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8화 (18/492)

00018  제 5 장 - 전투  =========================================================================

소울은 가져온 큰 가방을 열어 소총 2정과 전술조끼, 탄창, 탄약 가방, 대검을 모조리 쓸어 담았다.

‘아무래도 내가 이걸 들고 같이 올라가기에는 좀 무겁겠는데?’

소울은 일단 가방부터 올리기로 했다. 생각 같아서는 자신이 먼저 올라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서는 가방을 올릴 수가 없어 포기해야 한다.

그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큰 가방부터 줄에 매달았다. 위를 보며 두 손을 흔들자 고하라가 곧 줄을 당겨 위로 끌어 올렸다.

가방은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저 가방 대신 자신이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제기랄, 저게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동안에 고블린에게 걸리면 나는 죽은 목숨이야.’

그는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나무에 몸을 바짝 붙이고 몸을 숨겼다. 혹시라도 엄한 놈에게 걸려서 고블린의 똥이 되기는 싫었던 것이다.

고하라는 커다란 가방이 줄에 매달려 올라오자 다리를 동동 굴렀다.

‘빨리 더 빨리!’

그녀의 눈에는 고블린 몇 마리가 가방이 올라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가방이 올라오는 속도는 충분히 빨랐다. 그녀는 간병인 아주머니 두 분의 도움으로 가방을 받자마자 얼른 가방에 매인 줄을 풀고는 아래로 던졌다.

소울은 줄이 내려오자 고개를 돌려 위를 올려봤다. 그때, 고하라가 손짓을 하는 것이 보였다. 소리를 내지 않고 손짓만 하는 것을 보니 고블린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제기랄!’

소울은 머리카락이 쭈뼛하게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었다.

‘잽싸게 줄에 벨트 고리를 매달고 올라가자. 설사 발견 되더라도 내겐 소총이 있으니 어떻게 하던 고블린들을 죽이고 살아서 올라갈 수 있을 거야.’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머릿속으로 어떻게 탈출할지 동선(動線)을 그려보았다.

캬아아아 크아아아 쿠아아아!

고블린들은 이미 소울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결국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그는 슬그머니 소총을 들어 올려 고블린들을 겨냥했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캬악 크악 쿠엑!

세 마디의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나무 뒤에 숨어서 기습을 한 것이 주효했다. 고블린 3마리는 머리통이 터지고 가슴이 뚫리고 배에 구멍이 나서 죽었다.

소울은 그 모습에 또다시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잽싸게 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바닥까지 닿아 있는 줄을 그는 단번에 자신의 벨트 고리에 단단하게 연결시켰다.

“올려요!”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소리를 내면 고블린들을 주의를 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생명이 위험하니 그런 생각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고하라는 소울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들었다.

그래서 뒤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모두 당기세요.”

“허억!”

소울은 갑자기 위로 확 당겨지는 충격에 절로 헛바람을 빠지는 소리를 냈다.

캬아아아 크아아아 쿠아아아!

그런데 그의 귀에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고블린의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자신을 향해 고블린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대충 훑어봐도 10마리는 족히 넘는 숫자였다. 소울은 반사적으로 소총의 총구를 그들에게 가져갔다. 그러자 이미 소총에 적응을 했는지 고블린들은 갑자기 사방으로 구르며 산개했다.

‘어라? 이놈들이 학습능력까지 있네? 누가 고블린이 멍청하다고 했어?’

이건 아주 위험했다. 이런 식으로 학습을 하다보면 분명히 나중에 현대화기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서 나오게 될 것이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캬악 크악 컥 쿠엑!

소울은 침착하게 줄에 자신을 맡기고 소총을 잘 겨냥해서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고블린을 선제 타격했다.

입에 대롱을 물고 뭔가를 쏘려는 놈, 작은 도끼 같은 것을 던지려고 하는 놈, 단창을 들고 달려오는 놈 등을 쏴죽이자 그의 몸이 어느새 2층을 넘어 3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휴우, 살았다.”

소울은 안도감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그는 몸을 살짝 돌렸다. 이제 아래쪽에 위험이 없으니 병원 안쪽을 봐도 될 것 같았다.

4층으로 올라가자 그때부터 또다시 욕지기가 절로 나오는 끔찍한 참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미 죽은 그들을 위해 소울이 해줄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묵념을 하며 그들의 죽음을 애도했다.

‘부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쉬세요.’

투퉁!

그때였다. 갑자기 뭔가 덜덜 떨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올라가던 줄이 딱 멈췄다.

“왜 그래요?”

“죄송해요. 줄이 엉켰어요.”

“빨리 풀고 당겨주세요.”

“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그가 멈춘 곳은 6층의 창가였다. 심장을 파 먹힌 남자 시체가 다시 그의 눈에 들어왔다. 소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죽은 사내를 위해 마음속으로 묵념을 했다.

캬아오!

그때였다.

갑자기 6층 탕비실의 문이 활짝 열리며 고블린 한 마리가 달려왔다.

소울은 놀라서 심장이 다 쫄깃해졌다.

그는 반사적으로 소총을 돌렸다. 그러나 총을 쏘지는 못했다.

만약 여기서 총을 쏜다면 6층에 있는 놈들이 전부 몰려올지도 몰랐다.

고블린은 창가로 달려와 주먹으로 유리창을 마구 후려쳤다.

하지만 생각보다 유리창이 두꺼워서 쉽게 깨지지 않았다.

소울은 병원에 창문을 달아준 업자에게 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고블린은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유리창을 손으로 긁어대며 이빨을 딱딱거렸다. 어지간히 소울을 잡아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소울은 고블린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다 고블린의 가슴에 걸린 붉은 목걸이를 발견했다.

‘설마 사람의 귀는 아니겠지?’

설마가 아니었다.

그건 확실히 사람의 귀를 잘라 목걸이를 만들어 놓은 것이 맞았다.

소울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는 이를 뽀드득 갈며 소총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딱 한발만 쏘자.’

소울은 도저히 이놈을 그냥 놓아 보내줄 수 없었다.

고블린의 목걸이에는 큰 귀도 있지만 신생아의 귀로 보이는 자그마한 귀도 여럿 걸려 있었다.

소울은 총구를 돌려 그의 머리통을 겨냥했다. 그리고 때를 기다렸다.

“소울씨, 다 됐어요. 이제 끌어 올릴게요.”

“네.”

스르륵 스르륵 스르륵!

자신의 몸이 규칙적으로 흔들리며 위로 올라갔다. 고블린은 그 모습에 더욱 크게 소리를 지르며 으르렁댔다.

소울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에 들린 소총이 위로 들리며 자연스럽게 견착되며 총구가 아래로 내려갔다.

탕!

챙!

퍽!

소울의 총구에서 불이 번쩍였다.

6층에서 그에게 이빨을 딱딱거리며 붉은 피가 잔뜩 묻은 얼굴을 유리창에 비벼대던 고블린의 머리통이 박살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단 한발의 총알에 머리통에 구멍이 뚫리고 뒤통수가 반이나 날아갔다.

볼 것도 없이 즉사였다.

소울은 그의 가슴에 걸린 귀목걸이가 마치 인사라도 하듯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제 부디 눈을 감고 영면에 들기 바랍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빌었다.

6층 창문이 사라지고 콘크리트 벽이 보이더니 드디어 7층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제 손 잡으세요.”

고하라는 소울에게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소울은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고운 손을 잡았다.

그녀가 힘차게 자신을 잡아당기자 그는 줄이 당기는 힘과 함께 자신의 몸이 앞으로 강하게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이 훌쩍 창문을 타고 넘어와 고하라의 몸 위로 떨어졌다.

“어머!”

“억!”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 그런데 그의 손의 위치가 참으로 어설펐다.

뭉클한 감촉이 느껴졌다.

짜릿한 느낌이 자신의 한 손 가득 채워졌다.

그는 놀라서 얼른 손을 뗐지만 그를 잡아당기는 줄의 힘에 의해 아까보다 더 빠르게 완강기 지지대쪽으로 몸이 당겨졌다. 아니 정확히 고하라의 몸 쪽으로 당겨졌다.

덕분에 소울은 고하라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계속 끌려갔다.

“아악!”

“으윽!”

“그만 당기세요.”

간병인 아주머니 한분이 고개를 밖으로 돌려 소리치자 그제야 그를 당기는 힘이 사라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반대로 몸이 쓰러졌다.

“어이쿠!”

“악!”

소울과 고하라는 비명을 지르며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고하라는 소울의 몸 아래에 깔려 바동거렸다.

그는 고하라의 부드러운 입술이 자신의 볼을 마구 비벼대는 촉감에 황홀한 기분이 되었다.

“어휴, 조심 좀 하지.”

그때 소울의 환상을 깨는 걸쭉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병인 아주머니 두 분이 소울의 양 팔을 잡고 벌떡 일으켜 주었다.

‘아! 좋았는데……, 굳이 이렇게 빨리 일으켜주지 않아도 되는데.’

소울은 두 아주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아쉬운 표정도 짓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허리 벨트에 걸린 고리를 풀고 나자 그는 아직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고하라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헤헤!”

고하라는 약간 쑥스러운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소울은 용기를 내어 그녀를 부축해서 일으켜 주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그녀의 팔의 체온이 얇은 간호사복을 통해 전해졌다.

“고마워요.”

“천만에요.”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잠깐 부딪쳤다. 순간, 묘한 핑크빛 기류가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만약 두 사람을 방해하는 간병인 아주머니들만 없었다면 소울은 뭔가 황홀한 일을 경험했을지도 몰랐다.

“총각, 방화문 하나가 더 위험하다고 하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그래요?”

소울은 정신이 번쩍 났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가져온 가방을 찾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총과 탄약을 담은 가방은 바닥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는 가방을 손에 들고 탕비실 밖으로 나갔다. 탕비실 밖에서 줄을 잡아 당겼던 환자들이 소울을 보더니 반색을 했다.

“정말 소총을 구했네?”

“총각, 대단해.”

“이야! 이제 우리에게도 무기가 생겼다.”

“고블린 놈들 다 죽여 버려.”

“화이팅!”

…….

소울은 이마에 땀을 닦는 그들을 쳐다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총각도 고생했어. 어서 가봐!”

할머니 한 분이 소울의 팔을 쓰다듬으며 등을 떠밀었다.

그렇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들이 없었다면 자신은 7층으로 다시는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침대 하나 더 가져와!”

“밀리지 마라!”

“뭐하고 있어? 창을 좀 더 자주 쑤셔봐!”

“이런 미친, 또 넘어온다.”

“마비침 조심해!”

소울이 중앙계단에 있는 방화문 앞으로 오자 그곳은 이미 백병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전투가 일어나고 있었다.

비록 잡동사니로 된 장애물과 바리게이트 사이에서 일어나는 싸움이었지만 험악하기는 그 어떤 전투 못지않았다.

“소울아!”

“강우 아저씨!”

우와아아아아!

갑자기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소울이 가방을 내려놓고 어깨의 소총을 꺼내 탄창을 교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저씨! 옆으로 비키세요.”

“그래.”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캬악 크악 컥 쿠엑!

소울이 견착한 소총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고블린 네 마리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쓰러진 고블린 뒤쪽에 있던 고블린들도 무더기로 쓰러졌다.

바리게이트를 사이에 두고 쏜 소총의 총알이 전면에 있는 고블린의 몸체를 뚫고 지나간 것도 모자라 뒤쪽에 서 있던 고블린들까지 구멍을 내 버렸기 때문이다.

소총 소리에 놀란 고블린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아래층으로 달려서 도망갔다.

“이겼다.”

“야아아아! 저놈들이 도망간다.”

“와아아아아!”

중앙계단 방화문 앞에서 바리게이트를 밀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소울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 가슴이 다 뿌듯해지는 벅찬 감격을 맛봤다.

“소울아! 소총 어디서 난거야?”

“제가 완강기 타고 내려가서 구해온 거예요. 가방에 소총 2정 더 있어요.”

“그래? 정말 잘했다.”

소총이 더 있다는 말에 송강우가 가방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가방의 지퍼를 열고 소총을 꺼내더니 활짝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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