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3화 (33/492)
  • 00033  제 9 장 - 능력자  =========================================================================

    소울은 옥상으로 올라오는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지동원 상사가 자신의 파트너를 데리고 옥상 입구에 서서 아래층을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나이롱환자 6인방이 안보이네?’

    그러고 보니 최우석과 강현우 등 뺀질이 나이롱환자 6인방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치 그의 생각을 듣기라도 한 듯 계단 아래에서 그들이 허겁지겁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 고블린이 몰려온다.”

    “헉헉헉, 빨리 문 닫아.

    “잔말 말고 빨리 올라가기나 해.”

    “씨바! 총알 다 떨어졌다.”

    …….

    소울은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자 긴장했다. 보기와는 달리 이들은 살기위해 나름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온 것이다.

    “우석 아저씨, 저격병 2명과 강우 아저씨가 아래로 내려갔는데 같이 안 올라왔어요?”

    “허억 허억, 우리 바로 뒤에 있었어. 아마 곧 올라올 거야. 이거 받아라.”

    최우석은 소울을 보자 자신이 들고 있던 빈 소총을 던져 버리고는 잽싸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이쿠! 아저씨, 이걸 저한테 주면 어떻게 해요?”

    “나도 몰라. 이제 네가 알아서 해.”

    최우석은 그렇게 소리치고 병원 옥상에 착륙을 하고 있는 소방헬기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나머지 5명도 모두 옥상 입구에 빈 소총과 완강기 줄을 감아 놓은 것을 던져 버리고 그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지동운은 그들을 쳐다보며 벙 찐 표정을 했다.

    “아니 뭐 저런 사람들이 다 있지?”

    “지동운 상사님, 탄창 좀 있으세요?”

    “얼마 없는데…….”

    “그럼 둘이서 고블린떼가 올라오면 상대할 수 있겠어요?”

    “아!”

    지동운은 소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듣고는 전투배낭에서 탄약을 꺼내줬다.

    소울은 덕분에 K2소총의 빈 탄창을 채울 수 있었다. 2개쯤 탄창을 채웠을 때 아래쪽에서 격렬한 총소리가 들려왔다.

    “내려가자.”

    지동운은 즉시 파트너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소울은 그들을 따라서 내려가지 않고 계단 중간에서 대기했다.

    ‘위험하면 무조건 올라가서 옥상 문부터 잠근다.’

    그는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하지만 이미 그는 어느새 또 누군가를 대신하여 위험한 일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기랄! 왜 이렇게 자꾸 일이 꼬이지?”

    소울은 투덜대면서도 만약 자기가 이들을 돕지 않았다가 고블린들이 옥상으로 난입하는데 성공하면 결국 자신도 피를 보게 될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납득을 시키고 자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아래층에서 누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다다다닥 후다다다닥…….

    “소울아! 고블린들이 몰려온다.”

    제일 먼저 송강우가 빠르게 달려왔다. 그의 뒤로 지동운 상사를 비롯한 네 명의 저격병이 걸음아 나살려라 하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벽으로 붙어서 올라와요.”

    소울은 크게 소리를 쳤다. 그의 말을 들은 송강우와 저격병들은 달려오면서 모두 벽쪽으로 몸을 붙였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크에엑 캑 커억 크아악…….

    일렬로 달려오던 고블린들은 소울이 쏜 총에 맞아 차례로 바닥에 쓰러졌다.

    녹색의 피가 튀고 사지가 떨어져 나가는 끔찍한 광경에 소울은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것은 면역이 안 되나? 아니 얼마나 더 이런 장면을 봐야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거지?’

    순식간에 탄창이 하나 다 비워졌다. 소울은 침착하게 빈 탄창을 교환했다. 그리고 다시 점사로 끊어서 고블린들을 조준 사격했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송강우가 빠르게 옥상 위로 올라가자 이번에는 저격병들이 계단을 타고 빠르게 올라갔다.

    소울은 탄창이 모두 빌 때까지 침착하게 총을 쏘다가 탄창이 모두 비어 버리자 잽싸게 계단 위를 향해 달려갔다.

    “최루탄 투척!”

    휙 휘휙!

    펑 퍼펑!

    그가 옥상 위로 올라오자 어느새 준비를 했는지 지동우와 그의 파트너가 최루탄을 까서 계단 아래로 던지고 있었다.

    쾅!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며 지동운 상사가 문의 자물쇠를 거는 모습이 보였다.

    캉 캉캉 캉캉캉…….

    누군가 옥상 철문을 마구 치는 소리가 들렸다.

    두말 할 것도 없이 고블린들이었다.

    가만히 들어보면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최루탄이 소총보다 훨씬 낫네?’

    그는 처음으로 비(非) 살상무기가 살상무기보다 강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잠시 후, 옥상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독한 최루탄 냄새에 견디지 못하고 후퇴한 것이다.

    역시 세계 최강의 최루탄을 생산하는 나라의 최루탄다웠다.

    ‘이거 내가 뿌듯해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슬퍼해야 하나?’

    소울은 잠시 머릿속이 헷갈렸다.

    소방헬기가 환자들을 태우고 올라가자 곧 군용 수송헬기가 내려왔다.

    안에서 완전무장을 한 4명의 전투병이 내려 지동운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지동운은 똥 폼을 잡으며 그들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그러자 4명의 전투병은 옥상 철문이 안 열리도록 보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소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이롱환자 6인방이 가져온 완강기를 가지고 옥상 동쪽으로 이동했다. 그는 옥상 벽에 있는 고리에 완강기 후크를 잘 걸고 줄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줄은 전혀 모자라지 않았다. 다만 1층에서 비를 피하라고 만들어놓은 것인지 모를 투명한 강화 플라스틱 처마 위에 줄이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소방차들이 열심히 물을 뿌려 대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옆에는 장갑차 2대가 서서 간간히 기관포를 쏘고 있었다.

    강력한 물줄기가 북쪽의 창문을 뚫고 들어가 연기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는 잠시 불 끄는 작업을 구경하다가 몸을 돌려 자신이 들고 있는 소총의 빈 탄창을 갈았다. 그리고 나이롱환자 6인방이 던져 버린 전투조끼와 배낭을 찾아 뒤적거렸다.

    빈 탄창과 대검 한 자루 그리고 수류탄이 나왔다.

    “수류탄은 이리 주세요. 그거 아주 위험합니다.”

    “네에? 흐음, 그러지요.”

    소울은 자신을 감시라도 하는지 묘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는 지동운의 말에 수류탄 4개를 모두 넘겨 버렸다.

    “나중에 소총도 반납하셔야 합니다.”

    “알았어요. 그런 말은 우리 모두 후송 된 이후에 해도 되잖아요? 기껏 고블린들에게 쫓기는 것을 살려줬더니…….”

    소울은 굳이 끝말을 다 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오히려 말을 끝까지 다 하지 않는 것이 더 위력이 있었다.

    지동운은 아까 소울이 자신들을 위해 소총으로 고블린들을 쏴 죽인 것을 생각하고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크흠, 그럼 전 이만 바빠서…….”

    지동운은 휑하니 옥상 입구 쪽으로 가버렸다.

    소울은 그의 행동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대검 한 자루는 건졌네.”

    누가 갈았는지 모르지만 대검집 안에 든 대검을 뽑아들자 날카로운 칼날이 시린 빛을 번뜩였다. 그는 그 빛이 참 마음에 들었다.

    소울은 대검을 허리에 차고는 벌떡 일어났다.

    푸타타타타타타!

    수송헬기가 힘찬 로터소리를 내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래봤자 소방헬기와 수송헬기 합쳐서 15명 정도의 환자밖에는 실어 나르지 못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4명의 전투병을 내려놓았으니 11명 정보밖에 후송하지 못한 셈이었다.

    ‘어느 세월에 이 많은 환자들을 다 후송하지?’

    환자만 봐도 얼추 50명은 넘었다. 간호사 10명, 나이롱환자 6인방 6명, 방문객과 간병인 아주머니가 10명, 저격병 4명, 전투병 4명 그리고 자신을 합치니 85명이었다.

    불길은 점점 세차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옥상 북쪽에서는 검은 연기가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연기를 피해 내려오는 수송헬기도 신경이 쓰이는지 아까보다 훨씬 착륙하는 속도가 지연되었다.

    “아까 소방차가 와서 불을 끄는 것 같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소울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건물 아래쪽을 살펴봤다.

    소방차들이 뭔가에 놀라서 부리나케 이동하고 있었다. 원인이 뭔가 하고 살펴보니 종합병원 1동에서 고블린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숫자가 수백마리는 될 것 같았다.

    “뭐가 이렇게 많아?”

    그가 다 놀라기도 전에 장갑차에서 40mm 기관포와 7.62mm 기관총이 발사되었다.

    투투투투퉁 투투투투퉁……

    트르르륵 트르르륵 트르르륵……

    묵직한 기관포 소리와 기관총 소리가 묘하게 어우리지자 고블린 무리의 앞 열은 순식간에 녹색의 꽃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고블린이 몬스터라고 해도 최하급의 소형 몬스터였다.

    7.62mm 기관총이 불을 뿜어대자 고블린들은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머리통이 사라지고 몸에 숭숭 구멍이 뚫리며 바닥에 쓰러져갔다.

    거기에다 40mm 기관포까지 쏘아대자 고블린들의 몸은 맞으면 맞는 데로 산산조각이 되어 터져 나갔고 기관포의 포구와 일직선상에 있던 후열의 고블린들도 몇 마리나 대구경탄환에 맞아 즉사했는지 셀 수가 없었다.

    장갑차 2대와 고블린 수백마리의 전투는 장갑차가 압도적인 화력으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소방차들이 모두 철수를 하고야 말았다.

    그 바람에 불길을 잡을 시기를 놓치게 되어 당장 위험해진 것은 탈출하기 위해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는 환자와 간호사를 비롯한 2동 7, 8층 사람들이었다.

    수송헬기는 꾸준히 오르내렸다.

    처음에는 제법 먼 거리로 후송을 했지만 불길이 치솟아 오르자 이제는 바로 옆의 도곡 중학교로 환자를 옮기고 있었다.

    도곡 중학교는 이미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곳으로 내려가기만 하면 안전은 보장 받을 것 같았다.

    텅 텅텅 텅텅텅!

    그때였다.

    뭔가 요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지동운 상사님, 여기서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네에? 그건 환풍기인데…….”

    “아! 이 새끼들 지금 환풍기로 올라오려고 하는가 봐요.”

    “다들 환풍기 확인해봐!”

    지동운은 전투병은 물론이고 저격병들까지 모조리 환풍기를 살피도록 했다.

    “여기서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이쪽도 올라와요.”

    “여기도 고블린이 보입니다.”

    소울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옥상에 있는 환풍기를 통해 고블린들이 모조리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수류탄 까서 던지자.”

    “네.”

    “안돼요. 그러다간 옥상 무너져 내려요.”

    “이런,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그럼 어떻게 하지?”

    지동운은 소울을 쳐다봤다.

    ‘아니 나보고 어쩌라고 쳐다보지?’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방법은 하나였다.

    “못 올라오게 막아버리는 수밖에는 없겠네요.”

    “그래. 바로 그거야. 못 올라오게 막아.”

    “네.”

    지동운은 마치 큰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소리쳤다.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환풍기의 입구를 막는 일이다. 즉 시설물을 파괴하던가, 찌그러뜨려서 위로 못 올라오게 최대한 시간을 버는 일인 것이다.

    쿠쾅 쿵쿵쿵 쾅쾅쾅!

    지동운 상사를 비롯한 저격병과 전투병 모두 소총의 개머리판을 이용해 환풍기의 통로를 찌그러뜨리거나 막기 시작했다.

    어떤 곳은 환풍기를 안으로 밀어 넣어 버리고, 또 어떤 곳은 아예 통로 자체를 붕괴시켜버렸다.

    소울도 열심히 그들을 도왔다.

    한참 환풍기 통로를 후려갈기며 일하자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려 내렸다. 허리를 피고 고개를 들었다.

    이마에 땀을 닦자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송강우와 나이롱환자 6인방이었다.

    “아이씨, 정말 그럴게 쳐다만 볼 거예요? 고블린 올라오면 우리만 죽어요? 아저씨들은 안 잡혀 먹힐 것 같아요?”

    소울이 소리치자 송강우와 나이롱환자 6인방이 마지못해 다가와 그들을 돕기 시작했다.

    탄창이 비어 있는 소총의 개머리판을 들고 여기저기서 환풍기 통로를 두들기자 곧 대부분의 환풍기 통로가 막혀 버렸다.

    “다 막았다.”

    캬르르르!

    강현우가 다 막았다고 소리를 지르자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그의 옆에 있는 환풍기 통로에서 고블린 한 마리가 튀어 나왔다.

    탕!

    저격병 하나가 즉시 권총을 꺼내 고블린의 대가리에 예쁜 구멍을 뚫어 주었다.

    고블린의 뇌수가 뒤쪽으로 퍽 하고 튀더니 그대로 쓰러져 내렸다.

    “아저씨, 환풍기 통로를 막으라고 했잖아요. 이렇게 통로를 활짝 열어놓으면 어떻게 해요?”

    “그, 그게…….”

    강현우는 지금 패닉 상태였다. 그제야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감을 잡은 것이다.

    “조심해!”

    소울은 누군가의 경고에 반사적으로 소총을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고블린의 머리가 터져 나가며 그대로 허물어졌다.

    손을 보니 도끼를 투척하려고 한 것 같았다.

    강현우는 자신의 바로 옆에서 또다시 튀어나온 고블린으로 인해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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