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7화 (27/492)
  • 00027  제 7 장 - 영혼체험  =========================================================================

    ‘원래 인턴이 수술도 막하고 그러나?’

    소울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의 눈빛이 정혜자에게 닿자 그녀는 소울이 뭘 걱정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안심하세요. 소울씨는 비록 칼에 자상을 입었지만 내부 장기의 손상은 전혀 없었어요. 그냥 배에 구멍이 하나 뚫린 정도였어요. 그 정도야 소독하고 상처를 봉합하면 끝이니 인턴으로도 충분하죠.”

    “아아!”

    소울은 정혜자의 말에 자신의 상태를 바로 파악했다.

    하지만 자신의 배를 살피고 있는 인턴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정혜자는 인턴을 바로 옆에 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혹시 나중에 이 인턴에게 곤란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지만 그것은 소울이 병원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기우일 뿐이었다.

    “참 이상하네요. 3일도 안돼서 봉합한 자리가 깨끗해졌어요. 이건 불가능한데?”

    인턴이 옆에서 뭐라고 자꾸 궁시렁거렸다.

    “한소신 의사 선생님, 저 괜찮은 건가요?”

    “네? 아! 네에. 상처는 다 나았어요.”

    명찰에 적혀 있는 이름을 보고 의사 선생님이라고 불러 줬더니 인턴은 좋아 죽는 표정을 감추려고 나름 애를 쓰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라는 말이 그렇게 듣고 싶었나보다.

    “그런데 아까 뭐가 불가능하다고 그러신 거예요?”

    “아! 그거요? 아무리 회복하는 속도가 빠른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3일 만에 상처와 수술 봉합자리가 깨끗하게 낫는 일은 없습니다.”

    “네에? 그럼 제 경우는 어떻게 된 거죠?”

    소울은 한소신의 말에 살짝 걱정이 됐다.

    무슨 변종 바이러스 감염이라거나 돌연변이 같다며 병원에 있는 비밀 연구소에서 자신을 모르모트로 만들까봐 두렵기도 했다.

    한소신은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

    “이건 의사로써가 아니라 그냥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 어디 가서 제가 이런 말 했다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네, 알겠어요. 비공식적인 개인적 견해라 이거죠?”

    “네, 맞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소울 환자가 아무래도 뉴스에서 말하는 능력자가 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능력자요?”

    “네. 능력자, 아니 초능력자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이런 회복력은 최근 전 세계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능력자들이 가지고 있는 초능력의 일부가 확실합니다.”

    소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뜬금없이 자신이 능력자란다.

    하지만 자신은 지금 그 어떤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힘도 세지 않고 손에서 불이나 얼음이 나가는 능력도 없었다.

    정말 능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고블린에게 칼침을 맞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울의 눈이 의혹으로 가득차자 한소신은 서둘러 자신의 말에 근거 있는 보충설명을 더했다.

    “이소울 환자가 3일간 누워있는 동안,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전(全) 지구적으로 능력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나타나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전 SF 영화에서나 나오는 영웅(hero)들처럼 총과 대포에도 쉽게 물리칠 수 없는 몬스터들을 쉽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소울은 한소신의 말에 크게 흥미가 일었다.

    “몬스터에게 상처를 입어도 능력자들은 쉽게 죽지 않습니다. 오히려 치유 능력을 가진 능력자의 도움을 받아 순식간에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전투에 투입되고는 합니다. 현재 미국 능력자협회에서 운영하는 공식사이트에 가보면 이런 능력자들의 여러 가지 초능력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증거 동영상이 나와 있어요.”

    “능력자를 위한 공식사이트까지 만들어졌습니까?”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벌써 능력자들을 지원하는 능력개발청이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이란 나라 참 동작이 빠른 나라다. 어느새 그런 조직을 후딱 만들어 놨는지…….

    뭔가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자신이 잠든 3일간, 세상은 몬스터 사태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고, 화려하게 등장한 능력자들로 인해 이제는 환호성을 질러댔다.

    “나중에 사태가 진정되면 대한민국 능력자협회의 서울 지부에 가서 능력자 테스트를 한번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능력자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합니다. 아니 능력자가 맞는데도 자신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태반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에도 드디어 능력자협회가 생겼군요.”

    “네, 어제 정식으로 발족되었습니다. 조만간 우리 정부도 미국의 능력개발청을 벤치마킹해서 비슷한 것을 만든다고 하더군요. 비록 미국을 흉내 내는 것 같아 한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무 짓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소울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뭔가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재편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능력자 지원금 얘기도 해야지요.”

    그때, 정혜자가 한소신의 팔을 살짝 치면서 말했다.

    “아! 그렇지요. 능력자 테스트를 하고 능력자인 것이 확인이 되면 자동으로 대한민국 능력자협회에 등록이 된답니다. 그럼 정부에서 지원비로 3백만 원을 받을 수 있어요.”

    “지원비로 3백만 원을 받아요?”

    “네, 좀 적지요? 미국은 만 달러를 준다는데 우리나라는 겨우 3백만 원을 준다니 말이에요.”

    소울은 더 이상 한소신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능력자에게 주는 지원비라는 것이 공짜라고 그랬지? 3백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능력자 등록만 해도 준다니 난 무조건 능력자 테스트를 받으러 가야겠다.’

    소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의사 양반, 그럼 우리 소울이는 이제 다 나은 거지?”

    “네, 맞습니다. 이제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실 수 있습니다.”

    송강우는 한소신의 말을 듣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소울아! 너 지금 왜 거기 누워있냐? 당장 일어나봐!”

    “네에?”

    소울은 송강우가 다가와 거칠게 자신의 팔을 잡고 일으키자 반사적으로 자신의 배에 난 상처에 손을 댔다.

    “그러지 말아요. 아프잖아요.”

    “정말 아파?”

    “어라? 안 아프네?”

    소울은 상처와 봉합자국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진 자신의 배를 손으로 쓱쓱 문지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무슨 엄살이 그렇게 심해? 의사 양반이 다 낫다고 하면 다 나은 거야.”

    “그, 그렇긴 하죠.”

    송강우의 말에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썩소가 그려졌다.

    ‘이 양반 큰일 날 소리하네? 그럼 죽은 시체보고 의사가 너 살았다고 하면 시체는 당장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하는 거야?’

    그는 가볍게 송강우의 손길을 뿌리치고 침대에서 벗어나 바닥에 두 다리를 딛고 섰다.

    “우와, 정말 능력자신가보네?”

    “대단해요. 소울씨!”

    “어머, 소울씨 능력자 맞나 봐요. 좋겠다.”

    맑고 고운 미녀 간호사 삼총사의 목소리에 소울은 절로 기분이 업(up)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소울의 눈에 송강우의 어깨에 매달려 있는 소총이 들어왔다.

    “그런데 왜 강우 아저씨는 아직도 소총을 가지고 있어요? 여기 병원 어떻게 된 거예요? 아직도 우리 고블린 때문에 갇혀 있는 거예요?”

    “휴우우! 네 말이 맞아. 아직도 이 병원은 고블린들로 인해 폐쇄된 상태야.”

    “네에? 정말이에요? 그동안 경찰과 군대는 뭘 하고 있었대요?”

    “그러게 말이야.”

    소울은 송강우의 말에 병실 분위기가 확 달라지자 더 이상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국정현 아저씨는 어디에 있어요?”

    “8층 데스크에 있어.”

    “가봅시다.”

    소울은 소매를 걷으며 밖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우와아아아!

    그를 본 7층의 환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칼빵 맞았다더니 멀쩡하네?”

    “살아 있었네?”

    “이미 죽은 것 아니었어?”

    “일어났네?”

    …….

    위로인지 악담인지 모를 소리가 그의 귀에 또렷이 들려왔다.

    소울은 그런 환자들의 말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저런 놈들을 살리려고 자신이 칼침을 맞았나 하고 후회가 되기도 했다.

    “여긴 8층이네요?”

    “맞아. 국 대장이 7층 환자들을 모두 8층으로 옮기라고 해서 모두 여기에 모여 있어.”

    “국 대장이요?”

    “다들 그렇게 불러.”

    그 사이 국정현이 대장으로 호칭을 통일한 모양이었다.

    “식량은 충분해요?”

    걸어가면서 소울이 묻자 송강우는 마치 그의 비서라도 되는 듯 바로 대답을 했다.

    “이틀을 분유로 버티다가 수송헬기가 식량과 탄약을 옥상에다 떨어뜨리고 갔어.”

    “그럼 군인들이 병원에 들어왔나요?”

    “아니, 저격병 4명만 내리던데?”

    “저격병이요?”

    “응, 옥상에 있어.”

    “아!”

    아마 옥상 위에서 저격총을 거치하고 몬스터를 저격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저격병이 4명이나 합류했으니 다행이었다.

    “왜 아직도 병원을 탈환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게 말이야. 아무래도 강남 전역으로 고블린이 퍼져 나가지 못하도록 포위망을 구축하느라 조금 늦어지고 있는 모양이야.”

    소울은 속에서 부아가 치밀었지만 그렇다고 송강우를 상대로 풀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잘 들어보니 윗대가리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자신이 결정권자라고 해도 고블린 떼를 가두는 작업을 먼저 하라고 지시했을 것 같았다.

    ‘저격병을 보낸 것을 보면 병원을 포기하거나 한 것은 아닌 모양인데, 왜 환자들을 후방으로 수송하지 않았지? 그 정도로 급한 일이 많은 건가? 설마 환자들보다 있는 놈들 뒤치다꺼리하며 후방으로 실어 나르느라 그런 것은 아니겠지?’

    소울의 생각이 거의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기동헬기를 운용하고 있는 군에서는 이 병원의 환자들부터 헬기로 실어 안전한 곳으로 나르려고 했지만 어느 순간, 어디에서 어떤 압력이 들어왔는지 지금 기동헬기들은 일명 VIP들을 구출하는 작전에 몽땅 동원되고 있었다.

    나중에 이런 사실이 밝혀져 시민들의 공분을 사서 검찰의 특별수사까지 진행이 되지만 어차피 책임을 지는 사람은 그놈의 VIP들이 아니라 기동헬기를 운용하던 부대의 지휘관 한 명 뿐이었다.

    “소울아, 너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안녕하세요. 아저씨! 의사 선생님이 다 낫다고 하던데요?”

    “그래?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는 무슨 특수한 능력이라도 생긴 거야?”

    “모르겠어요. 의사 선생님이 나중에 능력자 테스트 한번 받아보래요.”

    “그래?”

    국정현은 소울을 보고 크게 반겼다. 그리고 한편으로 소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살펴보며 요상한 눈빛을 보냈다.

    “저 남자 싫어요. 여자가 좋아요.”

    “하하하, 그래 알았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울의 말에 국정현은 얼른 표정을 바꿨다.

    “네 덕분에 옥상의 고블린들을 제거하고 외부와 소통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어.”

    “환자들 구조 안한데요?”

    “글쎄다. 나도 답답하구나.”

    국정현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곤란한 표정이 일어났다.

    분명히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소울은 왠지 그에게 이유를 물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질문을 바꿀게요. 얼마나 더 이러고 있어야 해요?”

    “길어야 1주일이겠지.”

    “고블린들은 어때요?”

    “너 아직 모르고 있었구나?”

    “네? 뭘요?”

    소울의 말에 국정현은 간단히 설명했다.

    “세 곳의 계단은 이제 완전히 막혔어. 몇 번 고블린들이 진입을 시도했지만 내가 만들어 놓은 특제 최루액에 당해 다시는 위로 올라올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어.”

    국정현은 대놓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어댔다. 왠지 그 얼굴이 주먹을 부르고 있었다. 소울은 악마의 유혹을 살짝 즈려 밟고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뭐 운이 좋았다고 봐야지.”

    “그럼 이렇게 앞으로 4일을 더 있어야 하는 거예요?”

    “응, 아마도…….”

    “무기는 더 보충이 됐어요?”

    “저격병들이 가져온 소총 3정을 나이롱환자들에게 줬다.”

    “참, 내 소총은 어디 갔어요?”

    “그건 강현우가 가지고 있다. 네가 가지고 있던 전투조끼와 수류탄 등도 모두 수거해서 재분배했다.”

    소울은 자신의 허락도 없이 자신의 무기와 장비를 가져간 것이 무척이나 서운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니 그의 지시는 적절했다.

    그래도 시원섭섭한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럼 전 이제 전투에서 열외인 겁니까?”

    “그럴 리가 있나? 네가 우리가 지닌 최강의 전력인데?”

    “네에? 제가 왜요?”

    “네가 제일 젊고 건강하잖아?”

    “저 3일 전에 칼침 맞았거든요?”

    “다 낫다며?”

    “아니에요. 아직 후유증이 좀 남았어요.”

    “그으래?”

    국정현이 묘한 표정을 하며 소울을 쳐다봤다. 소울은 국정현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다가 슬그머니 자기 배를 만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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