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복제헌터-35화 (35/38)

〈 35화 〉 제물던전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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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는 마이크를 계속 내민다. 인터뷰를 진행하려는 의지. 기자로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리고 싶다는 강한 사명감보단 지극히 흥미를 위주로 움직인다.

―황 대장님이 실종돼서 어떠냐고요?

“예. 짐꾼의 입장에서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그야 나는 좋지. 황종태를 없앤 사람이 난데.

이렇게 대답할 순 없었다. 적절한 답변을 찾았다.

―두렵습니다. 황 대장님은 일성 길드의 베테랑 헌터가 아닙니까. 그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렇죠. 어느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습니까. C급 던전에서 B급 헌터가 갑자기 사라지다니요. 이에 대해 다양한 가설이 오가고 있는데 어떤 것이 가장 타당하다 생각합니까?”

―가설이라면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던전 기현상, 정체불명의 몬스터, 내부의 문제 등으로 실종원인이 추정되고 있습니다. 어느 이유든 끔찍하기는 매한가지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무엇이 가능성 있다고 보시는지요?”

짐꾼인 나한테 이런 것까지 물어본다. 인터뷰에 응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나와 토론하며 분량을 뽑고 싶어 한다.

난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답했다.

―던전은 늘 미지의 세계고, 이곳에 들어온 헌터들은 항상 불의의 사태와 마주칩니다. 알 수 없는 마력현상이 발생했다고 봅니다. 황 헌터님은 던전의 잘못된 길로 빠져버린 게 아닐지······.

돌려서 말했지만 결국 던전 탓이었다. 다른 걸 의심하지 말자는 의미.

“오, 던전의 기현상을 원인으로 보는군요. 타당한 추측입니다. 던전에서 사람이 실종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허다하죠.”

김수로는 내 말에 동의했다. 던전에선 발 한번 잘못 내딛으면 전혀 다른 곳에 빠질 수도, 뭘 잘못 건드리면 강제로 다른 곳에 전이될 수도 있었다. 일종의 던전 기현상.

“일성 길드는 계속 던전공략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이 결정은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공략대의 선택에 관해 물었다.

―저는 찬성입니다. 공략대 대장이신 황 헌터님이 실종됐지만, 일성 길드는 여전히 강력하지 않습니까. C급 던전을 클리어하기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군요. 황 헌터님이 없어도 공략은 충분하다 보시는 군요.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일성 길드엔 A급 힐러 이하연 님과 B급 헌터들이 남아있습니다. 다른 C, D급 헌터들도 멀쩡하고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골렘던전을 진행한다면, 무사히 던전을 공략할 수 있을 겁니다.

“남은 헌터들을 믿는다는 말씀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김수로는 마이크를 쥔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대답에 만족한 걸로 보였다. 상황이 불안하고 혼란스럽지만, 일성 길드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는 선택. 던전의 정황과 거기에 따른 생각이 잘 담겨있는 인터뷰였다.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일성 길드의 이하연 양이 공략대의 임시 대장을 맡게 되었는데요. 여기에 대해선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이하연 님은 A급 헌터로서 우리들 중에 가장 헌터등급이 높습니다. 대장을 맡는 건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황종태 님이 대장일 때와 차이가 있을까요?”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던전공략은 그분도 잘 할 겁니다.

“이하연 씨의 지휘를 받는 소감이?”

―······나쁘지 않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면?”

인터뷰가 노골적이다. 이하연 임시대장에 대한 짐꾼의 평가를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녀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언제나 취재하기 좋은 주제였다.

―잘 하시겠죠. 일성 길드의 유명한 성녀이시니. 공략대를 잘 이끌 겁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어쩌다보니 이하연에게 공략대 대장이라는 부담감을 안겨주게 되었지만, 자기의 역할은 잘 할 거라 믿는다.

“이하연 씨를 위한 응원의 한 마디.”

―······? 갑자기 무슨 응원이요.

“그분이 공략대를 잘 이끌어야 우리가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격려차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놈은 대체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여유가 철철 흘러넘친다. 경기장에서 운동선수를 바라보는 관객에게 묻듯, 응원을 요구한다.

―힘내셨음 좋겠습니다.

“네. 인터뷰 감사합니다. 한재복 씨.”

김수로가 드디어 마이크를 회수했다. 만족한 미소를 띠우며 뒤편으로 물러나 카메라 ON/OFF 버튼을 눌러 촬영을 마쳤다.

나는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어쩌면 이리도 편안하게 촬영을 진행하는지, 황종태가 실종됐는데 불안하진 않은 건지.

“기자님.”

“네?”

“황 헌터님이 실종됐는데 걱정되진 않으십니까?”

김수로는 황종태와 모략까지 같이 꾸미던 사이다. 그가 없어졌는데 이 녀석은 오히려 싱글벙글해 하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은 없는 걸까.

“아, 황 헌터님이 실종된 거요? 뭐 안타깝게 됐지만, 이런 게 던전공략이지 않습니까. 생각대로, 준비한 대로만 진행되지 않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봅니다.”

“······.”

“그래도 황 헌터님이 무사히 살아계시면 좋겠습니다. 꼭 다시 뵈었으면 하네요.”

“왜요? 또 인터뷰하려고요?”

“하하, 아닙니다.”

김수로는 내 말에 어설프게 웃었다.

정곡이었다. 황종태가 돌아와도 그의 생환에 기뻐하기보단 그의 실종 및 생존일지를 취재할 수 있게 되어 기뻐할 놈이었다.

“던전공략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

“던전공략? 한재복 씨와 같은 의견입니다. 일성 길드가 있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김수로는 싱긋 웃었다. 황종태가 없어지자 더 기분이 좋아보였다. 상황을 조작할 필요 없이 자연스레 위기감이 고조되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듯 행복해한다.

‘대단한 녀석이야.’

정체성이 확실하다. 뭔 일이 벌어지든 더 재밌는 영상을 촬영하기만 하면 된다. 자극적인 상황을 맞이해 물 만난 고기처럼 뛰논다.

저 즐거움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나는 김수로를 봐줄 생각이 없다. 설령 앞으로 이어지는 제물던전에서 그가 살아남더라도, 그에게 예정된 미래는 어두울 거다.

*

골렘던전 3층. 보스방.

이하연이 이끄는 공략대는 던전을 주파하여 이곳까지 도달했다. 진지한 태도로 공략에 임하는 일성 길드는 강했다. 실수 하나 없이 골렘을 쳐부쉈다.

<몬스터 정보>

-이름: 불타는 골렘

-등급: B급

-설명: 5미터 크기 골렘. 몸에 화염마법이 부여되어 끊임없이 불타고 있다. 공격력이 상당하다. 골렘의 공격에 정통으로 맞으면 같은 등급의 탱커조차 버티기 쉽지 않다.

보스방에 도착하자 몸이 화염으로 덮인 골렘이 등장했다. 5m 크기의 로봇처럼 생겼고 마핵은 심장부에 위치하여 단번에 깨부수기 쉽지 않았다. 마핵을 부수려면 가슴부위의 탄탄한 장갑을 뚫어야 했다.

보스 주변에서 호위하는 폭발형 골렘, 아이언골렘, 아이스골렘 등등. 일반 몬스터의 숫자도 많았다.

“B급 헌터분들은 불타는 골렘의 주의를 끌어주세요. 가급적이면 먼 곳에서요. 나머지 공략대 여러분은 일반 몬스터부터 사냥합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부상자는 제게 와서 치료를 받으시고요.”

이하연이 공략대를 지휘했다. 가장 위험한 불타는 골렘은 B급 헌터 네 명이 도맡고, 그동안 일반 몬스터부터 정리한다. 안정적인 형태의 싸움이었다. 불타는 골렘의 사냥은 늦어지더라도 공략대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인다.

박우현, 맹종익 등. 호명된 B급 헌터들이 맨 앞으로 나섰고 불타는 골렘과 몇 번 맞부딪치다가 보스를 끌어 구석으로 돌렸다.

남은 공략대가 탱커를 앞세우고 궁수와 마법사, 검사가 뒤에서 받쳐주며 일반 골렘을 상대한다.

퍼엉, 빠지직, 콰광······!

본격적인 싸움에 돌입하며 마력 터지는 소리, 금속 긁히는 소리, 폭발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뒤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짐꾼은 안전상의 이유로 파티의 후방에 배치되어 헌터들의 보호를 받는다.

‘잘 싸우네.’

이 싸움은 내가 참여하지 않아도 되었다. 일성 길드가 알아서 이겨줄 테니. 짐을 놓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치열한 전장 가운데, 이하연이 먼저 눈에 띈다.

긴장한 얼굴. 새하얀 로브를 입고 빨빨 나돌아 다니며 열심히 헌터들을 치유한다. 그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옛날 일이 떠오른다. 일성 길드에서의 치열한 나날들. 자꾸 기억이 겹쳐 머릿속을 흘러 지나간다.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전열을 이탈해 슬그머니 앞으로 나왔다.

“도와드릴까요?”

이하연을 보며 물었다.

“네?”

갓 부상자를 치료하고 숨 돌리고 있던 이하연이 갑자기 튀어나온 나를 보며 놀랐다.

“바빠 보이시는데, 한손 거들어드릴까요?”

“노력, 끈기, 열정의 헌터님... 도와주신다고요? 하지만 짐꾼이신데 어떻게... 아, 힐링 스킬도 사용하셨죠?”

내 얼굴을 기억한 이하연이 도와준다는 말에 의아해하다가 다른 사실이 생각나 반색했다.

“저와 함께 사람들을 치료할 건가요? 그럼 감사합니다.”

두 손을 모으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힐러 한 명 추가는 전력에 크나큰 보탬이다.

“같이 치료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는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저도 돕지요.”

헌터소드를 들고 골렘을 깨부수고 싶다는 의미로 말한 도움이었다. 나를 힐러로 오해한 이하연이 순진하게 웃자 이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며 치료를 돕기로 했다.

[힐링] [리커버리]

색다른 경험이었다. 늘 치료받기만 하던 내가 이하연처럼 남들을 치료하며 힐러로서 활동한다니.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며 다쳐서 돌아오는 헌터들을 돌봤다.

참 이상한 짓하다가 많이 다치더라.

뒤에서 보니까 잘 보였다. 괜히 앞장서다 다치는 헌터. 무리해서 다치는 헌터. 서툴러서 다치는 헌터. 계속 다치는 놈만 다쳤다.

날 보는 이하연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지난 회차에 내가 그녀의 힐링을 가장 많이 받았을 테니. 자꾸 눈이 가는 게 이해가 된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뭘요.”

부담을 덜자 한층 편안해진 얼굴로 감사하는 이하연. 난 어깨를 으쓱였다.

30분여가 흐르고.

싸움은 거의 다 끝났다.

일반 몬스터는 전부 쓰러지고, 불타는 골렘만 남아 헌터들의 집중 공격을 버티고 있었다.

[힐링]

난 부상자에게 가볍게 신성력을 쏘며 전투를 지켜보았다. 저 골렘의 마핵이 터지는 순간. 던전은 변할 거다.

*

골렘던전이 화제가 된 이유는 이 던전이 진입한 모든 헌터를 잡아먹고 사라져서였다.

분명히 일반적인 균열이었는데 공략을 마쳐도 헌터들을 내보내지 않았다.

이들의 실종사건은 연이어 뉴스거리가 되었고 사람들은 사라진 균열을 찾았다.

균열은 아무리 찾아도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이 미제사건은 한국에서 생긴 대표적인 던전 기현상 중 하나로 남았다.

7년 후. 골렘던전이 있던 자리에 A급 제물던전이라는 새로운 균열이 열린다.

여기에 입장한 헌터들은 보았다. 7년 전 골렘던전에서 사라진 헌터들의 유해를.

골렘던전과 제물던전은 이어져있었다. 제물던전은 한번 입장하면 나가지 못하는 특수던전. 골렘던전에 들어온 헌터들은 제물던전을 공략하지 못해 모두 죽고 말았다.

그 이후 제물던전은 한국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이중던전으로 불린다. 골렘던전이라는 함정 위에 설치된.

균열은 차원이 이어진 통로로 해석된다. 골렘던전은 제물던전의 차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지구와 7년 후에 발생할 제물던전을 미리 연결시켜주는 통로였다.

쿠구궁, 기이잉.

불타는 골렘이 헌터들의 공격에 연신 가슴을 두들겨 맞자 기계 고장나는 소리를 내었다.

그 두텁던 장갑이 연이은 공격으로 인해 너덜너덜해졌다. 바깥으로 드러난 불타는 골렘의 붉은 마핵. 철에 감싸인 공 같다. 레드 드래곤의 눈알처럼 음험하고 싸늘한 붉은 빛을 내었다.

“꿰뚫어라 맹종익!”

누군가의 응원과 함께 팬들의 구호처럼 B급 헌터 맹종익이 총알같이 날아들었다.

여기서 제일 날렵한 헌터였다. 마력을 담은 검으로 불타는 골렘의 마핵을 부셔놓는다.

콰지지직!

마핵 갈라지는 소리. 골렘의 가슴에 모여 있던 마력이 검에 의해 찢기며 날카로운 소음을 내었다. 그 소리를 만들고선 맹종익은 골렘의 가슴을 발판삼아 뛰쳐나왔다. 골렘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지대에 착지한다.

그워엉-

모두가 골렘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보스몬스터의 마핵이 부셔졌으니 던전공략이 끝나고 균열이 닫히는 순간이었다.

[C급 일반던전 ― 골렘던전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축하메시지가 헌터들의 상태창에 도착했다. 다들 안심하고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갈라진 마핵은 불타는 골렘의 몸체처럼 떨어져 흩어지지 않았다.

새롭게 시동이 걸리듯 동그랗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점점 강해지는 회전력.

콰창!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마핵에서 터져 나온 마력이 던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던전의 벽 곳곳에 동그란 마법진을 그린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그 순간, 던전에 이질적인 힘이 들어섰다. 초록색의 마력이 던전의 벽을 뚫고 직선으로 길게 뻗는다. 물리법칙에 영향 받지 않는 것처럼 흘러들어 마법진에 의해 변화하는 던전을 감싸고 정육면의 네모난 안전지대를 만들었다.

콰과광, 쿠과과광.

던전 안쪽이 지하 깊은 곳에서 공사하듯 변하는 소리를 내었다.

자리에 있는 모든 헌터들은 이 기현상에 아무 말도 못하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제물던전과 이어져있다는 걸 아는 내게도 신비롭기만 한 현상이었다.

천지가 진동하고, 디지털처럼 오차 없이 이어진 초록색 선만이 유일하게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진동이 멈추고, 던전은 말끔해졌다. 초록색 선들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상태창에 새로 뜨는 부드러운 알림.

<던전 정보>

-이름: 제물던전

-난이도: A급(특수)

-공략조건: 팔수악마 ‘제로데 팔마르’ 처치

우리는 새로운 던전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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