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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복제헌터-25화 (25/38)

〈 25화 〉 폭탄 파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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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몇몇 하이드 길드원이 저항해왔다.

그들의 보스가 인간 의태형 특수몬스터로 드러나고, 내가 동료들을 썰어버리는 와중에도, 정신 못 차리고 창고를 지키려는 녀석들이었다.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았다. 하이드 길드는 100여종이 넘는 범죄와 관련되어있다. 조직을 지키려는 조직원은 살려두어 사회에 해만 끼칠 뿐이다.

지난 회차. 일성 길드와 해태 길드가 나서서 하이드 길드를 토벌했다. 그 중에는 나도 끼어있었다. 당시엔 나도 일성 길드 소속이었기 때문에 토벌에 같이 참여했었다.

하이드 길드의 조사결과로 나온 내용은 끔찍했다. 살인, 방화, 테러, 사기 등 기본범죄는 물론이고, 블랙마켓이라는 대형 암시장을 운영하여 수많은 피해자와 범죄자를 양산했다.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일으킨 재산 피해는 수천억에 이르고, 피해자는 수만 명에 달한다. 그 참상을 직접 목격한 내가 하이드 길드를 용서해줄 리 만무했다.

막는 하이드 길드원은 베어버린다.

머뭇대는 길드원은 썰어버린다.

경계하는 길드원은 단검을 던져 맞췄고.

도망치는 길드원은 잡히는 만큼 잡았다.

오늘 하이드 길드를 끝낼 테니까, 둥지를 버리고 달아나는 범죄자들까진 신경 쓰지 않았다. 빚더미만 떠안은 잡범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잡아놓은 길드원을 통해서 보관창고를 열었다.

위장용으로 설치한 제품공장 안쪽 지역. 하이드 길드가 모아온 제품들이 철골구조 위에 쌓여있었다.

조범재를 잡아서 창고로 끌고 왔다.

회색 플라스틱 의자 위에 앉혀놓는다. 마비독이 풀리지 않아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꺽꺽대며 눈동자만 굴리고 있었다.

“이······ 어······ 뭐······.”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외쳐대려 한다. 최선을 다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털로 뒤덮인 몸이 꿈틀거릴 뿐이다. 도준욱의 마비독에 의해 신경조직이 제 기능을 잃었다.

“지켜보고 있어.”

나는 조범재에게 넌지시 일러뒀다. 내가 행할 폭탄 파티엔 그가 필요했다. 손님으로서나, 주최자로서나.

[마력흡수]

조범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빼간다.

도준욱으로부터 복제해온 스킬. 이런 상황에 유용하다.

[마력 +5%]

경매장에서 구한 반지, 팔찌, 장갑 등으로 인해 늘어난 내 마나용적. 부족한 마력의 양만큼 조범재로부터 무럭무럭 흡수해온다.

폭탄을 복제했다.

블랙마켓 폭탄상점에서 기억해둔 TNT를 아낌없이 생성해냈다. 다른 폭탄 종류도 가끔씩 섞어주어 다채로운 폭발이 일어나도록 준비했다.

[마력흡수]

[물건복제] 하는데 부족한 마나는 조범재로부터 뺏어온다. 참 마인 같은 스킬이다. 마력흡수. 상대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나를 강하게 만든다. 조범재를 마력충전기처럼 활용했다.

철골구조 아래에, 재고 옆에, 중요제품 위에, 정성스레 폭탄을 쌓아올렸다.

준비를 마치고, 조범재 앞에 섰다. 내게 마나를 빼앗겨 그의 마력은 절반도 남지 않았다. 분노가 가득 들어찬 얼굴. 나를 향해 각종 저주스러운 말을 쏟는다.

“네놈은 혼자 백여 명을 넘게 묻어버렸다지?”

지난 회차에 본 자료. 조범재의 범죄항목이 기억난다. 그는 사람을 생매장시키는 걸 즐겼다.

“널 똑같이 묻어줄까 생각해봤어. 근데 그럴 필요 없더라고. 귀찮기도 하고.”

조범재를 똑같이 생매장시키는 걸 고려해봤다. 도준욱의 마비독을 묻혀서 바닥 깊숙이. 근데 생매장을 시키면 만에 하나 조범재가 살아나올 가능성이 생긴다. 땅을 파서 묻기도 번거롭고.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조범재에게 선물 하나를 쥐어주기로 한다. 그를 완전히 보내줄 단 하나의 선물.

마비독을 듬뿍 투여해 꼼짝하지 못하는 조범재의 품에 원격 폭탄 하나를 안겨줬다.

원격 폭탄과 이어진 기폭장치를 손으로 꺼내 올린다.

“언제 터트릴지 기다려.”

조범재 앞에서 흔들었다. 폭탄을 가동할 빨간 스위치가 빛난다. 그의 목숨은 내 손 안에 있다.

보관창고를 떠나기 전에 주변 환경을 둘러본다.

조범재가 앉아있는 플라스틱 의자 옆엔 다양한 폭탄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있고, 곳곳에 폭탄들이 길을 이루어 연결되며 이벤트 파티의 촛불처럼 넉넉하고 질서정연하게 쌓여있다.

확실하게 이어지게끔 기름칠도 완벽히 해두었다. 덕분에 잘 짜인 도미노 블록처럼 부드럽게 연쇄폭발이 일어날 듯하다.

전화기를 들었다. 김민환에게 연락했다.

빨리 와주어야 할 텐데.

*

김민환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블랙마켓의 상황은 충격과 공포였다.

통제가 불가능한 마인, 상인, 범죄자들이 미쳐 날뛰는 꼴은 지하를 작은 지옥의 풍경으로 만들었다.

환풍구가 막혀서 환기가 되지 않았다. 주요시설들이 무너져 전력이 차단되고, 수도가 끊겼다. 조명이 반쯤 나가 어두운 가운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연기가 실내에서 점차적으로 쌓여간다.

그 와중에 이기적인 놈들은 제물을 탐해 서로 빼앗고, 훔치고, 죽이고, 달아나고. 난장을 치고 있었다.

블랙마켓은 끝이다.

이건 돌이킬 수 없다. 시설이 반쯤 날아갔고, 손실은 산정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상인과 손님의 신뢰를 잃었다.

복구는 영영 불가능하다.

좁은 통로로 꾸역꾸역 빠져나가는 가면인과 연기는 블랙마켓의 위치를 여실히 드러내고, 동대문 지하상가에는 경찰, 군인, 헌터, 소방관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아수라장.

김민환은 수습할 생각은 포기한 채 일단 자기의 몸만 내빼어 빠져나왔다. 어떻게든 블랙마켓의 남은 귀중품들을 챙겨 놨다.

그를 더욱 열 받게 하는 것은, 그를 더욱 미치게 하는 것은. 귀중품이라고 챙겨놓은 물건들도 다 보잘 것 없다는 거다.

경매장에서 애지중지 상품으로 마련한 물건들은 모두 그놈 손에 들어갔다. 연초록색 가면을 쓴 마인.

그놈이 대신 내놓은 헌터소드, 방패, 기타 수백억 원짜리 아이템들은 모두 사라졌다. 귀신같이.

분노를 담아 주변에 있던 벽을 내쳤다.

꽈릉!

“헉!”

“꺄악!”

인근의 시민들이 놀라 비명을 내지른다. 동대문 사태로부터 좀 벗어난 거리. 번잡하게 모여든 인원 사이였다.

“저기, 저 사람! 범죄자야!”

놀라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 여기 계속 있으면 그를 잡으러 헌터들이 몰려올 거다.

“젠장!”

김민환은 빠르게 일갈하고 차에 탔다. 그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하이드 길드의 보관창고. 연초록색 가면 마인이 그곳에서 조범재를 만나는 상황이었다.

도심을 질주해 건물의 숲을 벗어난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력을 내어 도로를 내달린다. 보관창고를 지켜내야 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그의 핸드폰이 비명을 질렀다.

통화버튼을 누른 김민환.

[괴물! 괴물입니다! 조범재 님이······ 인간 의태형 특수 몬스터! 근데 연초록색 가면한테 당해서······]

횡설수설하는 보관창고의 부하들.

[연초록색 가면이 공장을 습격하고 있습니다!]

[분조장님이 당했습니다!]

[경비병이 당해서······!]

[못 막습니다······!]

[으아악!]

대참사가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핸드폰을 통해 시시각각 보관창고의 상황을 알려온다.

그의 핸드폰에 불이 나도록 신호음이 울렸다. 그러다 점점 전화를 거는 부하들이 줄어들었다.

하나씩 연초록색 가면 마인에 의해 척살되고, 탈주자가 늘어난다.

항복을 선언한 패배자들은 적을 막는 대신 보관창고를 버리고 뿔뿔이 흩어진다.

의리 있게 그에게 계속 걸려오는 연락 하나.

“어떻게 되고 있나! 어찌 되었어!”

그는 애꿎은 자동차 핸들만 탕탕 두드리며 고함쳤다.

[큰일 났습니다! 연초록색 가면이 괴물을 끌고 보관창고로 들어가서······!]

부하는 패닉에 빠져있었다.

“막아! 막으라고!”

김민환은 내달렸다. 150km, 200km······.

극한의 반사신경을 이용해 도로의 차를 피하며 속력을 높여갔다.

다다른 통행로. 하이드 길드의 공장으로 향하는 거리.

마지막 연락이 왔다.

[김민환님! 이쪽입니다!]

저쪽 멀리 보이는 도로 한복판. 가로등 아래에서 부하 한 명이 손짓하고 있었다.

노란 불빛을 내뿜는 공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량이 빠져나가고, 소란이 잠들어버린 건물의 분위기는 스산하기만 하다.

김민환은 도로를 질주하여 부하 앞에서 멈췄다.

“큰일입니다! 큰일!”

부하는 차를 막고 팔을 위로 뻗어 크게 내저었다.

“무슨 일인데!”

김민환이 날카롭게 외쳤다. 너무 흥분한 상태였다. 조범재가 당하고, 부하들이 도망쳤다. 연초록색 가면 마인은 보관창고를 노리고 있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

어렵게 만난 부하의 보고를 기다린다.

부하는 다가왔다. 겁 없이 차량 앞으로 성큼성큼 접근했다.

단창을 손에 들고 자동차 범퍼를 타고 올라와 유리창에 내지른다.

콰차앙!

“커억!”

놀란 김민환이 급히 몸을 비틀어봤지만 단창은 유리창을 뚫고 그의 몸을 찔렀다.

단창에 꿰인 부분 주위로 몸이 급격히 굳어간다. 마비독이 퍼지고 있었다.

“파티가 곧 시작됩니다!”

부하로 착각했던 인간이 외쳤다.

*

나는 손을 뻗어 김민환의 멱살을 잡았다.

자동차 앞유리창을 넘어 김민환을 끌어올린다. 자동차 앞부분, 본네트 위에 앉혔다.

“기다렸잖아.”

나는 김민환을 기다렸다. 파티에는 손님이 필요했고, 손님으로 빠질 수 없는 인물은 김민환이었다.

공장에서 잡은 하이드 길드원 한 명의 목소리를 [행동복제]했다. ‘큰일 났다.’ ‘큰일 났다.’ 만 반복하며 김민환을 끌어들였다.

이 녀석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뒷말은 내가 대충 변조한 목소리인데 알아채지 못했다. 나를 부하로 철썩 같이 믿고 내 연락을 따라 찾아왔다.

못 도망치게 한 번에 잡을 수 있었다.

잡은 김민환을 본네트에 정갈히 앉힌다. 마비독에 의해 몸이 뻣뻣해졌다. 앉은 채로 인형처럼 굳어갔다.

“너······ 뭐야······!”

놀란 마음을 딱딱한 얼굴로 설명했다.

“이럼 알아보겠지.”

나는 김민환을 속이기 위해 없애뒀던 연초록색 가면을 다시 만들어냈다. 머리에 썼다. 연초록색 가면 마인이 완성되었다.

“너! 너 이 자식······!”

김민환이 드디어 나를 알아본다. 오늘 하루 종일 그의 머릿속을 괴롭혔던 인물이다.

경악한 속마음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했다. 발성기관이 독에 의해 마비된다.

나는 김민환 옆에 앉았다. 우리는 오순도순 자동차 앞에 앉아 공장을 바라보는 꼴이 되었다.

별빛이 총총하게 떠있는 밤.

가로등은 정면에 양옆으로 나란히 도열해 있고.

하이드 길드의 가짜공장이 자그마한 노란색 빛을 내뿜는다.

황량한 지역이라 저 멀리 보이는 산과 송전탑의 희미한 불빛 속에, 공장은 무엇보다 또렷하게 상이 맺혔다.

“저 공장은 너희가 피해자들의 고혈을 쌓아올린 곳이지.”

나는 공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김민환의 눈동자가 내 손끝을 따라 굴러간다.

“당연히 터트려야겠지?”

김민환을 보면서 물었다. 그에게 하이드 길드의 종말을 알렸다.

“파티를 시작하자.”

기폭장치를 꺼내들었다. 가로등의 흰색 조명 아래. 붉은 스위치는 밝고 깨끗하게 빛났다.

스위치 위에 손가락을 올린다.

기계버튼의 딱딱한 촉감을 느끼며.

천천히 힘을 주어 손가락을 내렸다.

꾹.

버튼은 회로에 닿았다.

저 멀리.

볼 수 없는 곳의 원격폭탄이 터져나간다.

원격폭탄을 껴안고 있는 마인 한 명을 터트린다.

주변 폭탄들과 감응한다.

마력으로 쌓아올린 인화성 물질들이 가열되고.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난다.

진동과 폭열, 폭압이 빠르게 팽창하고.

압력과 화력을 방해하는 수많은 장벽들을 깨트린다.

쿠과과과과광!

우르르르릉, 콰과과과과광!

폭발은 공장의 창틈, 문틈, 갈라진 벽 사이로 터져 나왔다.

붉은 꽃이 사방으로 피어난다.

[실드]

나는 최기철의 마법을 복제했다. 마력으로 결계를 만든다. 파편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콰직! 콰지지직!

실드를 짓뭉개는 파편의 위력을 느끼며.

나는 공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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