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2 제 6 장 - 이세계의 마법사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여긴 드림하우스잖아?”
그는 그제야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칼 맞아서 죽는 줄 알았더니 아직 죽지는 않았구나.”
소울은 적이 안심이 됐다.
자신이 드림하우스에 있다는 것은 지금 루시드 드림을 꾸고 있다는 말이다.
루시드 드림을 꾸고 있다는 말은 결국 자신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말과 같았다.
그는 가운데 손가락을 꺾어봤다. 리얼리티 체크를 하는 것이다.
손가락이 손등에 가볍게 닿는 것을 보니 확실히 루시드 드림 안이었다.
“휴우! 다행이다. 앞으로는 절대 설치지 말아야지.”
그는 길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보니 오늘 자신은 너무나 무모했다. 무슨 007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괜히 영웅처럼 감히 누굴 구한다고 설치다가 고블린의 쇠꼬챙이 칼에 맞아 죽을 뻔 했다.
만약 고블린의 쇠꼬챙이 칼이 배가 아니라 심장에 찔렸다면 아마 즉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소울의 꿈은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작은 가게 하나 차릴 정도로 돈을 모으고 예쁜 여자 만나 연애하다 결혼해서 아들, 딸 둘씩 낳아 오순도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꿈일 뿐이다.
“아이유, 배고파! 일단 뭐 좀 먹자.”
병원에서 제대로 뭘 먹지 못해 굶주린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꿈속에서도 배가 고팠다.
그는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활짝 열었다.
“우와! 역시 이 냉장고는 언제나 빵빵하구나.”
그가 좋아하는 소고기 안심, 등심, 갈비 등 고기가 가득했고 온갖 밑반찬과 과일, 음료수, 캔 맥주 등 먹을 것이 가득했다.
소울은 일단 캔 맥주 하나를 꺼내 손가락으로 뚜껑을 땄다.
파앗!
하얀 거품이 쏟아지려고 하자 그는 얼른 입을 대고는 쭉 빨아 먹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고개를 뒤로 젖혀 단번에 맥주 한 캔을 목구멍으로 쏟아 넣었다.
벌컥거리며 마실 때 마다 그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시원한 맥주가 위장 속으로 들어갔다.
“카아! 시원하다.”
소울은 빈 캔을 손으로 우그러뜨려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더니 다시 한 캔은 꺼내 들었다. 그는 다시 캔 맥주를 따서 마시며 밖으로 나갔다.
베란다에 있는 바비큐 그릴에 불을 켜고 냉장고에서 안심, 등심, 갈비를 골고루 꺼내왔다. 밥과 김치, 야채를 가져다 놓고 달궈진 그릴에 고기를 듬뿍 올렸다.
지글지글!
그릴에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는 마치 천상의 노래처럼 아름답게 들려왔다.
소울은 등심에 핏기가 빠지자마자 번개같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우물우물 우물우물…….
입안에 터지는 소고기 육즙의 맛이 마치 혀 위에서 소들이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것 같았다.
“캬아! 바로 이 맛이야. 그런데 이거 너무 실감나는 것 아니야?”
이건 도저히 꿈속에서 뭘 먹는 맛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사실적인 맛과 씹는 느낌이 현실과 도저히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안심과 갈비를 차례로 구워서 상추와 깻잎쌈에 쌈장을 듬뿍 넣고 먹었다. 하얀 쌀밥에 김치를 쭉쭉 찢어 넣고 한 입에 넣고 씹자 살아 있다는 존재감이 느껴졌다.
대충 5인분 정도 먹고 나자 꿈인데도 불구하고 배가 불러왔다.
그러나 그의 식탐은 끝나지 않았다.
각종 과일을 모조리 꺼내 늘어놓고 음료수까지 종류별로 꺼내 느긋하게 먹고 마셨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한잔 타서 마시자 세상에 더는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는 생수병을 하나 들고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창밖을 보니 푸른 하늘에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맑은 날씨였다.
유리창이 얼마나 투명한지 자신이 집 안에 있는지 집 밖에 있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가만, 지난번에 스마트폰에서 웬 노인네를 한명 본 것 같았는데…….”
그는 맑고 깨끗한 드림하우스의 거실 창문을 보자 지난번에 루시드 드림에서 빠져 나갈 때 얼핏 봤던 노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데 내가 스마트폰을 어디다 뒀지?”
소울은 소파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근처를 살펴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아닌게벼!”
그는 잠시 안방에 서서 생각을 해보더니 자신의 머리를 한대 탁 쳤다.
“아차, 그날은 2층에서 잤지?”
소울은 젊은 놈의 기억력이 왜 이렇게 떨어지는지 걱정이 되었다.
2층으로 올라가 가장 큰 방으로 간 소울은 침대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찾을 수 있었다.
“찾았다.”
그는 스마트폰을 들어 전원을 켰다.
그러자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최신형 스마트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부팅이 되더니 환하게 화면이 떠올랐다.
“어라 이건 뭐지?”
소울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분명히 손에 잡혀 있는 스마트폰은 시중에 나온 최신형 스마트폰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원이 켜지고 화면이 뜨자 마치 SF 영화에서 나오는 홀로그램처럼 입체적으로 아이콘들이 떠올랐다. 아이콘도 기존에 움직이지 않는 아이콘이 아니라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선명하고 생생한 실체감이 팍팍 느껴지는 입체 아이콘이었다.
“이런 스마트폰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하긴 뭐 꿈속이니 어떤 스마트폰이 나와도 이상하지는 않지.”
인간은 원래 자신이 알지 못하는 현상을 접하면 꼭 어떤 이해할 수 있는 핑계와 이유를 대려고 한다. 소울은 꿈속이라는 핑계를 대서 이런 현상을 이해하고 넘어가려했다.
뽁뽁뽁…….
손가락으로 입체 아이콘을 누르자 마치 장난감 인형의 배를 눌렀을 때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재밌네?”
소울은 몇 번 입체 아이콘을 누르며 장난을 치다 본격적으로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이건 홈 버튼인가?”
제일 중앙에 떡 하고 버티고 있는 귀엽고 작은 입체 아이콘을 보니 마치 드림하우스를 축소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홈 버튼 주변으로 시계, 사진, 카메라, 사람, 눈, 별 등의 각종 입체 아이콘이 원을 그리며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소울은 먼저 홈 버튼을 눌러봤다.
뽁!
한번 누르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뽁 소리만 들렸다.
“컴퓨터 아이콘처럼 더블 클릭을 해야 하는 건가?”
소울은 혹시나 해서 두 번 연속으로 손가락을 누르는 동작, 즉 더블 클릭을 했다.
뽀복!
화아악!
“이야아!”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갑자기 입체 아이콘이 확 하고 커지면서 허공에 드림하우스를 축소시켜 놓은 듯한 반투명한 입체 모형이 떠올랐던 것이다.
소울은 조심스럽게 1m 정도의 크기의 드림하우스 축소 모형에 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놀랍게도 자신의 드림하우스 축소 모형이 그대로 손에 잡혀왔다.
그는 손으로 잡고 들었다가 놓았다가, 돌렸다가 늘렸다가 하며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다. 대충 몇 번 만져보니 어떻게 사용하는 지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당장 드림하우스를 분해해서 연구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스마트폰을 들어 홈 버튼을 더블클릭했다.
뽁뽁!
드림하우스 축소 모형이 순식간에 입체 아이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에는 별 모양을 눌러봤다.
뽀복!
화아악!
“우와아아아!”
소울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놀라워했다.
갑자기 방 안이 셀 수도 없이 많은 별들로 꽉 찼기 때문이었다.
“이건 마치 지구 밖으로 나와서 우주를 보고 있는 느낌이네.”
그렀다.
소울이 느낀 느낌 그대로 그의 눈앞에는 광활한 우주가 펼쳐져 있었다.
천문학을 공부한 학생도 아닌 소울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별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은하수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움직여 은하수를 잡아 확대하듯 두 손을 벌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은하수가 엄청난 크기로 확대되었다.
“이건 무슨 성운(星雲)이지? 은하계도 셀 수 없이 많구나. 북두칠성은 어떻게 찾지?”
소울은 갑자기 자신이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이곳에 천문학자나 천체를 공부하는 학생을 데리고 왔다면 참 좋아했을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앞에 너무나도 엄청난 천문학적 보물이 놓여 있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우주 모형을 닫아버렸다.
뽁뽁!
대신 이번에는 시계, 사진, 카메라, 사람, 눈 모양의 입체 아이콘을 차례로 누르며 살펴보았다.
시계는 현재 대한민국 서울의 시간을 비롯하여 지구 곳곳의 시간이 입체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가깝게는 태양계, 멀게는 은하계의 각종 시간이 소상하게 나와 있었다. 하지만 소울은 숫자만 많아 어지러운 시계 아이콘에 별 관심이 없었다.
사진 아이콘은 텅 비어 있었다. 아마 찍은 것이 없으니 전혀 사진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넘어갔다.
카메라는 포토와 동영상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스마트폰의 기능과 아주 흡사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어떤 기능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 아이콘을 누르자 조금 흥미가 일어났다.
“이건 나 아냐?”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은 아무리 봐도 소울 자신의 모습이었다.
자신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홀로그램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 옆에 뭔가 요상한 문자와 숫자가 잔뜩 써져 있다는 것이다.
“이건 도대체 뭘 뜻하는 거지? 설마 내 몸의 능력을 수치화한 것인가?”
생전 처음 보는 문자 옆에 따로 써져 있는 것은 아라비아 숫자였다. 아라비아 숫자까지 써 놓은 것을 보니 한글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보니 참 친절하지 않은 시스템 같았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사람 아이콘을 닫고 이번에는 눈 아이콘을 더블클릭했다.
뽀복!
그의 눈앞에 거대한 창문이 나타났다. 그리고 창문 앞에 역시 생전 처음 보는 문자가 하나 떠올라 있었다.
“이건 또 뭐야? 이 글자를 누르라는 건가?”
소울은 손을 뻗어 거대한 창문 앞에 떠 있는 문자를 건드렸다.
화아악!
그때였다.
창문 앞에 떠 있는 문자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오더니 뭔가 강력한 기운이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뭐지? 분위기가 확 변했네.”
루시드 드림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그는 마치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붕 뜬 느낌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몸도 바닥에서 약간 떨어져서 허공에 떠 있었다.
“이제야 정말로 꿈같네. 현실감이 확 떨어졌어.”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다.
소울은 몇 분 정도 가만히 변해버린 분위기에 적응해 나갔다.
그러자 눈에 보이지 않았던, 아니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נקודה נקי נשמה: 0
נקודת נשמה נקי מנטור: 1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라비아 숫자는 알아 볼 수 있었다.
“위에 것은 0이고 밑에 것은 1이네. 아래 것에 뭔가 하나가 있다는 소리인데…….”
소울은 손가락을 들어 아래 칸에 있는 문자를 누를까 말까 몇 번을 고민하다가 결국 누르고 말았다.
뽁!
נקודה נקי נשמה: 0
נקודת נשמה נקי מנטור: 0
“…….”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아니 변화가 있긴 있었다.
어느새 아래 글자에 ‘1’이 ‘0’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에게는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아무것도 아니잖아? 괜히 긴장했네.”
소울은 뭔가 엄청나게 손해 본 느낌이 들어 무척 아쉬웠다. 하지만 더 이상 소울이 할 수 있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글자는 딱 두 칸만 있었고 글자 옆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0’만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여기저기 눌러보고 발로 차 보았지만 여전히 변화는 없었다.
“에이, 치사하고 더러운 자식! 그래 그거 잘 먹고 떨어져라.
결국 소울은 분통을 터뜨리며 욕을 하고 말았다.
화아악!
그때였다.
갑자기 커다란 창문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뭔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아주 기이한 느낌이었다.
소울은 두 주먹을 꼭 쥐고 눈을 부릅뜨며 창을 쳐다봤다.
“어라? 저 사람은 스마트폰에서 봤던 그때 그 사람이잖아?”
소울은 그래도 한번 본 사람이라서 그런지 낯이 익었다.
창문에는 머리에는 꼬깔콘 같은 모자를 쓰고, 몸에는 하얀 바탕에 온통 이상한 기호와 도형 그리고 문자로 도배된 옷을 걸친 백발의 노인이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소울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백발의 노인도 한쪽 손을 들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 마치 음소거 버튼이라도 눌러 놓은 것처럼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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