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6화 (46/492)
  • 00046  제 12 장 - 강화훈련  =========================================================================

    “이소울 능력자는 능력개발청과 능력자협회의 연구에 각각 지원을 하신 유일한 능력자십니다. 그래서 제가 이소울 능력자의 스케줄을 맡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아!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둘은 서로를 향해 고개를 깍듯하게 숙이며 인사를 나눴다.

    “능력개발청에서 주도하고 있는 ‘능력자 등급과 포메이션 변화에 따른 효과적인 몬스터 사냥법 연구’와 능력자협회에서 주도하고 있는 ‘능력자 능력개발과 훈련에 대한 효율성 연구’는 능력자의 기본능력과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 과제와 기초훈련과정이 겹칩니다. 그래서 이소울 능력자는 이 과정을 특별히 제가 맡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누가 만들었는지 그놈의 연구과제 이름이 참 기네요.”

    “하하하, 사실은 저도 좀 짜증이 나네요. 그럼 앞으로 능력개발청의 ‘능력자 등급과 포메이션 변화에 따른 효과적인 몬스터 사냥법 연구’는 ‘사냥법 연구’로 부르고 능력자협회의 ‘능력자 능력개발과 훈련에 대한 효율성 연구’는 ‘훈련효율성 연구’로 부르죠?”

    “좋습니다. 사냥법 연구와 훈련효율성 연구, 딱 부르기 간단하고 좋네요.”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소울 능력자는 어디서 살죠?”

    “전 서초동에 삽니다. 그리고 그냥 편하게 소울이라고 이름을 불러주세요.”

    “네, 그렇게 하죠. 소울 씨, 주말을 제외하고 앞으로 이곳으로 출근하시면 됩니다.”

    “몇 시까지 출근해야 합니까?”

    “아침 6시에 출근하셔서 저녁 10시에 퇴근하시면 됩니다. 각각의 연구가 8시간씩이니 16시간동안 여기 계셔야 합니다.”

    “후우,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조금 무리를 했나 싶었다. 하지만 한 달에 천만 원씩 벌 수 있는 기회였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앞으로의 능력자 생활에 도움이 되는 몬스터 사냥법을 배우는 일이니 절대 마다할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을 주고라도 배워야 하는 것을 돈을 받으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였으니 자신에겐 크나큰 행운이기도 했다.

    “하하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까 말했다시피 처음에는 좀 겹치는 과제와 훈련이 있으니 첫 달은 저녁 7~8시면 퇴근이 가능할 겁니다.”

    “다행이네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모두 이곳 2층 식당에서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차비도 제공합니다. 또한, 힘들면 위층에 숙소가 있으니 가끔은 그냥 자고 가도 될 거예요. 전망이 아주 그만이라서 나름 운치도 있고요.”

    장갑산의 말에 소울은 절로 힘이 났다.

    생활비에서 하루 세끼 밥값만 빠져도 한 달에 6~70만 원 정도는 절약할 수가 있다. 거기에다 매일 차비를 준다니 버는 돈이 전부 은행에 차곡차곡 모이는 소리가 들렸다.

    “자, 그럼 먼저 탈의실로 가서 개인사물함을 배정해드리겠습니다.”

    장갑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소울도 즉시 따라서 일어났다.

    사무실을 나가 왼쪽으로 돌자 남자 탈의실이 나왔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커다랗고 튼튼해 보이는 개인사물함이 수도 없이 많이 늘어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만 봐도 이곳의 규모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 훈련복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것을 입으시면 됩니다.”

    “네.”

    신축성이 뛰어난 하얀색의 반바지와 반팔티셔츠 그리고 운동화와 양말 한 세트를 받은 소울은 자신의 개인사물함에 쇠뇌 가방과 배낭을 밀어 넣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거 너무 노골적으로 몸을 드러내는 옷 아니야?’

    막상 옷을 갈아입고 보니 자신의 그리 자랑할 것 없는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조금은 불편했다.

    장갑산같이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사내라면 이런 옷을 입어도 멋있을 것 같은데, 키도 작고 몸매도 별로인 자신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옷이 어울릴 리가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다 돈을 받고 하는 짓이라 이런 정도는 필히 감수해야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탈의실을 나온 소울의 몸을 날카로운 눈동자로 훑어본 장갑산은 소울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능력자에게는 일반인이 가지지 못하는 뛰어난 회복력이 있습니다. 그러니 몸매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3개월 뒤에 여기를 나갈 때쯤 되면 멋진 근육과 초콜릿 복근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정말 그럴까요?”

    “물론이지요. 제가 원래 UDT/SEAL 조교 출신입니다.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세요. 깨지고 부서져도 다 고쳐줄 힐러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네? UDT/SEAL 조교 출신이시라고요?”

    “그렇습니다.”

    “정말 힐러까지 준비되어 있습니까?”

    “하하하! 그럼 제가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도대체 무슨 연구 길래 UDT/SEAL 조교와 힐러까지 준비가 됐을까? 생각해보던 소울은 어쩐지 자신이 보이지 않는 거미줄에 걸린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잘 맞는다.

    “오늘부터 일을 시작해도 되겠죠?”

    “네, 그렇습니다.”

    “사냥법 연구와 훈련효율성 연구를 위해서는 대상자의 신체에 대한 사전조사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기에 앞서 일단 신체검사와 몇 가지 테스트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장갑산은 소울을 데리고 같은 층 오른쪽 끝에 있는 검사실로 들어갔다.

    겉으로 볼 때는 작은 방인 줄 알았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온갖 첨단 장비가 가득한 곳이었다.

    소울은 갑자기 동공이 시원해지고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엄청난 미인이 하얀 가운을 입고 오롯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유 박사님?”

    “네, 장갑산 팀장님. 이분은 우리 연구에 지원하신 능력자시군요?”

    “그렇습니다.”

    소울은 강남 세븐 병원의 3대 미녀 간호사를 단번에 그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늘씬한 젊은 미녀가 박사라는 말에 놀랐다.

    “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이소울입니다.”

    “아! 그 두 개의 연구에 동시에 지원했다는 능력자시군요.”

    “저를 아십니까?”

    “호호호, 알죠. 앞으로 제가 진행할 연구에 핵심이 되실 분인데. 만나서 반가워요. 유정아 에요.”

    “네? 네! 저도 반갑습니다.”

    소울은 놀랐다. 그녀의 말에 놀라고 그녀가 웃는 목소리의 청아함에 놀라고 그녀의 웃는 얼굴의 아름다움에 놀랐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가슴이 진탕되고 머리가 어질어질 해질 정도였다. 굳이 일어나지 않아도 될 놈까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 이 여자의 정체가 뭐야? 요물이야? 정말 박사 맞는 거야? 아니 이 정도 미모를 가지고 있으면 연예계로 갈 것이지. 왜 이런데 와 있는 거야?’

    소울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시선을 그녀의 얼굴에서 떼지 못했다. 그녀도 소울을 마주보다가 시선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지극히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이라는 것은 검사를 해보지 않아도 확인이 됐네요.”

    “…….”

    소울은 그녀의 시선이 지금 어디에 가있는지 눈치를 채고 엉덩이를 뒤로 빼려다가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엉덩이를 뒤로 빼면 더 쪽팔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기랄, 이런 거지같은 훈련복은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소울은 몰랐다. 이 훈련복은 유정아 박사가 강력하게 추천해서 만든 옷이라는 것을…….

    “대한민국 남성 평균 키가 174cm 인데 이소울 능력자는 169cm 밖에 안 되네요. 평균 표본으로 삼기에는 좀 문제가 있네요.”

    “저 169cm 아닌데요. 169.5cm 에요.”

    “네? 아! 네. 그러시겠죠.”

    유정아는 소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는 듯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그럼 일단 기초적인 신체검사부터 시작하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한 것은 소울이나 장갑산이 아니었다. 유정아의 뒤쪽에서 컴퓨터의 모니터를 들여 보고 있던 두 명의 여자들이었다.

    유정아의 조수로 보이는 그녀들도 역시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들도 보통 미녀가 아니었다. 물론 유정아의 미모에 많이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길거리에서 봤다면 반드시 한번쯤은 뒤돌아서서 쳐다보았을 정도의 미녀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전 오지혜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성연아에요. 이쪽으로 오세요.”

    오지혜와 성연아는 장갑산으로부터 소울을 넘겨받아 곧바로 신체검사를 시작했다.

    “키 169.5cm”

    “몸무게 65kg.”

    “대한민국 남성 평균 키와 몸무게가 얼마지?”

    “174cm에 66.6kg입니다.”

    “키 169.5cm면 표준 몸무게가 얼마나 돼야 하는 거야?”

    “62.5kg입니다.”

    “그럼 일단 2.5kg이 넘는 거잖아?”

    “며칠 굶기면 2.5kg은 금방이에요.”

    “그럴까?”

    소울은 그녀들의 말에 절로 소름이 돋았다.

    ‘이거 뭔가 단단히 잘못됐네? 나 지금 모르모트인거야?’

    그가 소름이 돋거나 말거나 오지혜와 성연아는 그의 팔에서 피를 뽑고 소변을 받아 검사기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시력을 테스트 하러 데리러 한쪽 벽으로 갔다.

    보기만 해도 부담스럽게 생긴 커다란 기기에서는 빠르게 데이터가 출력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력은 어때?”

    “시력은 좋은 편이네요. 양쪽이 모두 1.2에요.”

    “근력, 지구력, 순발력 등 모조리 측정해와.”

    “네.”

    소울은 오지혜와 성연아의 팔에 이끌려 따로 만들어진 제 2 검사실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뭔가를 측정하는 온갖 도구가 가득했는데 오지혜가 손잡이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그의 양 손에 쥐어줬다.

    “이걸로 팔의 근력을 측정할 거예요. 당기라고 하실 때 당기시면 되요.”

    “네.”

    소울은 정신이 없었다. 별거 아닐 것 같은 그들의 말대로 다 해주다 보니 점점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겨라! 밀어라! 들어라! 걸어라! 뛰어라! 돌아라! 윗몸을 일으켜라…….

    수도 없는 그녀들의 요구에 그는 거의 탈진이 될 때까지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수고하셨어요. 샤워실로 가셔서 샤워하시고 거기에서 새 훈련복으로 갈아입으신 후에 점심 식사 마치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돌아오셔야 해요.”

    “네? 아직 끝난 것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아!”

    소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역시 남의 돈 먹기가 그렇게 쉬울 리가 없지.’

    오지혜와 성연아의 예쁜 얼굴이 지금은 요사스런 불여우의 모습으로 그의 눈동자에 투영되고 있었다.

    터벅터벅…….

    소울은 패잔병 같은 모습으로 샤워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새 훈련복을 받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승강기를 타고 2층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와! 뷔페다.”

    소울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뷔페식당은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온갖 종류의 음식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피를 뽑히고 각종 테스트와 신체검사를 진행하느라 힘이 빠진 그는 드디어 빼앗긴 에너지를 보충할 판타스틱한 장소를 발견했다.

    그것도 무려 공짜 뷔페였다.

    “소울 씨, 이쪽으로 오세요.”

    “아, 장 팀장님.”

    그가 무슨 팀장인지 모르지만 유정아 박사가 팀장이라고 했으니 아마 팀장일 것이다.

    소울은 반갑게 장갑산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접시를 들고 음식을 사냥(?)했다.

    아직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전이라 다행히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는 욕심껏 두 개의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 가지고 장갑산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와서 맞은편에 앉았다.

    “많이 배고프셨나 봐요.”

    “그게 아니라 여우들에게 피도 뽑히고 많이 시달려서 그래요.”

    “여우들이요? 아아! 푸하하하! 그거 정말 말 되네요.”

    장갑산은 뭐가 그렇게 웃긴지 한참동안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아마 오지혜와 성연아 그리고 유정아를 여우라고 빗댄 것이 그의 웃음코드를 자극했나보다.

    그러나 소울은 이미 그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마냥 열심히 음식을 먹고, 아니 입에 쑤셔 넣고 있었다.

    ‘오오, 정말 맛있네. 제길, 이런 음식은 음미를 하면서 천천히 먹어야 하는데 점심식사 시간이 끝나자마자 오라고 했으니 1시까지는 가야겠지?’

    소울은 얼른 밥 먹고 한 숨 자고 싶었다.

    온몸의 근육이 아우성을 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짧게라도 낮잠을 자면 몸이 괜찮아 질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빨리 드세요.”

    “빨리 먹고 한 숨 자려고요.”

    “식사 후에 바로 자는 것은 몸에 좋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온 몸이 아파 죽겠는데.”

    “하하하, 천천히 식사하고 저랑 같이 올라가요. 아마 점심식사를 끝내고 올라가면 연구를 지원해줄 힐러가 도착해있을 거예요.”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연참 하나 더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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