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제목 : 과거 아즈텍 문명에서는 2000년 이후의 세계를 걱정했다.]
당신들이 옳았습니다.
전염병에 전쟁에 기아와 빈부의 문제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죠.
하지만, 게이트는 아닙니다.
이제 3세대 각성자까지 등장했습니닼ㅋㅋㅋ 엌ㅋㅋ
-3세대 ㄴㄴ 완성자 ㅇㅇ
-완성자는 뭐냐 대체. 완자도 아니고 이름을 뭐 그따위로 지었어.
-김우열이 그렇다는데 님이 뭐 할 말 있음? 님 김우열이랑 싸워서 이김?
-싸우면 5초 안에 그로기될 자신 있음.
[제목 : 우열 사마…… 돌아오셨군요. 동서남북으로 부르짖으며 당신을 찾았습니다.]
근데 김우열이 말하기로는 다른 각성자들이랑 수련했다는데 걔들도 복귀한다는데?
-전 세대 각성자들? 황금 세대긴 해도 나이 들고 능력 열화하고 그러지 않음?
-몰라, 아무튼 자기들이 1세대였던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파워업쁘 했다는데?
-드래곤볼이냐? 존나 웃기네. ㅋㅋㅋ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도 다녀오셨대요? 구라치네, 약이라도 처먹은 거 아니야?
-??? : 성형한 거 아니에요, 살 뺀 거예요.
[제목 : 국존이랑 사이 좋아 보이는 것도 뻥카인 듯]
국존이 얘네를 왜 좋아해. ㅋㅋ
소속 기관도 다르더만? 우리 2세대 미스터들께서 로터리에서 물 먹고 그냥 돌아갔는데 김우열이 선배고 나발이고 들이받고 싶겠지. ㅋㅋ
-강부용은 왜 맨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까. ㅉㅉ 1세대 고생해서 치웠더니 이번엔 완성자 등장 엌ㅋㅋㅋ
-2세대가 애초에 약간 프리미엄 모델이라 보급형들한테 밀리게 되어 있음. 쯧 아직도 둘인 게 말이 돼?
-2세대 오열 중. ㅠㅠ 기껏 자리 잡았더니 갑질도 못 하고 바로 퇴장하게 생겼네.
[제목 : 완성자가 대수냐? 걔네 세?]
개 웃기네.
김우열 보니까 살도 많이 빠지고 비실비실 약해 보이더만? 2세대랑 붙으면 누가 이김?
-이게 각성자랑 완성자랑 분류한 기준도 골 때리던데 2세대는 아예 범용성 좋은 새로운 능력이라고 하고 완성자는 원래 본인들 능력을 극한까지 강화했다고 하는데?
-약이야 약. 도핑 테스트하면 다 나와.
-근데 그것도 웃기지. 약이어도 상관없을걸? 약까지 빨아가면서 국민을 지킨다는데 그걸 뭐라고 할 수 있나? 이게 무슨 경쟁해서 상 주는 것도 아닌데;
-ㅁㅈ 올림픽이냐? 노오오오력으로 강해졌을 수도 있지 왜들 그러세요. ㅡㅡ
[제목 : 아무튼 우리는 좋은 거 아님?]
완성자든 2세대든 경쟁해서 우리 지켜 주겠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있냐? ㅋㅋㅋ 게이트 서울까지 넘어올 때는 진짜 이 세상이 미쳐 가는 구나, 했는데 이런 거 보면 또 아직은 살 만한 거 같다?
-엔트로피처럼 무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그 반대급부로 그걸 완충할 초상 능력의 발현인 거지.
-트로피? 각성자들은 트로피도 줘?
-……공부는 하니?
-아니! 학교 안 다녀!
-어…… 그, 그래. 쓰니는 당당하네.
[제목 : 난 2세대가 좋은데…… 특히 블랙 뭔가 너무 섹시해.]
비밀을 가진 남자, 그 이름 블랙.
형냐 나 죽어~ ㅗㅜㅑ(덜렁덜렁)
-오류, 오류입니다.
-왱.
-(딸랑딸랑)으로 수정 바랍니다.
-……들켰어.
-블랙은 근데 왜 목소리까지 변조하고 다니는 거지?
-일하고 생활하고 분리하는 타입인 듯.
[제목 : 여러분, 우리 뭔가 잊고 있지 않습니까?]
소중한 이름, 잊고 싶지 않은 이름, 잊어서는 안 되는 이름!
너의 이름은…… 바로 종말 이후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종말 이후를 잊은 것은 아닌지?
-뭐래; 한국 지금 섭종이나 마찬가진데;
-뭔가 해외 섭은 재미없더라? 잔잔하고 별게 없어;
-한국 섭은 ㅈㄴ게 치열했는데 외국 섭은 왤케 살 만한 것 같지?
-그냥 다른 게임 같음. 뭔가 해외 섭은 게임이라치면 한국 섭은 헬조센 현실인 것 같어.
-ㄹㅇ ㅋㅋㅋ 아 올빼미 보고 싶다. ㅠㅠ 복귀 안 하나? 해외 섭이라도 하는 거 보고 싶은데.
-올빼미 롱런한 건 한국 섭이라는 특수를 맞아서 그랬지 해외 섭 했으면 걍 무쌍 찍고 끝임. 재미는 없을 듯.
-아니 무슨 서버를 일 년 가까이 멈추냐? 데자뷰는 돈 벌 생각이 없는 거야?
-정보) 데자뷰는 이미 전무후무 공룡 기업이다.
-……그럼 올빼미는 왜 방송 쉬는 건데? 돈 벌 생각이 없는 거야?
-정보) 올빼미는 이미 건물 세울 만한 돈을 벌었다.
-건물주로 2차 전직했구나…… 나는 아직 내 친구인 줄 알았지…….
-암튼 종말 이후 한국 섭 다시 오픈한다고 해도 절대 안 본다. ㅡㅡ 유저들 기만하면 어케 되는지 우리가 보여 주자!
-응, 나는 볼 건데?
-나도 볼 건데? 아직 구독 중인데?
-1인 시위였누. ㅋㅋㅋ
***
김우열은 성진을 알아보지 못했다.
성진이 고글을 벗고 전투복을 내렸다면 모르겠지만, 또 그와 일전에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덕분에 눈앞에 원수가 자신의 목소리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성진은 더 대범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성진은 몸을 회복하고 나서 김우열을 다시 마주한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김우열은 말끔한 모습이었고 여유가 있었다.
오늘 마주하고 나서, 성진은 마음을 굳혔다.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던 문제였다.
‘용서는…….’
용서는 없다.
가슴속에 타오르는 불길이 무엇이든 태우고자 했다.
물론 어떤 수단을 사용할 것인지는 아직 더 고민해야 할 문제였지만 복수의 가부로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사지를 부러트릴까.
그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그에게 실망하게 할까.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그의 자존감을 무너트릴까.
그도 아니면 이 전부를.
새빨개진 눈으로 노려보는 것을 멈춘 성진은 그렇게 자리를 떴다.
그리고 오늘, 김우열이 다시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에 감사했다.
그가 불행하게 살고 있었다면, 도리어 안타까웠을 것 같았다.
그에게서 빼앗을 게 사라지는 것이기에.
“팀장님!”
평소와는 다른 성진의 모습에 방장미와 박학기가 뒤를 따랐다.
한승철도 김우열과 대충 인사를 나눈 후에 팀 차량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성진은 그날 이후로 세상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강부용은 그런 그의 훌륭한 소식통이 되어 주었다.
“자칭 완성자 놈들이 그렇게 떼거지로 나타날 줄은 또 몰랐네?”
“전부 전 세대 각성자입니까?”
“꼭 그런 건 아니야. 음…… 이를 테면 공포의 외인구단 느낌인데, 등급이 낮았던 각성자부터 김우열같이 우월한 인자들도 한꺼번에 등장했어. 왕성하게 활동했던 각성자들이 대부분이라 난감하긴 하네. 재밌는 건 뭔 줄 알아?”
“…….”
“완성자라는 놈들도 자체적으로 게이트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거야. 하…… 다행이긴 한데, 좀 이상하거든.”
“어떤 게 이상하다는 말씀입니까?”
“첫째, 은퇴까지 번복할 정도로 급격한 능력 상승. 이건 기존에 알고 있던 각성 개념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점이야. 생각해 봐.”
각성자의 능력은 사용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열화한다.
운동선수의 신체가 나이가 들수록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분명 그렇게 여겨져 왔다.
그런데 지금 나타난 완성자들의 경우는 반대의 사례였다.
마치 미숙이 완숙으로 나아간 것처럼 그들의 능력은 극한까지 강화되었다고 한다.
아직은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그들이 허튼소리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둘째, 능력이 발전을 이뤘다고 쳐. 이것도 말이 안 되지만 일단 가능하다고 가정을 한다면…… 그 현상이 어째서 수십 명의 각성자들에게 동시에 나타났을까? 아마 이것과 관련된 조직이 따로 있겠지.”
‘조직?’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당장에 앞으로 나선 완성자들이 어떤 조직과 얽혀 있을 것 같다는 예감.
성진은 이만한 각성자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교류할 수 있는 조직을 알고 있었다.
‘정부 쪽 사도!’
사도들에게 어째서 이런 능력이 있는지, 이 능력의 한계와 정확한 힘은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아무런 제한이 없다면, 등불들만으로 그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으니까.
“셋째, 뭘 노리는지 모르겠어. 생각해 봐. 적자생존에 인생은 행복 순이고 행복은 계급순이라고 하는 사회야. 당연히 차별 대우를 받았던 각성자들이야 돌아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당시에도 하늘에서 놀던 뺀질이들이 왜 다시 돌아왔을까? 무슨 목적이 있지 않을까?”
“네,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네요.”
“그렇지? 뭔가 엄청 찝찝한데 손댈 수가 없어. 내 소관도 아니니까. 사실 이 종자들을 내가 거두는 게 모양새는 좋을지 몰라도 나는 좋지 않거든.”
“어째서 그렇습니까?”
“근심 덩어리잖아? 물론 2팀장이나 1팀장처럼 정체 모를 이상한 능력을 각성하고 나타난 2세대 각성자들도 수상한 건 마찬가지라지만, 달라. 둘은 결이 다르다고.”
“다릅니까?”
“우리 팀장들은 은퇴시켜 준다고 하면 냉큼 끄덕일 양반들이니까. 이건 내가 보증하지.”
“……맞습니다.”
강부용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상하단 말이지…… 참, 이상한 놈들이야. 아무튼, 당분간 또 시끄러울 거야. 완성자라는 놈들이 속은 시커멓더라도 겉은 멀쩡하거든. 절치부심하여 제자리로 돌아온 각성자. 왕좌의 탈환이자 왕의 귀환! 슬로건 한번 기깔나지? 줄줄이 가짜 뉴스가 생산될 거고 우리도 다칠 거야. 2세대는 이제 주류가 됐고 대중은 언더독을 좋아하니까.”
“……전 괜찮습니다.”
“나도 사실 괜찮아. 알아서 내 업무를 줄여 주니까. 다만, 앞으로도 그들과 좀 부딪힐 것 같기는 해.”
강부용이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고생했어, 좀 쉬어.”
***
한승철과 성진은 등불들과 모여 있었다.
“목적이 뭘까요?”
“사도들의 하수인이 맞겠죠?”
“어디서 그런 자들이…… 우리가 상대할 수 있을까요?”
현재까지 밝혀진 완성자들의 특징은 명확했다.
1세대의 상위 호환.
2세대와 붙어 보진 않았지만, 아무리 펄스라도 상대의 능력을 모르는 한 무조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자, 잘못하다 죽는 거 아니야?”
등불 중 누군가 그런 소리를 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 사람에게 향했다.
“그, 그렇잖아? 펄스가 각성자들의 일반적인 능력보다 강한 건…… 1세대니까 그랬던 거고…… 완성자들은 혼자서 게이트를 척척 닫고 다니는데 잘못 붙었다가는…….”
“뭘 말하고 싶은 거죠?”
“죽기 싫어…… 난 죽을 생각 없어. 앞으로 파견 나가는 거 나는 빼 줘, 응?”
“…….”
“나, 나도…….”
“저도 좀 사태가 진정된 후에…….”
좋지 않은 징조.
등불은 선택된 자들이었다.
상대 쪽 사도들이 어떻게 완성자들을 양성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쪽은 사람이 늘지 않았다.
아직 사망자가 나오진 않았다지만,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지면 그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하아.
최별과 조병창이 동시에 한숨 쉬었다.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김우열은 사도가 확실시되는 자, 그런 자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조만간 정부 측 사도도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저번처럼 특작대를 이끌고 와 연구 시설을 타격하거나 하는 것이다.
결국, 이쪽도 대응하기 위해 각성자를 배치해야 한다.
그리고 처음 배치된 각성자들은 상대의 온전한 힘을 모르는 상태일 것이다.
아마, 전투에 익숙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상대는 실전을 몇 년 이상 치른 베테랑들이었으니까.
“그럼 이번에 아산에 교대로 투입되는 건…….”
“나는 빼 달라니까! 확실하지 않은 곳에는…….”
“그렇지만…….”
성진이 입을 열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서, 성진 씨?”
“성진 님이 가겠다고요?”
“어차피 3일 정도 이후에는 철수하는 거 아닙니까?”
아산은 철수가 이뤄지고 있는 비밀 연구 시설이었다.
하지만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 3일간은 완전히 철수하기 어려웠다.
3일.
단 3일만 지키면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위험……하잖아요.”
“차라리 다 같이…….”
다 같이 철수가 예정된 연구 시설을 방어하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파견되는 인원은 최소한이어야 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몸을 뺄 수 있는 정예여야 했다.
절대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이 중에 성진밖에 없었다.
등불 전원이 침묵했다.
이들은 비록 펄스를 지녔지만, 아직 마음은 단련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게임을 잘하고 남들보다 조금 용감한 사람들.
그렇다면 성진이 가야 했다.
성진은 남들보다 많이 용감하고 게임보다 잘하는 게 많은 사람이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문제없을 겁니다. 3일 후에 뵙도록 하죠.”
“……네.”
“아산이 마지막이었나요?”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이제 연구 시설들은 늘리지 않을 계획이고 알아낼 만한 것들은 대부분 알아냈으니까요.”
송하린이 나서려 했다.
“형님, 저라도…….”
“혼자 가는 게 편합니다.”
최별이 성진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성진이 겉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얼굴을 가려 주는 가면을 썼다.
“늘 하던 일이니까.”
***
아산에서의 이틀이 지났다.
이곳에 있던 장비들은 벌써 여러 루트를 통해 빠져나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연구원들의 분류가 끝나면, 일이 끝난다.
성진은 마음이 풀어질 법도 했지만,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에에에엥.
3일째, 여태 울리지 않던 경보음이 처음으로 울렸다.
무슨 수를 쓴 건지 외부를 확인할 수 있는 CCTV가 전부 먹통이었다.
아산 비밀 연구 시설을 맡은 소장이 성진에게 물었다.
“어,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분류는요?”
“다 끝났습니다. 이제 가지고 나가기만 하면…….”
“정문으로 들이닥칠 겁니다. 다른 통로가…….”
삐이이익!
이미 입구가 뚫렸다.
기본적으로 외부 출입에 저항력을 갖춘 연구 시설이건만 상대의 돌파가 지나치게 빨랐다.
아무래도 각성자들이 투입된 것 같았다.
혹은, 완성자들이.
“있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려면…… 마주칠 겁니다.”
“빠져나가시면, 뒤따라가겠습니다.”
“나, 남으시는 겁니까?”
“마주친다는 건 누군가 시간을 벌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후문 쪽에 비상용 차량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 그걸 타고 가면…… 됩니다.”
“……뒤따라가겠습니다. 후문 쪽도 봉쇄되기 전에 움직이죠.”
타다다닷.
성진이 연구원들을 데리고 중앙으로 돌파했다.
아직 마주치는 적은 없었다.
‘아니.’
성진은 안심하고 달리던 연구원들을 멈춰 세웠다.
“다, 다 왔는데 왜 멈추는…….”
연구소장의 말이 끝까지 마무리되기도 전에, 총탄 세례가 쏟아졌다.
투두두두두.
두두두두.
“으아악!”
“살려 줘!”
기겁한 연구원들의 비명이 난무했지만, 그중 어느 것도 고통에 찬 것은 없었다.
단순히 놀라서 소리를 질러 댄 것뿐이었다.
후우우웅.
성진이 펄스로 얇게 막을 펼쳐 총탄을 전부 멈췄다.
총탄이 바로 눈앞에서 회전하고 있는 모습에 연구원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신호하면 후문으로 뛰세요. 뒤를 막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후아앙!
성진이 총알을 붙들고 있던 막을 터트리자 총알이 반대로 튕겨 나갔다.
타다당!
탕!
“끄윽.”
“맞았어!”
“빌어먹을!”
연구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문 쪽으로 뛰었다.
다양한 복색의 적들 중 누군가 소리쳤다.
“도망친다! 잡아!”
“어딜!”
연구원들이 달아난 방향으로 누군가 뛰어가려고 했지만, 그 앞을 성진이 막았다.
“하…… 간도 큰 새끼. 꼴에 각성자라고, 비켜!”
우드득.
상대가 팔에 힘을 주자 양팔이 기괴하게 거대해졌다.
바위 정도 크기의 주먹이 성진에게 날아들었다.
느껴지는 힘은 바위가 아닌 쇳덩이가 날아드는 것 같았다.
후우웅!
탁!
“어? ……어, 어?”
성진은 한 손으로 커다란 주먹을 막았다.
상대가 다른 팔을 움직이기 전, 성진의 오른발이 먼저 움직였다.
휙.
펄스가 담긴 발은 성진이 붙잡은 남자의 팔을 지나쳐 그의 어깨를 찔렀다.
콰드득!
“끄아아아악!”
잔인한 장면이 이어졌다.
커다랗던 팔이 몸에서 뚝 떨어져 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신체가 절단된 장면은 보기에 썩 좋지 않았다.
공포영화의 소품처럼 보였지만 그건 분명 사람의 신체였다.
“끄아아아아!”
콱!
성진이 손바닥으로 사내의 턱을 후려치자 사내가 그대로 쓰러졌다.
풀썩 쓰러진 남자의 뒤로 몇 명이 더 보였다.
정문을 넘어선 자들은 각성자로 보였다.
동료가 당했는데도 멀찌감치 서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재밌네, 2세대라 그런가?”
“저 새끼는 비리비리해서 도움이 안 돼. 옛날부터 그랬지만.”
“배고파…….”
배가 고프다고 말한 남자는 천천히 걸어와 뜯겨 나간 팔을 주워 들었다.
콰득.
“……뭐?”
“어으, 맛없어. 쟤는 좀 나을라나?”
“2세대들은 왜 다 겉멋이 들었지? 얼굴을 죄다 가리고 다니네. 국존 놈들이고 사도 새끼들이고.”
“알 게 뭐야, 빨리 잡아. 어차피 우리한테서 못 벗어날 거야.”
우드득.
성진에게 당한 사내의 팔을 베어 물었던 남자는 아까 보았던 능력을 똑같이 구사했다.
어마어마한 팔뚝 크기에 흡족해하던 남자가 말했다.
“이건 내 취향이 아니야.”
그러더니 작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입에 집어넣었다.
뒤편의 다른 각성자가 질색했다.
“우웩, 그건 또 뭐야.”
“약코. 맛은 있어.”
“너나 많이 처먹어.”
까드득, 까득.
남자는 수상한 살점을 물어뜯었다.
약코라면 게이트를 넘어오는 몬스터의 한 종류였다.
“상했나? 뭐, 됐어.”
‘먹는다, 그리고…….’
먹어서 능력을 발현한다.
그것도 몬스터의 능력을.
약코는 신체 재생력이 뛰어난 몬스터였다.
덩치가 컸다면 상대하기 어려웠겠지만 소형 몬스터였기에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
상대가 단검을 꺼냈다.
쉭!
상대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와 단검으로 성진의 몸에 상처를 주려 했다.
하지만, 펄스를 두른 성진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성진은 처음부터 목숨을 노리고 온 적들을 무사히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으므로 주먹에 힘을 담아서 상대의 머리를 올려쳤다.
푸화아아악!
“우욱…….”
“끔찍해…….”
상대의 머리가 통째로 터져 피 분수가 일었다.
그러나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음에도 고개를 돌리는 이들이 없었다.
턱!
성진의 양어깨에 손을 올린 상대는 힘을 주었다.
상대의 머리 없는 몸이 움직였다.
‘뭐?’
우직, 우지직.
상대는 잃었던 머리를 금세 재생하기 시작했다.
“하아…… 배고파, 피를 왕창 쏟았네. 너 맛있어?”
상대는 성진의 어깨를 물어뜯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머리를 들이밀었다.
모두가 성진의 낭패를 조소하는 그때, 성진이 한쪽 손을 쭉 내뻗었다.
“히히……. 억!”
무의미한 저항에 히죽 웃던 상대가 성진의 손이 자신의 입속으로 들어와 아래턱을 부여잡자 잠시 말을 하지 못했다.
상대도 당황한 것에 비해선 대처가 빨랐다.
곧, 그의 입이 닫히려 했다.
성진은 재빨리 아래턱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콰자자작!
성진이 상대의 아래턱과 목까지 동시에 잡아 뜯자 그로테스크한 형태의 뭔가가 남았다.
성진은 망설이지 않고 양팔을 휘둘러 상대의 몸을 조각내기 시작했다.
부우욱.
부욱.
“커…… 어…….”
상대의 사지를 조각낸 성진이 꿈틀거리는 잔해에 펄스를 보냈다.
콰르릉!
“허억!”
“뭐야?”
성진의 힘에 놀란 완성자들은 재빨리 대처하려 했다.
후우웁.
콰아아아아아!
한 완성자의 입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다른 완성자는 모습이 사라졌다.
처음 보는 능력.
그러나 그들의 능력은 뭔가를 떠올리게 했다.
마치 몬스터 같은 능력들.
종말 이후의 부산에서 벌어졌던 참혹한 실험이 기억났다.
그것과 유사해 보이는 힘이었다.
이내, 성진의 눈에 망설임이 사라졌다.
“뭐, 뭐야! 별거 아닐 거라며!”
당황하는 소리를 듣고 위에서도 몇 명이 더 내려오기 시작했다.
사실, 당황한 것은 성진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지금 가장 당황하고 있는 것은 성진일 수도 있었다.
-완벽한 사냥을 하기에는 몸이 부적합함을 느낍니다.
-더 훌륭한 사냥을 위해 몸이 적응합니다.
-섭취한 약코의 유전자를 사용합니다.
-신체의 재생이 소폭 상승합니다.
어째서 지금 적응이 일어나는 것일까.
“죽여어!”
“막아! 한꺼번에 달려들어야…….”
“끄아악!”
성진은 계속 떠오르는 적응 메시지를 잊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완성자들을 몰아붙였다.
“끄아아악! 커…… 커억…….”
“쿨럭…… 끄…… 으…….”
완성자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었다.
김우열을 마주하고 참았던 분노가 일시에 터져 나왔다.
“다음…….”
성진이 조용히 이런 말을 내뱉을수록 이곳에 온 완성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완벽한 사냥을 하기에는 몸이 부적합함을 느낍니다.
-더 훌륭한 사냥을 위해 몸이 적응합니다.
-섭취한 하인드의 유전자를 사용합니다.
-체내에 염낭(炎囊)이 형성됩니다.
콰아아!
성진이 방금 죽은 완성자의 능력을 똑같이 따라 하며 불을 뿜었다.
“크아아아악!”
“다음…….”
위에서 내려오는 완성자들은 더 이상 없었다.
여기 있는 7명이 전부인 모양이었다.
“다음…….”
다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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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1. D-day.
-D-7.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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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시스템 창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피를 뒤집어쓴 가면은 어느새 얼굴에 붙어 있지 않았다.
“뭐냐고…… 대체.”
성진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