소울은 말없이 이루어지는 이런 둘만의 교류와 소통에 왠지 가슴이 뿌듯해졌다.

    잠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세경은 이런 침묵이 익숙하지 않은 듯 꼼지락 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오빠, TV 좀 보면 안 돼요?”

    “왜? 뉴스 보려고?”

    “네.”

    “그렇게 해.”

    세경은 리모컨을 가져다가 TV를 틀었다.

    채널을 몇 개 돌리자 곧바로 뉴스채널들이 이어졌는데 하나 같이 몬스터 사태와 능력자들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미국에서는 몬스터를 잡는 능력자들을 헌터라고 부르나 봐요.”

    “그럼 우리나라도 곧 헌터라고 부르겠네.”

    “이번의 전 세계적인 몬스터 사태를 몬스터 웨이브라고 부르기로 했네요.”

    “몬스터 웨이브로 부른 것은 우리나라가 먼저 아니었나?”

    “맞아요.”

    소울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기가 조금 불편했다. 그래서 평소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자세를 취해보기로 했다.

    그는 세경의 허벅지에 머리를 배고 옆으로 누웠다.

    그러자 세경이 그를 위해서 두 다리를 쭉 펴고는 편하게 그의 머리를 받쳐줬다.

    그리고는 이내 TV를 보는 그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만지며 쓸어주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줬던 좋은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며 정신이 몽롱할 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대한민국의 대도시는 예외 없이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큰 피해를 봤네요.”

    “지난번에는 대구에서 엄청난 피해가 났지? 이번에는 어디야?”

    “서울이요. 구룡산과 대모산에서 쏟아져 나온 고블린 군단으로 인해 강남과 성남시 북부가 큰 피해를 입었어요.”

    “그럼 다른 곳은 괜찮았나봐?”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이렇게 7개의 대도시 근처의 차원의 균열에서 예외 없이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어요. 하지만 다른 곳은 대도시 근처라도 거리가 좀 있거나 방어하기 쉬운 지형이었던 반면에 서울 강남을 강타한 구룡산과 대모산의 차원의 균열은 너무 가까웠고 또 몬스터 웨이브도 순식간에 일어나서 방어하기가 힘들었대요. 그로인해 강남의 피해가 아주 컸어요. 듣기로는 수십만의 사상자가 생겼데요.”

    “하긴 고블린이 한두 마리가 몰려온 것이 아니었으니까.”

    소울은 강남 세븐 병원에서 직접 고블린과 사투를 벌이기도 해서 누구보다 그녀의 말을 잘 이해했다.

    “처음 몬스터 사태가 터질 때 대구에서 100만 명의 사상자가 났다던데 사실이야?”

    “그것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하던데요?”

    “그래?”

    “이미 대구는 몬스터 둥지가 뿌리를 내려 몬스터 영역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요. 고블린, 코볼트, 오크, 놀 등의 마을도 심심치 않게 발견 된데요.”

    “그 정도야?”

    소울은 세경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인구 250만 명이 넘게 살았던 대구가 한 순간에 100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무너지더니 이제는 어느새 몬스터들의 천국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대한민국 영토 안에 몬스터의 영토가 따로 존재하는 기현상이 생길 것 같았다.

    “구룡산과 대모산도 지금 몬스터 영역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해요. 그래서 정부에서는 급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인근에 생긴 차원의 균열을 둘러쌓는 대 몬스터 장벽을 세우고 있대요.”

    “그럼 대한민국 안에서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은 곳은 제주도가 유일한 건가?”

    “뭐 그런 셈이죠. 아참 강원도도 있구나.”

    세경이 강원도를 언급하자 소울은 강원도 두메산골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났다.

    ‘첩첩산중인 강원도에 차원의 균열이 나타난다면 막기가 힘들 텐데, 그때는 무조건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구나. 그래도 강북이 좀 더 안전하겠지?’

    만약 강원도에 몬스터 사태가 생겼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로 왔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계신 강원도에 차원의 균열이 하나도 생기지 않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안전한 지역은 오히려 부모님이 계신 강원도와 제주도였다.

    제주도의 땅은 중국인들이 다 사서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앞으로 땅값 치솟는 속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를 중국 부자들이 한둘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경아! 오늘 너 뭐 할 거야?”

    “글쎄요. 특별히 할 일은 없는데요.”

    “그럼 오늘 하루는 나하고 집에서 푹 쉬자.”

    소울의 말에 세경은 묘한 눈빛을 했다.

    “저하고 집에서 하루 종일 뭘 하고 싶어서 그런데요?”

    “응? 아니 난 그냥 같이 있고 싶은 것뿐이야.”

    “정말이에요? 정말 아무 짓도 안하고 같이 있기만 하면 되요?”

    “아니 얘기가 어떻게 그렇게 돌아 가냐?”

    그는 그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의 말에 조금은 설득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널 하루 종일 침대에서 괴롭히겠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당장 어디 갈 생각은 없으니까 잠시 오빠 하는 행동 보고 결정할게요.”

    “그, 그러던지…….”

    분명히 서로 좋았던 것 같은데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마치 자신을 위해서 그녀가 뭔가를 양보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경은 뉴스를 보다가 채널을 돌려 연예인들의 근황을 전하는 연예가의 뉴스를 시청하며 눈을 빛냈다.

    그녀가 풍겨내는 포스를 보니 도저히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막장 드라마를 볼 때 방해받기를 싫어하는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쌍둥이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소망이니?”

    -아! 형이구나?

    “그래. 나다. 어떻게 지내니? 별일은 없고?”

    -응, 잘 지내고 있어.

    “소현이는?”

    -소현이는 형이 보내준 용돈 덕분에 삶이 풍족해졌다고 아주 좋아해.

    “하하하, 그래? 다행이다.”

    -형, 그런데 갑자기 웬 용돈을 이렇게 많이 보냈어? 엄마가 형 혹시 이상한 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아.

    소망이의 말에 소울은 자신이 얼마나 집에 신용이 없는 장남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

    “휴우, 소망아, 잘 들어라. 나 이번에 능력자 됐다.”

    -뭐라고? 정말이야? 정말 형이 능력자가 됐어?

    “그래. 능력자 확실해. 원한다면 인증사진 보내줄게.”

    -인증사진을 어떻게 보내?

    “능력자 등록증 있잖아.”

    소울은 전화를 하다말고 자신의 능력자 등록증을 가져다가 사진을 찍어서 그에게 보냈다.

    사진을 확인한 소망이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떨려왔다.

    -대, 대박이다. 우리 가족 중에 능력자가 생기다니…….

    “사실은 나도 놀랐어.”

    -형, 그런데 등급이 F급이야? 이거 높은 거야? 낮은 거야?

    “그, 그게 사실은 최하급 능력자를 나타내는 거야.”

    소울은 말을 하면서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렇구나. 그런데 형은 어떤 능력자야?

    “흐음,”

    소울은 동생의 질문에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가족들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소망아, 사실은 나 소환계야. 그런데 소환력이 약해서 소환을 하지 못할지도 몰라.”

    -정말? 소환계면 특이능력자인데. 정령이나 소환수 하나만 제대로 소환하면 대박이라고 하던데 그게 안 되는 거야?

    “응, 알아보니 내 소환력이 쥐꼬리만큼 밖에 없어서 자체적으로 소환을 하는 것은 힘들다고 하네. 다만 어떤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소환마법진을 통해 한번 소환을 시도를 해보려고 해.”

    -소환마법진? 그런 게 있었어? 난 소환계 능력자는 저절로 정령이나 소환수를 소환한다고 알고 있는데……. 소환마법진을 통해 소환한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그게 아직은 밝힐 단계가 아니라서 말하기가 좀 곤란해.”

    -그럼 소환마법진은 어떻게 만드는데?

    소울은 다시 한 번 잠깐 말을 멈추고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해봤다.

    ‘이걸 알려줘도 되나? 아니다. 소망이와 소현이는 각각 화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어. 차라리 나보다 동생들의 도움을 받으면 더 빨리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그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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