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복제헌터-31화 (31/38)

〈 31화 〉 기자와 성녀와 마인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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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뿌린 신성력은 빛의 가루가 되어 이하연의 몸을 감쌌다.

그녀를 치유하고, 긴장을 풀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

“이, 이건······?”

이하연은 내가 대뜸 회복스킬을 쓰자 상당히 놀란 모습이다.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자신의 주위에서 빛나는 성력을 멍하니 바라본다.

회복이 끝나고.

맑고 투명한 두 눈에 의문을 담아 나를 쳐다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이하연을 바라만 보았다.

깜빡깜빡.

깜빡깜빡.

여닫이만 반복하는 놀란 눈꺼풀. 내가 침묵하고 있자 굳어있는 채로 쳐다본다.

낯가림이 심한 여자다. [친절], [선의], [성녀]에 가려진 그녀의 숨은 특성은 사실 [소심]일 거다. 모르는 사람은 지극히 경계한다.

“······.”

“······?”

내가 가만히 있자 결국 이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혹시······ 힐러신가요? 절 치유하신 거예요?”

대뜸 치유스킬을 쓴 나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아니요. 힐러는 아닙니다. 그래도 치유와 관련된 스킬 몇 가지는 쓸 수 있습니다.”

방금 배운 3개.

난 거짓말하지 않고 떳떳하게 말했다.

“그래요? 힐러가 아닌데 치유스킬을 쓸 수 있다고요? 실례지만 특성이 어떻게 되시는지······?”

이하연은 적극적으로 물어본다. 내가 신성력을 쓰니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리프레쉬]를 받아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경계심을 낮추고 내게 다가온다.

“여기, 이게 내 특성입니다.”

나는 헌터등록증을 품에서 꺼냈다. 이하연에게 보여줬다. 당당하게 쓰여 있는 [노력], [끈기], [열정].

“노력, 끈기, 열정······ 파핫.”

이하연이 내 헌터등록증을 읽다 웃음이 터졌다. 내 특성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게 이런 반응이다. 예상치도 못한 헌터특성에 어처구니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죄, 죄송해요. 이런 특성은 처음 봐서······.”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무덤덤하게 있자 다시 고개를 내리고 헌터등록증을 요리조리 살펴본다.

400x600사이즈로 단정하게 붙어있는 인물사진. 그 옆에는 이름, 등급, 특성이 간략하게 나와 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내용은 같았다. 한재복, D급, 특성: 노력, 끈기, 열정.

“특성이 정말······ 신기하네요.”

그녀가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거리며 말한다. 지난 회차에도 내 특성을 상당히 좋아했던 여자였다.

노력, 끈기, 열정이란 성실한 특성이 맘에 드는지 내게는 낯가림이 덜했다.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은 뭔가요? 무슨 등급이죠?”

희한한 등급표시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짚으며 묻는다.

“궁금하십니까?”

원래는 솔직하게 등급이 없다고 대답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하연을 보고 장난기가 동했다.

내 특성은 사실 복제(SSS)와 회귀(SS). SSS, SS급에 해당한다.

노력, 끈기, 열정은 진짜 특성과 등급을 감추기 위한 껍데기일 뿐. 어떻게 대답하든 내 마음이었다.

“예. 궁금해요. 무슨 뜻이에요?”

이하연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안 알려줄 겁니다.”

“예······?”

나는 짧게 대답했다. 당황하는 이하연.

“제 특성등급이 궁금하신 겁니까?”

“예. (-)표시는 처음 보네요. 이게 무슨 의미에요?”

“알려주기 싫습니다.”

“?”

까탈스럽게 대답하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제가 뭐 실수라도 한 건가요? 등급에 대한 질문은 많이 불편하신가요?”

“그건 아닙니다. 그냥 이하연 씨한테는 알려주기 싫었습니다.”

“?????”

이하연이 얼굴에 그리는 물음표가 늘어만 간다.

“제가 당신께 왜 힐링을 써줬는지, 제 특성 등급이 뭔지, 제가 어떻게 치유스킬을 쓸 수 있는지 궁금하겠죠.”

그녀가 궁금해 할 법한 상황들을 짚었다.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하연.

“안 알려줄 겁니다. 가르쳐주기 싫습니다.”

나는 딱 잘라 말했다.

*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이하연은 눈썹을 살그머니 내리며 물어본다.

나는 그녀의 반응에 피식 웃었다.

“궁금하면 연락처를 주시죠.”

“예?”

번호를 물었다.

“연락처를 주시면 궁금해 하는 것 다 알려드릴게요.”

살살 꼬드겼다.

만나기 쉽지 않은 여자다.

지금은 던전에서, 치료를 막 끝낸 이후여서 대화가 가능한 거지 평상시에는 말도 걸기 어려웠다.

이하연의 호위는 삼엄하다. 워낙 인기가 많은 여자라 다른 길드의 스카우트 제의, 광고촬영, 행사참여 문의를 수도 없이 많이 받으며. 어딜 가나 팬, 기자, 파파라치, 스토커 등에게 쫓긴다.

이런 상황은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다. 둘만의 대화가 가능한 상황.

연락처를 물었다. 지난 회차의 기억으로 그녀의 번호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따로 연락해도 되는지 물었다.

“연락처요? 제 연락처? 아······.”

이하연은 천천히 내 말뜻을 이해했다.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진정된 얼굴.

“그건······.”

곤란하다며 거절하려 한다. 이하연의 번호를 얻는 건 쉽지 않다. 지난 회차에는 워낙 자주 같이 있어서 친해진 거지, 원래는 말도 섞기 어려웠다.

[리프레쉬]

나는 회복마법을 사용했다. 가라앉은 이하연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

내가 내뿜은 성력에 다시 한번 감싸인 이하연은 놀라며 주변을 바라본다.

“바로 대답하진 않으셔도 됩니다. 나중에 다시 묻겠습니다.”

나는 답변을 미뤘다. 이하연의 표정을 보니 거절이란 건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이것 하나만 받아주시겠습니까.”

손을 들어 품에서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압축형 보관 주머니에 미리 준비해둔 물건.

이하연에게 건넸다.

<공명석>

―랭크: A급

―설명: 마력을 보관할 수 있다. 품에 안고 있으면 따듯하다.

“왜 이런 걸 제게······?”

“품에 안고 있으면 따듯합니다. 마력을 넣어서 손난로처럼 쓰세요.”

공명석은 둥글고 넓적하니 계란같이 생겼다. 색이 옥처럼 연하고 예뻤다. 손난로 대용으로 쓰기 좋았다.

“감사합니다.”

이하연이 나를 보고, 공명석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는다. 이런 것까지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공명석 자체가 예뻐서 맘에 들기도 하고.

그녀와의 시간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힐러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사람들이 찾아왔고, 이하연은 몇 번 나를 돌아보다가 길드원들과 합류했다.

나는 짐꾼들에게 돌아왔다. 상처는 완전히 회복됐다. 목발을 백범일에게 돌려준다.

품에서 공명석을 꺼내들었다. 이하연에게 준 공명석과 같은 종류. 반투명한 에메랄드 색으로 부드럽게 빛난다.

우웅.

공명석이 살짝 떨렸다. 이하연이 내가 준 공명석에 마력을 사용해 봤나보다.

이 돌멩이는 내가 블랙마켓에서 구한 아이템 중 하나. 단순히 손난로용으로만, 예뻐서 품에 안고 다닐 장신구 정도로만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다.

공명석 두 개가 가까이 있을 때 하나에 마력을 부여하면 다른 하나도 같이 진동한다. 그래서 이름이 공명석(共鳴石)이다.

이걸로 이하연의 위치를 어림잡아 알 수 있다. 공명석에 마력을 넣었을 때 강하게 진동하면 가까운 곳에 있는 거다. 핸드폰 사용이 불가능한 던전 안에서 상대방을 찾기에 유용한 아이템이었다.

‘괜찮네.’

곧바로 확인된 공명석의 성능에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하연이 지금처럼 공명석을 손난로로 믿고 잘 간직하길 바란다. 그래야 내가 그녀의 위치를 언제든 알 수 있을 테니까.

내 목적 중 하나는 이하연의 보호. 이번 회차에선 절대 그녀가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필요하면 납치해서라도, 그 외 과격하고 비겁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어떻게든 살릴 생각이었다.

공명석은 그러기위해 내가 미리 채워둔 안전장치. 그녀를 위한 위치탐지기다.

연락처는 당장에 받지 못해도 좋다. 던전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으니까. 기회는 다시 생길 거다.

제법 즐거웠던 이하연과의 재회를 마치고, 공명석을 잘 간직해 품 안에 집어넣었다.

다음 할 일을 생각한다. 근처에 있는 바위 위에 걸터앉아 몸에 두르고 있는 붕대를 풀었다.

가벼운 짐 정리를 마치고, 공략대 한 가운데서 일성길드를 지휘하고 있는 황종태를 보았다.

역시 마인 녀석은 더 귀찮아지기 전에 빨리 제거해야겠다.

*

골렘던전 2층 공략이 마무리되었다.

B팀에 있었던 폭발형 골렘 사건 이후 큰일은 없었다. A팀이야 원래부터 B팀보다 강한 전력이었고, B팀도 황종태가 일부러 골렘을 흘리지 않았다면 아무런 사고도 없었을 거다.

무난하게 공략이 진행된다.

2층 공략을 마치고 3층으로 올라가기 전.

공략대는 휴식시간을 가졌다. 밤늦은 시각. 자고 일어나 내일부터 공략을 재개하도록 한다.

야영준비를 마치고 각자 간이텐트로 들어갔다.

어렴풋한 조명등. 황종태와 김수로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때. 이번엔 좀 만족스럽나?”

황종태가 촬영의 결과를 묻는다.

카메라에서 촬영본을 돌려보며 확인하고 있는 김수로. 슬쩍 입가에 미소를 띠운다.

“이번에는 분량이 나왔습니다. 잘 편집하면 그럴듯한 장면이 나오겠네요. 한 번 보시겠습니까?”

녹화본을 황종태에게 보여줬다.

재생되는 영상. 폭발형 골렘이 황종태를 지나쳐 D급 헌터와 짐꾼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황종태가 뒤늦게 수습하여 창을 던진다.

겁먹은 D급 헌터와 짐꾼들. 골렘에 어찌하지 못하고 창백한 얼굴로 물러나는데, 창에 맞은 폭발형 골렘이 터져버렸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짐꾼하나가 황급히 방패를 들어 막아보지만, 골렘의 파편에 부상을 입고 만다.

그 외 많은 피해자들.

공략대는 다급히 폭발형 골렘을 처리하고 이하연을 부른다.

구세주처럼 등장한 이하연. 부상자들을 따듯하게 보살핀다.

그녀의 성력에 부상자들의 상처가 말끔히 치유되고, 사람들은 그녀의 능력과 도움에 감탄하며 감사를 표한다.

강력한 일성 길드, 자애로운 힐러. 폭발형 골렘의 돌발 행동에 안타깝게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치료하고 다음으로 나아간다.

가슴이 든든해지는 영상이다.

황종태는 영상을 다 돌려보고는 흡족한 웃음을 내었다.

“김 기자. 스토리 좀 만들 줄 아네.”

1층 공략에 비하면 훨씬 다채로운 내용이다. 피해자가 발생해 위기감도 생겨났고 일성길드의 강함도 드러났다. 황종태가 골렘을 놓친 부분은 절묘하게 편집했다. 골렘이 처음부터 짐꾼을 향해 뛰어간 것처럼 영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 공략대 대장님께서 협력해주신 덕분이지요. 이렇게 연기를 잘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칭찬을 늘어놓는다.

“다음 3층 공략 말입니다······.”

김수로가 말꼬리를 길게 늘어트렸다. 황종태가 그의 말에 집중했다.

“한 번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엇을?”

“3층에는 던전보스가 나오지 않습니까. 영상의 절정부에 해당할 텐데, 약간의 긴장감이 흘러도 되지 않겠습니까.”

“오호.”

황종태는 김수로의 제안을 달갑게 받아들였다. 이미 한 번 재미를 보았고, 한 번 더 시도해보려 한다.

모략은 조용히 만들어졌다.

만족한 황종태.

김수로와 대화를 마치고 텐트 밖으로 나섰다. 김수로는 영상편집작업을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 것이다. 황종태도 내일을 준비하려 한다. 자기의 텐트로 향하고 있었다.

“······!”

걸음을 멀리 내딛지 못했다. 황종태의 발은 텐트 밖에서 몇 번 움직이지 못하고 멈췄다.

텐트 바로 앞에 한 사내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서있었다. 등에 메고 있는 단창.

“그렇게 된 거군요.”

나는 굳은 황종태의 얼굴을 보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카페에서 커피라도 한 모금 마시고 말하듯 편안한 말투였다.

그들의 대화내용을 전부 다 엿들었다. 오늘 있었던 일, 앞으로 진행할 일. 빠짐없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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