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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149화 (149/222)

# 149

149화

갱은 작약에게 이야기를 전달받자마자 협회에 연락을 취해 이방인들을 카멜롯으로 향하게 했다.

이방인들의 호위는 야화의 인물들 몇과 협회 쪽에 맡기기로 했다.

“무슨 수가 생겼기에 이방인들을 카멜롯으로 불러들이는 거지?”

“난들 알겠나? 원래부터 좀 특이한 자들이어야지. 이제 와 보면 초모가 셋 중 가장 특이해.”

“큭큭…… 푸후우…… 가장 강하기도 하지. 이번에 느꼈나?”

“느꼈지. 그걸 못 느끼면 이 일은 진작 때려치웠어야지. 그나저나 대단하군.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강해지는 거지?”

“그뿐이 아니야. 능력도 특이한 부분이 많아. 최별이나 송하린 그 미친 여자들은 그래도 그나마 양심적인데 초모는 한계가 없는 느낌이야.”

“확실히. 그분을 보는 느낌이야.”

갱이 셰일에게 말했다.

“지난번에 찾아뵌 후로 얼마나 지났지?”

“십 년 정도? 따로 연락을 취하지 않으시니 찾아뵐 명분도 없어.”

“그래…… 그렇지. 셰일, 무섭다.”

“알아, 나도 무서워.”

“50년간 멈춰 있던 무언가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기분이야. 세계가 변화한다는 건 꼭 좋은 징조인 것만은 아니지.”

“알아, 동물들도 재해가 찾아오기 전에 이상행동을 보이지.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거나 구슬피 운다거나 하는.”

“뭐, 우리가 그런 일차원적 생각으로 움직이는 생물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분이 예언하신 재앙이 코앞까지 다가온 기분이야.”

셰일은 침묵했다.

그리고 슬픈 얼굴로 갱에게 말했다.

“갱, 나는 죽기 싫다. 손자들이 내 앞에서 오러를 자랑하면서 내 돈을 갈취해 가기 전에는 죽을 생각이 없어.”

“큭큭큭…… 그것도 다 욕심이야. 마왕이 나타났을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지 잊었나? 그마저도 영웅들이 없었다면 스칸다는 무너졌을 거야.”

“사람은 참 간사해. 그렇게 자신들을 지켜 준 영웅들의 후손을 홀대하잖나?”

“그들만을 탓할 수는 없지. 세상이 풍요로웠다면 그들과의 관계가 이렇게 되었겠나? 하지만 그런 생각은 들더군.”

“무슨?”

“만약, 만약에 말이야…… 우리가 이번 종말을 극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번 생에 이방인들에게 속죄할 수 있을까?”

“힘들지 않을까?”

“그분께선 이방인들도 함께 맞서 싸울 것이라 했어. 그렇다는 얘기는 우린 또 그들에게 삶을 빚진다는 거잖아?”

“그렇게 들으니 스칸다의 주민들이 더할 나위 없이 후레자식 같아 보이는군.”

“큭큭…… 맞잖아…….”

셰일이 미소 지었다.

“그것도 후대에 맡겨야 할 일 아닐까?”

“우리가 후대의 이방인들을 증오했듯이?”

“그렇지. 후대가 다음번엔 이방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할 수 있게. 아마도 스칸다와의 연결은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 같으니.”

“어떻게 되먹은 세계인 건지…… 누가 들어왔다 나가는지도 모르는 세계라니까.”

갱이 파이프를 잠시 물었다 연기를 훅 불었다.

“음? 바꾼 건가?”

“이 사람아, 바꾼 지 한참 됐어. 그냥……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아서.”

“싸울 준비를 하는 거겠지.”

“남 이사.”

“그보다 지혜의 고리에서 말한 건 어떻게 생각하나?”

“사막?”

“응, 마력 폭발 이후로 잠잠하다는 거 말이야. 따로 조사대를 꾸려야 한다는 제안.”

“나쁘진 않지. 그리고 그에 관해서 전부터 생각하고 있는 게 있었는데…….”

***

성진은 야화와 협회에서 지원한 사람들을 홍강인 일행에게 붙여 주었다.

아직 힘을 다루는 것에 능숙하지 않고 잘못하면 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였다.

송하린이 성진을 재촉했다.

“오오, 드디어 원탁의 심장에 들어가 보는군요!”

“우리가 참석해도 되는 자리인지 잘 모르겠네요.”

“어…… 최, 최별 양. 우리가 참석해도 되는 자리요?”

최별이 투구를 제외하고 무장한 상태로 답했다.

“네. 어차피 별거 없어요. 제가 앉은 자리의 뒤편에 서 있는 것 정도는 상관없을 거예요. 원탁은 그런 것에 관대한 편이라. 어차피 기사들도 뒤에 후견인을 자처하는 귀족들을 줄줄이 달고 올 거고요.”

“아하, 악어와 악어새 느낌인 건가?”

“그렇게 볼 수 있겠죠?”

“그럼 우리는 뭐지? 악어와 악어새는 아닌 것 같은데.”

-악어와 악어, 그리고 악어.

-ㄴㄴㄴ 악어, 악어, 그리고 크로커다일.

-초모는 규격 외잖아~

최별이 붉은 투구를 눌러 썼다.

투구 귀퉁이에 십자 모양의 흠이 나 있었다.

전투 중에 입은 흔적이 아니었다.

그의 동료들이 장난삼아 그었던 자국.

보통의 날붙이로는 흔적을 남기기 어려웠지만, 그녀와 함께했던 동료들이 보통 이상의 날붙이로 새긴 자국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때우지 않았다.

그 흔적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동료들이 꼭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징크스 같은 흔적이라고 생각했다.

“가죠, 그…….”

최별은 잠시 망설였다.

성진과 송하린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순간 판단이 안 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애꿎은 외팔이 노인에게 말했다.

“에그릴…….”

“최별 님, 저는 언제나 함께였지 않습니까. 저분들을 안내해 주셔야지요.”

“그, 저…… 따라오세요, 친구들.”

“그럴까?”

송하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삿갓을 눌러썼다.

성진도 마찬가지로 삿갓을 쓰며 웃었다.

그들은 그렇게 대회의장으로 향했다.

-정보) 이들은 꽤 오래 동고동락했다.

-야, 야야 우리 친구지?

-네? 우리가요?

-방금 그 꽁트 왠지 내 학교생활 같다?

-미, 미안…….

철걱, 철걱.

갑옷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성진과 송하린이 최별의 뒤를 따랐다.

대회의장에 마련된 입구는 총 열넷.

멀린을 포함한 원탁의 기사들이 마주치지 않고 입장할 수 있도록 배려한 구조였다.

보통은 문 하나만을 이용하지만,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각자의 문으로 입장했다.

쿠웅.

그녀가 문을 힘차게 열었다.

수십 개의 시선이 그녀와 그녀의 일행을 꿰뚫었다.

“기분 나쁘네.”

“그런 곳이잖습니까, 최별 님.”

“에그릴, 지켜봐.”

“물론이지요.”

송하린이 삿갓 밑으로 연신 감탄하며 성진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영락없는 관광객이었다.

“형님, 형님. 저 사람 좀 보세요! 점이 엄지만 해요!”

그녀는 ‘우와.’라든지 ‘장난 아니다.’라든지 하는 감탄사를 일삼으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댔다.

과묵한 기사의 뒤편에 서 있던 귀족 1명이 깃털 부채로 입을 가린 후 말했다.

“천박하기는. 이래서…….”

귀족이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앞에 앉은 기사가 말했다.

“말을 삼가시오. 귀공의 가벼운 언행이 내 명예를 좀먹기 전에.”

“주, 주의하겠습니다. 보어스 님.”

-우효; 카리스마 지리네;

-우리 별이도 멋진 모습 좀 보여 줘. ㅠㅠ

최별이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에 앉았다.

푹신하지 않은 의자.

의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자리의 문제일 확률이 더 높았다.

오늘 이곳은 여러모로 불편한 자리다.

날이 선 눈빛들이 서로를 할퀴었다.

미공자 케이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하하하, 최별! 그 아름다운 얼굴을…….”

“…….”

투구를 벗으라는 얘기를 나름 재치 있게 하려던 케이는 그것이 실수였음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스윽.

최별은 그가 나쁜 의도로 건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선뜻 투구를 벗었다.

케이가 싱긋 웃었다.

“나는 최별 경이 참 좋단 말이오. 내 뜻을 이리 잘 알아주시니.”

“나도 케이 경이 내게 말만 걸지 않으면 참 좋습니다.”

“하하하! 그럴 수는 없지! 그보다, 알고 있나?”

“무엇을 말입니까?”

“란슬롯 경이 온다는 걸.”

“들었습니다.”

란슬롯이라는 이름을 입에 담자 장내가 술렁였다.

기사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귀족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그, 그는 괴물 아니오?”

“듣자 하니 늙지도 않았다고 하더이다!”

“빌어먹을, 후원도 거부하고 어디 이름 모르는 섬에 틀어박혀 산다고 들었는데!”

“그가 오면 판이 어그러지는 것 아니오?”

“무슨 소리를!”

귀족들의 면면을 확인한 성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삿갓을 썼기에 표정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는 불쾌함을 느꼈다.

‘역겨워.’

푸들거리는 살, 온종일 권력만을 입에 담는 그들은 성진이 보기에 악귀들이었다.

부디 최별이 힘을 얻어 이들을 모두 단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 있을 때였다.

“너무들 안 오는 것 같은데?”

“아직 시간이 남았다.”

“그야 그렇지만…….”

열세 명의 기사들은커녕 당장 이곳에 도착한 기사들은 열도 넘지 않았다.

최별이 따분함을 느끼며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하나둘, 기사들과 그들을 따르는 귀족들이 모습을 내비쳤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가웨인이 요정 여인과 함께 등장하자 시선이 집중되었다.

“피가 끓는 자리입니다.”

“넌 늘 그렇지 않느냐.”

“멀린, 그가 있는 곳에서는 투기를 뿜을 수조차 없으니까요.”

요정이 가웨인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널 믿는다, 가웨인.”

“반드시 진실된 영광을 얻겠습니다.”

쿠웅.

바위의 기사 가웨인이 자리에 앉았다.

다루는 오러에 따라 호칭이 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미지로 정해졌다.

성격과 심성 등의 요인까지도 고려해 붙여진 이름, 바위의 기사.

그에게서 단단함이 느껴졌다.

또 문이 열렸다.

최별보다 큰 키의 마른 여인이 갑옷을 입고 등장했다.

바람의 기사 디고어.

그녀는 가볍게 뛰어 좌석에 앉았다.

“안녕? 다들 먼저 와 있네?”

“용케 늦지는 않았군.”

“아침 공기가 너무 좋아서 말이야.”

-디고어가 이길 것 같다.

-왜?

-예뻐…… 예쁜 게 늘 최고야…….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탐닉하지.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못 생겼지?

-…….

-오늘도 진리 1승 챙기고

디고어의 뒤로 귀족들이 떼거지로 늘어섰다.

사실, 이럴 필요는 없었다.

원탁을 둘러싸고 좌석이 많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뒤편으로 가 앉으면 그만이었다.

디고어가 손을 팔랑였다.

“저기, 다들 귀찮으니까 구석에 가서 앉아 있을래?”

“그, 그것이…….”

“어서.”

“……알겠습니다, 디고어 님.”

그녀는 원탁의 기사들을 바라보며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가볍게 어깨를 으쓱한 그녀가 말했다.

“귀찮다니까, 정말. 다들…….”

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각자 뒤를 돌아봐 지시를 내렸다.

중요한 인물을 제외하곤 모두 자리로 가 앉으라는 지시.

귀족들은 불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카멜롯은 원탁이 전부다.

그 이외는 귀족이든 명예든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최별은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어차피 뒤에 성진과 송하린, 그리고 외팔이 에그릴밖에 없었으니까.

다른 이들도 그만큼의 인원만 추려 뒤에 대기시켰다.

쿠웅.

곱게 나이 든 남자가 등장했다.

그의 보폭은 자연스러웠고 걸음걸이는 당당했다.

안개의 기사 베디비어.

그의 뒤로 대귀족 오웬 대넌이 보였다.

그는 최별에게 조소를 흘렸다.

베디비어의 세력은 과연 이곳에 모인 이들 중 가장 거대했다.

그만큼 그의 추악함이 느껴졌다.

단순히 베디비어가 강하기에 모인 인원들이 아닐 것이다.

그가 귀족들의 이권을 보장해 주기에 모여든 것이다.

“오랜만이군요, 최별 님.”

“오웬, 대회의장에서 네게 입을 열 권한은 없다. 자리로 돌아가라.”

“익…….”

-야쓰 ㅋㅋ 한 방 먹였고~

-최별도 은근히 뒤끝 있고 악다구니 개쩜. ㅋㅋ

-이라고 추정만 하는 밀수 1명 검거!

-최별 실제로 만나면 졸라 순둥이라던데. 막 돈 많은데 명품 이런 거 하나도 안 산데.

-뭐 쓴데? 쌤지? 매당발? 슬리진자?

-지랄 ㅋㅋㅋ 그래도 꾸미곤 다님.

베디비어가 불쾌한 듯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 것을 꾸짖을 사람은 나요. 최별 경, 당신이 아니라.”

“그럼 좀 꾸짖는 게 어떻습니까?”

“이런…….”

케이와 디고어가 웃었다.

“하하하! 맞는 말이지! 좀 산만해질 것 같아서 나도 동감하는 바요!”

“시끄럽다고! 뒤로 가!”

베디비어가 이를 앙다물고 오웬 대넌을 노려봤다.

자신의 실수로 베디비어가 공격당하자 오웬은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가 앉았다.

“되었지?”

“좋네. 그래도 군말 없이 행동하는 게 베디비어의 장점이야. 물론 단점이 훨씬 많아서 티가 잘 안 나지만!”

“디고어, 입을 경박하게 가볍게 놀리는 건 여전하군.”

“나는 가벼워야 하거든. 내 가벼움은 네 무거움보다 훌륭해.”

“붙어 봐야 아는 것이지.”

“죽는다고 진짜, 농담 아니야.”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창 한 자루를 짊어진 퍼시벌이 원탁에 다가와 앉았다.

섬광의 기사 퍼시벌은 신경전에 별 관심이 없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손을 휘저어 귀족들을 뒤로 물렸다.

그를 따르는 귀족들도 그와 닮아 조용히 자리로 가 앉았다.

“기분 나쁜 녀석.”

가웨인이 괜히 토를 달았다.

퍼시벌은 반응하지 않았다.

쿵.

“이런, 진짜 왔네.”

“주인공이 온 건가?”

“우와…… 아직 살아 있었구나.”

나이가 일흔이 넘은 인물.

그러나 그 외모는 여전히 20대에 머물러 있는 남자.

고요한 분위기를 풍기는 란슬롯이 자리에 앉았다.

모두 그를 보았다.

하지만 그는, 먼 허공을 응시했다.

베디비어가 란슬롯에게 말을 걸었다.

“란슬롯 경, 여전히 정정하시군.”

“……말 걸지 마라.”

“……건방지긴.”

란슬롯의 뒤로 무수한 귀족들이 등장했다.

그가 손짓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리로 가 앉은 귀족들.

란슬롯은 그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디고어가 란슬롯에게 질문했다.

“있잖아, 왜 늙지 않는 거야? 약이라도 먹었어?”

“나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힘의 부작용이지.”

“그런가…… 이거 너무 불리하잖아.”

잠자코 있던 퍼시벌도 관심이 있었는지 란슬롯에게 물었다.

“란슬롯, 그대가 최후의 증명에서 승리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내가 아니라면 누구도 승리할 수 없다.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졌다.”

“재밌군, 그럼 경쟁자는 있나?”

“경쟁자?”

란슬롯이 팔짱을 끼고 12명의 기사들을 훑었다.

그의 시선이 지나갈 때 오싹한 기분을 느낀 기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없다. 현재는.”

디고어와 기사들이 아우성쳤다.

“와! 재수 없어! 그러니까 그 나이 먹도록 혼자지!”

“하하하! 재밌어! 역시 다들 입심이 세군!”

“그 오만함이 실력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야 할 거요.”

란슬롯이 답했다.

“너희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는 마왕의 몰락을 지켜본 사람이다. 나는 그때보다 더 강해졌다.”

“흥, 그 마왕이니 어쨌느니 다 과거 아니오?”

베디비어가 주절거리자 란슬롯이 그를 째려보았다.

“마왕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너 따위는 한손으로도 도륙할 수 있는 게 마왕이었다.”

“그, 그럼 당신은 어찌 살았지?”

“뭐, 운이 좋아서.”

란슬롯의 눈썹이 움찔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최별이 있는 방향이었다.

“돌아왔군, 붉은 여자.”

“오랜만입니다, 란슬롯.”

“큭…… 과거와 대면하는 감정은 참 묘하군. 그보다……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최별이 고개를 끄덕이자 란슬롯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 바뀌었다.

최별의 뒤쪽으로.

“저 둘은 누구지?”

란슬롯이 가리킨 것은 성진과 송하린이었다.

귀족들도 웅성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블랙 오팔 모험가?”

“용병까지 쓴 건가? 하긴, 지지하는 귀족들이 없으니 면이라도 살리기 위해 고용한 거겠지.”

그때, 안색을 굳힌 케이가 물었다.

“최별 경, 뒤쪽에 계신 분들이 그분들이오?”

“그분들?”

“이번에 최별 경과 함께 스타사파이어 승급이 예정되었다는 분들 말이오. 흑백쌍존.”

케이가 내뱉은 말에 귀족들이 경악했다.

“별? 별이라고?”

“최별 경이 별이 되었다는 얘기는 들었소만…….”

“동부의 흑백쌍존이 이곳까지 왔다고? 그보다…… 친구?”

성진과 송하린이 삿갓을 벗었다.

“반갑습니다, 란슬롯.”

“반갑소이다.”

귀족들은 성진의 얼굴을 보고 더 놀랐다.

“스, 스칸다의 기적!”

“엘론드의 성자 아니요?”

“백존과 성자가 같은 인물이었어?”

“제기랄, 이게 무슨…….”

가웨인 쪽에서 요정 여인과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가웨인, 기억하느냐?”

“예, 그때 그자입니다.”

“이방인들은 참으로 알 수가 없구나. 어찌 이리 빠르게 성장하는지.”

“어차피 그가 개입할 일은 없습니다. 제가 상대해야 하는 건 최별 경입니다.”

“그렇지. 네 말이 맞다.”

뒤편에서 오웬 대넌이 구시렁거리다 다른 귀족들의 눈총을 받고 헛기침을 하며 입을 다물었다.

란슬롯이 성진과 송하린에게 말했다.

“한번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군. 힘을 감췄나?”

최별이 어깨를 으쓱했다.

실질적인 최강자인 란슬롯이 흥미를 보인 유일한 사람들이 최별의 일행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흑백쌍존을 뚫어지게 보았다.

시간이 되자, 문이 열렸다.

그런데 열린 문은 2개였다.

멀린이 드나드는 문과 최별이 드나드는 문.

최별과 일행이 뒤를 돌아보았다.

최별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셸린?”

“최별 님! 제가 좀 하아…… 늦었어요!”

마드리오 셸린.

약세 가문인 마드리오에서 최별을 찾았다.

당대의 가주도 셸린과 함께 손을 잡고 나타난 것이다.

“제가 꼭 지켜볼게요! 힘내세요!”

최별이 싱긋 웃었다.

“그래요.”

최별에게 필요했던 건 실질적인 무력이 아니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멀린이 깔끔하게 쓸어 넘긴 머리를 하고 좌석에 앉았다.

“이제, 최후의 증명이 시작됩니다.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이며, 승리하면 카멜롯의 전부를 얻을 것이고 패배하면 그것을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잠깐! 멀린, 이렇게 갑자기 최후의 증명을 시작하는 이유가 뭡니까?”

“…….”

“원래였다면 차근차근 과제를 수행하며 후보를 추려야 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케이가 품은 의문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렇게 급하게 진행된 시험은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가위바위보로 승자를 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멀린이 그 의문에 답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흩어졌던 힘은 하나로 모여야 하고 그걸 위해선 원탁도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무슨…….”

“케이, 이 의문은 당신이 승리하건 패배하건 풀리게 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멀린은 최후의 증명에 대해 설명했다.

“제게 당신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들에 대해 말하십시오.”

“저는 우선…….”

부끄러움도 없이 여러 바람들이 나왔다.

귀족의 권위 증진, 원탁의 기사들을 흡수하고 싶다는 내용 등.

란슬롯의 차례가 되자, 모두 그를 쳐다보았다.

“멀린, 그대를 원한다.”

“당신은 그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ㅗㅜㅑ;; 제가 찾는 방이 아닌 것 같은데요.

-아 잠만; 장르가 갑자기 ㅋㅋ

-꺄아아 >_<

멀린이 최별에게 물었다.

“당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원탁의…… 붕괴.”

귀족들이 소리쳤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미친…….”

“어찌 저런 생각을…….”

멀린은 그들을 쏘아보았다가 최별에게 추가적인 질문을 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습니까?”

“이 힘은 이곳에 모여 있을 힘이 아닙니다. 나는 이 힘들을 모조리 흩어 놓을 겁니다.”

“최후의 승자가 되면 모든 것을 가질 겁니다.”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할 일입니다. 가지려 한다고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카멜롯의 모든 힘을 가지게 되는 최후의 승리자.

하지만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다면 허상일 뿐이었다.

최별이 말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들의 바람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최후의 증명은 제가 지정한 상대를 쓰러트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는 퍼시벌을 보았다.

“퍼시벌, 그대가 싸워야 할 상대는 란슬롯입니다.”

“케이, 그대가 싸워야 할 상대는 란슬롯입니다.”

“디고어, 그대가 싸워야 할 상대는 란슬롯입니다.”

모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디고어가 먼저 물었다.

“잠깐, 이거 모두 란슬롯만 꺾으면 되는 거야?”

“맞습니다. 하지만 틀리기도 하죠.”

“그게 무슨 소리야?”

멀린이 최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최별, 그대가 싸워야 할 상대는…….”

귀족들이 멀린의 말에 벌떡 일어섰다.

“그대가 싸워야 할 상대는 이곳의 모든 기사들입니다. 이들을 상대로 차례차례 승리를 거둬야 당신의 바람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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