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3 제 14 장 - 인맥의 중요성 =========================================================================
투명하고 커다란 눈의 모양을 한 창 앞으로 세이지가 미리 준비해 놓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보유하고 있는 33p에서 10p를 써서 하급 영혼체험을 시작했다.
스팟!
우주를 가로지르는 경험은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옵션을 통해 넘겨 버리고 곧바로 원하는 세이지의 기억 ‘마나333’에 접속했다.
세이지는 그가 장담한 대로 하루 날을 잡아 마나집적진, 부여마법, 문신, 부적 등에 대한 강의를 했다.
물론 고3 수험생들이 듣는 유명 학원의 명강사가 하는 동영상 강의는 아니었다.
3D 입체 홀로그램보다 훨씬 현실감이 있는, 마치 자신이 세이지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마나집적진에 들어가는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마나집적진을 만드는가 하는 방법이었다.
은으로 만든 6개의 봉을 서로 연결해서 입체 정삼각형을 만든 후에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4가지 보석을 각 꼭짓점에 끼어 넣는다.
은으로 만든 원판을 준비해서 제일 안에 원을 그리고 다음에는 삼각형을 겹쳐서 육각의 도형을 그린 후에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을 차례로 그린다음 마법의 언어와 기호를 적어 넣는다.
원판을 피라미드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입체 정삼각형의 중앙에 내려놓고 마법을 발동시키는 시동어를 외치면 마나집적진이 활성화 됐다.
세이지는 아무도 없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소울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끊임없이 기본원리와 주의 사항을 얘기했다.
마나석 대신 보석을 썼기 때문에 그 효율이 1서클의 마법사가 만든 마나집적진보다 못할 수 있다는 것과 다이아몬드 원석이 비싸서 자수정을 쓰면 그것보다 더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경고했다.
반대로 은으로 만든 봉을 순금으로 만들면 조금 더 효율이 좋아진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부여마법을 이용해 소울이 가장 간단한 아티펙트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 후에 직접 제작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몬스터의 사체에서 나오는 마석을 갈아서 금과 섞어 코인을 만든다.
코인에 부여마법인 들어간 마법진을 새긴 후에 은을 입혀 마감한다.
위저드 마법사가 대단한 존재라서 그런지 순식간에 마찰계수 0의 그리스 마법진을 인챈트 한 아티펙트를 간단히 하나 뚝딱 만들어 냈다.
세이지는 소울에게 자신은 마법을 이용해서 해결했지만 소울은 지구에 있는 초정밀 세공기계를 이용하여 미세하게 부여마법이 들어간 마법진을 새긴 후에 은을 입히면 된다고 설명했다.
부여마법이 인챈트 된 아티펙트는 마나집적진을 활성화 시킨 후 은판 위에 올려놓으면 저절로 충전이 된다.
완전히 충전이 되면 1서클의 그리스 마법을 3번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다음은 문신을 그려 힘을 강화하는 방법을 설명했는데 복잡해서 도저히 자신이 그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독특한 모양의 그림과 괴랄 한 도형이 서로 꼬리를 물고 물리며 이어져 결국 하나의 완전한 문신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리는 것은 고사하고 기억하기조차 어려웠다.
부적을 이용해서 에뮬렛을 만드는 방법도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부적을 그리는데 사용되는 제물과 피를 추출하는 방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게 만들었다.
소울은 하급 영혼체험은 끝내고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로 돌아왔다.
남아 있는 소울넷 포인트를 확인해보니 23p였다.
세이지가 장담한 ‘마법333’은 결국 절반의 성공이 될 것 같았다.
영혼체험을 통해 배운 우주의 위대한 소환사 탄탈라스가 만든 초 간단 소환마법진은 의외로 세이지가 만든 초 간단 마나집적진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마나집적진은 재료만 구하면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부여마법을 통해 아티펙트를 만드는 것도 몬스터의 사체에서 나오는 마석을 구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실제로 마법진을 그려 넣고 인챈트 하는 것은 오히려 마나집적진보다 훨씬 쉬웠다.
그리고 소울은 능력자였다. 앞으로 몬스터를 사냥할 헌터가 될 몸이었다. 그러니 마석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단 마나집적진과 소환마법진을 만드는데 총력을 다 하자. 마나집적진은 그 자체로 내게 이롭고 소환마법진을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소환마법진을 통해 뭐라도 하나 소환할 수 있다면 어디 가서 소환사라고 명함은 내밀 수 있겠지.’
소울은 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소비한 10p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안방을 향해 걸어갔다.
‘가만, 그런데 소울넷 접속을 해제하는데 꼭 안방 침대에 가서 누워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 그냥 여기 서서 해볼까?’
소울은 심호흡을 하고 그 자리에 서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소울넷에 접속을 해제한다는 생각을 했다.
팟!
순간 그는 마치 정신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듯 필름이 뚝 끊겼다.
* * * * *
‘되네.’
눈을 뜬 소울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일어나려다가 자신의 품에 꼭 안겨서 자고 있는 세경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여체를 느끼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싸! 드디어 내게도 이런 봄날이 오는구나!’
그는 벽에 걸려있는 벽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5시 30분, 매일 6시까지 능력자협회 5층으로 가서 체력강화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이미 시간을 기억하고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조금씩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은데…….’
소울은 8시간을 꽉 채워 잠을 자지 않으면 하루 종일 피곤한 체질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힘든 체력강화훈련을 받고 있는데도 7시간 이상을 자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능력자가 되자 능력자 특유의 회복력으로 인해 잠도 조금 준 것 같았다.
화끈한 불금을 보내고 이제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굳이 새벽같이 일어날 필요가 없는 소울은 조금 더 자기로 하고 세경을 향해 몸을 돌리고 그녀를 가만히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으음…….”
잠꼬대인지 아니면 자는데 깨우지 말라는 뜻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세경이 그의 품속으로 알아서 파고들었다.
뭉클!
그녀의 탱탱한 두 개의 융기가 그의 탄탄한 가슴을 압박했다. 소울은 그 부드러운 탄력감이 몸서리처지도록 좋았다.
그는 팔베개를 해준 오른손으로 그녀의 매끈한 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자유로운 왼손으로 그녀의 한줌도 되지 않는 허리에서부터 급격한 경사를 만들며 확장되어가는 엉덩이를 만졌다.
‘세상에, 어떻게 피부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지? 여자들의 피부는 원래 다 이런가? 이렇게 만지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거기에 힘이 막 들어가네. 미녀에게 빠져 정신을 못 차린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소울은 자신의 품속에서 아기처럼 예쁘게 잠을 자고 있는 세경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는 가만히 그녀의 이마, 볼 그리고 입술에 뽀뽀를 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오는 가슴에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갔다.
뭉클!
한쪽으로는 사타구니 사이로 터질 듯이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만지는 그 자체로 너무나 기분이 좋아 나른해졌다.
부드럽고, 탄력 있고, 말랑거리고, 마음에 평화가 왔다.
여자의 가슴은 남자의 영원한 고향이라고 했던 어떤 책의 구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몸 위에 올라가 짐승처럼 욕망을 풀고 싶은 생각과 그녀가 편하게 자도록 배려하면서 자신도 지금의 이 평화로운 시간을 즐기다가 조금 더 자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격렬하게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결국 머릿속의 천사와 악마는 타협했다.
한숨 재우고 나서 나중에 욕망을 풀기로 말이다.
물론 자고 나 뒤에는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지만 일단 그렇게 마음을 먹자 실망한 그의 주니어는 급속도로 힘을 잃어갔고 그의 눈은 조금씩 감겼다.
세경의 가슴을 만지는 그의 손길도 어느 순간 그녀의 허리 위에 고정이 됐고 그의 숨소리도 다시 깊고 고르게 변했다.
옥탑 방의 커다란 침대 위에 젊은 한 쌍의 남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인 채 서로를 끌어안고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 * * * *
“어휴, 짐승!”
“흐흐흐…….”
소울은 샤워를 하고 나온 세경에게 짐승이라는 말을 듣고도 실실 실소를 흘렸다.
“오빠! 빨리 가서 샤워해요.”
“응, 알았어.”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덜렁거리면서 화장실로 들어가면서도 세경의 얼굴과 몸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냥 다 벗고 있었다면 오히려 민망해서 눈을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긴 생머리를 하얀 수건으로 감싸 올리고, 몸에는 자신의 하얀 티셔츠를 걸쳐 터질 듯한 그녀의 가슴의 윤곽을 그대로 다 드러내놓고 있는 세경의 모습은 도저히 고개를 돌릴 수 없게 만들었다.
그의 눈이 지금 호강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쏴아아아아…….
화장실로 들어와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해도 세경의 야릇한 모습이 쉽게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가 눈을 뜨고 일어나자마자 기회는 이때다 하고 덮쳐 아침부터 뜨거운 열락의 시간을 보냈건만 세경이 샤워를 하고 나온 모습을 보자 또다시 피가 끓어올랐다.
한창인 20대라서 그런지 아니면 능력자가 되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정력이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자 조금씩 이성이 깨어나고 있었다.
마른 수건을 꺼내 물기를 닦고 허리에 수건을 둘러 아랫도리를 가린 소울이 밖으로 나오자 도마 위에 뭔가를 올려놓고 썰고 있던 세경은 힐끗 그를 쳐다보더니 새초롬하게 고개를 팩 돌렸다.
“세경아! 뭐하는 거야?”
“아침 먹어야죠.”
“뭐? 그럼 네가 지금 아침밥을 차리겠다는 거야?”
“그럼, 밥 안 먹을 거예요?”
“당연히 먹어야지.”
소울은 절로 미소가 나왔다.
세경과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즐기고 뜨거운 사랑도 나누었는데 아침에 밥상까지 차려준다니 소울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내가 못미더우면 그냥 나가서 먹을래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당연히 세경이가 해준 밥 먹을 거야.”
소울은 결코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매일 밖에서 사먹거나 고시원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무리 밖에서 사먹는 밥이 맛있어도 이제는 집 밥이 그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밥은 집 밥이 최고다.
더군다나 세경이 해주겠다는 밥이 아닌가?
“그럼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해줄게요.”
“응, 그래.”
세경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열심히 음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요리에 문외한인 소울이 보아도 그녀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어보였다.
쉽게 말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것이다.
옥탑 방이 마치 자기의 집이라도 되는지, 자신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쌀을 찾아내어 물로 씻은 후 전기밥솥에 넣어 밥을 짓고, 냉장고를 뒤져 참치 캔과 김치로 참치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역시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서 그런지 쓸 만한 밑반찬이 없네요. 대충 냉장고에 있는 것 그냥 꺼내 먹어야겠어요.”
“그래.”
소울은 지금 뭐라고 해도 기분 좋은 상황이었다.
“오빠, 이거 맛 좀 보세요. 짜지 않나 모르겠네요?”
“그래.”
그는 얼른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가 내미는 숟가락 안의 국물 맛을 봤다.
“어때요?”
초롱초롱 빛나는 그녀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맛있다.”
“정말 맛있어요?”
“응, 맛있는 정도가 아니라 당장 식당을 열어도 대박 나겠어.”
“호호호!”
세경은 소울의 과장된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청아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소울은 그녀의 웃는 모습에 넋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녀를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
“오빠!”
“세경아!”
소울은 그녀의 가슴과 허리를 꼭 부여잡고 그녀의 목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찰싹!
“뭐에요? 어린아이 같이?”
“헤헤헤!”
세경이 자신의 가슴 위에 은근슬쩍 올라온 소울의 손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때리며 나무라자 정말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뺨에 마구 뽀뽀를 해댔다.
“아이 참, 간지러워요.”
“고맙다.”
“뭐가요?”
“그냥.”
“저도 고마워요.”
“뭐가?”
“그냥요.”
둘은 잠시 그대로 서서 서로의 몸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꼈다.
소울은 부드럽고 따뜻한 그녀의 몸을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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