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2화 (12/492)

00012  제 3 장 - 습격  =========================================================================

소울은 가차 없이 전화를 끊었다.

아까 SNS 방에서 나눈 대화를 복사해서 김필에게 보냈다. 까톡에다 자신이 직접 들은 것과 본 것, 그리고 현재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소신껏 적었다. 또한, 최선을 다해 머리를 짜내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도 써서 보냈다.

5분도 안되어 김필에게 전화가 왔다.

-야! 이거 정말이야?

“방송중단 할 때까지 병실에서 다른 환자와 같이 TV를 보고 있었어. SNS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들어가면 아마 비슷한 얘기가 도배되어 있을 거다. 정부에 강남 세븐 종합병원을 지킬 병력을 보내달라고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거야. 그게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병원을 폐쇄시켜야해.”

-알았다. 고맙다. 나중에 연락하자.

“그래 수고해라.”

소울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병원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나중에 자신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한이 있더라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자신은 가지고 있는 최고의 패를 썼다.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병원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나 그것이 이루어지느냐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간만에 문자 한번 제대로 쓴 소울은 자신의 병실로 돌아갔다. 강우 아저씨를 불러 속닥거리며 최악의 사태가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의논했다.

“소방도끼를 가져 온 것은 아주 잘했다. 하지만 이 봉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덕테이프를 좀 감으면 어떨까요?”

“그것도 좋겠지. 하지만 봉 끝에 날카로운 쇠붙이를 붙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럼 제가 덕테이프를 사올게요.”

“아니다. 그래도 넌 환자 아니냐? 내가 다녀올게. 내 차 트렁크에 배척(노루발못뽑이, 굵고 큰 못을 뽑을 때에 쓰는 연장으로 쇠로 만든 지레의 한 끝이 노루발장도리의 끝같이 되어 있다. 빠루 라고 부르기도 한다.)과 공구가 있으니 그걸 가져오면 될 거야.”

“그래요.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래.”

강우 아저씨는 자신의 친구인 서우석에게 가서 뭐라고 속닥거리더니 조용히 병실을 빠져 나왔다. 그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붐비는 데스크를 돌아 승강기가 있는 중앙으로 갔다.

잠시 기다리자 승강기의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지하실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 승강기는 빠르게 내려가더니 지하주차장에 그를 토해냈다.

형광등 아래를 걸어가는 송강우의 두 다리가 무척이나 분주했다. 그는 자신의 자동차를 찾아 트렁크를 열었다. 공구가 잔뜩 들어 있는 공구가방을 집은 그는 혹시나 해서 차 안을 살펴봤다.

“있다.”

덕테이프를 사러가야 하는데 다행히 예전에 몇 개 사놓은 것이 차 안에 얌전히 처박혀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차를 청소하지 않고 내버려 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덕테이프를 공구가방에 집어넣고는 지퍼를 올렸다. 기분 좋게 승강기로 돌아와 기다리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이런 쓰벌!”

송강우는 절로 입에서 욕이 나왔다. 지하주차장 입구를 통해 몬스터로 보이는 털북숭이 몇 마리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띵!

다행히 승강기가 제때 도착하여 문이 열렸다. 송강우는 조심스럽게 뒷걸음질 쳐서 승강기에 탔다. 7층 버튼을 누른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밖을 내다봤다. 순간 그는 마치 얼음이 된 것처럼 몸이 굳었다.

승강기의 문이 열리면서 나는 벨소리가 몬스터들의 주의를 끈 것 같았다. 몬스터들이 그를 발견하고 죽일 듯이 씩씩 대며 달려오고 있었다.

후다닥 후다다닥!

그는 반사적으로 닫힘 버튼을 마구 눌러댔다. 하늘이 도왔음인가? 승강기의 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스르르르륵! 탁!

승강기의 문이 간발의 차이를 극복하고 닫혔다.

쾅!

승강기 문에 몬스터들이 달려와 강하게 부딪치자 승강기가 양옆으로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승강기가 아무런 이상 없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털썩!

송강우는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은 마치 백인이라도 된 것처럼 하얗게 변했고 두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공포로 인해 부들부들 떨고 있던 송강우는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사시나무가 떨리듯 마구 떨리는 손의 진동이 너무나도 두렵게 느껴졌다.

“정, 정신 차리자.”

띵!

승강기의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승강기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다가 송강우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

“어머?”

“아저씨 왜 그래요? 어디 아프세요?”

그제야 송강우는 정신이 번쩍 났다.

“지, 지하주차장에 몬스터가 들어왔어. 지금 아래로 내려가면 다 죽어!”

“네에?”

송강우는 무슨 힘이 났는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사람들을 뒤로 밀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즉시 승강기 문 앞에 쓰레기통을 가져놓더니 입구를 막아버렸다. 혹시라도 승강기가 아래로 내려갔다 몬스터를 싣고 올라오는 일을 막으려는 행동이었다.

“아저씨,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승강기를 막아놓으면 어떡해요?”

“정말 지하주차장에 몬스터가 들어왔어요?”

“몬스터 눈으로 직접 봤어요?”

“그렇다니까? 내가 지금 장난하는 것으로 보여?”

송강우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소리쳤다. 그의 박력에 놀란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단체로 뭐라고 따지려는 순간이었다.

띵!

갑자기 반대쪽의 승강기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

순간 승강기 앞에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입을 막고는 뒤로 한 발짝씩 물러났다.

“이런!”

송강우는 급히 자신의 공구 가방을 열어 안을 뒤졌다. 손끝에 단단한 망치가 하나 잡혔다. 그는 승강기 앞으로 가서 떡 버티고 서더니 망치를 든 오른팔을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승강기 밖으로 어떤 몬스터가 나오던 대가리를 쳐 버리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승강기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꿀떡!

모든 사람들이 침을 삼키며 두 주먹을 꼭 쥐며 긴장했다.

스르르르륵 탁!

“꺄아아악!”

갑자기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비명 소리가 7층 전체에 넓게 울려 퍼졌다. 승강기 안에서 밖으로 나오려던 간호사들이 망치를 들고 서 있는 거구의 송강우를 보고 놀라서 지른 비명이었다.

“휴우, 다행이다. 죄송합니다. 빨리 내리세요.”

“뭐, 뭐에요?”

“이 아저씨 왜 이래요?”

세 명의 여자 간호사는 송강우의 행동에 질겁하며 승강기 밖으로 나갔다.

송강우는 승강기 옆에 있던 또 다른 쓰레기통을 승강기 문에 끼어 놓고는 숨을 헐떡거렸다.

“강우 아저씨!”

“소울아!”

송강우는 강우가 자신을 부르며 달려오자 마치 죽은 자식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반가웠다.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강우 아저씨, 괜찮으세요?”

“응, 난 괜찮아. 지하주차장에 몬스터들이 나타났어. 나 정말 죽는 줄 알았어.”

“아! 그래서 승강기를 저렇게 해놓으셨군요. 잘하셨어요.”

소울은 송강우에게 잘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수간호사인 정혜자가 소울의 옆으로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정말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군요?”

“그래도 우리 층은 불행 중 다행이에요. 계단으로 통하는 2개의 방화문을 모두 미리 잠가놓았으니까요.”

“네에? 2개요?”

정혜자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소울과 송강우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서, 설마 계단이 더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비상계단이 하나 더 있어요.”

“어, 어디에 있어요?”

“저기요.”

소울은 1동쪽 방향으로 손가락을 뻗은 정혜자를 쳐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떡 삼켰다.

“강우 아저씨, 제가 무기 들고 갈 테니까 먼저 달려가세요.”

“같이 가면 안 될까?”

송강우는 도저히 혼자 갈 자신이 없었다.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몬스터들을 목격한 송강우는 여기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겁에 질려 있었다.

소울은 한숨을 쉬며 그의 손에 들린 망치를 빼앗다.

“먼저 갈 테니 그럼 병실에 가서 무기 들고 빨리 오세요.”

“알았어.”

소울은 오른손에 망치를 단단히 쥐고 정혜자가 말한 비상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다다다다다다…….

그가 달려가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달려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다들 정혜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질문을 했다.

정혜자의 말대로 1동쪽 끝으로 비상계단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어느새 초등학생 크기에 털이 듬성듬성 나있는 몬스터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안을 살피고 있었다. 고블린이라고 하는 몬스터가 아닌가 싶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헉, 벌써 들어왔네?’

소울은 달려가는 속도에 박차를 가하면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내가 지금 이 몬스터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아니야. 나 같은 환자가 몬스터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해. 그렇지 않아. 초등학생의 몸을 가진 저런 놈 하나쯤은 얼마든지 이길 수 있어. 나에겐 망치도 있잖아. 무기가 없으면 모를까 무기도 있는데 뭐가 무서워?’

단 2~3초도 안 되는 짧은 사이에 그의 머리는 맹렬하게 돌아갔다. 그는 갈등으로 머리가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싸우자는 생각과 도망가자는 생각이 아주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싸우거나 도망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상체를 반쯤 앞으로 내민 몬스터의 상태를 확인한 순간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문을 두발로 세게 차버렸다.

쾅!

케엑!

허리가 문틈에 낀 몬스터는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다. 가슴이 부서졌던지 내장이 파열된 것 같았다. 단번에 결정적인 승기를 잡은 소울은 쓰러져 있는 몬스터의 뒤통수를 겨냥하고 힘차게 망치를 내리쳤다.

휙!

퍽!

다행히 이쪽을 보지 못한 몬스터는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소울은 얼른 몬스터의 머리털을 손으로 잡아 안으로 끌어들였다.

방화문을 닫기 전에 고개를 살짝 내밀어 계단을 살펴본 소울은 몬스터들이 뭐라고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바로 손가락으로 잠금 버튼을 눌러서 문을 잠가버렸다.

철컹!

털썩!

소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갑자기 긴장이 풀리자 자신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소울은 아까 송강우가 같이 가자고 한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든지 이런 몬스터를 보게 된다면 절대 혼자서 다가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후우 후우 후우!”

소울은 거칠게 심호흡을 했다. 짧은 거리였지만 전력질주를 했고, 비록 기습을 당해 쓰러져 있는 몬스터의 뒤통수를 망치로 후려친 것 밖에는 없었지만, 그래도 정신을 집중시키고 최선을 다했다.

그는 마치 모든 힘을 한꺼번에 쏟아 붓기라도 한 것처럼 진이 쪽 빠졌다.

후다다다다다!

송강우가 소방도끼와 봉을 들고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달려오는 것을 보니 왜 사람들이 액션 영화를 보며 경찰을 욕하는 지 알 것 같았다. 항상 액션 영화의 마지막은 모든 일이 다 끝난 뒤에 경찰들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소울아! 괜찮니?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송강우는 소울을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밀려왔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체구가 작고 어린 그를 몬스터 앞으로 등 떠민 것 같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울은 그의 미안해하는 눈빛만 봐도 그의 지금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이 몬스터는 네가 죽인 거니?”

“죽은 것 같지는 않아요. 내가 망치로 뒤통수를 쳐서 기절시켰어요.”

“죽지 않았다면 어딘가에 묶어 놓아야 하나?”

“그럴 필요 있겠어요? 저기로 던져 버리면 되잖아요. 우리 손에 피 안 묻혀도 되고.”

소울이 가리킨 곳은 바로 창문이었다. 7층에서 몬스터를 떨어뜨리면 죽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좋은 생각이네.”

“잠깐만요.”

수간호사인 정혜자가 달려오며 소리쳤다.

“그 몬스터를 창밖으로 버리게 되면 그놈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할 수가 없잖아요. 생포해야 돼요. 몬스터는 어디에다 가둬놓고 나중에 처리해요.”

“정말 그렇게 하길 원하세요? 나중에 탈출하면 위험할 수도 있는데?”

“혹시 알아요? 정부에서 보상금이라도 줄지? 병원에서도 살 수도 있잖아요?”

“보상금이요?”

“병원에서 산다고요?”

소울은 저 몬스터가 돈이 된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났다.

============================ 작품 후기 ============================

* 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했습니다. 며칠 일을 보고 올라갈 예정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시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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