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5 제 2 장 - 꿈에서 =========================================================================
다용도실 옆의 방으로 들어가자 그는 혹시 이곳이 무슨 기계공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반, 수평형밀링머신, 직립드릴링머신, 속파기밀링머신, 드릴, 평삭기, 롤연삭기, 롤링연삭기, 각(角)테이블 평면연삭기, 호브(hob)반, 톱니바퀴형삭기(피니온형) 등 각종 범용 공작기계가 가득했던 것이다.
그는 잠시 고개를 한번 갸웃했다가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굳이 관심 없는 것을 자세히 살펴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공작실(工作室)을 나온 그는 지하공간을 살펴보다가 한쪽에 붙어 있는 양문(兩門)을 보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서둘러 양문을 활짝 열어봤다. 어두운 공간에 뭔가 반짝 거리는 것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오른쪽 벽에서 희미한 빛을 내는 스위치를 차례로 올려보았다.
“우와아아아아아!”
어두웠던 공간에 환한 불빛이 들어오자 소울의 입에서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포르쉐 918 스파이더 (Porsche 918 Spyder)
스파니아 GTA 스파노 (Spania GTA Spano)
헤네시 베놈 GT (Hennessey Venom GT)
맥라렌 P1 (McLaren P1)
쉘비 슈퍼카 투아타라 (SSC Tuatara)
파가니 후에이라 (Pagani Huayra)
페라리 라페라리 (Ferrari LaFerrari)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 비테세 WRC (Bugatti Veyron 16.4 Grand Sport Vitesse WRC)
람보르기니 베네노 로드스터 (Lamborghini Veneno Roadster)
코닉세그 아제라 S (Koenigsegg Agera S)
……
TV나 스포츠카 매거진에서만 봤던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슈퍼카들이 조명 아래서 그 화려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미친, 아무리 내 꿈속이라지만 이건 너무 한 것 아니야? 벤츠나 BMW도 충분한데…….”
그렇게 말한 소울의 입 꼬리가 양쪽으로 쫙 찢어져 있었다. 충분하긴 개뿔!
남자의 로망이 무엇인가?
역시 차(car)가 아니겠는가?
그것도 스포츠카에 짧은 원피스를 입은 쭉쭉 빵빵한 미녀들을 태우고 쌩하니 도로 위를 달린다면 아마 모든 수컷들이 부러워서 침을 날릴 것이다.
그런데 그냥 스포츠카도 아니고 무려 슈퍼카였다. 그거도 세상에서 가장 비싸다고 하는 슈퍼카 중의 슈퍼카들이 늘씬한 자태를 드러내고 요염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소울은 이곳이 꿈속이라는 것도 깜빡 잊고서 달려가 슈퍼카들을 하나씩 타보며 광란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마치 미녀와 침대 위에서 서로 물고 빠는 것처럼 슈퍼카들 위에 올라가 키스를 하고 핸들을 잡으며 미친 듯한 광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누가 그의 행동을 봤다면 모두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할 만한 행동들이었다.
“푸하하하하!”
그는 한참동안 박장대소를 하며 슈퍼카를 마음껏 감상하고 실제로 차에 올라타서 핸들을 꺾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모든 행동을 딱 멈추고 속삭였다.
“아우토반이 필요해.”
그는 일단 차 하나를 선택했다.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 비테세 WRC (Bugatti Veyron 16.4 Grand Sport Vitesse WRC)이었다.
부르릉 부릉!
시동을 걸자 낮고 중후한 엔진 음이 들려왔다. 그는 천천히 차를 몰고 밖으로 나왔다. 어떤 장치가 되어 있는지 몰라도 밖으로 나가자 저절로 차고의 문이 열렸다. 차고에서 정문까지 미끄러지듯 달려가자 정문이 자동적으로 열리며 밖으로 나오게 됐다.
“역시!”
밖으로 나온 소울은 한손으로 차의 핸들을 후려치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앞에 독일의 아우토반과 같은 고속도로가 들판을 가르고 길게 뚫려 있었던 것이다.
부르릉 부르릉 부우우우우우우우우웅!
소울은 액셀을 몇 번 밟아 엔진을 세차게 돌렸다가 빠르게 변속을 했다. 그러자 자신의 몸이 마치 의자 속으로 쑤셔 박히듯 뒤로 팍 밀리며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가듯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아아악!”
짧은 순간, 그는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했다. 하지만 곧 그의 몸에서 마치 아드레날린이라도 뿜어져 나오는 듯 힘이 솟구쳤다. 핸들을 두 손으로 꽉 잡자 이내 슈퍼카 부가티 베이론은 자신의 의지 하에 놓이게 되었다.
부아아아아앙!
차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갔다. 굳이 계기판을 보지 않아도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소울은 그 무식한 스피드에 온몸에서 짜릿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쾌감을 느꼈다.
소울은 아우토반을 미친 듯이 달려갔다. 끝도 없이 이어진 곳이라 얼마든지 달려도 상관없었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 아무리 속도를 올려도 누구하나 간섭을 하지 않았다. 경찰이 쫓아오지도 않았고 자신의 질주를 방해하는 차도 없었다. 그냥 마냥 직선으로 달려가며 미칠 듯한 스피드의 쾌감에 흠뻑 젖어버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소울은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경쟁자가 있는 것도 아니도 아무도 없는 고속도로를 혼자 질주하고 있으니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돌아가야겠다.”
그가 그렇게 생각을 한 순간, 저 앞에서 크게 유턴을 할 수 있는 도로가 나타났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그 도로를 타고 유턴했다. 돌아오는 것은 금방이었다. 꿈속이라서 그런지 유턴 하자마자 곧바로 들판 한 가운데에 자신의 드림하우스가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부르릉 부르르릉!
드림하우스 정문으로 차를 몰고 가자 저절로 정문이 위로 올라갔다. 소울은 부가티 베이론을 차고에 잘 주차하고 시동을 껐다.
“휴우, 정말 무서운 속도였어.”
그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돌았다. 비록 무서울 정도의 스피드로 달렸지만 그만큼 짜릿한 쾌감도 만끽했던 것이다.
차고를 나와 거실로 올라온 그는 소파에 앉았다. 잠시 멍하니 마당과 정원을 바라봤다. 그러던 순간 그는 뭔가 확실히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 혼자 있어서 그런가? 무지하게 심심하네. 역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인가?”
그렇다. 그는 외로웠다. 아무리 드림하우스에 슈퍼카가 가득해도 혼자 보려니 재미가 없었다.
넓은 마당에 화려한 파티를 열고 싶었다. 풀장에는 세상의 온갖 미녀들이 비키니를 입고 수영을 하며 깔깔대고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니 비키니도 불편하다면 홀라당 벗고 물속으로 뛰어 드는 금발의 글래머 미녀들의 모습도 보고 싶었다.
옷장에 수십 벌의 명품 정장이 있으면 뭐하겠는가? 그것을 보고 부럽다고 말해줄 사람이 없는데 말이다. 원룸만한 안방에 놓인 킹사이즈 베드에 누워서 혼자 자는 것도 심심할 것 같았다. 사랑하는 여자와 같이 손만 잡고 자도 행복할 것 같았다.
김태희, 신민아, 한예슬 같은 미녀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적당히 아름다운 미녀를 만나 사랑에 푹 빠져 보고 싶었다. 오픈카에 그녀를 태우고 아우토반을 매섭게 달리며 꺅꺅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제기랄, 그림의 떡인가? 아니야. 현실에서야 할 수 없지만 여기는 내가 신인 나의 꿈속이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이란 없어.”
그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널찍한 마당 한 가운데로 가서 섰다. 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
“신민아, 나와라!”
“한예슬, 나와라!”
“제시카 알바 나와라!”
“카멜라 벨, 나와라!”
“아이쉬와라라이, 나와라!”
“나나, 나와라!”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아니 아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게 아닌게벼!”
자신의 꿈속이니 얼마든지 아름다운 인기 여배우와 연예인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혹시 루시드 드림에서도 초상권이 있는 건가? 그럼 지금 말고 옛날 미녀 여배우들을 불러볼까?”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기억 속에 들어 있는 옛날 미녀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올리비아 핫세, 나와라!”
“이자벨 야자니, 나와라!”
“올리비아 뉴튼존 나와라!”
“그레이스 켈리, 나와라!”
역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뭐가 잘못된 거지? 아직 내 루시드 드림이 약해서 그런가?”
소울은 갑자기 급 침울 모드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아니야. 이건 하나의 기회일수도 있어. 세상에 누가 나처럼 이렇게 선명한 루시드 드림을 꾼단 말이야. 아마 이건 세계 역사상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일지도 몰라. 소울아! 포기하지 말자. 다시 해보자.”
그는 두 주먹을 꼭 쥐고 전의(戰意)를 불태웠다. 마치 전투에 참여하는 전사라도 되는 듯 그는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목소리에 기를 팍팍 불어 넣었다.
“아아! 난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좀 등급을 낮추기로 했다. 잘은 모르지만 너무 유명한 미녀 연예인이나 여배우는 불러내기 쉽지 않은 것 같았다. 그것이 비록 자신의 꿈속이라고 해도 말이다.
“전희연, 나와라!”
전희연은 그가 알바를 했던 편의점에서 일했던 미녀 알바생의 이름이다. 국내의 여자 연예인과 세계적인 미녀들을 자신의 꿈속으로 불러들이는데 실패한 소울은 이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예쁘다는 여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했다.
“장경화, 나와라!”
“신희선, 나와라!”
“우미인, 나와라!”
“김영희, 나와라!”
“제기랄! 오연주, 나와라! 제발 좀 나오라고!”
그는 결국 한 명도 불러들이지 못했다.
“왜 안 되지? 집도 만들고 아우토반도 만들었는데 왜 여자 한 명은 안 되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었다.
소울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가락으로 잔디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생각했다.
“왜 안 되는 걸까? 뭐가 부족해서 그렇지?”
그러다가 그는 자신이 오늘 루시드 드림이라는 것을 처음 꿨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든 일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이렇게 선명한 루시드 드림을 꾼다고 해도 처음부터 여자를 그것도 미녀들을 창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생명체는 무생물과는 그 등급이 다른 것 같았다.
“그냥 기억에서 잠깐 뽑아내는 것도 안 되냐? 에이, 꼭 한번 진하게 키스 해보고 싶었는데......”
소울은 아까 불러들이려고 했던 세계적인 미녀들의 얼굴을 하나씩 그려보며 입맛을 다셨다.
“에이, 운동이나 하러가자.”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가 즐겨보던 인터넷 판타지 소설에서 얼핏 본 기억이 났다. 루시드 드림 속에서 운동을 하면 현실에서 몸 짱이 된다는 스토리인데 소울은 나름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다.
현관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 소울은 곧바로 계단을 통해 지하실로 내려갔다. 체력단련실에 도착한 그는 일단 옷부터 홀딱 벗었다. 운동을 하며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곧 그는 다시 팬티를 입었다. 세계 남성 평균 사이즈는커녕 한국인 평균 사이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음경의 크기를 보자 절로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비뇨기과학회에 발표된 한국인 평균 사이즈는 평상시 길이 7.4cm 이고 발기했을 때는 길이가 12.7cm, 둘레가 11.5cm로 확장된다고 한다.
그럼 전 세계 남성들의 평균 성기 크기는 얼마나 될까?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이 국제비뇨기학회지 ‘BJU 인터내셔널(British Journal of Urology International)’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세계 남성의 평균 성기 크기는 발기 시 길이 13.12cm, 둘레 11.66cm라고 한다. 또한 이완 시에는 길이 9.16cm, 둘레 9.31cm가 평균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울은 자신의 음경이 작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한국인 대부분이 자신의 음경의 사이즈가 작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물론 데이터를 놓고 확인해 보면 대부분 평균 사이즈에 무난히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쉴 것이다.
하지만 포르노와 인터넷의 영향으로 안 그래도 사이즈가 큰 서양과 중남미 남자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보던 상황에 이제는 일명 대물(大物)을 가진 흑형들까지 나타나 우리의 시선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물론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세계 남성 평균 성기 사이즈는 되고 싶은 것이 소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여자를 많이 겪어 보지 못한 소울은 밤마다 끓어오르는 정욕을 인터넷과 오형제의 도움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에 대해 약간은 오해가 있었다.
“휴우! 그게 작으면 초콜릿 복근이라도 있어야 여자들이 나와 데이트를 해주겠지?”
소울은 땅이 꺼져라 한 숨을 쉬었다.
삼포세대(三抛世代: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살고 있는 그에게 여자는 너무나도 두렵고 떨리는 존재였다.
“꿈속이니까 좀 무거운 것을 들어도 되겠지?”
키 169.5cm, 몸무게 60kg의 소울은 하얀 팬티만 입은 채로 벤치 프레스 앞에 섰다.
============================ 작품 후기 ============================
*** 루시드 드림(자각몽)에 관한 소설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삼포세대(三抛世代: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가 빨리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건강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