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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복제헌터-9화 (9/38)

〈 9화 〉 마법사와의 대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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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말도 안 돼... 어떻게 F급 헌터가.”

최기철이 아연실색하여 중얼거렸다.

“······.”

나는 여유를 두고 최기철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테다. 검이 어깨에 걸쳐져 있는 상태론 패배를 부인할 수 없었다.

“너 F급 헌터 맞아? 등급 속이고 있는 거 아냐?”

최기철이 미심쩍어하며 물었다. 그로썬 도저히 맨정신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F급 맞습니다. 당신도 제 헌터등록증 봤잖아요. 각성한지 3개월밖에 안 된 F급 헌터에 불과합니다.”

최기철은 나를 구경하러 왔다가 거래신청서에 적힌 내 개인정보를 보았다. 특성이 노력, 끈기, 열정뿐이고, 등급도 없고, 실적도 보잘 것 없었다. 평범한 초보 F급 헌터. 그게 최기철이 내게 갖고 있던 이미지였다.

“설마 실력을 숨기고 있던 거냐. 평범한 F급 헌터의 실력이 아니잖아!”

“그럴 리가요. 제가 왜 실력을 숨기겠습니까. 별로 이득 될 것도 없는데.”

“그럼 이건 뭐야! 네가 나를 어떻게 이겨!”

“당신이 약했어요.”

“뭐?”

내 발언에 최기철이 움찔, 어깨를 떨었다. 약하다는 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다. 그것도 F급 헌터에게.

“당신의 공격이 너무 보잘 것 없더군요. 공격패턴도 뻔하고. 요새 누가 그런 공격에 맞아줍니까? 스킬이 연계도 없고, 속임수도 없고, 위력도 없던데. 몬스터나 그런 공격에 맞지, 평범한 헌터라면 아무도 안 맞아줄 겁니다.”

“······뭐라고?”

난 일부러 최기철을 비꼬았다. 이놈은 기를 좀 눌러놓을 필요가 있었다. ‘거만(B)’ 특성을 자제시키려면 자존심을 박박 긁어놓아야 한다.

“맞잖아요. 스킬들이 겉멋만 잔뜩 들었지, 어디 내 발끝 하나 스친 적 있습니까? 너무 뻔한 패턴에 한심한 위력이라 싸우다가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어디 가서 D급 헌터라고 자랑하고 다니지 마시죠. 쪽팔립니다.”

나는 신랄한 말을 연사포로 뱉었다. 하나하나 차가운 비수가 되어 최기철의 가슴에 내리꽂혔다.

“뭐? 이 새끼가! 너 이 건방진 자식이! 다시 말해봐.”

“당신은 자격미달이라는 겁니다. 개, 허, 접, 마법사님.”

한 음절씩 호흡을 끊어가며 강조해서 말했다. 비웃는 표정을 지어주는 걸 잊지 않았다.

“이 자식! 죽여 버린다!”

최기철이 발작하며 어선에 갓 끌어올린 생선처럼 펄떡펄떡 뛰어올랐다.

“아,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목이 베여서 피 나요.”

난 그러건 말건 최기철 위에 헌터소드를 들이댔다. 최기철은 더 움직이지 못하고 팔다리를 부들거렸다.

“빨리 패배나 인정하시죠. 더 해봤자 시간 낭비니.”

싸늘하게 검날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

최기철은 억울한지 한참을 말 못하고 뜸 들인다.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째려봤다.

결국 패배를 선언한 건 유익현이었다. 이미 승부가 갈린 마당에 감정싸움만 지속하고 있자 무의미하다고 판단. 내 승리로 결론지었다.

*

우린 대련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넌 나가있어라.”

유익현이 최기철을 밖으로 쫓아냈다. 분노한 마법사는 씩씩대며 계속 나를 노려보았다. 보다 못한 유익현이 아예 격리시켜버린다.

“저놈이 내게 뭐라 한 줄 아소? 개허접이랍니다. 개허접.”

“그랬냐? 알겠다. 일단 밖에서 기다려.”

최기철이 내가 한 말을 곱씹으며 성질부렸다. 유익현은 적당히 달래며 내보낸다.

나는 사무실 소파에 여유롭게 앉았다.

“후. 평범한 F급 헌터가 아니란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강할 줄이야······.”

유익현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내 맞은편에 앉는다.

“자네, 정체가 뭔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군. 헌터끼리 싸움에 매우 능숙해보였어.”

“정체라니요. 그런 거 없습니다. 거기 쓰여 있는 대로, 아직은 F급에 불과한 초보헌터입니다.”

나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회귀]니 [복제]니, 진짜 특성을 밝힐 이유는 없다. 마인과의 싸움을 대비해서, 겉으로는 [노력], [끈기], [열정]뿐인 평범한 헌터를 연기한다.

“아직은? 그럼 나중에는 뭔가 달라진다는 건가?”

“네. 나중에는 세계 최강의 헌터. 세상을 구할 초특급 헌터가 되겠지요. 뭐, 머지않은 사실입니다.”

“하하하하하, 아핫하하··· 웃기는군. 말도 안 되는 소리이긴 한데, 또 그럴듯해보여서 너무 웃겨. 자네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야.”

유익현이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저런 말을 진심으로 꺼내고, 진짜로 이뤄낼 것 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 황당해져서 웃음이 나왔다.

“뭣 좀 물어보지. 아깐 어떻게 한 건가?”

“무엇을 말입니까?”

“최기철의 마지막 공격을 막은 기술. 불덩이를 보고 파괴해버렸지. 보기보다 쉬운 기술이 아니야. 마력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검으로 완전히 뚫어내며, 힘을 써서 나눠버려야 하지. 보통은 할 수 없는 거라네.”

“······.”

유익현도 A급 헌터다. 내가 썼던 수법이 얼마나 정교하고 어려운 형태인지를 안다. 눈을 번뜩이며 물어왔다.

“느낌입니다.”

나는 얼버무렸다. 사실은 지난 회차에 오랜 시간을 들여 간신히 터득한 기술이다. 그게 아니면 마법이나 스킬에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마력에 맞고, 맞고, 또 맞으며 무식하게 흐름을 익혀냈다. 맞다보니 이해가 되더라. 그런 식으로 대응이 될 때까지 바득바득 노력했다.

지난 회차의 A급은, 결코 쉽게 이뤄낸 것이 아니다. 피와 땀, 눈물의 계단을 만들어 힘겹게 기어올랐다.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때 다져놓은 능력과 기술이, 지금 내가 더 높이 올라갈 기반이 되었다.

“느낌이라니, 자넨 천재인가?”

유익현이 농담조로 떠보며 말했다.

“······.”

천재. 나에게 가장 해당 없는 단어였다. 노력, 끈기, 열정이면 보통 천재가 아닌 둔재를 수식할 때 쓰인다.

“그런가요?”

너그럽게 받았다. 나는 이제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내 특성과 수준이면 천재라도 여유롭게 씹어 먹을 테니, 이전처럼 수식어에 열등감을 느끼지 않았다.

“이상하군. 특성은 분명 노력, 끈기, 열정인데,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재능이 뛰어나 보이니. (-)표시. 사실 SS등급 아닌가?”

“그럴 지도요. 저도 가끔 의심해봅니다.”

대화는 부드럽게 진행됐다.

“자네가 제안한 거래 말일세. 한번 생각해보겠네. 세계 최강의 헌터가 세계 최고의 길드를 만든다면 당연히 대표 자리는 내 것이 아니게 되겠지. 오히려 궁금할 정도네. 내게 찾아온 이유가 뭔가?”

유익현이 내 의도를 어렴풋이 눈치챘다. 그건 내가 세계 최강의 헌터가 되는 걸 가정으로 한다. 그럼 리테일 길드장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작은 길드, 대표는 되나 마나한 일이었다. 굳이 자기에게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이건 사실 제가 당신을 영입하고 있는 겁니다. 리테일 길드장님.”

쫓겨난 최기철이 들으면 거품을 물 만한 소리를 전했다.

*

유익현은 한참을 웃었다.

“나를 영입하고 싶다는 건가? 자네가?”

“네.”

“자넨 이제 겨우 F급 헌터이지 않나. 뭔가 특별하다는 것쯤은 알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신박한 일이 아닌가. 21살 청년이 와서는 다짜고짜 자기 부하가 되라니.”

“증명을 원하시면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안색 한번 바꾸지 않으며 말했다. 21살이든, F급 헌터이든, 겉모습과 호칭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 능력과 지식은, 리테일 길드쯤은 상회하고도 남는다.

“이거 하나 물어보지. 왜 난가? 나에 대해 뒷조사를 한 건가? 아까 한 얘기를 들어보면 내 목표를 이미 알고 있던 것 같은데.”

유익현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가 놀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그의 야망을 알고 있어서였다. 뒷조사까지 하고 이렇게 제안하는 이유를 물었다.

“당신이 일성 길드를 그만두기 전에 말입니다. 꽤나 획기적인 기획을 회사에 전했었죠. 물론 반려되어 아무 일도 아니게 되었지만, 전 그 기획이 맘에 들었습니다.”

유익현은 기존에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인 일성에서 일했었다. 타고난 능력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길드에 하나의 기획을 제안한다. 마력기반 균열대응체계를 수립. 효율적으로 인원을 구성, 배분해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 완벽하게 막는다는 방안이었다.

반려된다. 일성 길드의 운영진에는 꽤나 많은 수의 마인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기획을 갖은 꼬투리를 잡아가며 미리 무산시켰다. 유익현도 이때 눈 밖에 나서 잦은 감봉과 질책을 받게 된다. 결국 스스로 사표를 내고 나온다.

해태, 화신. 다른 3대 길드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마인은 어딜 가나 대한민국 뿌리 깊은 곳에 상주해 있고, 유익현의 능력이 온전히 쓰일 일은 없었다.

리테일 길드장이 되어, 비로소 만개하게 되는 그의 능력이다.

“균열대응기획. 자네가 그걸 어찌 알았지? 3년이 지난 일인데······.”

“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 방법은 비밀입니다.”

회귀했으니 알지.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어...”

유익현은 탄식한다. 내 능력이 보다 뛰어나고, 내 생각이 보다 깊음을 알아챘다. 이 남자가 한 소리는 모두 진심이고 근거가 있다.

“받아들이기 힘드시겠죠. 그러면 천천히 지켜보시면 됩니다. 제 말이 이루어지는 것을. 길드장 자리는 이후에 받도록 하죠.”

“증명.”

“?”

“내가 원하는 증명은 그리 쉬운 게 아니라네.”

유익현이 드디어 거래를 받아들였다.

“자네의 말대로 세계 최강의 헌터가 되게나. 그럼 믿고 길드장 자리를 넘기지.”

“······그럼 당신이 그리는 세계 최강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명확한 잣대가 있어야 할 텐데.”

“SS급. 대한민국 최초의 SS급 헌터가 되게. 그리고 세상 모든 SS급 헌터를 압도하게.”

“예,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계시죠.”

나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미소 지었다.

······.

유익현은 무언가에 홀린 듯했다.

어처구니없는 거래를 했다는 걸 깨닫는다.

사기에 당한 사람들이 이런 심정일까.

살짝 벙 찐 얼굴로 한재복을 보았다.

“한재희 말입니다.”

“응?! 나?”

소파 구석에 쪼그려서 우리의 대화를 듣던 재희의 이름을 꺼냈다. 그녀는 우리가 나누는 계획의 스케일에 압도당해 얌전히 있었다. 자기가 아는 오빠가 오빠가 아닌 듯했다. 낯설기도 하고, 뭔가 대단해 보이기도 해서 쥐죽은 듯 가만히 있으며 지켜보았다.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깜짝 놀란다.

“아카데미에 보내주시죠. 앞으로 S급이 될 텐데.”

“음. 한재희 양 말인가?”

얘는 헌터 아카데미에 보내기로 계획했었다. 헌터로서 빠르게 성장하려면, 서울에 있는 국립헌터학원은 좋은 선택지다. 헌터만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젊고 어린 헌터들은 대부분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거 아시죠? 길드들이 전문헌터를 키우려고 앞다투어 아카데미에 보내고 후원해주던데, 리테일 길드에도 그걸 원합니다.”

재희의 학비지원을 바랐다.

“······.”

유익현은 한재희를 쳐다봤다. 여태 하던 얘기와 다른 종류의 제안이지만 합리적인 소리였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한재희 양이 계약에 서명하면 리테일 길드에 소속되니 아카데미 학비를 지원해주겠네. 세부 사항은 따로 조정하지.”

세부 사항은 계약기간, 지원학비, 계약 위반 시 위자료 등등이 될 거다. 유익현은 생각을 마치고 나를 쳐다봤다.

“혹시, 자네도 아카데미에 갈 건가?”

젊고 어린 헌터는 내게도 해당하는 사항이다. 21세면 입학연령제한인 24세보다 아래라 학원에 갈 수 있다.

“애석하게도, 저는 아카데미에서 배울 게 없습니다. 학원은 안 갑니다.”

“큽...”

나는 단박에 거절했다. 내 자신감 넘치는 화법이 웃기는지 유익현이 웃음을 흘렸다.

“저는 던전을 돌 겁니다. 세계 최고의 헌터가 될 때까지, 리테일 길드원으로 받아주시죠. 제가 명성을 쌓으면 그건 모두 길드의 명예가 될 테니, 서로에게 이득입니다.”

“알았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군.”

나도 명실상 리테일 길드원이 되었다. 던전에 입장하려면, 소속 길드가 있는 것이 유리하다. 신원을 보증해주고 전후 처리 기타 잡무를 해결해주니.

“공략을 원하는 던전 있습니까? 뭐든 하나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선심 쓰듯 말했다. 여태 해놓은 자랑을 증명하려면, 이 정도 패기는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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