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3 제 11 장 - 기초공사 =========================================================================
두 사람은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저는 김치찌개 먹을 건데? 뭐 드실 거예요?”
“저는 된장찌개 먹을게요. 따로 시켜서 덜어 먹으면 한 번에 두 가지 찌개를 맛볼 수 있잖아요?”
“맞아요. 좋은 생각이에요.”
소울은 그녀의 말에 좋은 아이디어라고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여주었다.
주문을 하고 잠시 앉아 있는 사이에 말이 없어진 그들은 멀뚱멀뚱 창밖을 내다보며 동상이몽(同床異夢), 즉 같은 상에서 서로 다른 생각(꿈)에 잠겨들었다.
소울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능력을 키워서 보다 상위 등급의 몬스터를 사냥할까?
박은영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소울과 좀 더 친해질까? 아니 자신을 조금 더 어필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둘은 언제 자신들이 그런 생각을 했느냐는 듯 열심히 두 개의 찌개를 덜어서 나눠먹었다.
두부와 김치를 듬뿍 퍼서 밥에 비벼 먹고, 된장찌개를 국자로 담아 역시 밥과 함께 먹는 맛은 가히 꿀맛이었다.
“맛있네요.”
“배부르네요.”
두 사람은 자신의 배를 살살 만지면서 포만감에 젖어 행복해했다.
“커피라도 한잔 하러갈까요?”
“좋아요.”
박은영은 소울의 말에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으로 주변의 커피전문점을 검색했다.
스타벌레 커피전문점에 들어온 소울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커피 값에 괜히 커피 마시러 오자고 했다고 생각했다. 커피 값이 비싸다는 말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자 남들이 하는 얘기를 듣는 것보다는 훨씬 더 충격의 강도가 심했다.
밥값 보다 비싼 커피를 한 손에 각각 들고 테이블에 마주 앉은 소울과 박은영은 또다시 서로 다른 생각에 빠져들었다.
‘더럽게 비싸네. 내가 다시는 커피 마시러 오자고 하나봐라. 가만, 그런데 이제 나도 이정도 커피 한 잔 쯤은 사마실 수 있는 거 아닌가? 은행에 1300만 원이나 있는 놈이 너무 쫀쫀한 것 아냐?’
소울은 상황에 맞춰서 자신도 변화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어머! 내가 남자와 커피를 마시러 이런 데를 다 오다니……. 이건 정말 내 평생에 유일한 사건이야? 다음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자고 해볼까? 둘이서 스테이크를 썰고 포도주를 마시면 멋진 그림이 나올텐데…….’
박은영도 커피를 홀짝이며 행복한 상상을 빠져들었다.
그러나 각자 자신의 생각에 빠져 있는 시간이 10분을 넘기자 둘은 뻘쭘하게 앉아서 서로 말도 안하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부담이 됐다.
박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러자 소울도 스마트폰을 열어 까톡을 확인하고 뉴스를 살펴봤다. 박은영은 살짝 소울의 눈치를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어봤다.
“참, 소울 씨, 동영상 올린 것 확인했어요?”
“안했는데요?”
“그래요? 그럼 제가 확인해볼게요.”
“네.”
소울은 막상 박은영이 유튜비에 올린 동영상을 언급하자 자신도 모르게 수익에 관해 궁금해졌다.
‘너입어’의 지식인 검색창에다 ‘유튜비로 돈벌기’를 적어 넣고 검색해봤다.
참 할일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그림까지 집어넣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놓았다. 물론 덕분에 소울은 한번 쭉 읽어보고 대충 어떻게 돈을 버는 지 알 수 있었다.
지난번에 박은영이 말해줬을 때는 이해가 잘 안 갔지만 확실히 그림을 섞어서 설명한 것을 읽어보니 절로 이해가 됐다.
‘페이지뷰 1000회 당 페이지 RPM 이 $3.09(3,600원)이다. 세금이나 은행수수료를 생각해서 대충 1페이지뷰를 3원으로 잡으면 되겠지. 그럼 1만 페이지뷰면 3만원, 10만 페이지뷰면 30만원이나 되네? 이거 괜찮은 동영상만 잘 올려도 수입이 쏠쏠하겠는데…….’
소울은 세상에 참 별스럽게도 돈을 버는 방법이 다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번 업로드 해놓으면 알아서 돈을 벌게 해주는 이런 새로운 방식의 수익창출에 대해 나름 신선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소울 씨, 이거 좀 보세요. 조회수가 30만이 넘어갔어요.”
“네에? 정말이에요?”
소울은 얼른 박은영이 보여주는 그녀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그의 눈에 30만이 넘는 조회수가 보였다. 아니 소울의 눈에는 90만원이라고 적혀 있는 것만 같았다.
유튜비 조회수가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들의 애드센스에서 집계되는 페이지뷰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튜비 조회수가 올라가면 당연히 페이지뷰의 숫자도 올라가는 것이라 소울은 적지 않게 놀랐다.
“이건 대박이 될 것이 분명해요.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앞으로 얼마나 올라갈지 몰라요.”
“정말 그럴까요?”
“물론이죠. 조회수 24억이 넘는 부동의 유튜비 1위인 한국 가수 쌰이의 뮤직비디오 ‘강물 스타일’도 하루 만에 이 정도는 못 올렸을 거예요.”
“아!”
소울은 박은영의 말에 머릿속의 숫자가 무럭무럭 자라났다.
‘하루에 30만을 찍었다면 한 달이면 1000만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럼 천만 원이라는 말 아냐? 이거 장난 아니네?’
지금 자신의 은행에 잔고로 있는 1300만원이 문제가 아니었다. 많이 늘지 않아도 좋으니까 이대로 쭉 조회수가 유지되기만 해도 당분간 매달 돈 천만 원이 자신의 은행 구좌에 꼬박꼬박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소울은 심장이 쿵쾅거리며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성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정신 차리자. 내 손에 들어와야 내 돈이야. 벌써부터 흥분할 필요 없어. 한 달 뒤에 정말 돈이 들어오면 그때 기뻐해도 늦지 않아. 차라리 이 기회에 교통사고 보상금이나 빨리 합의해야겠다.’
어차피 자신은 능력자가 되었으니 더 이상 병원에 입원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냥 빠르게 보상금을 합의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은영 씨, 당장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니니 일단 유튜비에 올린 동영상은 그냥 신경 쓰지 않고 있기로 해요.”
“그, 그러실래요?”
박은영은 소울도 자신처럼 크게 흥분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어느새 그의 신색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보다 제가 이번에 능력자가 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교통사고 보상금 문제를 질질 끌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데, 혹시 이런 일을 잘 처리해주실 분 없으세요?”
“있어요.”
박은영은 소울의 말에 이것이 그와 자신을 연결할 또 다른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보다 큰 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주변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젊은 남녀들이 일제히 박은영을 쳐다봤다.
“헉, 죄송해요. 제가 너무 크게 말했네요.”
“아니에요. 살다보면 뭐 그럴 수도 있죠.”
소울은 그녀의 목소리가 좀 커서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한 푼의 도움도 안 되는 주변사람들의 시선 따위가 아니라 자신의 은행계좌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꽂아 줄 수 있는 박은영의 조언이었다.
“일단 교통사고 보상금 합의 문제는 법률을 제대로 알고 있는 전문가의 손에 맡기는 것이 좋겠어요. 제가 변호사나 손해사정사를 알아볼게요.”
“가능하겠어요?”
“호호호, 물론이죠. 병원에서 일하다보니 저도 기본적인 것들은 대충 알고 있어요.”
“은영 씨가 그런 것도 알아요? 그거 복잡하지 않나?”
소울은 박은영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생각할 때 법이란 일반인에게 너무나도 어렵고 먼 곳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소울 씨가 가해자의 보험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항목은 소극적 손해인 휴업손해, 일실이익과 적극적 손해인 치료비 그리고 플러스 위자료에요. 소송을 생각하시면 변호사에게, 소송 전(前) 합의를 생각하시면 손해사정사를 구하시면 되요.”
“우와! 대단하네요.”
소울의 칭찬에 고무된 박은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지급기준의 경우라면 위자료, 휴업손해 등인데 괜히 백수라고 하지 마시고, 그냥 공사현장 같은데서 일용직으로라도 일 한다고 하시는 게 낫습니다. 그래야 휴업손해라도 인정을 받으실 수 있으니까요.”
“저 백수 아닌데요. 편의점에서 알바 했어요.”
“아! 죄송해요.”
“끄응.”
박은영은 소울의 표정이 굳어지자 괜한 소리를 했다며 속으로 자책했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라서 그냥 고개만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휴우! 어쨌든 은영 씨가 잘 아신다니 부탁드릴게요.”
“네, 잘 생각하셨어요. 저 완전 잘 할 수 있어요. 믿고 맡겨줘서 고마워요.”
“하하하, 아니 제가 고마워해야지요. 잘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섭섭지 않게 사례할게요.”
“사례라뇨? 그냥 밥이나 한 끼 사 주세요. 대신 맛있는 걸로요.”
“네, 두 끼라도 사드리겠습니다.”
박은영는 소울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살찐 암퇘지 같이 생겼어도 그녀가 웃자 조금은 귀엽게 보였다.
소울은 좋은 여자 사람 친구 하나를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박은영도 소울과 조금은 더 가까워 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의욕이 불끈 치솟았다.
또다시 동상이몽이었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이날 저녁은 이렇게 서로 즐거운 기분을 가지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소울의 발걸음도 가벼웠고, 떠나가는 박은영의 발걸음도 가볍……지 않고 여전히 무거웠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조금은 더 가벼워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 *
옥탑 방으로 돌아온 소울은 찬물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소울넷에 접속했다. 금세 잠이 들었다.
이제는 소울넷에 접속하려는 의지만으로도 바로 잠이 들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소울넷의 영혼체험 인터페이스를 열고 검색창에 ‘오키드 행성의 탄탈라스’라는 이름을 넣고 검색했다. 곧바로 그의 이름이 떠오르고, 그가 하급 영혼체험까지 허용해놓은 상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울은 라펠을 통해 알게 된 이 소환사의 인생을 우선 최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살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탄탈라스는 우주의 위대한 소환사라는 별칭에 어울리는 정말 대단한 소환사였다.
라펠과는 반대로, 태어날 때부터 입에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케이스였는데, 오키드 행성의 메인 대륙에 있는 알라모아나 왕국의 유력한 귀족 가문의 오대독자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3살 때부터 신동이라 불리며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엘리트 코스를 무리 없이 순항했다.
특히 그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엄청난 정령력과 소환력을 바탕으로 어린 나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유감없이 꽃피웠다.
성인식을 하기 전에 이미 상급 정령과 상급 소환수를 소환한 그는 20세를 넘기기 전에 이미 알라모아나 왕국 최강의 소환사로 혁혁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때부터 그는 메인 대륙뿐만 아니라 오키드 행성 전체에서 자신보다 강하거나 유명하다는 정령사와 소환사를 찾아다니면 비무와 토론을 즐겼다.
하지만 이미 오키드 행성에서는 그에 필적할만한 적수가 없었다.
수천 년을 내려오며 발전시킨 알라모아나 왕국의 비전 소환술은 이론과 실제가 거의 완벽한 단계에 와 있었던 것이다.
이에 크게 실망한 탄탈라스는 가문에서 선택한 아름다운 귀족 영애와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몄다. 그리고 알라모아나 왕국의 내정에 관여하여 왕국의 소환사들을 대륙 최강, 아니 오키드 행성 최강의 소환사 군단으로 바꾸어 놓았다.
당연히 이에 힘입은 알라모아나 왕국은 주변의 강대국을 일소하고 알라모아나 제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탄탈라스는 인생이 즐겁지 않았다. 결국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은거를 결심했다. 그때, 어떻게 알았는지 알라모아나 제국의 황실에서 그에게 소울넷에 접속할 수 있는 비법을 선물하게 됐다.
그 덕분에 탄탈라스는 매일 소울넷에 접속하여 우주에 퍼져있는 수많은 소환사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을 엿보고 체험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됐다.
그렇게 수십 년을 소울넷을 통해 영혼체험을 하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탄탈라스는 우주의 위대한 소환사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던 것이다.
소울은 탄탈라스의 인생을 체험하고 나서 확실히 느낀 점이 있었다.
아무리 일반인이 따라가려고 해도 노력하는 천재, 즐기는 천재를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탄탈라스는 천재였다. 그리고 진정 노력하는 천재였다. 나중에는 즐기는 천재가 됐다.
라펠이 왜 탄탈라스를 우주의 위대한 소환사라며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시간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