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0화 (10/492)
  • 00010  제 3 장 - 습격  =========================================================================

    소울은 침을 꼴딱 삼켰다. 그는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그녀의 손가락을 잡을 수만 있다면 매일이라도 동창회에 참석하고 싶었다. 반사적으로 자신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던 그는 김필이 자신을 보며 미소 짓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났다.

    ‘어라? 혹시 김필, 이 새끼 나 때문에 장경화를 밀어 낸 것 아니야?’

    소울은 고맙다는 기분도 들었지만 괜히 화가 났다. 하지만 한동건과 최인성이 있는 앞에서 김필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는 다음을 기약하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줬다.

    김필 덕분인지 분위기가 화기애애(和氣靄靄)해졌다.

    그들은 병실을 내려와 1동 1층에 있는 커피 전문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울은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것처럼 마음껏 웃고 얘기할 수 있었다. 김필이 중간에 없었더라면 절대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장경화가 연신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자 다들 뭔가에 홀린 것처럼 실실 웃음을 흘려댔다. 특히 한동건과 최인성은 장경화에게 아주 깊이 빠져 있는지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웃으며 박장대소를 했다.

    정말 리액션이 좋은 새끼들이였다.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해도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기만 하면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오타쿠, 아니 오태구는 마냥 행복해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오태구도 장경화 빠였다. 나름 깊이 가슴앓이를 했던 놈이라서 그런지 장경화가 웃은 모습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행복해하는 오태구를 보니 소울은 괜히 그가 불쌍해졌다. 그러나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자 이중에서 제일 불쌍한 놈은 바로 자신이라는 답이 나왔다.

    ‘젠장!’

    결국 동창들의 기습적인 이날의 문병사건은 이렇게 자신의 주제파악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마쳤다.

    병원 입구에서 그들을 보내고 자신의 병실로 돌아오는 소울의 마음은 가볍고도 무거웠다. 오랜만에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김필을 만난 것이 마음을 가볍게 했고 고졸 알바 생이라는 가진 것 없고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사는 친구와 동창들을 보니 현실의 무거운 중압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담배라도 팍팍 펴 줘야 스트레스가 풀릴 텐데, 미친 가격으로 올라버린 담배를 사서 핀다는 것은 이미 자신에게 있어 사치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술을 마시자니 뒷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이래저래 마음만 싱숭생숭했다.

    하지만 그의 복잡한 심사도 병실 안으로 들어오자 곧 바뀌어 버렸다. 환자들이 뉴스를 보면서 아주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 왜 그래요? 무슨 일 났어요?”

    소울은 자신의 침대 옆으로 얼마 전 새로 들어온 나이롱환자이자 인상 좋은 아저씨인 김재봉에게 슬쩍 물어봤다. 김재봉은 힐끗 소울을 한번 쳐다본 뒤 눈은 계속 TV를 향한 채로 한숨을 쉬었다.

    “구룡산에 몬스터인지 괴물인지 하는 놈들이 나타나서 개포동 일대가 지금 난리가 아니래.”

    “구룡산이요? 거기가 어디에요?”

    “구룡산은 개포동 남쪽에 있는 작은 산이야. 구룡터널이 지나가는 왼쪽을 구룡산, 오른쪽을 대모산이라고 하지.”

    “아! 헌인릉 말이군요?”

    “그건 대모산에 있지. 내곡동과 좀 더 가까이 붙어 있는 쪽이 구룡산이야. 하긴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문제는 구룡산 바로 위쪽에 붙어 있는 개포동 아파트 단지가 몬스터들의 난입으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죽어가고 있다는 거야.”

    “네에?”

    소울은 그제야 TV에서 나오는 장면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을 뒤져봤다.

    포털의 검색어 순위 1위에서 10위까지가 전부 개포동을 덮친 몬스터들에 관련된 얘기였다. 동영상 자료를 찾아보니 오히려 뉴스보다 더 리얼한 영상이 판을 치고 있었다.

    그중 하나를 클릭해보았다. 소울은 동영상을 보다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창가로 갔다. 창문을 통해 밖을 살펴보자 길가에 다니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아니 소방차와 경찰차가 계속해서 매봉터널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소울은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열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봤다. 자신이 있는 곳은 강남의 언주로와 도곡로 사이에 있는 강남 세븐 종합병원이다. 도곡 공원과 매봉터널 바로 앞에 있는 도곡동이라서 양재천만 넘으면 바로 개포동과 맞닿아 있는 곳이었다.

    위성사진으로 확인해보니 그래도 양재천과 도곡공원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몬스터들에게 노출될 확률이 적었다. 그러나 언주로에 딱 붙어 있어서 만약 몬스터들이 구룡터널 사거리에서 언주로를 타고 북상하기라도 한다면, 강남 세븐 종합병원은 저녁 뉴스 시간의 안타까운 뉴스거리가 되는 것도 한순간이 될 것이다.

    소울은 지금 굉장히 불안했다. 불길한 예감의 차원을 넘어, 뒷골이 시큰하고 위험을 알리는 빨간불이 자꾸 깜빡이는 것만 같았다.

    ‘정말 만에 하나라도 저 몬스터들이 이 병원으로 난입하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아니 난 어떻게 해야 하지? 혹시 모르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겠다.’

    소울은 인터넷에 들어가 야생동물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봤다. 몬스터라는 놈이 나온 것이 얼마 안돼서 대처법이라는 것이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몬스터 대신 야생동물 대처법을 본 것이다.

    “크크크큭!”

    소울은 인터넷을 뒤지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떤 사이트에 야생동물 대처법이라고 나온 내용이 그에게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상어를 만나면 코를 쳐서 기절시키고 샥스핀을 자르면 된다.’, ‘악어를 만나면 입을 닫아 버리면 된다. 벌리는 힘이 약하다.’, ‘코끼리는 코를 묶어버리면 숨을 못 쉬어서 뒤진다.’, ‘북극곰은 무릎이 약점이므로 일어섰을 때 무릎을 까서 부러뜨리면 된다.’, ‘성난 황소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뿔을 뽑아버리면 된다.’ 등 다양한 야생동물 대처법이 있었다.

    물론 전부 웃기려고 쓴 것이 아닌 나름 야생동물의 약점을 날카롭게 지적해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대처법을 써 놓았다. 소울은 한바탕 웃고는 곧바로 다시 인터넷을 뒤져봤다.

    “어? 몬스터 대처법?”

    그는 몬스터라는 놈이 나온 것이 한 달 조금 넘었기 때문에 대처법 따위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버젓이 몬스터 대처법이 나와 있었다. 그중에서는 미국에서 공신력을 자랑하는 유명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올려 놓인 것도 있었다.

    고블린, 코볼트, 오크, 놀, 리자드맨, 웨어울프, 좀비, 구울 등 다양한 소형 몬스터를 상대하는 법이 올라와 있었는데 세계 최고의 개인 무기 소유 국가답게 대부분 총기를 이용해서 해결을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특히 언데드인 좀비와 구울은 가슴보다는 머리를 공략하라는 경고가 몇 차례에 걸쳐서 반복 되어 있었다.

    “빌어먹을, 총이 있으면 내가 왜 걱정을 하겠어?”

    소울은 총기로 상대하는 내용은 다 넘겨 버리고 무기를 가지고 상대하는 법을 살펴봤다. 도검류로 상대하는 법을 보니 하나같이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가급적이면 혼자서 상대하지 말고 팀을 짜라. 방패가 있다면 한 명이 행동을 묶어 놓은 사이 다른 한 명이 치명타를 먹여라. 짧은 단도나 식칼, 대검 보다는 길이가 긴 창이나 쇠파이프가 훨씬 유리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자 고블린은 몸을 마비시키는 마비침을 사용하고 항상 그룹으로 다니는 경향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있었다. 또, 오크들의 근력이 상당하니 절대 1:1 싸움은 회피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특히 리자드는 칼을 잘 쓰는 몬스터이기 때문에 무조건 근거리 접전은 회피하고 장거리 저격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돋보였다.

    그러나 몬스터 대처법을 올려놓은 모든 웹페이지에 쓰인 전문가들의 조언 중 한결같은 경고문이 하나 있었다. 소형이 아닌 중대형 몬스터를 보면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예 경고 정도가 아니라 철칙이었다.

    소형까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총기로 어떻게 해볼 수 있지만 중대형 몬스터는 군용화기가 아니면 상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소울은 중대형 몬스터의 리스트를 확인했다.

    트롤, 오우거, 미노타우로스, 버그베어, 타란툴라, 드레이크, 바실리스크, 스콜피온, 코카트리스, 사이클롭스 등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여 익숙한 이름도 있었고 잘 들어보지 못한 종류도 있었다.

    놀라운 것은 차원의 균열이 생기고 난 이후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세계적으로 보고된 몬스터의 종류는 벌써 100가지를 훨씬 넘기고 있었다. 이중 10가지는 이미 한반도에도 등장한 몬스터였다.

    한참 인터넷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병실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소울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TV를 봤다. 방송국의 헬기가 구룡터널 사거리를 중심으로, 긴급출동한 수방사의 병력과 구룡산에서 뛰쳐나온 몬스터들 사이의 전투를 생방송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저런 것을 생방송으로 보여주네.”

    소울은 몬스터보다 이런 방송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방송국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항상 뭐든지 일단 숨기고 보는 정부의 태도에 질린 그에게 이런 신선한 생방송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어? 저거 구룡터널 사거리 아냐?”

    “지금까지 보고 있었으면서 왜 그래?”

    “아니 그게 아니라, 구룡터널 사거리에서 여기까지는 언주로만 타고 쭉 올라오면 금방 아냐?”

    “그래서, 아! 지금 네 말은 저놈들이 이 병원으로도 올 수 있다는 말이잖아?”

    “내말이 바로 그거야.”

    “흐음, 군인들이 뭐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그, 그럴까?”

    “그렇겠지.”

    창가 쪽 환자와 그의 친구인 덩치 큰 아저씨는 애써 현실을 외면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울은 그들의 말을 듣자 소름이 쫙 끼쳤다. 이제 자신만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까지 위험을 느끼고 있다는 말은 우려가 현실화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으음, 이렇게 넋 놓고 있다가 한방에 훅 가버리는 수도 있겠는데? 병원에 무기가 될 만한 것 뭐 없을까?’

    소울은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침대에서 일어나 병실 밖으로 나갔다. 승강기 앞쪽에 있는 데스크 앞에 간호사들이 모여서 걱정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모른 척 하고 지나가면서 뭐라고 하나 들어보니 누군가 TV에서 생중계를 해주고 있는 내용을 말한 모양이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데스크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간호사들이 일제히 그를 쳐다봤다.

    “저…….”

    “네, 뭐 불편하신 거라도 있으세요?”

    “그게 아니라 혹시라도 몬스터들이 쳐들어오면 다른 것보다 저기 보이는 저 방화문을 무조건 꼭 잠그시고 열리지 않도록 무거운 물건을 가져다 놓아야 합니다.”

    “네에?”

    간호사들이 일제히 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했다.

    “우, 우린 괜찮을 거예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들어가서 쉬세요.”

    “편하게 쉬기는요. 가만히 들어보세요. 전 여기서도 총소리가 들리는데, 간호사분들은 안 들리시나 봐요.”

    “아!”

    언제부터인가 집중해서 들어보면 콩 볶는 듯한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수간호사로 보이는 아줌마 간호사가 그를 보면서 말했다.

    “이소울 환자, 맞지요?”

    “네.”

    “아까 그게 무슨 소리에요? 방화문을 잠그라니요?”

    소울은 그제야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른 간호사는 자신의 말을 듣고도 한 귀로 흘리는데 이 수간호사는 확실히 뭔가 다른 것 같았다.

    “지금 TV에서 생중계로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부대가 구룡터널 사거리에서 구룡산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와 전투를 하고 있습니다. 승패에 상관없이 그중에 몇 십 마리 아니 몇 백 마리는 얼마든지 언주로를 따라 북상할 수가 있습니다. 아니면 골목길을 따라 북상할 수도 있고요. 만약 이 병원으로 그런 몬스터가 난입을 한다면 우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합니까?”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세요?”

    “저도 그럴 가능성이 하나도 없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저기 창문을 통해 한번 보세요. 이제는 저기 하늘에 방송국 헬기만이 아니라 군용헬기도 여럿 떠 있지 않습니까? 저건 그만큼 몬스터가 많다는 말이에요. 모르긴 해도 패잔병이 된 몬스터 몇 마리는 여기까지 충분이 올 거예요.”

    “그럼 이소울님 말대로 몬스터가 이 병원에 침입하면 방화문만 막으면 안전한가요?”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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