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0 제 10 장 - 능력 확인 =========================================================================
세이지는 아직까지 그가 원해서 안 되는 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소울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들을 정말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소울이 무능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고블린을 잡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힘이 세어져야 고블린을 잡지 않겠습니까?”
“흐음, 힘이 세지는 방법을 찾아야겠군. 그럼 힘이 세지면 다 되는 건가?”
“아무리 허접해도 일단 저도 능력자가 맞긴 맞으니 능력자 테스트를 받아 등록증을 챙겨야죠. 그리고 돈을 벌면서 신체단련을 하겠습니다. 그러다가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마나집적진에 들어가는 재료를 구해보도록 하죠.”
“좋아. 그럼 나는 자네에게 힘이 세지는 방법을 찾아 알려주도록 하지.”
“네에? 그게 정말 가능합니까?”
“부여마법, 문신강체술, 부적, 에뮬릿 등 자네에게 힘을 더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네. 아마 한두 가지 방법은 자네도 사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아직 일러. 자네는 이제 막 달걀을 깨고 나온 햇병아리에 불과해. 그리고 자네의 능력을 내가 오판했어. 자네에게 맞는 방법을 찾은 후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차원의 균열에 가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면 저에게 보상으로 무엇을 주실 겁니까?”
“능력자의 등급을 올려줄 선물을 주도록 하지.”
“능력자의 등급을 올려줘요?”
소울은 이게 또 뭔 소리인가 싶었다.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당장 자신에게 주는 것이 더 좋을 텐데 왜 그걸 미리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소울의 입장일 뿐이었다. 세이지는 절대 손해 볼 짓을 할 만만한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는 냉정한 말투로 딱 끊어서 말했다.
“그런 게 있네. 지금은 보상을 논할 단계가 아니네. 일단 서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가 나중에 다시 만나서 얘기를 하도록 하세.”
“네, 알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자네가 빨리 돈을 벌기를 기원하지.”
“그거야 말로 제가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겁니다.”
세이지와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수호는 세이지와의 대화를 통해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
그는 잠시 그와의 대화를 반추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 라펠을 찾아보자.”
그는 검색창을 띄워 루크푸르트 행성의 소환사 라펠을 찾아봤다.
다행히 아직 죽지는 않았는지 영혼체험이 가능하다고 나왔다.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를 띄웠다.
그리고는 최하급 영혼체험을 선택하고 영혼체험을 시작했다
우주를 가로지르는 체험을 다시 한 번 경험하고 난 그는 라펠의 인생을 영혼체험을 통해 살펴보기 시작했다.
* * * * *
눈물이 났다.
사나이는 평생 3번만 눈물을 흘린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불쌍했다.
한 인간의 인생이 어쩜 이리 기구하고 힘든지 영혼체험을 하는 내내 복장이 다 터질 것만 같았다.
루크푸르트 행성의 소환사 라펠의 인생은 나름 가난하고 힘들고 어렵다고 투덜거리던 자신의 인생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고 가혹했다.
소울은 그래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천재성이 있는 쌍둥이 동생도 있어 외롭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다만 지긋지긋한 가난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출세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서 그렇지 그동안 살아온 삶 자체가 불행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라펠은 부모가 노예이다 보니 태생이 노예였다.
노예에서 시작한 삶이란 것이 개, 돼지 보다 못한 삶이라는 것은 능히 짐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노예로 길들여지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라펠의 노력은 정말 처절하다 못해 살벌했다.
몇 번이나 노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주인을 구했건만 못된 주인은 라펠과 그의 부모를 절대 노예에서 풀어주지 않았다.
만약 라펠이 떠돌이 소환사인 그의 스승인 라파엘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그는 영원히 그렇게 살다가 죽었을 것이다.
떠돌이 소환사인 라파엘에게 팔린 라펠은 자신도 소환사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라파엘에게 전해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정령력이나 소환력이 없어서 소환사가 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라펠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비록 소환사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소환사 라파엘을 통해 소환술에 대한 모든 지식을 습득한 그는 라파엘의 소환사 등급을 두어 단계나 끌어 올릴 정도로 천재적인 소환이론 정립과 응용지식을 발휘했다.
물론 이론만 가지고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스승이자 자신의 주인인 라파엘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어코 라파엘을 상급 소환사의 반열에 올리고야 말았다.
이때부터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라파엘은 라펠의 도움을 잊지 않고 그의 부모를 사왔다. 그리고 라펠과 그의 부모를 모두 노예에서 해방시켜줬다.
또한 라펠 가족이 살 수 있는 작은 집과 일자리를 마련해줬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소환사가 아닌 라펠에게 라파엘이 줄 수 있는 혜택은 그 정도가 최선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얼마든지 많은 재물을 줄 수 있는 라파엘이었지만 그에게 제자는 라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소환사도 아닌 라펠을 감싸고도는 라파엘의 행동으로 인해 그동안 그의 제자들로부터 라펠이 받은 수모와 멸시, 천대는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었다.
라펠은 어떻게 하던지 소환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정령이나 소환수가 아닌 반 정령과 반 소환수 그리고 반 물질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오랜 세월동안 자신이 세운 가설과 이론을 이용해 소환사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론적으로 라펠은 끝끝내 소환사가 되지 못했다. 반 정령은 정령이 아니었고 반 소환수도 소환수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지금도 쉬지 않고 매일 새로운 소환이론을 개발해나가고 있었다.
비록 어린 소환사들을 가르치고 육성하는 소환사 학교의 경비책임자를 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가 세운 소환이론은 소환사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정식과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었다.
또한, 수많은 소환사들이 그의 소환이론을 통해 지금도 보다 쉽게 소환진을 만들고 소환을 하고 소환술을 펼치고 있었다.
소울은 라펠에게 인간적으로 진한 동지의식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참 대단한 사람이야. 비록 내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라펠로 인해 새로운 단서는 찾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소울은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갔다. 그리고 메모지에 한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라펠이 존경하는 위대한 소환사 탄탈라스>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차가운 물이 알알이 쏟아져 나와 자신의 온몸을 때리자 정신이 번쩍 들고 온몸의 신경이 팽팽히 당겨지는 느낌이었다.
‘저녁 약속만 아니라면 당장 탄탈라스를 찾아 영혼체험을 하는 건데…….’
시간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시계는 어느새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급히 화장실을 나와 커다란 수건으로 아랫도리를 가린 채 밖으로 나갔다.
빨랫줄에 널어놓은 자신의 옷을 만져보자 벌써 뜨거운 태양에 바짝 말라 있었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옷가지를 방안으로 가져간 그는 잽싸게 옷을 챙겨 입고 옥탑 방을 나왔다.
1층까지 계단을 걸어서 내려오자 박은영이 편의점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끈한 더위 속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부채질을 하는 박은영을 보자 그는 절로 미소가 돌았다.
“언제 왔어요?”
“아, 소울 씨!”
박은영은 무엇에 놀랐는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살짝 소울의 눈을 피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얼마 안됐어요.”
“그래요? 전화하지 그러셨어요?”
“아니에요. 대일병원까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니 택시타면 금방이에요.”
“택시요?”
“네, 여기서는 지하철이나 버스타고 가는 게 더 복잡해요. 깔끔하게 택시타고 가요 우리.”
“아! 네.”
소울은 차마 주머니에 만원 밖에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는 말하지 않았다.
박은영과 소울은 큰 길로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그녀가 운전기사의 오른쪽에 타자 소울은 뒤쪽으로 탔다.
“대일병원으로 후문으로 가주세요.”
“네에.”
운전기사는 대일병원을 잘 아는지 한마디만 하고 쌩하니 택시를 몰았다.
박은영의 말대로 정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대일병원이 보였다.
이 정도면 걸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택시에 내리자마자 푹푹 찌는 더위에 자신의 생각을 변경했다.
택시비는 다행히 박은영이 알아서 냈다.
정말 다행이었다.
‘하아, 이거 빨리 무슨 수를 내던지 해야지. 안되겠네.’
소울은 자신이 마초맨이어서가 아니라, 그래도 자신의 일을 보러 가는데 박은영에게 택시비를 내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박은영이 자신의 궁핍한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미리 택시비를 내는 것 같았는데 그게 또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지금은 이런 자존심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나중에 갚아주면 된다. 일단 능력자 테스트 받고 나서 생각하자.’
박은영은 택시에서 내리자 소울의 팔목을 잡아끌었다.
“그쪽이 아니에요. 이쪽으로 오세요.”
소울은 박은영이 가자는 데로 끌려갔다. 확실히 덩치가 있어서 그런지 힘도 셌다.
박은영은 주변을 살펴보더니 후문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복잡한 복도를 제집처럼 돌아다녔다.
그러자 그들의 눈앞에 간호사 대기실이 나타났다.
“여긴?”
“그냥 모른 척 하고 계세요.”
“네.”
박은영이 한쪽 눈을 깜빡이며 윙크를 했다.
소울은 작은 그녀의 눈으로도 저게 가능했구나 싶었다.
“어머, 은영아! 딱 시간 맞춰서 왔네?”
“응.”
그때, 그들의 앞에 간호사 한명이 나타났다.
눈이 시원해질 정도로 예쁜 간호사였다.
박은영의 친구로 보였는데 그녀에게 이런 예쁜 친구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보기와는 달리 사교성은 좀 있었나보네. 친구가 저렇게 미인이라…….’
강남 세븐 종합병원에서 얼짱 간호사 정윤이, 몸짱 간호사 고하라, 날씬이 간호사 채희라 이렇게 3대 미녀를 실컷 보고 대화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박은영의 친구를 보고 긴장하거나 떨리는 불상사는 없었다.
둘은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의 손을 잡고 이런저런 얘기를 속닥거렸는데 박은영이 저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는 처음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역시 친구란 좋은 것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은영이의 베프인 조은혜 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이소울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활약이 대단하셨다고요?”
“네에?”
소울은 조은혜의 말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박은영이 조은혜의 옆구리를 툭 쳤다.
“아이, 기집애! 부끄러워하기는…….”
“…….”
박은혜가 조은혜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조은혜는 박은영과 이소울을 차례로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얼굴을 했다. 이소울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특별히 뭐라고 따질 수도 없어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일단 이거 입고 따라오세요.”
“네.”
조은혜는 그에게 하얀 가운을 하나 건넸다.
하얀 가운을 걸치고 나자 이소울은 마치 의사 선생님 같아 보였다.
소울은 자신이 정말 의사였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하고 계세요? 빨리 따라오지 않고?”
“아! 네, 갑니다.”
박은영은 그들을 따라오지 않았다. 소울은 조은혜의 뒤에 바짝 붙어서 그녀를 따라갔다.
향기로운 여인의 체향이 풍겨왔다. 좋은 냄새라고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자 그는 곧 수백 명이 줄을 서 있는 공간을 보게 됐다.
“저 사람들이 전부 능력자 테스트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에요. 저들의 뒤쪽으로 수천 명은 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요. 개중에는 어제부터 와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요.”
“그렇군요.”
소울은 줄을 선 사람들을 살펴보자 하나 같이 젊고 건강한 성인남녀라는 것을 알게 됐다. 대학교 학령인구부터 능력자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하니 아마 이들은 대부분 대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살짝 우울해지려는 마음을 가다듬고 조은혜를 따라가자 능력자 테스터로 보이는, 수박만한 둥근 수정체가 붙어 있는 기계장치가 놓인 검사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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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 후져서 그런지 친구가 아파서 간 집에 인터넷이 안돼서 좀 늦게 올리게 됐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