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9화 (29/492)

00029  제 8 장 - 탈출  =========================================================================

평민으로 시작하여 기사단장이 된 입지적인 인물로 평생을 기사가 되기 위해 수련에 매진한 인물이었다.

[로만 행성 바론을 영혼체험 대상자로 선정하시겠습니까?]

소울은 ‘네’ 버튼을 눌렀다.

[로만은 영혼체험 등급을 하급까지 일반 개방했습니다. 영혼체험을 시작합니다. 선택한 영혼체험의 단계는 최하급입니다. 즐거운 영혼체험 여행이 되십시오.]

파앗!

소울은 예의 또 그 우주를 가로지르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됐다.

콰하아아아아아아!

몇 번을 경험하는 거지만 매번 우주를 가로지르는 체험은 소울의 영혼에 큰 자극을 주는 것 같았다.

그는 홀린 듯이 시선을 우주에 빼앗긴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이미 바론의 기억의 창고에 접속해 있었다.

‘이번에도 바론의 전체적인 삶의 기억을 체험해보자.’

소울은 이번에는 고민하지 않았다.

세이지의 경우와는 달리 타이로스의 삶을 한번 체험해본 결과 바론의 삶의 전반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눈처럼 커다란 창문에 다가간 그는 바론의 삶 전체를 기본적인 뼈대만 대략적으로 체험해 보기로 하고 설정을 바꿨다.

화아악!

안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오더니 드디어 바론의 기억이 3D 영화처럼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바론은 로만 행성의 서부 대륙 중심부에 위치한 기사의 왕국 에퀴테스의 수도 테스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노예였던 아버지 베이스는 주인의 목숨을 구한 공으로 평민이 된 행운의 사나이로 처음에는 빈민가를 전전할 정도로 가난하고 생계를 이어가기도 급급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대장간에 잡부로 취업하면서 인생이 180도 바뀌기 시작한다. 우연히 대장간의 주인인 1급 대장장이 탄탄의 눈에 띈 그는 곧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게 되고 순식간에 3급 대장장이로 발돋움하게 됐다.

탄탄은 누구보다도 베이스의 대장장이로의 천재성을 인정하는 터라 그를 자신의 제자로 들이고 사랑하는 막내딸까지 주어 스승에서 장인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뛰어난 대장장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탄탄의 제자에서 사위가 된 베이스는 곧 탄탄의 딸이자 아내 티티에게 맏아들 바론을 얻고 행복한 신혼생활을 이어 나갔다.

마른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탄탄의 기술을 쭉쭉 빨아들이며 실력을 키워 나가던 베이스는 2급 대장장이가 되자, 그동안 마음속에 감춰두었던 희망사항을 장인 탄탄과 아내 티티에게 말했다.

그것은 바로 아들 바론을 평민의 삶이 아닌 귀족의 삶을 살게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었다.

탄탄과 티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그의 소망은 결국 바론이 7살이 되는 날, 그를 에퀴테스의 기사 보아스의 종자로 들이는 결단을 낳게 한다.

바론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사 보아스를 본 첫날, 이것이 앞으로 자신이 가야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고 종자로써의 삶을 성실히 이어나갔다.

일반 종자에서 수행 종자가 되는 동안 그는 기초체력을 기르며 힘을 쓰는 법, 즉 체술을 배웠다.

방패잡이로 몇 년을 구르는 동안 기초 검법을 배우고 온몸을 활성화시키는 기사의 체조도 익혔다.

수련 기사가 되기까지 그는 중급 검법을 배우고 각종 전술과 전략에 대한 공부도 했다.

그렇게 매일 수련과 공부로 시간을 보내자, 그는 어느덧 16살이 되어 성년식을 치르게 되었다.

성년이 지난 바론의 몸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차돌처럼 단단해지자 그에 비례하여 바론의 실력도 일취월장(日就月將)해졌다.

그런 변화는 곧 기사 보아스의 눈에 들어왔고 바론은 드디어 보아스의 상급 검법인 ‘허큘리스 검법’을 배울 수 있게 된다.

3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허큘리스 검법을 능숙하게 펼치게 되자 보아스는 그를 에퀘테스 왕국에서 매년 마다 개최하는 기사대전에 출전시켰다.

20세가 되던 날,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쟁자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기사대전의 준 기사 부문에서 우승했다.

우승자에게 부상으로 수여하는 국왕의 기사서임으로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기사가 된 바론은 말을 타고 금위환향한다.

정식기사의 복장을 입은 그의 모습을 본 할아버지 탄탄과 어머니 티티는 뛸 듯이 기뻐한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바론이 기사가 된 것을 기뻐한 사람은 노예에서 평민으로, 다시 2급 대장장이가 되어 자식의 뒷바라지를 꾸준히 한 아버지 베이스였다.

바론은 한동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와 같이 단란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만끽한다.

왕국의 기사가 된 바론은 보아스의 정식 제자로 인정을 받았다. 보아스의 추천으로 그는 에퀘테스 왕국의 기라성 같은 기사들만 모인다는 왕실기사단에 들어가는 영광도 얻게 됐다.

바론은 왕실기사단에 소속되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기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왕실기사단이라는 곳이 자신이 생각하는 꿈의 기사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평민 출신의 기사인 바론이 골수 귀족 출신 기사들로 꽉 찬 왕실기사단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보이지 않는 불이익과 왕따는 물론 온갖 차별과 구박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바론은 그들의 이런 핍박을 꿋꿋하게 견디며 더욱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물론 그도 사람인지라 매 순간 의지(意志) 견정(堅定)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가끔은 술에 취하기도 하고, 무도회의 파티녀들과 숱한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기사라는 사실과 기사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언젠가는 자신을 알아줄 날을 기대하고 소망하며 꾸준히 수련에 정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론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국경지대로 전출명령을 받는다. 전투기사단의 실태에 대해 감사와 보고를 하는 임무를 받은 그는 곧바로 이것이 자신을 싫어하는 왕실기사단의 귀족출신 기사들의 농간이라는 것을 눈치 챈다.

하지만 평민 기사인 바론은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국경으로 출발해야했다.

몇 년 동안 국경에 주둔한 에퀘테스 왕국 중앙군 소속 전투기사단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을 해오던 바론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적국과의 국지전에서 뛰어난 전공을 올린다.

국왕의 귀에까지 들어간 그의 활약으로 인해 중앙군 소속 제1 전투기사단의 부 기사단장으로 임명된 바론은 이제 왕실기사단과의 인연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고 시원섭섭한 감정을 가진다.

하지만 그런 감정도 잠시, 바론은 곧이어 발발한 에퀴테스 왕국과 마퀴아스 왕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삶과 죽음이 한 끗 차이로 왔다 갔다 하는 치열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그러나 아이러닉하게도 전쟁은 바론에게 큰 행운으로 다가왔다.

주머니 속을 툭 튀어나오는 송곳처럼 바론은 전장(戰場)에서 진정한 자신의 기사의 재능이 활짝 피어나는 것을 깨닫는다.

뛰어난 검법과 출중한 병법을 지닌 바론은 곧 창의적인 전략과 전술을 발휘하여 싸울 때마다 적을 격파하고 연전연승의 가도를 달린다.

전쟁의 승패를 갈리게 한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바론은 곧 국왕과 중앙군 지휘부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되고 곧이어 남작의 작위와 함께 제1 전투기사단의 기사단장에 임명된다.

단번에 기사에서 남작이 된 바론은 제1 전투기사단과 제2 전투기사단을 이끌고 적국인 마퀴아스 왕국으로 들어간다. 마퀴아스 왕국의 수많은 영지를 불태우고 현지의 영지군을 박살내고 다니는 그의 뛰어난 게릴라 작전으로 인해 결국 마퀴아스 왕국은 전쟁을 포기하고 정전협상을 시작한다.

지루한 정전협상을 하는 동안 바론은 마퀴아스의 영토를 한치라도 더 빼앗기 위해 광란의 질주를 시작하고 그의 활약 덕분에 에퀴테스 왕국은 끝내 막대한 배상금과 마퀴아스의 옥토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바론은 곧 수도로 소환되어 자작으로 봉해지고 중앙군 소속 전투기사단을 총괄하는 총기사단장으로 임명된다. 내심 왕실기사단으로 복귀를 기대했지만 그의 희망은 귀족들의 방해로 실패로 돌아간다.

전쟁의 영웅으로 유명해진 그는 뛰어난 전공에도 불구하고 수도에 남지 못하고 다시 국경으로 내몰리는 비운을 맞이한다.

비록 자작이 되어 작위가 한 등급 오르긴 했지만 그가 이룬 별처럼 빛나는 전공에 비하면 사실 백작도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실의에 빠진 바론은 술과 여자로 세월을 보내다가 우연히 만난 국경지대의 몰락귀족의 영애인 나르샤와 사랑에 빠진다.

6개월 동안 국경지대를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어버린 나르샤와의 소문난 로맨스는 결국 그녀와의 결혼으로 이어지고 바론은 국경지대인 브라운에 뿌리를 내리기로 결심한다.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기며 꾸준히 수련을 해오던 바론은 부족한 기마대를 대신해서 중앙군 소속 전투기사단에 과감히 평민출신 기사들을 영입해 10개까지 확대 개편하여 전력증진을 꾀한다.

이때, 나르샤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남은 유산을 물려받게 되고 남편인 바론에게 소울넷에 접속할 수 있는 아티펙트를 선물로 준다.

바론은 소울넷을 통해 간간히 영혼체험을 하면서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수련의 깊이를 더해간다.

몇 년 동안 그렇게 나름 평안한 생활을 즐기던 바론은 어느 날, 귀족파 귀족들이 국왕과 국왕파 귀족을 상대로 내전(內戰)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국왕이 보낸 밀사와 귀족파의 수장인 아이드 후작이 보낸 밀사가 거의 동시에 찾아오자 바론은 중립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현재 위기에 처함 국왕과 국왕파의 편에 서기로 결심한다.

오래 갈 것 같았던 아퀴테스의 내전은 바론이 중앙군의 지휘부를 전투기사단을 동원해 일거에 장악하고 귀족파에 붙어 중앙군을 멋대로 움직이려는 중앙군 고위 장성들을 모조리 체포하여 반역죄로 숙청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순식간에 중앙군을 정비한 바론은 중앙군 소속 10개 전투기사단과 5천의 기마대만을 이끌고 수도로 달려간다. 전격적인 그의 행보에 방심하고 있던 귀족파는 수도 근처에서 바론이 이끄는 전투기사단과 기마대의 습격을 받아 전멸 당하게 되고 그와의 오랜 앙숙이었던 왕실기사단까지 모조리 잡아 쳐 죽이는 쾌거를 이룩한다.

에퀴테스 왕국은 귀족파의 핵심인물들이 모조리 바론에게 도륙당하고 주요 전력까지 전멸을 당하자 곧 항복과 투항, 그리고 회유의 수순을 밟아 빠르게 정상화되어간다.

전쟁의 영웅에서 이제 구국의 영웅으로 부상한 바론은 국왕으로부터 백작의 작위를 받고 수많은 금은보화와 브라운 영지를 하사받는다.

또한, 모든 기사의 아버지라는 뜻의 ‘기사대부’라는 칭호를 받고 에퀴테스 왕실과 왕국의 모든 기사단을 움직이는 ‘총기사단장’의 직책을 얻게 된다.

왕실기사단과 중앙군 소속 전투기사단을 묶어 에퀘테스 기사단을 창설한 바론은 명실 공히 에퀴테스 왕국의 최고의 기사이자 최강의 실세로 만인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아!”

소울은 바론의 인생을 영혼체험을 통해 겪어보며 또다시 큰 감동을 받았다. 아니 큰 충격의 물결 속에 허우적댔다.

‘난 가난한 가정형편과 불우한 환경,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늘 원망만 하고 있었는데, 바론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노력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살았구나. 정말 바론의 인생과 비교해보니 내 자신이 참 한심하구나. 나도 언제까지 내 주변 환경을 핑계 삼아 숨어버리는 비겁한 행동을 일삼을 수는 없다.’

소울은 자신도 바론처럼 멋진 기사가 되고 싶었다. 만인이 존경하는 영웅이 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생겼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바론이 나르샤 같은 베이글 미녀와 로맨스를 즐기다 결혼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바론이 실의에 빠져 방황할 당시 여러 미녀와 염문을 뿌린 것도 부러웠지만 그 모든 미녀를 합쳐도 나르샤만큼 아름다운 미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바론이 뭔가 설정을 만져 나르샤와의 찐한 로맨스 장면만큼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놓아 많이 아쉬웠지만, 소울은 그녀의 청순한 외모와 이기적인 몸매만으로도 왜 바론이 나르샤와 사랑에 빠졌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도 나르샤 같은 여자 친구 한명 만났으면 좋겠다.’

바론의 인생을 통해 소울은 큰 감동을 받기는 했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다 보니 그의 머릿속에 가장 강력하게 남은 것은 나르샤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소울은 부러운 마음을 억지로 흩어 버리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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