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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복제헌터-17화 (17/38)

〈 17화 〉 아이템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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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하나 찾아주시겠습니까?”

“던전을 말인가? 어떤 던전?”

“이름은 골렘던전입니다. C등급 일반던전. 올해쯤에 균열이 나올 텐데 아직 못 찾겠더군요.”

내가 유익현에게 원하는 것 중 하나는 정보력이다. 홀로 던전관리 홈페이지를 뒤적여가며 던전을 찾는 것과, 길드에서 던전을 찾아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후자 쪽이 당연히 보다 체계적이고 자동화되었으며 쉽게 던전공략권을 따낼 수 있었다. 골렘던전은 놓치고 싶지 않은 던전. 공략 예약을 유익현에게 부탁하기로 한다.

“아직 안 나온 균열이란 말인가?”

“예. 미발생인지 아니면 누가 발견하지 못한 건진 모르겠지만 없더군요. 이걸 발견하시면 반드시 먼저 예약해주십시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기억상 골렘던전은 블랙 리자드 숲 이후로 가장 화제가 되었던 던전. 올해 나오는 건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는 몰랐다. 그래서 계속 던전정보를 모니터링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알겠네. C급 골렘던전, 기억해두지.”

유익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용지에 메모해두었다.

“이게 끝인가?”

“네.”

“생각보다 그리 큰 부탁은 아니군. 공략 예약에 관한 거였다니...”

“큰 부탁 맞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제 자리 하나는 맡아주시는 거니.”

유익현은 내 입에서 엄청난 소리가 나올 걸 기대했나보다. 살짝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것도 나름 중요한 부탁이었다. 대형 길드보다 한발 앞서 균열 공략권을 따 와야 한다. 유익현이니까 믿고 맡기는 부탁. 나는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자네가 신신당부하는 거라면 이유가 있겠지. 내 반드시 균열을 찾아 예약을 하겠네.”

“예, 감사합니다.”

다짐하는 유익현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시 말이 잘 통한다.

“다른 부탁은 없는 건가?”

“네, 당장은.”

“그럼 다음 얘기를 하도록 하지.”

“······?”

“자네의 성공보수액이 나왔네.”

내가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자 유익현이 다른 화제를 꺼냈다.

성공보수액은 전후처리요원들이 던전에 남은 마석, 아이템, 기타 자원들을 회수하고 돈으로 환산해서 미리 길드에 값을 지급한 금액. 내 던전 클리어 보수가 계산되어 나왔다.

“그렇습니까? 얼만가요?”

나는 관심 있게 들었다. D급 던전 공략이니 이번 생에 번 돈 중 가장 큰 돈일 거다. 지난 생, A급 헌터로서 전성기에 벌던 돈에 비하면 작은 금액이겠지만 용돈으로 쏠쏠하다.

유익현의 결과발표를 기다렸다.

“자네, 엄청나게 많은 리자드들을 학살하고 블랙 리자드 킹을 혼자 잡아버렸다는군.”

“그렇죠. 제 던전공략지분은 상당할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늪지대와 리자드들을 불태웠다지, 블랙 리자드 킹도 불태워버렸고, 덕분에 몬스터 시체로부터 벌어들인 돈은 많지 않네.”

“아, 그렇겠네요. 불장난하다보니 너무 신나버려서.”

최기철과 불놀이하면서 대결하다보니 이런 단점이 있었다. 몬스터의 마력이 섞여 있는 피, 질긴 가죽, 발톱 등을 팔아먹어서 벌 수 있는 돈이 얼마 없었다.

어쩌다 그 놈이랑 같이 비경제적인 놀이를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지나고 보니 살짝 아쉬웠다. 불장난은 자제해야겠다.

“그래도 마석은 많이 남았네.”

내가 실망한 표정을 짓자 유익현이 덧붙였다.

“블랙 리자드 킹의 아이템도 멀쩡하고, 리자드맨 소굴의 전리품도 발견했지. 무엇보다, 생존자들을 구출한 사례금이 지급됐네.”

좋은 소식들이 들려왔다. 성공보수액을 높여줄만한 긍정적인 요소들.

“그래서 제 보수액은 얼맙니까.”

“3억.”

괜찮은 액수였다. D급 던전치고 제법 짭짤하게 챙겼다.

유익현이 던전을 찾고 예약해올 때까지 시간이 남는다. 본격적으로 아이템을 구할 시기.

3억이란 작은 돈은 그 과정에서 유흥비로 써먹기 좋았다.

*

“재희야. 쇼핑하러가자.”

나는 한재희를 불렀다. 요새 얘는 아카데미 입학을 대비해 개인훈련에 한창이었다. 지금은 고된 마력훈련을 마치고 탈진한 채 바닥에 뻗어있는 상황. 내가 쇼핑 얘기를 꺼내자 귀를 쫑긋거리며 느릿하게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쇼핑?”

“그래. 네 학원입학이 멀지 않았잖아. 입학선물로 장비를 맞춰줄게, 길드에서 던전공략 보상금이 나왔어.”

“와, 진짜? 얼만데?”

“3억.”

한재희가 웃으며 묻다가 액수를 듣고 얼어붙었다.

······.

내 수중에 들어온 3억. 다 써먹을 생각이었다.

난 돈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지난 회차, 일성 길드에 들어간 이후에는 기본적으로 연봉이 넉넉하게 나왔고, 무엇보다 아포칼립스가 터진 다음부턴 돈의 가치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돈보다는 건강, 동료, 아이템이 중요하던 시절이었다. 가진 재산, 화폐 같은 공허한 것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아끼다가 세상 망하면 어차피 똥 된다. 돈보단 아이템, 그리고 내 기분을 우선 챙기도록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럭셔리한 쇼핑몰. 스페셜 런치 코스를 시켜먹고 재희와 매장에서 나왔다.

나와 재희의 손에는 수많은 쇼핑백들이 걸려있었다. 평소에 입고 싶었던 옷과 생필품을 전부 사서 나왔다.

“오빠.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보통 돈 생기면 모아서 집하고 차부터 사야 되는 거 아니야?”

재희가 입가에 걸린 미소를 감추지 못하며 묻는다.

사치스럽게 돈을 쓰는 게 걱정은 되지만 당장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걱정하지 마. 집이나 차는 다 구할 방법이 있어. 지금은 우선 노는 거나 생각해.”

“에헤헤······.”

내 든든한 말에 재희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걱정과 고민으로 수척했던 평소 얼굴이,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불리고 사치품으로 마음을 채우자 동글동글하고 빤질빤질해졌다.

팔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쇼핑백들을 렌트카에 실었다. 차를 타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한국 최대의 아이템 상점.

“와, 진짜... 나 이거 사도 돼?”

재희가 근사한 갑옷을 보며 물었다. 여성용 풀 플레이트 아머. 멋과 기능성을 두루 갖춘 아이템이었다. 나는 갑옷의 마력저항 가공 처리된 흉갑을 탕탕 두드려보았다.

단단하고 무게감 있는 것이, 재희가 입을 첫 갑옷으로 적절했다.

“그래. 괜찮네, 이걸로 하자.”

“헤헤헤, 완전 예쁘다. 이걸로 해도 되는 거지? B급 갑옷인데, 그래도 정말 괜찮은 거지?”

“뭐? B급이라고?”

“응······ 역시 안 되나.”

“내 여동생에게 고작 B급 따위를 첫 선물로 사줄 순 없지. A급 사러 가자.”

저질스러운 갑옷을 살 뻔했다. 곧장 걸음을 돌려 A급 아이템을 보러 갔다.

재희에게 A급 여성용 풀 플레이트 아머, A급 대형 카이트 실드, A급 중형 메이스를 장착시켰다.

여동생을 갑옷과 방패, 철퇴로 무장시키자 마음이 아주 흡족해진다. 번지르르한 철기들로 온몸을 감싼 한재희가 전신거울 앞에 섰다.

“으음······ 멋있긴 한데, 이것들 정말 사도될까?”

투구로 얼굴을 감싸고 카이트 실드로 몸을 지킨 채 메이스를 요리조리 휘둘러본다.

마력을 사용하게 된 재희는 전사로서 힘이 넘쳤다. 성인남성들도 들기 어려운 무거운 금속들을 거뜬히 다루었다.

“보기 좋아. 당장 결제하자.”

A급 전사세트를 일시불로 구입했다. 3개의 아이템을 구입하는 데만 해도 2.5억 원을 지불했다. A급이라서 가격이 꽤 나간다.

“히엑! 너무 비싼 거 아냐?”

재희가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라 팔다리를 바르르 떤다.

“비싸기는, 대충 연습용으로 써보고 버릴 아이템들인데. 거칠게 다뤄. 네 몸 지키는 거만 생각해.”

“으, 응······.”

내가 무신경하게 반응하자 재희는 조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학선물이 총합 2.5억 원이라니, 믿기지 않아 가격표에 붙은 숫자 ‘0’을 몇 번이고 손가락으로 짚으며 다시 세어본다.

“오빠. 근데 이렇게 돈 다 써버려도 괜찮아? 오빠 아이템은 뭐로 사게?”

재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던전에서 번 돈 3억 원 중에 벌써 2.5억 원 넘게 탕진했다. 남은 돈을 생활비에 쓴다고 가정하면 내 아이템을 구매할 돈은 얼마 남지 않았다.

“괜찮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나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S급 이상 아이템들만 판매하는 초호화 매장이었다. 내 아이템을 구하는 데는 돈이 필요 없다. 복제하면 되니까.

*

<최상급 마석>

―랭크: S급

―설명: 대용량의 마나를 품고 있는 마석이다. S, SS급의 최고급 아이템을 제작하는데 사용되며, 마법사가 마법을 연구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단순 마력을 저장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여러모로 헌터들에게 필수인 마력돌멩이.

―가격: 50억

난 크기가 작은 마석들부터 살펴보았다. 내 주먹만 한 마석이 무려 50억 원을 호가한다.

툭툭, 안에 들어있는 마력을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건드려본다.

“우와······ 이게 뭐야. 무슨 아이템들이 이렇게 비싸.”

내 뒤에 서서 구경하던 재희는 눈이 뱅글뱅글 돌았다. 초호화 매장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세상이다. 가격표들이 전부 5억, 10억, 50억······ ‘만’이나 ‘원’ 단위가 아니라 ‘억’ 단위다.

억 소리가 절로 나와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놀란 얼굴을 주변 사람들 보여주기 부끄러워서 투구를 내려 감췄다.

툭, 툭.

나는 상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사라도 되는 듯이 마석들을 보고 건드렸다. 마석 옆에 붙은 정품인증스티커와 품질보증서도 가능한 손으로 만졌다.

몇 개의 구역을 그렇게 더듬으며 이동한다.

“오빠. 뭐하는 거야?”

재희가 조용히 속삭인다. 주변에 감시원들이 많았다. 초호화 매장이라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무려 A급 헌터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날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물건을 사지 않고 건드리고만 있으니 도둑질이라도 할까봐 갈수록 의심의 눈초리가 늘어난다.

안 좋아지는 분위기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억하고 있어.”

나는 간단하게 답했다. 이것들을 기억해놓으면 나중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아이템복제]로 원할 때 만들어낸다. 블랙 리자드 숲에서 사용했던 10리터 휘발유통처럼.

“기억한다고······? 응······.”

한재희는 조용히 대답했다. 잘 모르겠지만 내게 생각이 있는 듯했다. 관리원들의 눈초리는 거세지고, 나는 아랑곳하지 않자 괜히 무안해져서 자기의 투구를 매만졌다.

한참을 뒤에서 지켜보던 매장 관리원 하나가 다가온다. 내가 살 마음이 있는지 묻기 위함이었다. 괜히 건드리기만 하니까 떼 타는 느낌이고 기분이 영 좋지 않다.

그러나 내가 먼저 매장 관리원에게 말했다.

“저기, 저것 좀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매장의 한 가운데. 가장 근엄하게 전시되어있는 검 한 자루를 가리켰다.

“네?”

쓴소리를 하려던 관리원은 내 질문에 걸음을 멈췄다.

“저 가운데에 전시된 검 말입니다. 한번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예······ 그러시지요.”

내가 당당하게 말하자 일단 친절히 대응한다. 매장 가운데로 가서 유리창 안에 있는 검을 꺼냈다.

진열대 위에 올려놓았다.

<최상급 헌터소드>

―랭크: S급

―설명: 한국 최대의 아이템 제작사에서 내놓은 최신형 헌터소드모델. 검의 재료로 S급 던전에서 나오는 특수광물들을 사용했으며 [장인] 특성을 지닌 대장장이들이 손수 제작했다. 가벼운 중량과 강철도 두부처럼 썰어버리는 예리함이 특징. 마력친화도도 높아 웬만큼 잘나간다 하는 돈 많은 헌터들이 애용한다.

―효과: 공격력 +50

―가격: 200억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아이템이었다. 이것보다 좋은 아이템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었다. S급보다 높으면 SS급이란 소린데, 그런 아이템은 가격이 몇 천억을 웃돌며 최상급 헌터들의 전용무기가 될 뿐, 밖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고로 이 검이 여기서 볼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나는 검의 손잡이를 잡고 휙휙 휘둘러보았다. 그립감이 괜찮은지 확인해본다.

“손님.”

“?”

관리인이 나를 불렀다.

“죄송하지만 혹시 구매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왜요?”

“구입하지 않으실 거면 내려놔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손님들도 봐야 돼서요.”

친절한 어투지만 말에 감춰진 속뜻은 그렇지 않았다. 돈도 없어 보이는 놈이 자꾸 상품을 건드리는 게 불쾌했다. 좋은 말 할 때 얼른 내려놓으라는 소리.

“네, 알겠습니다.”

난 순순히 검을 진열대에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보고 관리인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손님. 이 매장은 말입니다. 궁금하다고 막 만져보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아직 젊은 헌터여서 호기심이 많아 구경 나오신 듯한데, 이런 곳에서 괜히 기웃거리면 주변 손님 방해됩니다. 나중에 열심히 일하고, 물건을 살 만한 재력이 뒷받침되면 들리시지요.”

관리인이 내가 허리춤에 매고 있는 E급 헌터소드를 쳐다보았다.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찬다.

딱 봐도 저질 보급품이나 사용하는 초보헌터가 초호화 매장에 놀러 와서는 S급 아이템에 눈독 들이고 있었다. 얼른 꺼지라고 에둘러 말했다.

“저, 돈은 있는데요.”

나는 옷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동안 만져서 기억해둔 귀금속들을 복제한다. 바깥으로 내밀어서 진열대 위에 꺼내놓았다.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등등······ 여기서 볼 수 없는 보석들이 넘쳐난다.

큐빅은 아니었다. 진짜 보석. 보증서까지 복제해서 두루두루 펼쳐놓았다.

관리원의 눈이 크게 떠진다.

“제가 희귀한 아이템을 모으는 게 취미라서요. 하나씩 구경해봤습니다. 방해를 했다면 미안합니다.”

“아, 그, 그렇군요.”

관리원은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이 보석들이 진짜라면 크기와 개수를 고려할 때 족히 몇십 억은 되어보였다.

더욱 놀라운 점은 내 안주머니에서 보석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공간 압축형이나 아공간 보관 아이템. 진짜 부호들이 간편하게 물건을 소지하기 위해 들고 다닌다는 최상급 아이템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매장 제품이 별로네요. 관리인은 더 별로고요. 구매의욕이 싹 사라졌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제야 관리인은 황급히 고개를 땅에 박으며 사과했다.

나는 무시하며 밖에 나갔다. 어차피 여기서 구매할 돈도, 생각도 없었다.

잘 복제하고 갑니다.

관리인은 이후 매장에서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손님 응대, 예절 교육부터 차근차근 다시 받았다. 대부호를 쫓아낸 멍청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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