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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복제헌터-28화 (28/38)

〈 28화 〉 기자와 성녀와 마인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지난 회차에 나는 짐꾼으로서 3년여를 지냈다. F급, E급 헌터를 넘어 D급 헌터가 될 때까지, 주구장창 짐만 들고 다녔다.

던전을 돌 때 짐꾼은 필수다. 무기와 식량 기타 보급품을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던전 공략이 끝나면야 전후처리요원들이 입장해 각종 전리품을 주워준다지만, 던전 공략이 끝나기 전까진 비각성자들은 던전에 입장할 수 없었다. 즉, 직접 헌터들이 짐을 들고 다녀야 했다.

그래서 C급 이상의 상위 던전 공략시에도 E, F급의 짐꾼헌터는 항상 대동되는 추세다. 모든 헌터가 아공간 보관 아이템이나 압축형 보관 아이템 같은 최상급 보관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짐꾼 헌터를 고용하는 편이 보급품을 들고 다니기 편했다.

지난 회차. 3년에 걸친 짐꾼 생활.

이번 회차. 짐꾼으로 시작한 첫 던전.

여기서 짐꾼 일은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짐꾼으로 던전공략에 참여하란다.

“왜 제가 짐꾼이 된 거죠?”

유익현에게 물었다.

“공략대 인원은 일성길드로 가득 찼기 때문에, 짐꾼만 따로 뽑았네. 그것도 안 뽑는다고 하는 걸 내가 사정해서 간신히 자네를 짐꾼 자리에 넣을 수 있었어.”

요컨대 자리가 없어서 짐꾼으로 들어갔다는 거다. 던전공략권은 일성길드가 가지고 있어서 공략대는 시작부터 만원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 일단 던전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다. 유익현이 아니었으면 자칫 짐꾼으로서도 못 들어갈 뻔했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록 한다.

“미안하네.”

“아닙니다. 독점지역에서 발생했으면 어쩔 수 없죠.”

골렘던전은 클리어하기만 하면 됐다. 거기서 내가 맡은 역할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같이 가는 일성길드원의 명단을 볼 수 있습니까? 누가 참여합니까?”

일성길드에서 누가 오는지가 중요했다.

지난 회차에 나는 D급 헌터시절부터 일성길드에서 지냈기 때문에 거기엔 아는 사람이 많았다.

“공략참여자 명단? 여기 있네.”

유익현이 프린트된 파일을 하나 건네준다. 나는 바로 그걸 들고 읽었다.

<c급 골렘던전="" 명단="" 참여자="">

―공략대 대장

황종태(B급 전사)

―공략대 전투원

이하연(A급 힐러)

맹종익(B급 검사)

박우현(B급 격투가)

······.

김수로(E급 전사)

금나영(E급 마법사)

―공략대 짐꾼

한재복(D급 검사)

백범일(E급 전사)

······.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름은.

‘이하연.’

그 여자다.

지난 회차.

내게 가장 쓰라린 기억을 선물해준.

‘재복 씨. 당신은 못 가요.’

‘왜······?’

‘A급 헌터니까요.’

S급 헌터로서 EX급 게이트 공략에 참여한 여자.

내가 일성 길드에서 데려온 리테일 길드 최강의 힐러.

나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게이트 공략을 위해 하늘로 떠난 그녀는 돌아오지 못했다.

나는 약해서 그 싸움에 끼지도 못했다.

내게 가장 아팠던 기억.

‘벌써부터 보고 싶진 않았는데.’

이렇게 이른 시점에 이 여자와 재회하고 싶진 않았다. 아직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성 길드와 화신 길드의 마인들을 전부 부술 만큼 강해지지 못했기 때문에. 좀 더 성장하고 나서 만나고 싶었다.

‘뭔가 많이 변했군.’

원래대로라면 이 여자가 골렘던전에 참여할 리는 없었다. 골렘던전은 공략에 실패한 던전. 안에 있는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균열이 사라져버려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던전이다.

여기 들어간 사람은 전부 죽었다.

예전처럼 사건이 흘렀으면 골렘던전에 들어가는 공략대는 일성길드가 아니다.

상황이 많이 복잡해졌다.

‘지킬 사람이 하나 생겼네.’

입술을 잘근 물었다.

난 이번엔 반드시 이하연을 살릴 생각이다.

*

그 다음 눈에 띄는 인물은.

‘황종태.’

공략대 대장. B급 헌터.

마인이다.

‘죽여야 할 놈도 하나 있고.’

이상한 인물들도 끼어있다.

‘김수로, 금나영.’

이 사람들은 내 기억에 없다. 일성길드 소속이 아니었다.

“김수로, 금나영. 이 사람들은 뭐죠? 일성길드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E급 헌터들이 짐꾼도 아니고 공략대로 이름을 올린 겁니까?”

유익현에게 물었다. 일성길드 소속의 헌터도 아니고, 등급이 높은 용병도 아니다. 그런데 E급 헌터들이 당당하게 전투원으로 등록되어있었다.

“아, 그 사람들. 기자라네.”

“기자요? 기자가 왜 던전에 들어옵니까?”

“방송국에서 일성길드 홍보용으로 특집다큐를 찍는다는군. 그 사람들은 기자 일을 하는 헌터들이고.”

“······?”

나는 잠깐 그 말의 의미를 해석해보았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던전을 공략하러 오는 게 아니라 던전공략영상을 찍으러 오는 겁니까? 홍보를 위해서.”

“그렇다네.”

“그래서 짐꾼이 아니고 전투원으로 이름 올린 거군요. 짐을 들고 다니는 게 아니고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으러 다닐 테니까.”

“맞네. 내가 듣기론 그런 역할이었네.”

개판이군. 던전공략에 기자들도 데리고 다니게 생겼다.

······.

공략당일.

나는 모임장소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는 짐꾼 참가자들.

짐꾼을 위해 특수 제작된 큼직한 헌터배낭을 등에 맨 채 나를 쳐다본다.

“자네가 D급 헌터 한재복인가?”

먼저 말을 거는 중년인.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아저씨였다.

짐꾼도 그 구성이 다양하다. E, F급이 주로 짐꾼역할을 맡기 때문에, 갓 헌터로 각성한 어린 헌터이거나,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나이든 헌터들이 짐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재능이 없어 항상 E, F급에 머무는 하급 헌터이거나.

아무튼 이 아저씨는 짐꾼경력이 꽤 되는지 능숙한 차림새로 나를 반겼다. 안전모, 방호조끼, 헌터배낭. 완벽한 짐꾼의 장비였다.

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았다. 짐꾼경력은 나도 좀 된다. 안전모, 방호조끼, 헌터배낭을 빈틈없이 동여매고 중년인과 인사했다.

“예. 제가 한재복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려, 그려.”

공손하게 인사하자 중년인의 밝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짐꾼들의 대장 백범일. 내 옷차림에 만족하고 있었다. D급 헌터가 짐꾼으로 지원한다길래 뭐하는 사람인지 의심했는데 만나고 보니 평범하고 성실해 보이는 청년이다.

“자네는 D급 헌턴데 왜 짐꾼으로 지원한 건가?”

바로 의문부터 풀어놓았다. D급 헌터부턴 웬만하면 전투로 돈을 벌지 짐꾼으로 돈벌이를 하지 않는다.

“최강길드 일성의 던전공략을 견학하고 싶었습니다. 전투원의 자리가 없어 짐꾼으로나마 어렵게 지원했습니다.”

그럴듯한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블랙 리자드 숲 공략 이후로 헌터등급이 D급으로 올랐다. 짐꾼으로 참여하려면 적절한 이유가 필요했다.

“오호, 그런가? 과연 열정 있는 헌터로군. 젊었을 땐 상위 던전 공략에 참여하며 많이 배워두는 편이 좋지. 노력이 가상해.”

백범일은 내 헌터등록증을 보았다. [노력], [끈기], [열정]. 짐꾼을 마다하지 않을 성실한 헌터의 특성이었다. 내 말에 수긍한다.

“자네가 아무리 D급 헌터여도 짐꾼으로 지원한 이상 역할에 충실해야 할 걸세. 우리는 계약직. 허가받지 않은 싸움이나 전투는 할 수 없다네. 우리가 할 일은 전투원들에게 보급품을 제공하고 전투가 끝나면 아이템을 줍는 것뿐이야. 알고 있는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완벽히 숙지하고 있습니다.”

“그려. 그럼 됐네.”

백범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짐꾼들을 소개하고 나를 짐꾼팀에 합류시켰다.

“그런데 던전공략은 언제 시작하는 겁니까? 오전 9시까지 모이기로 했는데.”

나는 시계를 보며 물었다. 어느덧 약속시간이 지나 9시 반이 되어가지만 짐꾼들만 균열 앞에 모여 있고 일성길드 공략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기다려보게. 이번 던전 공략은 던전 공략 자체가 목표가 아니니. 예정된 시간에 조금 늦어지더라도 참아야 할 걸세.”

백범일이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게 듣기로는 지금 일성길드원들이 촬영에 대비해 풀 메이크업을 하고, 기자들이 장비를 세팅하느라 늦어지고 있단다.

이번 레이드 목표는 던전공략 그 자체가 아닌 던전공략영상의 제작. 홍보용이다. 멋드러진 장비와 차림새를 갖추느라 시작이 오래 걸린다.

‘염병.’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

잠자코 기다리고 있자니 번쩍거리는 벤츠차량과 함께 그들이 등장했다. 일성길드.

*

와아-

꺄아-

수백 명의 팬들이 주위를 에워쌌다.

일성길드에는 유명 인사들이 많다. 헌터에게는 연예인처럼 팬클럽이 존재했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일성 길드는 당연히 팬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래서 이런 균열발생 집중지역 같은 위험한 곳에도 팬들이 와서 일성길드의 출정을 응원하고 있었다.

[0원히 4랑해 박5현]

[널 위한 숫자 100 5 0]

[총알검사 맹종익]

[꿰뚫어라 맹종익]

······.

갖은 구호들이 보인다. 제각기 헌터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팬들의 열정적인 성원을 보니 지난 회차가 생각난다.

나도 일성길드의 일원이었다.

내 팬들도 존재했고 나를 위한 구호도 있었다.

[노력, 끈기, 열정, 이것이 너의 삶]

[굳세어라 Passion 헌터]

[스킬은 없어도 괜찮아요. 노력이 있잖아요.]

[이 헌터 앞에서는 재능을 탓하지 말라.]

지난 회차. 나는 3년간 짐꾼생활을 거듭하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D급 헌터가 될 수 있었다.

밤낮으로 검을 연습하고 다른 헌터의 스킬을 분석하고 따라하고 반복한 결과였다.

그때부터 내 특이한 행보는 세간의 관심을 받는다. [노력], [끈기], [열정]이라는 못난 특성을 가지고 스킬 하나 없이 D급에 도달한 헌터.

[노력]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온갖 커뮤니티에서는 내 존재 자체가 크게 화제가 되었다.

특성등급(-)은 없고, 직업특성도 없고 스킬도 없는데 D급 헌터란다.

노력하면 된다. 이런 헌터도 있다. 누구보다 재능 없는 헌터··· 등등으로 밈이 형성되었다.

보통 E, F급 헌터가 보면 경을 칠 노릇이었다. 저딴 특성으로 나보다 높은 등급이라니. 노력도 재능이야. 라는 헛소리를 지껄이며 나를 음해하려는 세력도 있었지만 스킬 없이 D급 헌터등록증을 취득한 건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과였다.

일성 길드에서 스카웃 제의가 온다. 함께 일하자고. 너라는 헌터는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에서 일할 만한 자격이 된다고. 반쯤 홍보효과를 노린 영입이었다.

그 후로 나도 일성길드에서 일하게 된다. 인기에 힘입어서, 일성의 스타 헌터 중 한 명이 되었다.

‘부질없었지.’

인기는 물거품과 같았다. 실력이 없으면 말짱 헛것이었다. 일성길드에 들어간 것은 내게 독이었다. 인기에 화답하기 위해 무리해서 던전을 돌았지만, 나는 기대의 반만큼도 활약하지 못했다. 마음과 정신만 피폐해져서 일성길드에서 쫓겨났다.

5년이라는 가혹한 세월이었다.

······.

옛 기억에 잠겨 있다가 빠져나왔다. 일성길드는 그리 좋은 추억이 아니다. 거기서 만난 한 명을 제외하면.

생각을 정리하고 고개를 드니, 팬들이 들고 있는 다른 구호도 보였다.

[기적의 성녀 이하연]

[한국의 미래 이하연]

[BBC 선정, 차세대 헌터 100인]

[하연 다르크, 테레사 하연]

이하연을 향한 응원문구였다. 그녀를 향한 기대와 애정이 섞여있었다. 과할 정도로 격한 애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하연의 특성은 엄청났으니까.

<이름: 이하연>

<특성>

1. 친절(S)

2. 선의(S)

3. 성녀(SS)

특성에 성녀(SS)가 끼어있다. [힐러], [성인], [신성] 등의 뜻을 모두 내포하는 사기급 특성 [성녀]. 무려 SS급에 달한다.

다른 특성도 전부 S급이다. 말도 안 되는 재능.

이하연이 A급 헌터에 불과한 건 이제 겨우 20살이기 때문이다. 2년 이내 S급에 도달한다.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힐러. SS급에 도달할 잠재력을 갖춘 기대주. 그녀가 이곳 최고의 스타였다.

와아아-

와아아-

“비키세요!”

“거기! 선 넘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균열을 지키는 군인들이 바빠지고 경찰의 통제가 심해지는 가운데, 일성 길드의 헌터들이 차에서 내렸다.

자신 있는 얼굴로 당찬 걸음을 옮겼다. 풀 메이크업을 마치니 피부가 번지르르하다.

새하얀 힐러로브. 윤기 나는 검은 머리. 이하연.

‘오랜만이네.’

회귀하고 나서 첫 만남이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 숙여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짐을 메고 있는 나하고도 눈을 마주쳤다.

꾸벅.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었다.

</c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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