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1화 (11/492)
  • 00011  제 3 장 - 습격  =========================================================================

    “그건 저도 모르지요. 저희가 있는 층으로 몬스터가 올라오려면 아마 승강기나 계단을 이용해 올라와야 할 겁니다. 몬스터가 승강기를 사용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 테니 일단 방화문만 잠가 놓으면 몬스터들이 이곳으로 몰려 들어올 수는 없을 거예요.”

    “알겠어요. 간호사들과 의논을 해볼게요. 방화문을 함부로 잠가 놓는 것은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니까 저희도 일단 위로 보고를 올려야 해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이 터지면 저는 무조건 일단 방화문부터 잠그고 볼 거예요. 저도 살아야 하니까요.”

    “그거야 뭐 어쩔 수 없는 일 아니에요? 그런 상황이 오면 잘 부탁해요.”

    소울은 수간호사가 자신에게 윙크를 찡긋하자 대충 무슨 소린지 감이 왔다.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법규를 위반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환자들이 자신들의 생명을 위해 잠가놓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00%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소울은 그녀의 윙크를 그렇게 이해했다.

    그는 수간호사와 간호사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피했다. 그는 승강기 바로 옆에 있는 계단 쪽이 아닌 반대쪽 비상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무기가 필요해!’

    소울은 이상하게 무기에 집착했다. 하는 일 없이 하루 종일 병실과 복도를 들락거리느라 심심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진짜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러기도 했다.

    ‘아! 소방도끼가 있었지?’

    소방도끼는 보통 화재가 났을 때를 대비해서 건물의 소화전이나 방화문 근처에 비축해 놓는다. 한 개에 3~5만 원 정도 하는 소방도끼는 도끼머리 부분이 곡괭이 역할을 하므로 방화문을 파괴하기에 적합하다.

    일반적으로 방화문은 아연도금강판위에 코팅을 하는 외부 마감재를 쓰고 내부 단열재로 채우는 방식으로 만든다. 방화문이 잠기면 도구가 없이는 어지간한 힘으로는 열 수 없다.

    소울은 방화문 바로 옆에 있는 소화전 아래쪽에서 90cm 정도 되는 소방도끼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득템이다.”

    그는 좌우를 둘러봤다. 다행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울은 소방도끼 앞에 붙어 있는 경고문을 잡아 뜯고는 소방도끼를 꺼내 자신의 옷 안으로 넣었다. 크기가 있어서 옷 위쪽으로 불룩 튀어 나왔지만 그렇다고 아주 이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적당히 회피하고 병실 안으로 돌아왔다. 들어오자마자 커튼을 친 그는 침대 옆의 옷장에 대각선으로 도끼를 넣어두고 문을 닫았다.

    “휴우, 안심이다.”

    소방도끼 하나 있고 없고가 이렇게 차이가 날지 몰랐다. 아직 자신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옷장에 소방도끼라는 무기가 있다고 생각하니 여분의 목숨을 하나 더 가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그것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방화문이 뚫리면 어떻게 하지? 그럼 우리 병실의 문을 잠가야겠지?’

    다행히 병실의 문도 방화문처럼 아연도금강판으로 되어 있어 꽤 튼튼해보였다.

    소울은 소방도끼 하나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병실 밖으로 나갔다. 다용도실로 들어가자 청소도구가 보였다. 그는 청소도구를 보관해놓는 작은 미니 창고 안에서 마포걸레에 사용하는 철과 나무로 된 마포 대를 발견했다.

    ‘오호! 득템이다. 이정도 길이면 창을 만들어도 되겠네.’

    그는 희희낙락하는 표정으로 마포 대를 분리하여 철머리를 떼어내고 나무봉만 가지고 나왔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밖을 살피다가 사람이 전혀 없자 후다닥 달려서 자신의 병실로 돌아왔다.

    “아까부터 왜 이렇게 혼자 바빠?”

    “그 봉은 뭐 하러 가져왔어?”

    “봉술 좀 배워보려고요.”

    “뭐, 봉술? 하하하, 요즘 애들도 봉술을 배우나?”

    “저 애 아니거든요? 나이가 몇 갠데 자꾸 애라고 하십니까?”

    소울은 거구의 아저씨가 자꾸 애라는 소리에 욱해서 강한 어조로 대꾸했다. 그러자 창가 옆 환자의 거구 아저씨는 눈을 껌뻑 거리더니 되물었다.

    “그래? 그럼 너 이름이 뭐냐?”

    “이소울인데요?”

    “그래, 알았다. 소울아, 앞으로는 네 이름을 부르마.”

    “네에? 아! 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속으로 괜히 큰소리를 냈나 하고 후회를 하던 참에 거구의 아저씨가 쿨 하게 앞으로 이름을 불러준다니 소울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지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괜히 얼굴을 붉히며 싸워봤자 서로 손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역시 서민이었다.

    “어? 저거 뭔가 이상한데?”

    “왜요?”

    “악! 누가 TV 껐어?”

    “끈 게 아니라 방송 중단시킨 것 같은데요?”

    쿵!

    멀리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한 번 들렸는데 이후로는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울의 병실에 있는 환자들이 일제히 창가로 달려갔다.

    “이런 미친!”

    “저게 뭐야? 몬스터 아니야?”

    “아직 멀어서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요?”

    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기어코 터지고야 말았다.

    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탕!

    이번에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들어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장갑차다.”

    “저건 궤도형이 아니라 차륜형이네요?”

    “그러게.”

    “차륜형 장갑차는 처음 보는데……. 우리나라에 저런 것도 있었나?”

    “거 해병대가 쓰는 수륙양용차도 있잖아요. 그것도 차륜형 장갑차에요.”

    “일이 요사하게 돌아가는데?”

    병실의 환자들은 다들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옥상으로 올라가 봐야하나? 하지만 병원에서 환자를 옥상으로 올라가게 해줄 일이 없겠지? 그럼 SNS를 통해서 확인을 해야겠다.’

    소울이 SNS를 통해 ‘개포동의 몬스터’를 치자 곧바로 몇 개의 SNS 방이 뜨더니 곧 개포 현대 2차 아파트에서 산다는 학생이 SNS로 생중계를 해준다는 곳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개포미남: 이런 미친, 고블린들에게 장갑차 하나가 털렸네요.

    강북마왕: 고블린은 소형 몬스터 아니에요? 어떻게 장갑차를 이겨요?

    개포미남: 그러게 말이에요. 고블린 수백 마리가 갑자기 골목에서 달려 나오더니 순식간에 불이 나면서 끝났네요.

    쏘쿠울: 저 여기 강남 세븐 종합병원인데 혹시 언주로 타고 몬스터들이 북상하고 있나요?

    개포미남: 아뇨. 오히려 언주로를 통해 장갑차와 병력이 증원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꼭 언주로를 타고 북상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양재천을 건널 방법은 언주로와 논현로 사이에 다리도 있고 몬스터들이 굳이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수영을 해서 넘어갈 수도 있어요.

    쏘쿠울: 감사합니다.

    개포미남: 천만에요. 우와! 고블린 떼가 또다시 장갑차에 달려들다가 이번에는 장갑차에 장착된 기관포에 박살이 났네요. 이게 속칭 녹는다는 표현이군요.

    개포미인: 개포미남님, 정말 미남이세요? 그럼 우리 사귀어요.

    개포미남: 개포미인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여긴 그런 곳 아니에요.

    개포미인: 제 사진 올려드릴 테니까 마음에 들면 귓말 하세요.

    밀덕이: 아이 참, 왜 이렇게 개념이 없는 x들이 이렇게 많지? 여기가 지금 소개팅이나 미팅하는 자리인줄 아나? 당장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개포미인: 밀덕이 개늠의 시키, 죽어라!

    밀덕이: 컥!

    람보300: 꼭 저렇게 말해놓고 연예인 사진 올리더라.

    쏘쿠울: 개포미남님, 혹시 논현로 쪽도 보이세요?

    개포미남: 잠시 만요. 아! 보이네요. 하지만 거리가 멀어서, 어?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던 그 다리에 몬스터들이 있는 것 같아요.

    쏘쿠울: 정말요?

    개포미남: 맞아요. 망원경으로 보니 확실히 보이네요. 이거 당장 경찰에 알려야겠어요.

    쏘쿠울: 숫자가 얼마나 돼요?

    개포미남: 모르겠어요. 그냥 많아요.

    소울은 그것을 끝으로 SNS를 빠져 나왔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장 문제가 심각했다. 양재천만 넘으면 매봉역이고 매봉역 다음이 도곡 공원이었다. 도곡 공원을 넘으면 바로 강남 세븐 종합병원이다.

    “아저씨, 저 좀 잠깐 봐요.”

    “나? 너 많이 화났니?”

    “네에? 아아! 그런 거 아니에요.”

    거구 아저씨에게 가서 잠깐 보자고 했더니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그제야 소울은 거구 아저씨가 생각보다 순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소울은 그를 자신의 침대 쪽으로 데리고 오더니 조용히 커튼을 치고 속삭였다.

    “아저씨, 일단 이걸 좀 한번 읽어보세요.”

    “응?”

    가까이서 보니 거구 아저씨의 눈은 마치 소의 눈처럼 크고 순수했다. 하긴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친구가 병실에 있다고 매일 아침마다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눈이 빠르게 소울이 내민 스마트폰 화면을 읽어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몇 번 스크롤을 내리며 다시 한 번 확인한 그는 고개를 들고는 대뜸 그의 손을 잡았다.

    “소울아! 이게 정말이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이쪽에서는 도곡 공원 때문에 반대편이 보이지 않아 정말 몬스터들이 이쪽으로 몰려오는 지 확인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만약의 사태는 대비해야해요.”

    “그렇지. 혹시 무슨 좋은 생각 있냐?”

    “아저씨는 무슨 좋은 생각 없으세요?”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은 좋다만 내 이름은 송강우다.”

    “반가워요. 강우 아저씨.”

    “하하하, 그래 그렇게 부르니까 훨씬 좋구나.”

    “강우 아저씨, 아무래도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뭔데?”

    “이 병실 문을 닫고 몬스터와 싸우는 거죠.”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

    “여기 무기를 구해놓았어요.”

    소울은 소방도끼 한 자루와 나무 봉 하나를 그에게 보여줬다.

    “으음, 몬스터가 어떤 놈인 줄 알고 싸운다는 거야? 최악의 경우는 당연히 무기를 들고 싸워야 하겠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싸우지 않고 우리 스스로를 방어하는 거야. 싸운다는 것은 이미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말이지.”

    “더 좋은 방법이 있어요.”

    “그게 뭔데?”

    “바로 방화문을 닫는 거예요. 최소한 우리가 있는 이 층만이라도 말이에요.”

    “그게 좋겠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있잖아.”

    “네? 아! 아예 이 건물을 폐쇄하는 거요?”

    “맞아.”

    “하지만 누가 우리말을 믿어 주겠어요. 그리고 설사 믿어 준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병원의 책임자가 아니면 곤란해요.”

    “그렇긴 하지.”

    “아! 이 병원의 책임자!”

    소울은 그제야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쳤다. 김필의 아버지가 이 병원의 병원장으로 있다는 것을 들어 놓고 그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강우 아저씨, 일단 급한 데로 우리 층만이라도 방화문을 모두 잠그도록 하죠?”

    “그러자.”

    소울은 송강우를 비상계단이 있는 쪽으로 보내 방화문을 잠그도록 하고 자신은 승강기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조용히 방화문으로 다가가 문을 잠갔다. 그런 그의 모습을 수간호사가 발견했다.

    그는 수간호사에게 은밀히 손짓을 했다. 그러자 수간호사는 조용히 차트를 내려놓고 데스크를 나와 그에게 다가왔다. 소울은 다짜고짜 그녀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수간호사는 소울의 얼굴을 의혹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다 그의 스마트폰을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헉, 이게 정말이에요?”

    “네, 그래서 일단 여길 잠가버린 거예요. 제 친구가 김필이라고 이 병원의 병원장 아들입니다. 그 녀석을 통해서 지금의 사태를 알려 볼 생각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이제는 정혜자 수간호사께서 해야 할 일을 하세요.”

    수간호사의 가슴에 붙은 명찰을 통해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소울은 그녀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휴우, 이게 도대체 뭔 일인지 모르겠네요. 메르스 때문에 한동안 정신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몬스터라니…….”

    “다 잘 될 거예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고마워요.”

    정혜자 수간호사는 소울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했다. 소울도 그녀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김필에게 전화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한참동안 울려도 전화를 안 받았다. 소울은 그만 끊으려고 버튼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간신히 전화가 연결됐다.

    -소울아! 전화했네?

    “그래 전화했다.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 그런데 내가 나중에 전화하면 안 될까? 지금 일이 바빠서 말이야.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 일 때문에 너한테 전화를 한 것이 아니라 네 아버지가 병원장으로 계시는 강남 세븐 종합병원 때문에 전화했다. 까톡으로 보낼 테니까 확인해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거야. 늦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가 있어.”

    -대형 참사?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읽어보면 안다.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살아나면 보자.”

    -야! 무슨 소리야? 이해가 가게 말을 해야 할 것 아니야?

    “하하하! 성질 어디로 간 것 아니네. 나중에 대화하자. 먼저 이것부터 읽어보고 전화를 하던지 해.”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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