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화 (4/492)

00004  제 1 장 - 급변하는 세상  =========================================================================

소울은 깍듯이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 모습만 보면 누가 환자고 누가 보험사에서 나온 사람인지 모를 정도였다. 소울은 보상금만 많이 받는다면 이보다 더한 짓도 매일 할 용의가 있었다. 물론 이런다고 보상금을 더 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고, 삭신이야!”

그는 침대에 벌러덩 누우며 할아버지들이나 할 만한 소리를 냈다. 머리가 무거운 데다 마녀 같은 간호사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개소리까지 들으니 멀쩡하던 몸이라도 아플 것 같았다.

‘하긴 매일 이렇게 병실에만 쳐 박혀 있으니 머리가 무거울 만도 하지. 내일 부터는 슬슬 병원 근처를 돌아다니며 걷기 운동이라도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소울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서서히 잠에 빠져 들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겠지만 병원에서 깊은 잠에 빠지기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병실의 환자들이 내는 신음 소리와 기침소리, TV에서 나오는 소음,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쳐 맥박과 체온을 재가는 간호사들, 자정이 넘어서 간간히 들려오는 앰뷸런스의 소음 등 외부에서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소울은 어쩐 일인지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잠깐 침대에 누워 쉰다는 것이 아예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

“어? 여기가 어디지?”

소울은 주변을 둘러보며 의문을 가졌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은 아주 넓은 들판의 한복판이었다.

“무지하게 넓구나.”

넓어도 너무 넓었다.

푸른 잔디와 꽃들이 깔려있는 이 들판은 어디를 둘러봐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늘을 쳐다보니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동화에나 나오는 장소에 자신이 서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더럽게도 땅덩이가 좁은 이 나라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네. 한번 달려볼까? 기분 상으로는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소울은 망설이지 않고 한쪽 방향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대충 방향을 보면 동쪽인 것 같았다. 방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마음껏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다다다다다다!

그는 바람이 자신의 얼굴과 온몸을 때리는 것을 느끼며 신나게 달려갔다. 달리다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아니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소울은 달리면서 고개를 살짝 위로 들었다 하늘 위에 구름이 떠 있고 그 구름이 마치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았다. 그는 왠지 자신이 저 구름 위까지 뛰어 오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야앗!”

다다다다다 탓!

소울은 더 빠르게 달려가다 마지막에 힘껏 도움닫기를 하며 하늘 위로 높이 뛰어 올랐다.

휘잉!

어디선가 세찬 바람이라도 부는 것일까? 소울은 세상이 모두 자신의 뒤쪽으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귓불에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했다.

떠올랐으면 가라앉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소울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고개를 아래로 돌리자 소울은 자신이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 놀랍지가 않았다. 마치 이곳에서는 뭐를 해도 당연한 일 같았다.

“뭐 꿈속이니 하늘을 나는 것도 당연하겠지.”

소울은 그렇게 생각하며 오히려 몸을 쫙 폈다. 슈퍼맨이 나는 것처럼 한 손은 앞을 향해 쭉 폈고 다른 한 손은 자신의 옆구리에 붙인 것이다.

“날아라! 소울!”

쐐애애애애액!

정말 날아갔다.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말이다.

그는 신이 났다.

세상에 자신이 하늘을 날다니…….

정말 꿈에서나 그려본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꿈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내가 꿈속에서 깨어났네? 이게 혹시 ‘너입어’ 지식인에서 봤던 ‘루시드 드림’현상인가?”

소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결코 하늘을 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당장 멈추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껏 날아다녔다.

그는 정말 질리도록 하늘을 날아다니며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재주를 넘기도 했다. 바닥에 거의 배가 닿을 것처럼 저공비행을 했다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올라가 360도 회전을 하기도 했다.

정말 더 이상은 원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신나게 날아다닌 소울은 어느 순간 날아다니는 것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러자 곧 주변의 풍경이 자신의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네. 가도 가도 끝없는 들판뿐이네. 하늘도 마찬가지고…….”

그는 더 이상 날아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땅으로 내려왔다.

쿵!

가벼운 충격이 발을 통해 느껴졌다. 정말 실감났다. 이런 것을 보면 혹시 이게 꿈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확실히 내가 꿈 안에서 깨어 있구나. 루시드 드림이 확실해.”

고등학교 밖에 다니지 못했다고 소울이 바보는 아니다. 대학교에 들어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상식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배우고 싶은 열망이 꺾이는 바람에 정보와 지식에 대한 갈증은 더욱 큰 상태였다. 다만 현실로 인해 그것이 묵살되고 있을 뿐이다.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自覺夢)이라고도 부르며 수면자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채로 꿈을 꾸는 현상을 말한다. 루시드 드림은 수면자가 꿈꾸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꿈 내용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으며, 깨어나서도 꿈의 내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특징이 있다.

소울은 루시드 드림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은 이곳에서 신(神)과 마찬가지인 존재라는 것을 확신했다.

“꿈이라는 것은 결국 내 의식 안의 상상의 발로다. 당연히 꿈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있는 거야.”

소울은 확실히 자신의 처지를 자각했다. 그동안 자신이 세상에서 하지 못했던 일들, 또는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여기서라도 마음껏 해보고 싶었다.

시간은 많았다. 꿈에서 깨지 않기만 한다면 그는 이곳에서 왕(王)도 될 수 있고, 신(神)도 될 수 있었다.

“일단 멋진 집을 지어야지. 어떤 집이 좋을까?”

그는 제일 먼저 집을 가지고 싶었다. 그것도 TV나 잡지에 나오는 그런 멋진 집을 말이다. 그는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한 연예인의 수십억대의 2층짜리 저택을 생각했다.

그러자 눈 깜빡 할 사이에 아름다운 2층 저택이 들판에 서 있는 자신의 눈앞에 떡 하니 세워졌다.

“아!”

놀라웠다. 그는 집이 세워지는 과정이 생략된 것을 오히려 반기며 훌쩍 담을 뛰어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하늘도 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담하나 뛰어 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넓은 마당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정원이 보였다. 한쪽에는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풀장이 보였고 풀장에 담긴 물이 바람에 찰랑거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드림 하우스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1층과 2층이 뻥 뚫린 환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거실이 한 눈에 들어 왔다. 한쪽 벽면 전체가 거대한 통짜 유리로 되어있어 거실에 있는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 마당과 정원, 풀장 그리고 하늘까지, 한눈에 내다볼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었다.

그는 잠시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바깥을 쳐다봤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편안해졌다.

“이곳은 나만의 안식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적당히 소파에서 시간을 보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과 연결된 독특한 디자인의 초현대식 부엌을 구경했다.

디귿 자로 된 부엌의 중앙에 새하얀 대리석으로 마감된 주방이 보였고 그 앞쪽으로 거실과 연결된 디너 테이블이 놓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쪽 벽에는 대형 LED TV가 보였는데 요리를 하면서 TV도 시청할 수 있는, 참 주부가 일하기 편리한 구조였다. 이런 곳에서 요리를 한다면 얼마나 맛있을까? 그는 절로 입 안에 침이 고였다.

부엌에서 나온 그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방 하나가 어지간한 원룸보다 큰 사이즈의 안방 한쪽에는 킹사이즈 베드가 놓여 있었다. 창가에는 책상과 아담한 소파 한 세트가 놓여 있었고, 베드의 반대쪽은 한쪽 벽 전체를 꽉 채울 정도의 거대한 벽걸이 TV가 부착되어 있었다.

그는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고 위아래로 흔들어봤다. 부드러우면서도 하드한 느낌의 베드의 감촉이 느껴졌고 탄력이 죽지 않아 여기에 누워서 자면 피로가 단번에 풀릴 것만 같았다.

소울을 안방에서 나와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건넌방은 안방의 작은 축소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옆방으로 바로 들어갔다. 그러자 서재가 나왔다.

보르네오 산 오크로 만들었을 것 같은, 나뭇결이 유난히도 잘 보이는 목재로 만들어진 서재는 창가에 놓인 책상과 편안해 보이는 회장님 의자가 있음으로 완벽해졌다. 양쪽 벽을 가득 채운 책은 보기만 해도 ‘저걸 언제 다 읽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재를 나와 그 앞에 있는 드레스 룸에도 들어가 봤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옷들이 제일 먼저 눈에 보였다. 안에 걸린 수십 벌의 명품 정장과 수백 벌의 갖가지 유명 메이커의 의복들 그리고 수십 켤레는 될 것 같은 구두와 운동화 등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드레스 룸의 하이라이트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중앙에 약간 무대처럼 만들어진 초소형 플로어가 조명으로 인해 현란하게 반짝였다.

“이건 나만의 무대라도 되는 건가? 나르시시즘에 빠진 놈이 설치기 딱 좋겠구나.”

소울은 잠깐 그 무대 위에 올라가봤다. 그리고 그는 꿈속에서 또 다른 현실에 직면했다.

169.5cm의 키를 가진 평범한 얼굴의 완벽한 루저가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이다.

“제기랄!”

그는 갑자기 기분이 확 상했다. 그래서 얼른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역시 무대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보다.

출렁!

갑자기 드레스 룸이 마치 젤리처럼 흔들렸다.

“하하하, 내 자신을 보고 충격을 받아 루시드 드림이 깨질 뻔 한 건가?”

소울은 그 사실이 굉장히 웃겼다. 마음을 고쳐먹고 자신의 드림하우스를 좀 더 구경하기로 했다. 그러자 살짝 흔들렸던 드레스 룸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드레스 룸의 중앙에는 진열장이 보였다. 마치 금은방에서 본 것 같은 진열장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세상에서 파는 온갖 종류의 고급 시계와 썬글래스가 가득했다. 그 옆의 진열장을 보자 넥타이핀, 커프스, 팔찌 등 남성용 액세서리로 꽉 채워져 있었다. 아직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소울은 자신의 꿈속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낯설었다.

“2층으로 가보자.”

그는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생각을 하면 곧 그것이 음성으로 들린다는 것이 신기했다.

2층은 집 안에 또 하나의 집 같았다. 널찍한 4개의 방에 각각 4개의 화장실이 있었고, 부엌과 천장 한쪽이 투명한 유리도 된 거실까지, 무엇하나 사는데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아무래도 말로만 듣던 게스트 룸이라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층에 있는 4개의 방은 각각 완전히 다른 느낌에 개성이 넘치는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어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 집에 넘치도록 있는 방은 더 이상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했다.

“지하로 내려가 보자.”

그는 널찍한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실 하면, 의례 음침하고 어두운 지하실을 생각하는데 이 집의 지하는 달랐다. 먼저 지하실의 절반 정도가 대지 위로 올라와 있었고, 그로 인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이 지하 공간을 밝게 만들어 줬다. 또한, 높은 천장은 지하실 자체를 상당히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어 줬다.

지하실은 정사각형의 공간이 구획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체력단련실이었다. 갖가지 최신형 운동기구가 넓은 공간에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유명 피트니스 센터를 작게 축소시켜 놓은 것 같았다. 여기서 운동을 한다면 금세 근육질의 멋진 짐승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체력단련실 옆은 다용도실로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새 보일러와 갖가지 크기의 최신형 세탁기가 놓여 있었다. 한쪽 벽에는 태양광 자체 발전시스템이 보였고, 그 옆에는 수십 개의 모니터와 함께 자체 방범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었다.

잠시 모니터를 통해 집 안 곳곳의 풍경이 잡히는 것을 본 소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에서나 본 이런 방범시스템의 보호 아래라면 충분히 편히 잠을 잘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

*** 루시드 드림(자각몽)에 관한 소설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수정: 7-1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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