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9화 (39/492)
  • 00039  제 10 장 - 능력 확인  =========================================================================

    “제 기억의 창고에 접속해보셨으니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시지요?”

    “알고 있네. 차원의 균열이 생겨서 타 차원과 연결이 되었더군. 그곳을 통해 자네들이 몬스터라고 부르는 생명체가 이동을 하고 있고…….”

    소울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 빌어먹은 노인네가 지구의 유명한 석학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차원의 균열에 대해 뭔가 제대로 알고 있는 듯 말했기 때문이다.

    “차원의 균열이 열리고 몬스터가 나타나면서 동시에 지구에 초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제가 혹시 그들과 같은 능력자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이제야 알겠군.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신다고요?”

    “물론이네.”

    소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이지의 입술만 쳐다봤다.

    세이지는 그런 소울을 쳐다보며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들었다.

    “능력자라는 것이 무엇인가? 초능력을 쓰는 게 능력자인가? 아닐세. 차원의 균열을 통해 이계의 기운을 받아 각성한 자들을 능력자로 불러야하지.”

    “아! 그게 그렇게 되는 거였군요.”

    세이지는 지구의 석학들이 들으면 기절할 듯 놀랄 차원의 균열에 대한 비밀을 술술 풀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자네는 능력자가 맞아.”

    “아!”

    소울은 두 손을 불끈 쥐며 감격해했다.

    “이런 자네는 내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해 오해를 하고 있군.”

    “네?”

    세이지는 흥분한 소울의 머리에 마치 찬물을 끼얹는 얘기를 했다.

    “마나, 오러, 차크라, 기(氣)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계의 기운이 메마른 지구에 들어오자 많은 지구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각성을 하고 있네.”

    “…….”

    소울은 침을 삼키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각성을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불덩이를 일으키고 바위를 쪼갤 수 있는 것은 아니네. 각자 자신의 특성을 잘 개발해야 제대로 된 능력을 쓸 수 있게 될 거야.”

    “그럼 저도 제 자신의 특성을 잘 개발한다면 그런 능력을 쓸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아니. 그건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야. 쉽게 말해서 그런 엉뚱한 생각은 아예 포기하게.”

    “아!”

    소울은 금세 침울 모드로 돌아섰다. 하지만 한번 터지기 시작한 세이지의 말은 봇물 터지듯 빠르게 터져 나왔다.

    “내가 각성을 한 지구인들의 유형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강화계와 구현계 같더군.”

    “그게 뭡니까?”

    “능력자들을 내가 나름대로 분류해본 것이네. 아마 곧 세계 능력자협회에서도 내가 분류한 방식으로 능력자들을 분류하지 않을까 생각되네.”

    “그럴까요?”

    “당연하지. 강화계는 주로 신체를 강화하여 주는 방식으로 각성된 신체강화계 능력자들이 많더군. 구현계도 주로 원소를 이용해 불과 물, 전기를 일으키는 식으로 각성을 한 원소구현계 능력자들이 대부분이었어.”

    “그럼 전 뭔가요? 전 어떤 종류의 능력자입니까?”

    “일단 내말을 조금 더 들어보게.”

    세이지는 소울의 관심사를 그대로 비켜가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했다.

    “능력자는 강화계와 구현계만 있는 것은 아니었어. 치유계, 보조계, 소환계 등 다양한 종류와 다양한 능력으로 각성을 하고 있더군. 하지만 몬스터를 잡아 마석과 몬스터 부산물을 노린다면 강화계와 구현계 그리고 치유계만 있으면 현재 지구에 나타난 몬스터의 99%는 해결이 가능할거야.”

    “그럼 보조계나 소환계 등은 미래가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마도 그렇겠지. 물론 보조계도 어떤 보조계냐에 따라 위상은 달라질 수 있네. 예를 들면 능력자들의 능력을 증폭시켜준다거나 하는 보조계 능력자라면 모르긴 해도 여기저기서 서로 모셔가려고 할거야.”

    “혹시 제가 보조계입니까?”

    “또한, 소환계도 어떤 정령이나 소환수를 소환하느냐에 따라서 대우가 많이 달라질 거야. 강력한 소환수나 상급 정령을 소환할 수만 있다면 강화계나 구현계는 물론이고 치유계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을 게 분명해.”

    “그럼 전 소환계인가요?”

    소울은 세이지가 그의 질문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도저히 물어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세이지는 꿋꿋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차원이 다르고 행성이 달라서 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상위 클래스의 능력자로 각성을 하는 자들은 대부분 친화력이 높다는 특성이 있네.”

    “친화력이요?”

    “그렇지. 오러 친화력이 높으면 가석을 할 때 보다 강력한 힘과 능력을 가진 상급 신체강화계 능력자로 각성할 수 있고, 마나 친화력이 높으면 각성을 할 때 그만큼 상위 클래스의 구현계 능력자가 될 가능성 높아지지. 정령 친화력이 높으면 당연히 보다 상급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소환계 능력자가 되는 거야.”

    “아! 그렇군요.”

    소울은 세이지가 절대 자신이 원하는 데로 말을 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을 했다. 그래서 더는 보채지 않고 가만히 그의 말을 들었다.

    그러자 오히려 세이지는 소울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자네는 비록 각성은 했지만 오러, 마나, 정령, 차크라, 기(氣) 같은 기운에 대한 친화력이 전혀 없네. 한마디로 어떻게 운 좋게 각성만 한 일반인이라고 할 수 있지.”

    “네에?”

    소울이 깜짝 놀라자 세이지는 오히려 재미있어했다. 아마도 소울을 놀리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이에요? 정말 제가 그 어떤 기운에 대해서도 친화력이 없나요?”

    “없어. 굳이 찾아보면 영력과 소환력에 쥐꼬리만 한 친화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하지만 그 수준이라는 것이 일반 사람이나 그리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문제지.”

    “아!”

    소울은 큰 충격을 받았다. 나름 능력자라는 것을 확신하고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예전처럼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쥐꼬리가 됐던 돼지꼬리가 됐던 일반인보다 조금은 더 있다는 영력과 소환력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혹시 제가 가지고 있는 영력과 소환력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은 없나요? 아니 소환이 가능은 한가요?”

    “자네가 많이 궁하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이 정도의 친화력으로 무엇인가를 소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네.”

    “거의 불가능하다면 작은 확률로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닙니까?”

    소울의 말에 세이지가 흠칫 놀랐다. 소울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혹시 방법이 있다면 꼭 좀 알려주세요.”

    “휴우! 할 수 없군. 라펠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환사가 있네. 아마 루크푸르트 행성이라는 곳의 소환사일거야. 그는 자네처럼 정령력과 소환력에 대한 친화력이 거의 없었지.”

    “아! 그런데 그가 소환에 성공했군요?”

    “아니야. 그는 정령이나 소환수를 결코 소환할 수 없었어. 대신 생명체와 영체의 중간적 존재인 반 정령과 반 소환수를 소환했다고 하네. 내가 아는 정보는 여기까지야.”

    “반 정령과 반 소환수요? 그런 것이 존재합니까?”

    “나도 몰라. 그냥 전해들은 풍문에 불과하지. 마지막으로 반 물체 또는 반 영체라고 불리는 것 중에 지금까지 제대로 된 놈이 없었다고 하더군. 아마 소환사가 자신의 전력(戰力)으로 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을까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지.”

    소울은 세이지의 말에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그는 루크푸르트 행성의 소환사 라펠의 이름을 잘 기억해뒀다.

    “그것보다 자네 차라리 내 일을 좀 도와주는 것은 어떤가?”

    “무슨 일 말씀이십니까?”

    세이지는 그에게 새로운 일을 제안했다.

    “차원의 균열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고 싶네.”

    “차원의 균열에 대한 조사요? 그걸 제가 지금 어떻게 합니까? 아시다시피 전 아무 능력도 없잖아요.”

    “잘 알고 있네. 하지만 아주 방법이 없는 것만은 아니지.”

    “네에?”

    소울은 세이지의 말에 혹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의 마음속에서는 무슨 수작을 하는 건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세이지는 자신의 고깔모자를 잠시 한번 벗었다가 새로 쓰더니 차근차근 그에게 설명을 했다.

    “차원의 균열은 우주의 신비 중 하나라네. 마침 내가 학회에 발표할 것도 있고 해서 이번에 이것을 주제로 삼아 연구를 해보기로 했네.”

    “그런데요?”

    “자네가 차원의 균열로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을 해주게. 물론 공짜는 아니야. 자네에게 고블린 정도는 얼마든지 피해 다닐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하지.”

    “네에?”

    소울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고블린을 물리칠 힘이 아니라 고블린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이란다.

    이건 정말 ‘아’ 다르고 ‘어’ 다른 얘기였다.

    그러난 소울은 일단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자네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일단 각성을 한 능력자야. 등급이야 최하급에 잠재력도 형편없고, 내가 자네의 기억창고에 접속해서 직접 확인한 바에 의하면 마나 친화력은 물론 오러, 차크라, 기(氣) 친화력이 전혀 없지.”

    “…….”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각성의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네. 그냥 지금의 신체를 극한으로 단련만 해도 최소한 건강한 성인 남자의 2배 이상의 힘을 가질 수 있지. 거기에다 내가 알려주는 초 간단 마나집적진을 만들어 수련을 한다면 배는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야.”

    “마나집적진이 뭡니까?”

    “전 우주에 퍼져 있는 초월적인 에너지이자 대자연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운인 마나를 끌어 모으는 마법진이네.”

    “마법진이요? 그럼 저하고는 상관이 없지 않습니까?”

    “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

    “전 마나 친화력이 없다면서요? 마나 친화력이 없으면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어떻게 마나집적진을 그릴 수 있단 말입니까?”

    “허허, 내가 자네의 기를 너무 죽여 놓았군. 꼭 그렇지만도 않네. 세상일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안 될 일도 되게 하는 수가 있지.”

    “네에? 그건 아까 하신 말씀과 전혀 다른 말이 아닙니까?”

    소울이 약간 원망조로 말을 하자 세이지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에게는 불가능하지만 초인의 반열에 오른 위대한 위저드 마스터인 나 세이지는 가능하다네.”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썩소를 짓고 있었다. 정말 하는 말이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었다.

    ‘혹시 이놈 미친 것 아니야?’

    하지만 소울의 생각은 곧 이어진 세이지의 말에 의해 산산이 거품처럼 부서져갔다.

    “은으로 만든 6개의 봉과 4가지의 보석, 그리고 은으로 만든 원판에 내가 말하는 데로 도형을 정확하게 그린다면 마나집적진이 만들어 질 걸세. 물론 그 효율은 1서클의 마법사가 만든 마나집적진보다 훨씬 못하지.”

    “정말이세요?”

    “정말이고말고. 원래는 순금으로 만들면 조금은 더 효율이 좋아지겠지만 보석을 구하기도 힘들 자네를 생각해서 은으로 바꾼 것이야.”

    “보석이라니요?”

    소울에게는 보석이란 말이 돈 그것도 아주 큰돈을 상징했다.

    “보석은 4가지가 꼭 있어야 하네. 지구에도 있는 보석이야.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이 네 가지가 있어야 하네.”

    “하하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그건 지구의 4대 보석이 아닙니까? 한 가지도 살 돈이 없는데 무려 네 가지를, 그것도 4대 보석을 제가 어떻게 구해요?”

    “혹시 다이아몬드 때문에 그런가? 그럼 내가 양보해서 자수정으로 구해도 되네. 하지만 효율이 반 이상 떨어질 거야.”

    “저 당장 오늘 저녁밥과 내일 아침밥 사먹으면 돈 다 떨어지는 놈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석을 구합니까? 설마 훔치라는 뜻은 아니겠죠?”

    “허허, 이거 자네의 능력이 내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는구먼.”

    “죄송합니다만 당장 마나집적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요.”

    세이지는 처음으로 표정이 굳었다.

    소울이 개털도 너무 개털이라서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네 고블린을 잡지 않았는가? 고블린의 사체를 팔면 돈이 될 텐데?”

    “그거야 소총으로 잡은 거죠. 제가 잡은 것이 아니잖습니까?”

    “소총을 사서 쓰면 되지 않은가?”

    “하아! 소총은 대한민국에서 군대가 아니면 만질 수 없는 무기입니다. 일반인은 구경하기 힘든 무기에요. 물론 대한민국에서는 팔지도 않고요.”

    “그럼 파는 곳으로 가서 사는 것은 어떻겠는가? 미국에서는 개나 소나 다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미국에서는 민간인에게도 무기를 팔긴 파는데 그것도 미국 시민이라야 가능합니다. 설사 무기를 산다고 해도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을뿐더러 걸리면 다 빼앗기고 몇 년간 교도소에서 살아야 합니다. 불법이거든요.”

    세이지는 자신의 관자노리를 살짝 누르며 말했다.

    “좀 까다롭군.”

    ============================ 작품 후기 ============================

    즐겁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