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9화 (19/492)

00019  제 5 장 - 전투  =========================================================================

“K2 소총이네?”

“아마 그거 탄창이 비어 있을 거예요. 가방 안에 새 탄창 있으니까 교환하세요.”

“그래야지. 이제 이 고블린 놈들 다 죽었어.”

송강우는 가방을 뒤져 탄창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빈 탄창을 빼고 새 탄창으로 갈아 꼈다.

거구의 송강우가 소총을 들고 있으니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K2 소총이다.”

어느새 송강우 옆으로 최우석이 달려와 남은 소총 하나를 잽싸게 챙겼다.

소울은 좀 얄밉긴 했지만 그의 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르는 것을 보고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방화문 하나가 위험하다고 하던데, 어느 쪽이에요?”

“남쪽계단 방화문이야. 서쪽계단 방화문은 계단이 작고 좁아서 그나마 안심인데, 남쪽계단 방화문은 계단이 중앙계단 정도로 넓어서 문제가 많아.”

송강우의 말에 소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살펴봤다.

간호사들이 마실 물과 과자를 가져다주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먹을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남쪽계단 방화문은 내가 가볼게.”

“최우석 환자가요?”

“환자라는 말 대신 나도 아저씨라고 불러주면 안될까?”

“네에?”

소울은 최우석의 말에 놀라 입을 살짝 벌렸다. 하지만 굳이 그리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좋아요. 앞으로 우석 아저씨라고 부를게요.”

“나도 현우 아저씨라고 불러라.”

“네! 그러죠 뭐.”

최우석의 옆에 서 있는 강현우도 소울에게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요구했다.

소울은 흔쾌히 승낙했다.

같이 생명을 걸고 싸운 전우(戰友)라고 생각하니 얄미움 보다는 뭔가 묘한 전우애(戰友愛) 같은 것이 느껴졌다.

“여기 대검이 있으니 혹시 탄약 떨어지면 쓰도록 하세요.”

소울은 대검 2자루를 꺼내 송강우와 최우석에게 각각 건넸다.

“고맙다.”

“탄약이 문제로구나.”

송강우가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우석은 당장 지구가 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걱정을 했다.

송강우는 그런 최우석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소총을 쓰면 얼마나 쓰겠어? 아끼다가 똥 되는 수가 있으니 그냥 필요할 때 쓰고 탄약 떨어지면 소총은 총검으로 사용하면 되는 거야.”

송강우는 대검을 꽂은 자신의 소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설프게 만든 창이나 몽둥이보다 확실히 묵직한 소총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일단 빈 탄창을 채우고 나머지 탄약은 나누도록 하지?”

“아니에요. 그것보다는 데스크에서 빈 탄창을 채워줄 사람을 따로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최우석이 탄약을 나누자는 말에 소울은 반대를 했다. 그러자 어느새 소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어 버린 송강우가 소울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제가 도울게요.”

“저도요.”

간호사들이 줄줄이 나서자 소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러분은 환자들을 돌봐야 하잖아요. 차라리 군대를 다녀오고 두 손이 멀쩡한 남자 환자 몇 분에게 부탁 해봐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고하라가 소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소울을 비롯한 송강우, 최우석 기타 등등 남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빈 탄창에 탄약을 채워는 작업은 결국 국정현이 맡게 됐다.

과거에 뭘 했는지 약간은 정체가 수상한 국정현이지만 탄창에 총알 재는 속도가 빠르고 판단력도 있다고 생각해서 임시로 보급조를 맡겼다.

“하하하, 역시 자네가 사람 보는 눈이 있군.”

국정현은 소울이 가져온 빈 탄창과 탄약을 받자 즉시 자신의 병실에 있는 노인네 몇을 끌어 들였다.

놀랍게도 당장 죽어 쓰러질 것 같은 겔겔 대는 노인이 오히려 그의 꼬임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그리고 빈 탄창에 탄약 채우는 정도는 일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정말 눈부신 속도로 탄창을 채워 건네줬다.

“여기 탄창 8개에 소총 3정에 있는 것 까지 합치면 모두 11개야. 우석이 자네가 힘이 제일 좋아 보이니 3개, 소울과 강우가 4개씩이야. 불만 없지?”

“없습니다.”

소울은 국정현의 똑 부러진 말에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하고 얌전한 양처럼 수긍하는 최우석을 보며 카리스마가 뭔지 조금은 깨닫게 됐다.

국정현은 확실히 눈에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가 넘쳐흘렀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우석 아저씨, 일단 저와 같이 남쪽 방화문으로 가보죠?”

“그러자.”

소울은 최우석을 데리고 남쪽계단 앞에 있는 방화문으로 달려갔다.

쾅 쾅쾅쾅 쾅쾅!

소리를 들어보니 몽둥이와 망치로 방화문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방화문이 조금 휘어져 작은 틈이 생긴 정도였다. 당장 고블린이 난입을 할 상황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곳을 맡은 김순호, 오범근이 고블린의 모습이 보이는 것에 놀라서 엄살을 피운 것 같았다.

“아직 고블린이 난입할 정도는 아니네요. 하지만 언제든지 방화문이 깨질 수 있으니 잘 지켜야겠어요.”

“우리는 총 안줘?”

김순호가 소울과 최우석이 소총을 각각 어깨에 메고 있는 것을 보자 욕심을 냈다.

“더 드리고 싶어도 이젠 없네요. 저와 우석 아저씨 그리고 강우 아저씨가 각각 소총을 한정씩 들고 있어요. 여기는 중앙계단과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니 문제가 생기면 바로 지원을 올게요.”

소울은 김순호와 오범근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자 어른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데스크 앞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최우석도 괜히 자신이 들고 있는 소총을 뺏길세라 얼른 소울의 뒤를 따라왔다.

“소울씨, 문제가 생겼어요.”

“네?”

정혜자 수간호사가 그의 팔을 잡아 당겼다.

그녀를 따라 병실로 들어가자 몸이 뻣뻣하게 마비된 몇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소울을 보자 눈을 마구 깜빡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고블린이 마비침을 쏜 것 같아요.”

정혜자는 소울에게 가느다란 침을 보여줬다.

“이게 마비침이에요?”

“네, 아주 독특한 마비독이 발려 있어요. 의식은 멀쩡한데 몸만 마비가 되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말이죠?”

“네. 통증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소울은 정혜자를 가는 눈을 뜨고 쳐다봤다.

“혹시 또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죠?”

“호호호, 어떻게 아셨어요? 당연히 이런 것은 연구를 해봐야지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할 것도 아니고요. 저기 인턴에게 넘겨야지요.”

정혜자가 가리킨 손가락을 따라 눈을 돌렸다. 그러자 안경을 쓴 하얀 가운의 남자가 보였다.

“저 사람이 인턴이에요?”

“네, 이제 1년차에요. 햇병아리라고 봐야죠.”

“그래도 면허증 받은 의사 아니에요?”

“의사 맞아요.”

정혜자는 소울에게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소울은 병원 시스템이나 의료 시스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의사가 있으니 부상당한 환자들을 도와주는 것에는 문제가 없겠네요.”

“일단은 그렇다고 봐야지요.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더 나빠질 환자는 7층 병동에는 없어요.”

정형외과 환자와 재활치료를 주로 하고 있는 7층 병동은 당장 목숨이 위험한 환자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불행 중 다행이네요.”

소울은 중환자까지 있었다면 꽤나 힘들 뻔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혜자는 오히려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니에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네, 확실히 큰 문제가 있어요.”

“무슨 문젠데요?”

소울은 정혜자의 확신에 찬 모습에 덜컥 겁이 났다.

“아주 많이 먹어요.”

“네에?”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지금 자신들이 몬스터에 의해 고립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자 그녀의 표정과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큰 문제네요.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굶고 있을 수도 없고……. 어떡하죠?”

“당장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면 지금부터 우리 모두는 굶주림과도 싸워야 할 거예요.”

고블린들의 난입을 막는 것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판에 이제는 식량까지 조달해야했다. 하지만 고블린들이 득실거리는 병원 안팎을 벗어나는 것은 당장 자살을 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어디서 식량을 구할 수 있나요?”

“1동 지하에 식당이 있고, 2동 지하에 편의점이 있어요.”

“그곳을 가려면 승강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어디에서 문이 열릴지 모르니 그건 너무 위험하네요.”

소울이 고개를 젓자 정혜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결심을 굳힌 듯 빠르게 말했다.

“8층에 창고가 하나 있어요. 그곳에 병원 원목실에서 기증하려고 모아놓은 분유가 있어요. 그것만 있으면 1주일은 넉넉히 버틸 수 있을 거예요.”

“설마 이 사태가 1주일이나 가겠어요?”

소울은 불안한 표정으로 정혜자를 쳐다봤다. 그러나 정혜자도 불안한 표정을 짓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저도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최악의 가정을 해야 하잖아요.”

“휴우, 맞는 말씀이에요.”

소울과 정혜자가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던 송강우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8층이면 그 위는 옥상이잖아?”

“아!”

“옥상!”

소울과 정혜자는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그렇구나. 8층 위는 옥상이었지? 그럼 구조헬기가 내려올 수도 있고 식량도 전해 줄 수 있겠네?”

“정말 그러네요.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두 사람, 왜 이렇게 흥분해? 8층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흐음.”

소울은 고민이 됐다. 하지만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곧 국정현을 떠올렸다.

“일단 사람들을 모아서 의논을 해보죠?”

“그럴까?”

“당연하죠. 8층을 올라간다는 말은 8층 위에 있는 고블린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건 지금 같은 소극적인 방어가 아닌 적극적인 공격을 해야 한다는 말이잖아요.”

“그렇구나.”

“그런데 누구와 의논을 하지? 결정을 할 사람은 결국 너와 나 그리고 나이롱환자 6명이 해야 하는 것 아니야?”

“누가 나이롱환자에요?”

송강우의 말에 최우석이 발끈했다. 하지만 곧 정혜자가 그의 팔을 한번 툭 치며 눈짓을 하자 얌전한 개처럼 꼬리를 말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수간호사인 정혜자의 말에는 꼼짝을 못하는 모양이었다.

소울은 뭔가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조금 웃겼다.

“일단 데스크로 가서 국정현 아저씨를 모셔요. 그분은 뭔가 해결책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러자.”

역시 국정현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것은 자신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데스크로 돌아오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데스크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다들 소총을 구해온 소울의 얘기와 고블린을 물리친 소식을 듣고 뭐라도 도움이 되고자 나온 것이다.

“소울아! 이거 일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니니?”

“할 수 없죠. 민주주의 나라에서 사람들이 어디에 있건 참견할 수 없는 것 아니에요?”

“그래도…….”

송강우는 이런 일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오히려 잡음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조용히 일을 진행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8층으로 올라가려면 결국 고블린과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숨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소울은 송강우의 말을 듣자마자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국정현을 데스크로 불렀다.

“수간호사님, 국정현 아저씨와 강우 아저씨, 저 그리고 나이롱환자, 아니 6분의 아저씨 대신 다른 환자들과 간호사들을 방화문 세 곳으로 보내 감시하도록 해주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소울씨!”

정혜자는 간호사들을 나누고 비교적 젊고 거동할 수 있는 청년이나 장년 환자들을 데리고 잠시 교대를 시켰다.

정혜자가 데스크 안으로 들어가 간호사를 진두지휘를 하는 사이, 소울과 송강우는 국정현에게 현재 7층 병동의 식량상태와 8층의 창고에 대해 말했다.

정혜자가 돌아오자 국정현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하고 오히려 질문을 시작했다.

“8층으로 올라갈 사람은 몇 명이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8층으로 연락을 할 방법은 없나?”

“원내 전화가 있습니다.”

“그럼 뭘 하고 있어요. 당장 전화를 하지 않고.”

“네, 알겠습니다.”

정혜자는 자신의 머리를 한번 툭 치고는 전화기를 들어 8층 간호 데스크로 전화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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