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복제헌터-26화 (26/38)

〈 26화 〉 폭탄 파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쾅, 쾅, 콰르르르르릉!

우르르르르르르.

공장은 쏟아져 내렸다.

안에 있는 재고를 모두 불꽃으로 태우고.

무너지는 콘크리트 더미로 내용물을 집어삼켰다.

만족스럽게 소화를 마친 듯 트림으로 하얀 연기를 뿜어낸다.

쿠지지지직!

파편이 우박처럼 떨어지며 실드를 쳐댔다.

땅이 크게 울려 놀이기구를 타듯 위아래로 흔들렸다.

실드에 마력을 강하게 담아 모든 충격파를 버텼다.

후우우웅······.

폭발이 가신 자리.

폭탄 파티의 결과는 짜릿하다.

꼴도 보기 싫던 하이드 길드의 공장은 완전히 파괴됐다.

검은 잔해들은 뿌연 연기를 피어올리고 있고, 황량한 벌판 너머로 흩어진 조각들이 땅에 떨어진다.

분진은 바람을 타고 허공으로 흩날린다.

“어땠냐. 널 위해 준비했는데.”

달콤한 목소리로 김민환에게 물었다. 폭탄 파티의 주요 손님은 이 녀석이다. 고객의 만족도를 우선시한다.

“······.”

김민환은 넋이 나간 표정이다. 그가 쌓아올렸던 모든 것들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블랙마켓에 이어 두 번째. 이번에는 맨정신으로 폭파과정을 전부 지켜보았다.

충격에 반쯤 정신을 잃는다.

뒤이어 스며드는 울화통.

의심은 하고 있었다. 블랙마켓 파괴가 연초록색 가면 마인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그의 아이템이 사라진 타이밍에 맞춰 폭발이 일어났다. 확신은 못했지만 주요 용의자로 점찍어뒀었다.

이로써 완전히 깨닫는다. 블랙마켓을 터트린 것도, 하이드 길드의 비밀창고를 파괴한 것도, 같은 놈이라고.

옆에서 웃고 있는 연초록색 가면 마인.

“끄······ 으······ 죽여 버릴 테다······.”

김민환이 손을 달달 떨어대며 뻗었다. 내 목을 조르려 한다. 하지만 마비에 걸려 둔한 좀비처럼 굼뜨게 움직였다.

나는 김민환의 손목을 붙잡았다. 여유롭게 김민환을 쳐다본다.

덕분에 우리의 자세는 파티에 참석한 커플끼리 손을 맞잡고 눈을 마주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음악이 나오면 댄스라도 이어질 것 같다.

“그렇다고 너와 춤까지 추고 싶진 않은데.”

파티가 아무리 기분 좋았어도 그건 사양이다. 파트너를 거칠게 리드했다. 붙잡은 김민환의 오른손목에 힘을 주어 그를 바닥에 내던져버렸다.

퍽, 투둑.

김민환이 도로 아스팔트 바닥 위에 힘없이 떨어졌다. 마비에 걸려 팔다리가 추욱 늘어진다.

나는 자동차 본네트에서 내려와 천천히 쓰러져있는 김민환에게 다가갔다.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김민환. 술과 마약에 미쳐있는 놈이지. 블랙마켓을 운영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범법자와 중독자로 만들었고, 결국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게 했다. 맞나?”

김민환의 범죄항목. 그는 블랙마켓의 총책임자다. 조범재가 하이드 길드의 행동대장으로서 밀고자와 배신자, 목격자들을 암살하고 다녔다면 김민환은 직접적인 마약, 불법아이템, 사채 기타 금품거래를 책임졌다.

“네놈이 살아있더라도 블랙마켓은 부활할 수 없을 테지만, 그래도 역시 네놈까지 잡아야 일처리가 깔끔하겠지.”

손으로 폭탄을 복제했다. 조범재에게 그랬듯이, 김민환의 주위에 폭탄을 심어뒀다. 김민환의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 위에 원격 폭탄을 곱게 얹어줬다. 마비독을 투여해 손발을 딱딱 굳게 만들었다.

“이러는, 이유가 뭐냐.”

김민환이 짧게 발음한다. 말을 꺼내기 버거워 길게 발음하진 못한다. 그래도 최대한 몸에 힘을 줘서 마인이 마인을 공격하는 이유를 묻는다.

“······.”

나는 김민환을 무심히 바라봤다. 그의 입장에선 많이 궁금할 거다. 마인끼리는 동족. 웬만하면 서로 공격하지 않는 게 철칙이다. 그런데 나는 빤히 마인 가면을 쓰고 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뭐라 대답할까.

“안알려줌.”

간단하게 답했다. 어차피 가는 녀석에게 나불나불 설명해줄 필요는 없다. 사실 나는 인간이라고.

“이······! 씨······! 개······!”

김민환이 몸부림치며 욕설을 뱉어냈다. 소리가 워낙 작아 잘 들리지 않았다.

“너는, 그분들이, 가만 안 둘 거다,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저주를 토해낸다. 끊어지는 음성으로 내 생명이 위태롭다고 전했다. 동료의 복수를 기대한다.

“네게 그분들이라면 일성길드와 화신길드의 녀석들이겠지. 걱정 마라. 걔들도 너와 같은 길로 보내줄 테니. 먼저 올라가서 기다려.”

김민환에겐 뒷배가 존재한다. 하이드 길드를 감춰준 일성과 화신 길드의 마인들. 나는 알고 있었다. 그의 협박에 꿈쩍하지 않았다.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유리창이 깨져있는 김민환의 차를 밀어 그의 옆에 두었다.

스포츠카 한 대를 복제했다. 자동차매장에서 만져둔 고출력의 차량.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았다. 뻥 뚫린 도로 위를 시원하게 내달렸다.

기폭장치를 꺼냈다. 빨간 스위치를 엄지로 지그시 눌렀다.

백미러로 폭탄이 잘 터지는 걸 확인하고, 눈을 돌렸다.

파티는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

하이드 길드의 비밀공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거리.

차를 세우고 핸드폰을 켰다. 인터넷 포털 메인에 뜬 뉴스기사 몇 개를 읽었다.

[동대문 지하상가 원인 모를 화재]

[헌터, 소방관 긴급 출동. 수상한 가면인들]

[경찰 긴급 조사 착수. 지하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의도한 대로 반파된 블랙마켓은 세상 밖으로 드러났고,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대대적인 수사단속이 벌어지고, 사건에 연루된 범죄자들이 경찰서로 끌려갔다.

이 정도 규모로 일이 커지면 실상을 덮기는 불가능하다. 블랙마켓의 죄질은 대중에게 그대로 노출된다. 다신 부활할 수 없었다.

설령 김민환과 조범재와 같은 마인이 다시 등장하더라도, 당분간 불법거래는 성행하지 못할 거다. 시장 자체에 큰 타격을 입혔으니.

핸드폰을 껐다.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고개를 돌려 오늘 벌어들인 것들을 확인해본다.

압축형 보관 주머니. 무려 하나당 100억 원의 아이템들. 하도 내용물이 많이 들어차서 무게를 1/1000로 줄여주는 경량화 마법이 걸려있어도 무겁다.

보관주머니 5개를 손에 들고 차량 밖으로 나왔다.

하나씩 들어 땅에 털어본다.

와르르르.

각종 잡동사니가 쏟아진다. 블랙마켓에서 구매한 값비싼 아이템들. 각 매장을 돌며 휩쓸어온 물건들이 질서 없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이걸 언제 다 정리하냐.’

시간이 급해서 비싸 보이는 물건이 있으면 모두 다 쓸어 담았다. 돈을 최대한 많이 쓰는 게 목적이었다. 용도와 쓰임새에 상관없이 물건을 골랐다. 모아놓으니 처리가 곤란할 지경이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건 역시 무기.

장문혁의 아이템을 필두로, 각종 A~D급 무기들이 널려있다.

사실 나는 이것들이 별 필요 없었다. 최강의 아이템인 S급 세트는 이미 기억하고 있으니.

장문혁의 대장간에서 흑철검 기타 S급 창, 단검, 방패, 활 등을 만져두었다. A급 이하 아이템들은 특수목적을 제외하면 사용할 일이 없었다. 들고 다니면 무겁기만 하니까 차라리 기억해두고 필요할 때 복제해서 사용하는 편이 낫다.

요것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유익현에게 맡긴다. 그가 알아서 처분하겠지. 쓸모 있는 건 저장해서 길드를 위해 쓸 거고 쓸모없는 건 알아서 잘 팔아넘길 거다. 처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방 5개 분량의 아이템들을 보관주머니에 정리해 넣었다. 필요한 몇 가지만 남긴다.

[황옥반지: 마력 +30%]

[수룡왕의 팔찌: 마력 +50%]

[축복받은 장갑: 마력 +20%]

[청마반지: 마력 +25%]

이것들이 알짜배기다. 가격이 무려 730억, 1120억, 530억, 660억. 4개 다 합치면 3,040억이나 된다.

비싼 값을 톡톡히 한다. 마력을 2.25배로 높여준다.

그 효과는 공장에 폭탄을 설치하며 직접 확인했다. 마나통이 든든해졌다.

그 외 마나를 높여주는 아이템들. A급 허리띠, 신발, 목걸이, 귀걸이, 기타 악세서리들을 찾아 장착했다.

몸이 순식간에 현질에 공들인 게임캐릭터처럼 휘황찬란한 아이템들로 도배됐다.

[마력 +250%]

내 마나통이 총 3.5배가 되었다.

순식간에 나는 3.5배로 강해졌다. 내 [복제] 스킬이 마나를 기반으로 한다는 걸 감안하면 거의 그런 결과다.

‘이득 많이 봤네.’

확인을 마치고 거치적대는 아이템들을 몸에서 떼어냈다. 기억해두었으니 나중에 필요할 때 복제하면 된다. 아이템으로 얻는 추가 마나에 비하면 복제에 필요한 마나는 적은 편이니 평소에는 전신무장 대신 가벼운 차림으로 다니기로 한다.

아이템 효과는 중복되지 않는다. 흑철검을 두 개 든다고 공격력이 +80에서 +160으로 늘어나지 않듯, 같은 걸 복제해서 두 개를 장착한다고 효과가 두 배로 늘어나진 않았다.

현재 내 장착아이템 최대 효율은 마나 3.5배.

계산을 마쳤다.

마나를 더 높이고 싶으면 장착아이템을 하나하나씩 더 좋은 물건으로 바꿔나가면 된다.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착용하든, 같은 등급이지만 효과가 더 뛰어난 물건을 착용하든.

거기에 대한 해법도 이미 존재했다.

장문혁이 만들어줄 거다.

*

장문혁의 새 대장간.

리테일 길드원들이 놀러와 있었다.

땅. 땅. 땅.

철을 두드리며 단조작업을 하고 있는 장문혁. 최기철과 한재희가 구경한다.

“거 지팡이는 못 만드는 거유?”

“······.”

“지금 뭐하는 거예요? 저도 철 두드려 봐도 돼요?”

“······.”

길드원들은 의무적으로 장문혁의 대장간에 놀러온다. 그의 아이템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알려주고, 겸사겸사 친분도 쌓기 위함이다.

장문혁은 다른 소리를 듣고자 내 조언을 받아들였다. 자기의 만족을 위해 무기를 만들기보단 리테일 길드를 위해 무기를 만들어보려 한다. 길드원들과 인간관계를 쌓아가는 중이다. 아직 멀었지만.

“저 불은 많이 뜨겁나? 내 화염마법보다 더?”

“저 이거 만져 봐도 돼요?”

“장인 아저씨. 지팡이도 만들 수 있냐니깐.”

“와, 이 방패 예쁘다. 무슨 등급이지?”

쓸데없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장문혁의 이마에 깊게 주름이 패었다.

손을 들어 땀방울만 연신 훔친다.

당장에 저 시끄러운 것들을 작업실에서 내쫓고 싶지만 이것도 수련이라 생각한다. SS급 아이템을 만들기 위한 수련. 좋은 아이템을 만들려면 철(鐵)이 내는 소리만 듣는 게 아닌 인간(人)이 내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아저씨 장인인데 B급 헌터등록증은 어떻게 땄어? 싸움도 잘 하나?”

“방패도 다룰 줄 아세요?”

그러나 최기철은 친해지려고 와서는 어느새 시비를 걸고 있었고, 한재희는 도와주려 하지만 귀찮음만 더해준다.

장문혁의 이마에 주름이 늘어간다.

땅.

신경질적으로 철을 두드렸다.

더 이상 못 참고 저 시끄러운 것들을 쫓아내려 한다. 역시 조용한 작업실이 최고다. 사람과 같이 있는 것보단 철의 고요한 소리를 듣는 게 좋다.

자리에서 일어나 훼방꾼들에게 나가라고 소리치려 하는데, 방울소리가 먼저 들렸다.

대장간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방울소리.

한재복과 유익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어때요. 작업은 잘 되십니까?”

나는 장문혁에게 물었다. 새로운 작업실, 환경이 맘에 드는지 확인한다.

화덕 앞. 엉거주춤하게 일어서 있는 장문혁.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다른 소리가 나는 게 맞나? 잡음만 들려오는구만. 이 녀석들 다 쫓아버리고 싶고.”

최기철과 한재희를 가리키며 말한다. 자기의 수련이 고됨을 토로했다. 예전처럼 조용한 작업실이 그립다.

“그렇습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죠. 달라지셔야 합니다. SS급 아이템을 만들려면.”

“······.”

“그게 소원이시지 않습니까. 당신 스스로 증명하고픈 자존심이기도 하고요.”

자부심(S).

장문혁의 특성이다.

드높은 자긍심은 그의 SS급을 향한 열망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다른 대장장이도 SS급 아이템을 만드는데 최고의 장인임을 자처하는 그가 SS급을 포기할 순 없다.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

“바뀌는 게 쉽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노력하셔야합니다. 예전과 같은 환경에선 영영 SS급을 만들지 못할 테니.”

“······.”

“약속하죠. 여기서 작업하면 당신이 최상의 소리를 듣게 될 거란 걸.”

장문혁을 잘 달래고 꼬드겼다. 우리의 소중한 대장장이.

“저, 저, 저거 또 저러네. 저럴 때 보면 그냥 사기꾼 같다니깐.”

최기철이 옆에서 깐족거렸다.

내가 눈을 흘기자 황급히 입을 다문다. 말실수했다며 고개 숙여 사과한다. 최기철의 교육효과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 이미 약속을 하나 지켰습니다.”

나는 품에서 압축형 보관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이걸 보여주려고 유익현도 불러냈다.

보관 주머니를 아래로 내려 내용물을 차근차근 털어놓는다.

주머니에 정리해놓은 장문혁의 무기들.

“하이드 길드 토벌을 마쳤습니다. 당신의 아이템도 회수했습니다.”

바닥에 펼친 보자기 위에 수도 없이 많은 무기들이 쌓인다. 창, 칼, 도끼, 방패, 단검 등 그동안 장문혁이 하이드 길드에 납품해온 물건들이다.

장문혁이 눈을 크게 떴다. 한눈에 자기가 만든 물건들임을 알아본다.

“믿으시지요.”

난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대장장이를 위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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