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137화 (137/222)

# 137

137화

[제목 : 시조면 나쁜 놈 아니냐?]

바로 초모 펀치 날려서 배에 씽크홀 만들어야 하지 않음?

-나쁜 놈은 아닌 거 같은데 나쁜 놈이었으면 50년 동안 가만히 지냈을까?

-상상 이상으로 나쁜 놈인 거지! 그래서 칼을 갈며 기다리는 거 아닐까?

-칼 갈 기력도 없어 보이던데. ㅋㅋ

-그건 ㅇㅈ

[제목 : 초모 : 엘론드의 성자가 힐해 드리겠습니다.]

유시온 : 끼아아아아아아아악!

별자리 관이 초모를 추격합니다.

-진짜 무턱대고 힐 했다가 바로 초상 치를 뻔했다.

-초모 : 신성력이 너무 강해서 관리자님이 새까맣게 통구이가 되어 버렸네요? 이걸 어쩐담?

-아 근데 시조인 거 알았으면 걍 처치하면 되는 거 아님?

-제 생각에 님은 지구에 도움이 안 되니까 바로 거름이 되어 버리는 건 어떨까요?

-생각해 보니까 시조라고 하더라도 쓸모가 있겠지?

[제목 : 와 근데 초모 맘들 진짜 제갈량이다. ㅋㅋ]

님들 이거 치밀한 계산에 의거해서 이루어진 계략임.

초모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라는 거임!

-응, 초모 맘 어서 오고.

-뭐가 손해 볼 게 없어? 용의 피 갖다 바치고 약숫물이나 떠다 마실 처진데.

-ㅉㅉㅉ 그러니까 님이 하수라는 거임.

-뭐.

-생각해 보셈. 초모는 용의 피를 가져다주든 가져다주지 않든, 별자리 관의 영역을 개깔끔하게 하이패스 했잖아?

-어? 진짜네. ㄹㅇ

-결론은 가져다주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거임. 기본적으로 공수표 하나 던져 놓고 얘가 사실 나쁜 놈이거나 보상이 마음에 안 들면 돌아와서 못 구했다고 하면 그뿐임.

-국회의원이 브라보하면서 기립박수 중.

[제목 : 야, 경로당약장수 저 사람 원래 개악질 아니었냐?]

마약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었나?

스칸다 중부 쪽에서 그런 악명 퍼졌었던 것 같은데.

-ㄴㄴ 그거는 약장수가 한 거 아님. 약장수는 유통망 빌려준 건데 엔피씨가 통수친 거.

-헐; 어케 됐음?

-뭘 어케 댐 ㅋㅋ 바람잡이가 모험가 등급은 낮은데 누구 족치는 건 귀신같지. 바로 세력 박치기~

-ㄹㅇ 닉네임이랑 다르게 깨끗하네~

-돈 쓸이 하긴 했었잖아. 근데 약장수도 세력 꽤 크지 않았음?

-안 그래도 돌아가면 확인해 보기로 했는데 솔직히 남아있기는 힘들지. 약장수 쪽 패거리는 진짜 딱 약장수랑 바람잡이만 투톱으로 내세우고 나머지는 핫바리였음. 그 둘 빠졌으니까 사분오열됐을걸?

[제목 : 야, 오덕 새끼들아 이 큰 형님이 십 초 준다.]

뉴비에게 얼른 지혜의 샘이랑 용의 피 설명해 줄 놈.

100원 준다.

10.

9.

8.

-서, 설명하겠습니다요…….

-조금만 더 시간을…….

-진짜 광기 이 색기. ㅋㅋㅋ

-용의 피는 용인들이 신처럼 받드는 거임. 저 피에서 자신들이 태어났다고 믿고 영원히 보존하려고 한다고 카더라. 아마 ‘가져갈게.’ 하면 바로 뒤집어질 듯.

[제목 : 지혜의 샘은 개뿔, 사실 별거 아님.]

마시면 뭐 미래를 알 수 있다나? 운명의 샘이랑 비슷하긴 한데 기록상으로는 그렇다고 전해짐.

사실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데 초모 맘들이 찔러본 거 아닌가? 글고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게임이 미래를 어떻게 알아. ㅋㅋ 걍 엔피씨들 설정이겠지.

-하도 데자뷰한테 당한 게 많아서 예언도 그럴 듯하다고 느껴짐.

-마녀 이시스도 예언 어쩌고 하고 요즘 가는 곳마다 예언 얘기 꺼내니까. ㄹㅇ

-별자리 관한테 뭔가 받아 내기엔 구실이 많이 약하지. 지혜의 샘이면 딱 맞긴 함. 거기다가 은근슬쩍 가로질러 가는 건 당연하게 됐자너~

[제목 : 별자리 관, 그의 눈물.]

마치 별 같았다.

나도 저 별과 같고 싶구나.

--찐-

--인싸-

-와 정말 좋은 글이네요. 스잘알이면 솔직히 다 알 듯.

-나 스잘알인데 모르겠는데?

***

성진이 다시 숙소로 돌아오자, 일행이 경계심 어린 눈빛을 하고 물었다.

“계획은 성공하셨나요?”

“일단 길을 쓰는 건 문제없을 듯합니다.”

“다행입니다, 형님!”

“크, 크흠…… 자네의 계획이 아니었으면 힘든 길이 됐을 뻔했군.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했는데도 버거웠으니까.”

산맥을 넘으며 빨개졌던 일행의 코가 정상적인 색으로 돌아왔다.

최별이 성진에게 물었다.

“내일 바로 출발하실 거죠?”

“네, 굳이 여기 오래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형님, 그런데 별자리 관이 시조가 다스리는 곳이라는 게 정말입니까?”

성진은 송하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도 인정했습니다.”

“나쁜 놈 아닙니까? 동부와 대삼림에서 만났던 시조들은 모두 시퍼런 놈들이었습니다.”

-ㅇㅇ 옳지! 일단 찌르고 생각하자니까?

-사이다 충 밴 점. ㅡㅡ

-앞에 두 분 조용히 하세요! 집중이 안 되잖아요!

성진은 송하린과 다른 생각이었다.

그에게서 악의가 느껴지진 않았다.

“뭔가…… 일전의 그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용의 피를 넘기실 생각이세요?”

“상황에 따라서는.”

최별이 한숨을 쉬었다.

“일단 용의 피를 얻는 방법부터 생각해야 하잖아요.”

“우리가 원하는 건 지혜의 샘이 아닙니다. 탄타르빌로 향하는 길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지.”

“용의 피를 구하지 않을 거라는 건가요?”

“구할 수 있다면 구하고, 여의치 않다면 물러나야겠죠.”

그 말에 최별도 맞장구쳤다.

“지혜의 샘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이곳을 무사히 지나가려는 계획, 괜찮네요.”

송하린이 거주 구역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가 손님 신분이 되니까 요정들도 친절하던데 도시나 구경하는 건 어떻습니까?”

“별자리 관은 길게 뻗어 있어요. 그렇게 걸어 다니기 만만한 곳이 아닌데…….”

“누가 싹 둘러보자고 했습니까? 그냥 정취만 느껴 보자는 거지.”

“정취는…… 원래 그렇게 흥이 많으신가요, 송하린 씨?”

“물론! 한국인이 흥이 많은 건 당연하지.”

“그게 왜 당연해요?”

“리모컨 찾을 때 노래 흥얼거린 적 있지 않소?”

“리…….”

“리모컨이가…… 어디를…… 갔더라아…… 나와라이…….”

최별은 입을 꾹 다물었다.

확신하진 못했지만 아마도 그랬던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리모컨 쏭은 인정해 줘야지. ㅋㅋ

-라면이가~ 맛있겠구나아~

-청소를 하자~ 청소르을~ㅋㅋ

-이렇게 보니까 흥의 민족이네.

일행은 별이 뜬 별자리 관을 돌아다녔다.

난쟁이들도 별자리 관은 처음인지 연신 감탄했다.

“귀쟁이 놈들! 그래도 꽤 번듯하게 사는구나. 식사는 형편없었지만, 경치 하나는 괜찮군!”

“아무튼,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에요. 몸이나 좀 녹이고 보급품을 챙겨서 떠나죠.”

요정들의 집과 삶을 눈여겨보며 밤거리를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로브를 쓴 누군가가 일행에게 접근했다.

‘냄새?’

아까 맡았던 냄새.

이 냄새는 유리온의 측근이던 두 요정 중 한 명의 냄새였다.

그가 접근하자 송하린과 최별이 병기를 뽑으려 했다.

하지만 성진이 가만히 있자 그들도 다시 병기를 집어넣었다.

“오란…….”

“초모 님, 죄송합니다만 함께 가 주시지 않겠습니까?”

성진이 오란의 눈을 쳐다봤다.

상대는 떳떳하게 그 눈빛을 마주했다.

아마 따라나서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잠깐 다녀올게요.”

“저희도 조금만 둘러 보다 들어갈게요.”

“그럼 숙소에서…….”

“형님!”

갑자기 송하린이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그리고 성진에게 다가와 이렇게 얘기했다.

“제가 따라가겠습니다. 제가 그 시조인지 뭔지 하는 놈의 면상을 보면 바로 결판이 나지 않겠습니까?”

색을 확인하겠다는 소리다.

성진도 좋은 생각이라고 여겨 고개를 끄덕이고 오란에게 허락을 구했다.

“괜찮습니다. 초모 님께서 신뢰하는 동료라면 함께 오셔도 꾸중하시진 않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졸지에 최별만 난쟁이들 돌보미 당첨. ㅋㅋ

-최별 : 얘, 얘들아…… 착하지…….

-소녀 가장 ㅠㅠ

최별은 성진에게 잘 다녀오라고 한 후에 난쟁이들과 사라졌다.

성진과 송하린은 오란을 따라 이동했다.

끼익.

먼지 쌓인 문을 통해 들어간 곳은 지하 통로였다.

“별나무와 연결된 곳입니다. 따라오시죠.”

오란을 따라가니 곧 별나무로 이어졌다.

모든 불이 꺼진 내전에는 어둠이 가득했는데, 딱 한 군데에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무 왕좌에 앉은 시조.

그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흘러나왔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제닌이 말했다.

“그가 왔습니다, 제헤르 님.”

“그래…… 보고 있다.”

제헤르는 쇠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는데, 그의 음성에서도 그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어렵게 입을 떼 성진에게 말했다.

“초모…… 나를 요정들을 속여 지배하는 파렴치한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렇진 않습니다.”

“그럼 궁금하긴 한 거고?”

“네.”

저간의 사정이 어떻게 되었기에 요정의 정점에 시조가 들어앉아 있고, 왜 요정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 건지.

제헤르는 설명을 시작했다.

“시조는 흡혈귀다. 자네도 알겠지.”

“…….”

“저주스럽게도 이 몸은 약해질지언정 죽을 수 없어. 불멸이란 그런 것.”

-어…… 죄송하지만 다른 두 분께선 이미 돌아가셨는데요…….

-쉿 그거 말하면 안 된다. ㅋㅋㅋ

“나는 스칸다가 태동할 당시에도 존재했다. 이 별세계의 성장과 몰락을 모두 지켜보았지.”

“시조는 처음부터 존재했던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야. 자네는 시조를 쿨럭, 악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군…….”

“아니었습니까?”

제닌과 오란이 움찔했지만 제헤르는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스칸다는 모래였다.”

“그것이 무슨 소립니까?”

“온 대지가 사막이었단 소리지. 생명체가 살기 힘든, 고통스러운 대지.”

“…….”

“그 대지를 처음으로 통일한 대제국을 아는가?”

“……처음 듣는 얘깁니다.”

“그렇겠지. 이제부터 말해 주겠네. 내 저주받은 운명을.”

-꿀꺽.

-와그작, 와그작.

-쪼오오옥, 쿠우웁, 쿠우우우웁.

-아, 팝콘이랑 콜라 작작 처먹어. 이 색기들앜ㅋㅋㅋ

제헤르는 슬픈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대제국 몰타. 스칸다 최초이자 최후의 통일 제국. 그 초대 황제부터 최후의 황제까지, 모두 신과 같았다. 모든 종족이 그들의 노예였고 모래로 만들어진 병사는 끝도 없었지.”

시조가 이렇게까지 표현할 정도면 정말 무지막지한 세력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런 세력이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조차 힘드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예상하기 힘들었다.

“몰타의 황제들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렀어.”

“그것이 무엇입니까?”

“스칸다로 만족하지 못한 것이지. 세계에 구멍을 뚫었다.”

-구멍?

-구녕?

-야, 시발 잠만 이거 뭔가 뒷골 쎄한데…….

-내가 아는 구멍은 그 구멍밖에 없는데.

“설마 그 구멍이란 게…….”

“그렇다, 균열이다.”

-밝혀지는 진실…… 몰타 개색기들아!

-시이버어어렄ㅋㅋㅋ 데자뷰 설정 지렸누.

-아, 근데 잠깐 착각함. ㅋㅋ 스칸다 설정이 저랬다 이거지~

-근데 우리 때는 균열 없었는데 요즘에 생겼다 하지 않았나?

-머징?

제헤르는 자조하듯 웃었다.

“여러 세계에 구멍을 뚫고 그곳들을 침략하기 시작했지. 압도적인 무력에 다른 세계들은 신음했다. 하지만, 다른 세계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어.”

“몰타는 역풍을 맞은 겁니까?”

“그들도 저력이 있었다. 물론 각자의 힘은 몰타에 미치지 못했지. 그래서 그들은 힘을 모았다.”

몰타라는 대제국이 패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막강한 모래 병사,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황제, 거기에 시조들까지.

‘잠깐, 시조?’

성진은 뭔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설마…….”

“그렇다. 쿨럭, 우리가 몰타를 멸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다.”

-시발;; 시조가 선이었다고?

-선이라는 얘기는 없잖아.

-아, 근데 이게 말이 돼?

-돼.

-응 되는구나, 난 또. ^^;

제헤르가 말했다.

“모든 이들의 염원을 담아 만들어진 우리에겐 다양한 세계의 힘이 모였다. 우리는 그것을 무기로 균열을 마구잡이로 만들어 낸 황제의 빈틈을 찔렀고 기적적으로 황제를 봉인할 수 있었다.”

“…….”

“그 이후의 이야기는 어떨 것 같은가?”

몰타라는 대제국이 쓰러졌다.

공공의 적이 사라진 이상, 협력할 이유도 없다.

“시조들에겐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효율 좋은 피를 매개로 하는 생명체, 불로불사는 허울 좋을 능력일 뿐, 실상은 치명적인 공격성을 가졌다. 우리는 사방으로 흩어져 다시 세계를 파괴했다.”

“그 후는…….”

“스칸다와 연결된 모든 세계는 황급히 균열을 닫았다. 여러 세계로부터 흘러들던 막대한 힘이 한꺼번에 차단되자 스칸다는 무너졌다.”

제헤르는 부들부들 떨었다.

“세계가 불타고 뒤집혔다. 시조들은 그 과정에서 모두 흩어지고 쓰러졌다. 힘을 잃거나 봉인됐겠지. 하지만…… 나는 세계를 떠돌았다.”

“어째섭니까?”

어째서 그는 살 수 있었을까?

불멸이라 자부했던 시조들은 모두 처음에는 봉인되어 있었다.

“내 능력 때문이지. 죽거나 쓰러질 수 없는 몸…… 성장의 권능은 늘 나를 확산시켰다.”

제헤르, 아니 유리온은 그때를 떠올렸다.

“세상의 불이 꺼지고 새로운 생명이 잉태될 때까지 나는 고통받아야 했다. 고통스럽고 또 고통스러웠다. 죽고 싶을 만큼…… 나는 간절히 소멸을 원했다.”

생명의 잉태라는 말이 걸렸다.

제헤르가 성진이 묻기도 전에 말했다.

“스칸다에 있는 종족의 대부분은 그 당시에 새롭게 태어난 존재들이다. 나는 그 탄생을 보았지. 세계에 꽃이 피고 비바람이 불며 생명을 만들었지.”

제헤르는 그리운 듯이 이야기했다.

“이곳은 얼음에 뒤덮인 땅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쓰러졌지……. 그런데…… 생명은 참으로 신비롭더구나. 여린 나무라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내 몸을 취했으니까.”

“그럼, 이 별나무는…….”

“내 양분을 빨아들여 성장했다. 그리고 이렇게 숲을 일군 것이지.”

별자리 관의 탄생이다.

성진은 이제야 이 혹한의 땅에 이런 숲이 자라난 이유를 알았다.

“그렇다면 당신이 무너지면 이 숲은 사라지겠군요.”

“그렇다. 내가 사라지면 이곳은 눈보라가 숲을 뒤덮어 결국에는 살기 어려운 곳이 되겠지.”

제헤르가 무너지면 별자리 관도 무너진다.

성진은 줄곧 마음에 걸렸던 저 가시나무 관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렇기에 내가 쓰러져선 안 된다.”

“……당신은 왜 요정을 지키려 하는 겁니까?”

“……그들이 태어나는 것을 봤으니까.”

유리온은 당시를 회상했다.

유리온이 나무에 붙잡혀 양분을 흡수당하던 어느 날, 별나무의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쿵!

쿵!

‘…….’

“어? 이것 봐! 속이 비었잖아!”

“안에 누가 있는데?”

앙상하게 마른 제헤르가 별나무를 뚫고 들어온 그들을 보았다.

아름다운 종족이었다.

귀가 길게 자랐고 눈은 보석을 닮았으며 몸은 완벽했다.

‘저렇게 되고 싶다…….’

그리고 유리온은 본인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그는 요정과 비슷한 몸으로 변했다.

“어…… 저…… 그…… 이 숲의 관리자십니까?”

“관리…… 자?”

“당신에게서 엄청난 생명력이 느껴져서요!”

“그런……가?”

유리온은 흐릿해진 의식을 다잡았다.

요정들은 집요했다.

“저…….”

“…….”

“실례가 안 된다면 저희가 이곳에 자리를 잡아도 될까요?”“…….”

“바, 밖은 끝없이 다투고 슬픈 일들만 가득해요! 또, 춥고…… 배고프고…….”

“……왜 허락을 구하느냐?”

“그야 당연하잖아요? 이 숲에는 주인이 있으니까요…….”

“상냥하구나.”

유리온의 의식은 깨어났다.

그는 자신을 깨운 이 종족을 영원히 품에 안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자신의 불멸은 이것을 위해, 이토록 오래 고난을 준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상냥한 이들을 마주하고, 웃으며 반기기 위해.

유리온이 미소 짓자,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한 요정들이 물었다.

“그런데…… 저희가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관리자님?”

유리온은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버렸다.

“내 이름은 제헤르.”

“제헤르 님…….”

“너희는 이제 내 곁에 있어라. 너희를 추위와 배고픔에서 보호하겠다.”

제헤르는 이 과정을 성진에게 설명했다.

성진이 송하린을 슬쩍 쳐다봤다.

그녀는 훌쩍이며 말했다.

“붉어요…… 붉습니다, 형님…… 너무도 붉어요.”

제헤르는 성진을 쳐다보았다.

“부디…… 용의 피를 부탁해도 되겠는가?”

“…….”

시나리오가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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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10. 용의 피.

-당신은 탄타르빌로 향하던 중, 별자리 관의 영역을 지나치고 있습니다. 숲의 관리자인 제헤르는 용의 피를 원합니다. 용의 피를 구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요정들은 무사할 것이고, 실패한다면 또 다른 혼란이 찾아올 것입니다. 용의 피를 구해야 합니다.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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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이럴 줄 알았다.

-초모 맘 이 새끼들 어디 갔어? 종아리 딱 대.ㅋㅋ 회초리로 검강 맞기 싫으면.

-그냥 지나가면 된다고요? 용의 피는 샤킹이라고요? 어림도 없지 ㅋㅋㅋ 바로 강제로 못 박아 버리죠?

-시나리오(절망) 편 시작합니다~

‘아 유리온 개불쌍하네’ 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시나리오가 이걸 ㅋㅋㅋ]

-확실하다. 시나리오가 초모 엿 되라고 지켜보고 있다가 툭툭 던지는 거다. ㅋㅋㅋ

-유리온 썰 들으니까 근데 구해 와야 할 것 같긴 하다. 밖이 저렇게 추운데 빤쓰 바람으로 내몰리는 거 아니야?

-구해 줘라 아, 구해 조라 초모!

-최별 이 얘기 듣고 이마 짚던데. ㅋㅋㅋ

-그녀의 절망은 끝나지 않고. ㅎㅎ

-용인 보러 가야겠네, 결국.

‘유리온의 속마음’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어딜 벨튀를 ㅋㅋ 썰 들었으니까 언능 구해 오쉴?]

-아, 이건 ㅇㅈ ㅋㅋ

-가불기 맞았다. ㅋㅋ 극한의 몰입 충들이 안 구해 오면 채팅 창 불태울 거고 시나리오까지 조져 버렸네~

-어차피 초모 시나리오 따라가기로 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다음 날, 정비를 마치고 떠난 일행은 중간중간 쉬어 가며 대화를 나눴다.

최별은 한숨 쉬었다.

“어떻게든 꼼수는 안 된다 이거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포기했어요. 어떻게든 용의 피를 구해야겠어요.”

최별이 별로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송하린이 추궁했다.

“응? 난이도가 확 오른 것 같은데 왜 찡찡대지 않으시오?”

“제 임무도 그거니까요.”

“응? 무슨…….”

“말 안 했었나요? 용의 피는 저도 구해야 해요.”

“…….”

“그러니까 탄타르빌로 가는 거잖아요. 당연한걸.”

-이야, 이걸 빌드업을 이렇게. ㅋㅋ

-최별 : (유리온을 푹푹 찌르며) 빨리 사연 만들어 내. 병든 노모? 다시! 딸 병원비? 와닿지 않아!

-최별 일단 입 꾹 다물고 있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얘기하네. ㅋㅋ

-인생은 갓별처럼.

확실히 추위를 대비하는 장비들을 보급하고 떠나서 그런 건지 여행길은 한결 수월했다.

지형도 별자리 관에 도착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능선이 길게 뻗어 한결 평탄했다.

“허억…… 허억…… 난쟁이 죽네…….”

“그 체력으로 용케 여기까지 왔구나, 막내야.”

“혀, 형님도 지금 다리 떨리잖소.”

“크, 크흠…….”

눈발을 헤치고 나아간 지 며칠째.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어? 이제 좀 따뜻하지 않아요?”

“춥지는 않은 걸 보니 외투는 벗어도 될 것 같소.”

타요른이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켰다.

“이런…… 보이는가?”

“…….”

“맙소사…….”

몰락한 용의 고원에 도착했다.

날씨는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뜨거워지는 것이었고.

황폐화한 땅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누군가 말했다.

“저게 뭐죠? 땅에 뭐가 박혀 있어요.”

“가시?”

“아니, 저건 가시가 아니야.”

용의 고원에 새까맣게 박혀 있는 물체.

성진이 말했다.

“무기로 보입니다.”

검, 창, 도끼 등.

병장기들의 자루와 날이 땅에 박혀 있었다.

-뭐야;;

-개소름;; 누가 이렇게 해 놨어?

-근데 뭔가 좀 이상하다.

-글게? 좀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성진과 일행이 빠르게 내달려 용의 고원의 땅을 밟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가까운 검에 다가갔다.

검의 손잡이에 적힌 문구.

송하린이 그것을 읽었다.

“은혜 왔다 감…….”

최별이 옆에 있는 창을 뽑았다.

자루에 적힌 문구.

-꼭 다시 올 수 있기를.

-또 보자.

-진짜 재밌었다.

-갓겜, 내 평생 추억.

-이제 효도하러 간다.

-또 모험하고 싶다.

-내가 실딱이라니.

-다시 만나자 얘들앙.

-민지 하트 은혁…… 우웩.

성진은 이 무구들의 공통점을 눈치챘다.

최별과 송하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무기들은 이방인들이 사용하던 것이었다.

주인 잃은 무기들.

“어, 저, 저기!”

송하린이 소리친 곳에는 용인들이 무기를 땅에 박고 있었다.

성진 일행이 재빨리 그곳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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