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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복제헌터-13화 (13/38)

〈 13화 〉 블랙 리자드숲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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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정보>

-이름: 블랙 리자드 킹

-등급: C급

-설명: 4미터 크기 대형 리자드맨. 근육질의 몸통을 기반으로 대형 창과 방패를 휘둘러 적을 분쇄한다. 산성액을 뿜을 수 있음. 두껍고 질긴 비늘을 소유하고 있어 물리공격으로 뚫기 어렵다.

상태창에 뜬 던전 보스에 대한 정보.

등급은 C급이라 표시되어 있으나 일반적인 C급보다는 훨씬 강해보였다. 보스는 다른 몬스터와 달리 지능적이고 특수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리자드 킹의 경우 원거리에서 나무통을 던져오고 물에 적신 방패를 들어 최기철의 화염 공격을 막았다. 전투경험이 풍부한 몬스터였다. 상대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대응할 줄도 안다.

나는 싸움방법을 선택했다.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고 해서 가능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싸우기로 한다.

마나를 아끼면서 근접전으로 승부를 본다. 마법을 사용하는 대신 자세를 낮추며 블랙 리자드 킹을 향해 접근했다.

후웅.

내가 사정거리로 진입하자 블랙 리자드 킹이 3m 창을 들어 올려 나를 찌른다. 워낙 창의 크기가 거대하니 원목으로 찔러대는 것 같았다.

“조심해요!”

최기철을 돌보던 헌터들이 소리친다. 내가 저 창에 꿰뚫릴 듯 위태로워 보였을 거다. 하지만.

나는 창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려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오른쪽 뒤에서 왼쪽 앞으로, 크게 반원을 그리며 창날을 맞췄다. 몸을 비틀어서 회전에 무게를 싣는다.

창은 내 저항에 경로가 살짝 휘어져 옆으로 지나갔다. 나는 기세를 늦추지 않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거침없이 블랙 리자드 킹을 향해 뛰어간다.

크게엑!

블랙 리자드 킹이 겁 없이 접근하는 인간을 보고 다급하게 나무방패를 들어 바닥을 내려찍었다. 그러나 내가 더 빨랐다. 방패에 짓뭉개지는 지면을 피해 옆으로 돌아 리자드 킹의 다리까지 도달했다.

썩둑!

검으로 종아리부근을 갈라놓는다. 두꺼운 비늘이 덮여 질기긴 하지만 어림없다. 마력을 담아 정확히 그으면 갈린다. 한 번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순 없지만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같은 곳을 그으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크에엑!”

블랙 리자드 킹이 뒷걸음질 치며 나를 치워내기 위해 급히 창을 휘둘렀다. 그러나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전진, 오직 전진하며 끈질기게 리자드 킹을 따라붙었다. 종아리 부위를 계속해서 긋는다.

키엑!

종아리가 너덜너덜해지자 블랙 리자드 킹이 포효하며 주저앉았다. 앞발로 땅을 딛는다. 도마뱀답게 네 개의 다리로 무게를 지탱한다.

키에엑! 키엑!

방어가 견고해졌다. 자세를 낮추고 4족 보행을 시작한 블랙 리자드킹은 내게 더 이상 뒷다리를 내주지 않았다. 창과 방패를 모두 내던지고 짐승처럼 고개를 떨어댄다.

기다리고 있는 바였다.

나는 왼손을 들어 [물건복제]를 사용했다.

만들어낸 것은 10리터짜리 휘발유통.

보통 던전이나 싸움터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사람들은 차에 급유를 할 때나 이걸 사용했다.

그러나 난 이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복제하는 데 마나도 적게 들어 마트에서 미리 물건을 만져 기억해놓았다.

휘발유통을 검으로 그었다.

모서리를 싹둑 썰어내자 기름이 줄줄 흘러나왔다.

나는 그걸 블랙 리자드 킹이 미처 대응하기 전에 던져서 벌어진 입에다 집어넣었다.

키에엑! 켁?!

한껏 분노하여 건방진 인간을 향해 고함을 토해내고 있던 블랙 리자드 킹은 갑자기 목을 막아오는 10리터 휘발유통에 놀랐다.

입을 닫으며 플라스틱 통을 씹어 터트렸다. 휘발유가 사방으로 퍼져 혀와 이빨, 목구멍을 타고 식도까지 적셨다.

게에엑, 게엑.

급작스런 역겨움에 블랙 리자드 킹은 목에 들어온 기름을 뱉어내려했다.

나는 10리터 휘발유 통을 두 개 더 복제한 다음 모서리를 그어 엎드린 블랙 리자드 킹 몸통 위에 던졌다.

기름이 울컥울컥 새어나오며 블랙 리자드 킹의 비늘을 적셔놓는다.

게에에엑······!

블랙 리자드 킹이 몸의 안팎을 채워오는 끈적임에 본능적인 위기를 느꼈는지 몸체를 사방으로 흔들어댔다.

나는 손을 들었다.

[파이어볼]을 사용했다.

손바닥 위에 불덩이를 하나 생성해놓고.

블랙 리자드 킹을 향해 던졌다.

툭. 화아아악!

블랙 리자드 킹의 몸에 가볍게 닿은 불덩이는.

거대한 화염이 되어 검은 도마뱀의 안팎으로 피어올랐다.

4미터짜리 불꽃이 되었다.

*

블랙 리자드 킹은 오랫동안 불타올랐다.

바닥에 몸을 비비고, 나무에 머리를 찧고, 팔다리를 거칠게 휘두르며 발광을 했지만, 불타는 기름에 저항할 방법은 없었다.

불꽃은 속의 장기를 태우고, 외부의 비늘을 태우며 온몸을 휩쌌다.

블랙 리자드계열은 불에 약하다. 몸에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 기름까지 먹인 이상, 늪지 물에 아무리 비늘을 문대도 불은 꺼지지 않았다.

크에에엑······!

처절한 비명을 끝으로 검은 도마뱀은 통구이가 되어 땅에 엎어졌다.

타닥타닥, 검붉게 타오르는 고깃덩어리만 남았다.

시스템창이 던전공략이 완료되었음을 알린다.

[D급 특수던전 ― 블랙 리자드숲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경쾌한 울림과 함께 필드가 한 차례 일렁였다.

마력의 흐름이 변하고 공기가 여태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벌어지던 균열이 활동을 멈추고 반대로 닫히기 시작할 때 일어나는 현상.

“와······.”

“이럴 수가.”

헌터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변을 둘러봤다. F급 헌터가 기어이 블랙 리자드 킹을 무찔렀다. 애먹거나 위험에 처했던 것도 아니다. 일방적인 공격을 거듭하다 불태워서 손쉽게 잡아냈다. 기쁘기 이전에 얼떨떨했다.

“하······.”

“진짜 끝이야?”

“이렇게 쉽게······.”

털썩, 주저앉는다.

힘이 빠지는지 진흙투성이의 풀밭에 그대로 나앉았다.

긴장을 완전히 풀고 길고긴 호흡을 뱉어낸다. 속 시원히 공기를 들이마셨다.

“당신. 진짜 강하네요.”

송예진이 후련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정말 감사해요······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욱 깊숙이, 편안한 자세로 인사했다. 깊은 고마움의 표시였다. 2주일간의 지옥 같은 여정을 끝마쳐주었다.

다른 헌터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고마움을 표한다.

“맡은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여러분이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나는 담담하게 인사를 받았다.

“처음 검을 들이대며 따라오라고 하실 땐 이상한 사람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분이실 줄······.”

“블랙 리자드 킹을 불태울 땐 소름이 끼쳤습니다. 어디서 휘발유를 준비해 오셨는지 확······.”

칭찬과 찬양이 쏟아진다. 이들은 특수던전에서 마침내 구출되었다. 기쁨에 겨워 나를 칭찬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감격에 젖어 분위기가 떠들썩해졌다.

나는 적당히 듣다가 말을 끊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네?”

“뭣 좀 물어도 되겠습니까?”

“뭔데요?”

송예진이 맘 편히 웃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당신들, 정말 블랙 리자드 킹에게 당한 것 맞습니까?”

“······?”

나는 그들의 지난 여정이 궁금해졌다.

*

처음 블랙 리자드 킹을 보자마자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상태창에 표시된 정보는 겨우 C에 불과했다. 물론, C급 보스몬스터치고는 제법 지능적이고 약삭빠르게 잘 싸우긴 했지만 나는 최대 B급 몬스터를 예상하고 던전에 들어왔다.

부족했다.

확실히 부족했다.

내가 기억하기론 이 던전은 선발대뿐만 아니라 B급 헌터들이 포함된 후발대까지 잡아먹는다. 블랙 리자드 킹이 아무리 잘 싸워도 선발대 이상의 헌터들에게 이길 순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블랙 리자드 킹과 싸웠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를 밝혀내려고.

그런데 블랙 리자드 킹은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 휘발유를 이용해 불태워 잡아버리니 던전공략이 끝나고 말았다. 뭔가가 완전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찝찝한 느낌이다.

“화염계 마법사가 마비에 당했다고요?”

“예. 그래서 저희 모험대가 시작부터 약해졌어요.”

“어떤 몬스터가 마비를 사용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저희도 그것까진······.”

송예진이 어두운 안색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초반에 당했던 게 치명적이었다. 블랙 리자드 킹을 마주하기 전에, 화력을 담당하는 마법사와 파티를 지원해줄 힐러들을 전부 잃었다. 만약 그들이 살아있었으면 공략에 실패하지 않았을 거다.

“그렇군요. 일단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비. 그게 문제인 걸로 보였다. 블랙 리자드맨 중에 마비독을 쓰는 놈이 섞여있었나. 그런 식으로 추리해 보았다.

“그나저나 도준욱 씨는 무사할지······.”

송예진이 흘러가듯 말했다. 상황은 일단락됐고, 남은 동료 한 명을 찾는다. 선발대 중 다섯을 제외하면 유일한 생존자였다. 블랙 리자드맨 무리를 선두에서 막아서느라 못 따라왔다.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

“네? 누구요?”

내가 급히 뒤돌아서서 물었다

“아, 도준욱 씨요. 우릴 지켜주던 C급 헌터. 아직 살아있으실 지도 몰라요. 부디 무사하셔야 할 텐데······.”

“도준욱이요?”

“네. 아시는 분인가요?”

“······.”

“그분은 2주 동안 저흴 지켜주셨어요. 계속 뒤에서 막아주지 않았으면 진즉에 전멸했을지도 몰라요.”

송예진은 그의 희생을 고마워하고 있었다. 실력 있는 C급과 D급 헌터들이 모두 죽고, 남은 생존자들을 혼자 보호하던 인물이었다. 던전공략이 끝났으니 그가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내가 아는 도준욱인가.’

나는 내가 아는 도준욱이라는 인물을 끄집어냈다.

‘도준욱, 마비독, 특수던전, 일성······.’

사건과 사실들이 꿰맞춰진다. 상황이 정리되고, 인과관계가 드디어 들어맞는다.

“도준욱 씨가 마지막 생존자였군요.”

“예.”

“아, 이제 알겠다.”

나는 상쾌하게 웃었다. 명쾌한 해답이 나왔다.

헌터들을 균열 밖으로 내보냈다.

“밖에서 전후처리요원들을 불러주세요. 남은 생존자인 도준욱 씨를 찾고, 시체도 수습해야 하잖아요. 마석과 전리품도 챙겨야 할 테니, 바빠질 겁니다.”

“부상당한 부위도 얼른 치료를 받으셔야죠. 가만히 놔두면 이후엔 힐러가 치유하더라도 후유증이 남습니다. 상처가 생겼을 때 재깍재깍 해결해야 돼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떠밀었다.

“한재복 씨는요?”

“아직 반항하는 몬스터가 있다면 처리할 겁니다. 도준욱 씨도 찾아보고요.”

“도준욱 씨요? 그럼 저희도 같이······.”

“다친 몸으로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숨어있는 몬스터라도 마주쳤다간 큰일 나요. 괜히 공격받을 수도 있습니다. 빨리 전후처리요원들이나 불러주세요.”

“예······.”

그들은 조용히 수긍하며 던전을 떠났다.

“나는?”

“너도 나가라.”

“싫다.”

최기철은 나가래도 버텼다.

“그나저나 형님이라고 안 부르냐?”

“······.”

“대결은 내가 이겼다. 블랙 리자드 킹을 잡았지. 약속에 따라 나를 형님이라 불러야 할 텐데? 자, 불러봐. 형님.”

대결 보상이 기억나 최기철을 보며 말했다.

최기철은 블랙 리자드 킹과 싸울 때 볼썽사납게 바닥에 나뒹굴고선 이후부터 나와 보스몬스터의 싸움을 지켜봤을 뿐이다. 감히 껴들 생각도 못하고.

“그, 그건 억울하다! 너는 휘발유통을 사용하지 않았냐? 나도 휘발유통이 있었으면 블랙 리자드 킹을 잡았어!”

“오··· 휘발유 탓이다?”

“넌 어떤 사기 아이템을 보유한 거냐? 공간 마법을 쓴 것 같진 않고, 압축형이나 아공간 보관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게 있으면 대결은 내가 이길 수 없지!”

그는 내가 [물건복제]해낸 걸 특수한 장치를 사용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야에 가려 자세히는 못 봤을 테니.

“끝까지 자존심을 부리시겠다?”

“······그, 그래도 형님은 좀······.”

내가 헌터소드를 들고 다가서자 최기철이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뒷걸음질 쳤다.

이미 내가 자기보다 훨씬 강한 걸 알고 있으나 [거만] 특성에 의한 자존심상 형님이라 부를 순 없었다. 구질구질하게 부정해본다.

“뭐, 됐다. 당장은 네가 중요한 게 아니니.”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최기철 교육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몸을 돌려 늪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화염마법에 의해 크게 불타오른 숲. 불길이 닿지 않는 그늘진 곳에 그가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도준욱 씨.”

“······!”

내가 그를 발견한 것에 놀란다. 나는 그가 이쯤에서 지켜볼 거란 걸 알고 찾아왔다. 절대 죽었을 리가 없으니.

“반갑습니다.”

해맑게 웃으며 인사했다.

정말 반가웠다. 이 마인 녀석, 이런 데서 보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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