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복제헌터-23화 (23/38)

〈 23화 〉 블랙마켓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블랙마켓 경매장.

김민환은 경매 진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이 행사의 총책임자. 대경매를 책임지는 하이드 길드의 마인이었다.

“김민환 님. 저 참가자 괜찮은 겁니까? 너무 입찰을 막 하는데요? 돈도 없는데 그냥 경매 망치려고 마구잡이로 누르는 것 아닙니까?”

옆에서 하이드 길드원 하나가 속삭였다.

111번 참가자는 확실히 이상했다. 지금 경매장에는 하이드 길드가 몰래 낙찰가를 올리려고 심어놓은 가짜 참가자들도 숨어있었다. 그런데 가짜 참가자가 얼마를 부르든, 다른 참가자들이 얼마나 많이 참가하든, 111번 참가자는 그 모두를 뿌리치고 원하는 물건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낙찰해가고 있었다.

상황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여 의문을 표시한다.

“돈이 없는 건 아냐.”

김민환은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회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장 높은 곳에 앉아있는 그의 시선은 111번의 연초록색 가면에 닿았다.

“저 참가자. 오늘 블랙마켓에서 족히 1,000억 원 이상을 썼다.”

“예?”

“감시원들로부터 연락을 받았지. 블랙마켓에 엄청난 손님이 등장했다고. 들어오자마자 압축형 보관 아이템 5개를 샀단다. 이것만 해도 무려 500억이지.”

“······!”

“블랙마켓을 돌아다니며 5개의 압축형 보관 아이템을 꽉꽉 채울 정도로 물건을 사들이고 있어. 돈이 썩어 넘치는 갑부야.”

김민환은 확신했다.

저 111번 참가자는 대부호라고.

경매장에서 돈을 아무리 써도 아쉽지 않은 부자임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그의 씀씀이.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그는 차량에서 현물로 사용할 법한 돈가방과 캐리어를 압축형 보관아이템에 쑤셔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블랙마켓의 모든 매장을 돌아다니며 값비싼 아이템이란 아이템은 다 사들이고 있었다.

돈이 전혀 부족하지 않으니까 할 수 있는 짓이었다.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만큼 사들이기, 압축형 아이템에 매장의 물건을 골라 쓸어 담기.

그는 가격을 흥정하지 않았고, 그가 무심하게 내민 현물들은 다 진품이었다. 현금을 원하는 상인에겐 현금을, 보석을 원하는 상인에겐 보석을, 마석을 원하는 상인에겐 마석을. 블랙마켓에 말 그대로 돈을 뿌리는 상황. 그와 거래한 상인들은 대만족하며 운수 좋은 날이라고 떠들었다.

또한 그는 마인이었다. 무늬 있는 가면은 마인의 표시. 블랙마켓에 흔히 돌아다니는 어중이떠중이 상인이나 범죄자가 아니다. 마인의 능력은 헌터로 치면 최소 B급 이상. 기본적인 실력이 받쳐주니 어디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김민환이 추측하기로는 해외에서 잘나가는 마인. 대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 잠깐 들른 마인이다. 상상하기 힘든 거물이자, 좋은 아이템이나 희귀한 아이템이 보이면 금액과 상관없이 가져가는 괴물이었다.

‘이런 손님을 놓칠 수야 없지.’

경매 진행원들에게 그가 마음껏 아이템을 낙찰하도록 내버려두라 일렀다.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조심하라고 따로 명령했다.

그 덕에 경매는 111번 위주로 진행된다.

―수룡왕의 팔찌! 효과는 무려 마력 +50%! 500억 원부터 경매 시작입니다!

삑. [111번, 1120억 원]

―요정의 축복이 담긴 장갑! 효과는 마력 +20%! 250억 원부터 경매 시작입니다!

삑. [111번, 530억 원]

―청마반지! 효과는 마력 +25%! 260억 원부터 경매 시작입니다!

삑. [111번, 660억 원]

······.

희귀하고 비싼 아이템은 모두 111번이 가져갔다.

*

경매장 낙찰 물품 수령 장소.

나는 하이드 길드원들에게 따로 불려갔다.

그들은 엄숙히 고개 숙이며 화려한 접객실로 안내했다.

접객실에서 마주친 인물은 김민환. 가면 아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긴다.

“안녕하십니까. 대경매 주최자입니다. 이거 귀하신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이템은?”

나는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돈이 많다는 걸 알고 따로 연이라도 맺고 싶은 모양인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경매가 끝나고 1시간. 내가 풀어놓은 아이템이 사라지고 폭탄이 터질 때까지 남은 기한이다. 여기서 시간을 끌면 안 된다.

“아이템이야 물론 있죠. 얘들아. 물건 가져와라.”

김민환이 손짓하자 길드원들이 귀하게 포장한 아이템들을 들고 왔다.

나는 포장을 거칠게 뜯고 아이템을 확인했다.

“와, 되게 터프하시네. 아이템은 다 정품입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렇군.”

“바쁘신가봅니다?”

“그래. 비행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저런······.”

나는 비행기 핑계를 대었다. 사정이 있어 꼭 일찍 나가야 하는 것처럼 행세했다.

김민환이 쓰게 웃는다.

“아이템값. 총합 3,400억 나왔나?”

“예. 정확히 3,422억이지만 대충 맞습니다.”

“값을 지불하지.”

담담하게 말했다. 압축형 보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아이템을 빼냈다.

테이블에 최상급 헌터소드를 올려놓는다.

“이 헌터소드가 얼마인진 알고 있지?”

“그럼요. 최신형 헌터소드모델 XI 아닙니까. 시세는 200억 정도 되지요.”

“이걸로 값을 지불하겠다. 괜찮은가?”

“······.”

김민환이 최상급 헌터소드를 쳐다봤다.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수지타산이 맞는지 세어본다. 대형 고객이 될 수 있는 나와의 관계. 저 최신형 헌터소드의 시가. 최신형 헌터소드가 물물교환용으로 적절한지 등등······.

“최신형 헌터소드가 많은 겁니까?”

“그래.”

나는 압축형 보관아이템에서 계속 최신형 헌터소드를 꺼냈다.

총 20자루.

“······.”

테이블에 펼쳐놓은 헌터소드를 보고 김민환이 할 말을 잃는다. 200억짜리 헌터소드를 무슨 보급형 E급 헌터소드마냥 장터에 내놓듯 하고 있다. 얼마나 돈이 많으면 이렇게 많은 최상급 헌터소드를 혼자 가지고 다닐 수 있는지. 감탄한 눈빛으로 내 연초록색 가면을 바라본다.

“헌터소드가 싫다면 S급 헌터방패, 창, 단검, 마석들도 꺼내줄 수 있어. 뭐 원하는 게 있나?”

나는 대체품까지 미리 제시했다. 아이템매장에서 기억한 물건들. 누구나 아는 고급아이템이라 고가의 물품거래용으로 적절했다.

“그렇다면······.”

김민환은 아이템을 선택했다. 머리를 열심히 굴려가며 어떤 아이템을 골라야 자기에게 최대의 이득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한다. 헌터소드, 방패, 창, 마석 등 다양한 조합을 골랐다.

서로 아이템을 교환했다.

김민환은 내가 꺼내놓은 S급 복제품을.

나는 경매장의 S급 진품을 받았다.

아주 기분이 좋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이것도 진품이군요. 확인 끝났습니다.”

김민환과 하이드 길드원들이 내가 건네준 아이템을 검사했다. 상태창에 정보를 띄워보고, 직접 검과 방패를 부딪쳐보며 성능을 실험한다.

이상은 없었다. 내 복제품들은 내가 마력제어를 풀기 전까지 완벽한 ‘진짜’다. 원본과 똑같은 효과를 발휘했다.

아이템을 박스에 챙겨 넣은 김민환이 밝게 웃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이건 하이드 길드에게 엄청난 이득이었다.

경매로 S급 아이템들의 가격을 불려서 제공했고, 방금도 조합을 잘 짜서 최대한 많은 물품을 받았다. 하이드 길드가 제공한 아이템의 정가가 2,000억 원이라면 내게 받은 아이템의 정가는 3,500억 원. 무려 1,500억 원의 이득.

‘큭큭큭큭.’

터져 나오려는 비웃음을 숨겼다. 김민환은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나를 바라봤다.

‘멍청한 녀석.’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실 내가 바라는 아이템은 더 있다.”

“예? 그게 뭡니까?”

내가 슬쩍 운을 띄우자 김민환이 기민하게 반응했다. 그에게 나는 완벽한 호구였다. 거래를 하면 할수록 좋았다.

“이런 아이템이 하이드 길드에 많다고 들었다.”

장문혁의 무기들을 꺼내놓는다. 그걸 보여주며 일관적인 특징을 설명했다.

“맞습니다. 하이드 길드와 전속계약한 장인의 아이템. 이 물건들은 많이 보관해두고 있죠. 이걸 원하십니까?”

“그래.”

“그럼 따로 계약을······.”

“계약은 됐고, 난 시간이 없으니 직접 물건을 찾아가려 한다. 보관 장소를 말해라.”

“······.”

서두르는 내게 김민환은 하이드 길드가 장문혁의 무기를 숨긴 곳을 알려주었다. 거기 있는 길드원과 따로 만나서 거래하라고 전했다. 연락처를 남긴다.

“그럼, 다음 대경매 때 보지. 아이템을 많이 구비해놓고 기다리도록. 내가 다시 찾을 테니.”

“예. 내년 상반기에 또 들리시지요. 하이드 길드는 언제나 최고의 물품을 취급합니다.”

간단히 작별인사 했다. 서로가 만족하는 거래였다.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사실 그런 건 없을 테지만.

경매장에서 나왔다.

거래한 S급 아이템들을 착용했다.

[황옥반지: 마력 +30%]

[수룡왕의 팔찌: 마력 +50%]

[축복받은 장갑: 마력 +20%]

[청마반지: 마력 +25%]

밖에서 찾기 힘든 귀한 아이템들. 마력이 순식간에 2.25배가 되었다. 나는 가면 속으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장문혁의 아이템을 모아놓으라고 말했던 상인들에게 찾아갔다. 압축형 보관 아이템에 블랙마켓에 풀린 무기들을 회수했다.

주차장에 가서 도준욱의 차량에 탑승했다. 준비해온 돈을 대부분 사용하니 차량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졌다. 옆좌석에 압축주머니 5개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블랙마켓 폭파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시간을 확인했다. 시한폭탄이 가동할 시간. 블랙마켓이 난리가 날 시간. 40분 남았다. 경매도, 거래도 일찌감치 마치니 시간이 충분하다.

블랙마켓을 떠났다. 하이드 길드의 보관창고로 향했다.

*

서울 외곽. 제품공장으로 위장한 하이드 길드의 비밀창고였다. 나는 김민환이 알려준 마인과 연락해서 이곳에 찾아왔다.

균열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었다. 일대는 황량했다. 차의 악셀을 강하게 밟으니 시간에 맞춰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깜깜한 밤. 공장조명밖에 없으니 별빛이 제법 잘 보인다.

차를 세우고 하이드 길드원과 접선했다.

“그래, 장인의 아이템을 더 받고 싶다고?”

살집이 튼튼한 마인이 물었다. 조범재. 김민환과 함께 하이드 길드를 대표하는 마인이었다.

“내 얘기는 들었지? 시간이 없다. 빨리 물품을 내놔라.”

“거 참. 급하시구만.”

조범재는 툴툴댔다.

김민환이 호구 잡았다며 연락을 해두었다. 장문혁의 무기들을 가능한 많이 모아두라고. 이 호구에게 비싸게 팔면 될 거라 말했다.

그래서 부리나케 부하들을 시켜 장문혁의 무기를 모아 온 참이다. 갑자기 바빠져서 기분이 좋진 않았다. 내 말투를 들으니 더 띠껍다.

그래도 일은 일이다. 돈 많은 사람이 상전. 얌전히 포대에 담아온 무기들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총 얼마지?”

가격을 물었다.

“비싼데.”

조범재가 능글거리며 말했다.

“얼마냐고. 난 시간이 없다니까.”

나는 보챘다.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800억. 이걸 다 살 수 있어?”

조범재가 안달 난 나를 보며 은근하게 말했다. 가격을 무진장 부풀렸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판매하면 80억 원. 괘씸죄를 적용해 10배의 금액을 부르며 네가 정말 이 돈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800억. 알았다.”

나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압축형 보관 아이템을 들고 그 안에서 최상급 헌터소드 4개를 꺼냈다.

바닥에 던졌다.

“최상급 헌터소드다. 하나당 200억 원짜리지. 값은 충분할 거다.”

“······!”

조범재와 주변의 하이드 길드원들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최상급 헌터소드를 보고 경악했다. 진짜 800억 원을 지불하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아무리 김민환에게 호구라고 말은 들었지만 장난으로 부른 값이었다. 저 헌터소드가 진짜라면 대박이다. 내가 바닥에 내팽개치든 말든 태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재빨리 헌터소드를 주워들었다.

“허억!”

“이야!”

진품이 맞다. 상태창에 최상급 헌터소드의 정보가 떴다. 공격력 +50짜리 진짜배기였다.

“형님 이거 진짠데요?”

“우와 200억 원...”

하이드 길드원들이 조범재에게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들의 손아귀에 단숨에 800억 원이 쥐어졌다. 믿기지 않아 기쁨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아, 망했네. 시간이 거의 다 됐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바라보며 짐짓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뭐, 뭐가 그리 급한데.”

입가의 미소가 귀까지 걸려있는 조범재가 싱글벙글대며 물었다. 돈은 돈 대로 벌고 내가 뭔가를 아쉬워하니 기분이 두 배로 좋아진다.

“이제 끝나간다.”

나는 핸드폰 화면에 표시된 디지털시계의 숫자를 지그시 바라봤다.

“5······.”

카운트다운을 세었다.

“4······.”

갑자기 숫자를 세기 시작하니 조범재뿐만 아니라 희희낙락하던 하이드 길드원들도 나를 쳐다본다.

쟤가 갑자기 왜 저러나 싶다.

“3······.”

난 그러건 말건 핸드폰 시계를 보았다.

“2······.”

내 나직한 목소리만 공터에 흘렀다.

“1······.”

모두가 집중했다. 시간은 끝에 다다랐다.

“0······. 땡.”

나는 경쾌하게 발음했다.

그와 동시에 하이드 길드원들이 들고 있던 최상급 헌터소드가 전부 사라졌다.

파티타임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