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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121화 (121/222)

# 121

121화

머리가 터진 강시의 몸이 멈추지 않고 성진을 붙잡으려 했다.

“어딜!”

송하린이 외침과 함께 찬봉에서 새로 구한 도를 휘둘렀다.

콰슉!

강시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며 피 분수가 일었다.

피가 잠시 성진과 송하린의 시야를 가렸다.

그 틈을 노리고 흉험한 공격들이 이어졌다.

깡! 까앙!

성진이 봉을 휘둘러 강시들의 팔을 부러트렸다.

뼈가 아닌 강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권흉과 창흉의 공격이 성진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챙! 텅!

송하린이 창흉의 창을 쳐 내고 성진은 권흉과 주먹을 맞부딪혔다.

분명 상대의 주먹을 분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권흉은 오히려 되돌아온 경력에 화들짝 놀라 다음 수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허점 후비기!”

송하린의 장법이 그의 가슴을 후려쳤지만, 호신갑을 입은 권흉은 한 걸음 물러날 뿐이었다.

하지만, 송하린의 공격은 눈속임이었다.

이어서 들어온 성진의 봉이 그의 시야를 검은색으로 물들였다.

“잠…….”

콰직!

권흉의 머리를 부수자 이어지는 강시들의 산발적인 공격.

성진은 그 공격들을 쳐 내고 튕겨 내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약하다. 아니, 그렇더라도 이렇게 쉽게 제압할 수 있을 리가…….’

권흉은 앞서 마주했던 수장들이 나서 공격을 막아 주었다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는 머릿수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점을 포기하고 지금 저기서 지켜만 보고 있다는 건 저들에게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았다.

전투 중, 의문을 품은 건 성진만이 아니었다.

다음으로 송하린이 눈치를 채고 힘을 보존하려 방어를 견고히 하는 방향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그리고,

그다음은 창흉이었다.

그는 이 사실을 눈치채자 화부터 냈다.

“곤황! 뭐 하는 거요!”

“구경이다.”

“그러니까 왜 구경만 하는 거요! 방금 권흉이…….”

“시끄럽군.”

훙!

터엉!

“커헉…….”

곤황의 성인 남성 신장만 한 곤이 창흉의 가슴을 꿰뚫었다.

돌아가는 상황이 점점 이상해지자 성진과 송하린은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곤황은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쓸모없는 놈들, 혈정을 취했음에도 성취가 그 모양이니 네놈들은 우리와 어울릴 자격이 없다. 선일, 선아, 쓰레기들이 받아 갔던 것은 너희들이 취하도록 해라.”

“존명!”

“존명!”

선일과 선아라 불린 2마리의 용은 곤황의 제자들이 확실해 보였다.

장룡 선일은 창흉의 시체에, 권룡 선아는 권흉의 시체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의 시체에 손을 올렸다.

휘오오.

한 차례, 불길한 기운이 스쳐 가고 이흉의 시체는 피를 제거한 미라처럼 변했다.

송하린이 그 모습을 보고 치를 떨었다.

“기가 막힌 녀석들인 건 여전하구나.”

“크크큭…… 저 벌레들은 살아 있는 것보다 오히려 죽어 있는 게 도움이 되는 것을 어찌하겠느냐?”

“곤황, 네 수명은 진작 끝이 났어야 했다. 어째서 아직 살아 있는 것이지?”

송하린이 그를 처음 봤을 때, 그는 이미 칠순이 지난 노인이었다.

그런데 지금, 멀쩡히 살아 있었다.

오히려 더 젊어진 몸으로.

“짐작하고 있는 것 아니었느냐?”

“본인 입으로 듣는 것은 또 다르지. 양생(養生)하던 도사들이 부러웠던 건가?”

“양생? 뭘 착각하고 있구나.”

촤악!

송하린이 지겹게 달라붙는 강시 중 1명의 목을 베고 물었다.

“착각?”

곤황이 손을 뻗자 강시 1명의 목이 그의 손에 빨려 들어와 붙잡혔다.

키에엑!

곤황은 그대로 강시의 목을 뽑아 절단면에서 흐르는 피로 입을 축였다.

송하린이 기겁했다.

“우욱…….”

곤황은 만족스러운 눈으로 그 모습을 즐겼다.

“양생이라니…… 영생(永生)이다.”

“혈교에게 영생을 살게 하는 힘 따위는 없을 텐데?”

“그건 네 시대에나 그랬던 거지. 50년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송하린이 곤황의 말을 듣고 안색을 굳혔다.

전투 중에도 여유를 잃지 않던 그녀였지만, 영생이라는 말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성진에게만 들릴 정도로 말했다.

병장기 부딪히는 소음 사이로 그녀의 말소리가 성진의 귓가에 들려왔다.

“이거…… 제가 아는 혈교랑은 아주 다릅니다.”

“그래 보입니다.”

곤황은 그녀가 묻지도 않은 질문에도 답을 했다.

“지존께서 얻은 힘은 너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내 상상력은 빈약해서 감이 안 오네. 일마라는 놈이 그렇다고 하디?”

“쯧…… 여전히 남의 말은 제대로 듣지 않는 녀석이구나. 본좌가 시간을 내서 얘기해 주는 것이거늘.”

“곤황, 당신은 처음 봤을 때부터 늘 설교하고 싶어 안달이었지. 아무래도 안 되겠어, 지팡이 2개월 압수!”

“…….”

곤황에게 지팡이라 할 만한 물건은 흉악한 곤뿐이었다.

곤황이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성진에게 말했다.

“은근슬쩍 무장해제 전략이 실패했습니다, 형님.”

“성공하는 게 이상합니다.”

“그렇죠?”

곤황이 이흉의 기운을 갈무리한 용들에게 말했다.

“대화도 지루하구나, 저들을 취해라. 강시들도 혈정을 주입하지 않으니 인형이나 다름없군. 걸리적거리면 치워 버리도록.”

“알겠습니다.”

“예.”

쿠궁.

권룡의 묵직한 기운이 자리했다.

그와 반대편에 장룡의 웅혼한 기운도 그 세를 드러냈다.

처음 마주쳤을 때보다 배는 강했다.

“하하…… 형님, 저는 1명도 힘들겠습니다.”

“……강하네요.”

“저 늙은이가 더 강할 겁니다. 찬봉에서 봤던 황 놈들은 중독된 상태라 힘의 삼분지 일도 못 끌어냈는데, 저 영감탱이는 초등학생에게도 전력을 다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아우에게 방법이 있습니까?”

“……예.”

대답하는 송하린은 무언가 결심한 듯 보였다.

그사이, 강시들이 일순간 물러났다가 곤황이 신호하자 성진과 송하린에게 무차별적으로 달려들었다.

송하린은 장룡과 권룡의 움직임을 놓쳤다.

“놓…….”

“품으로!”

성진의 말 한마디에 송하린이 훌쩍 신형을 날려 그의 품속으로 물러났다.

콰아앙!

권룡의 주먹이 송하린이 있던 바닥을 후려쳤다.

사방에 파편이 흩날렸다.

강시들의 뒤에 몸을 숨긴 장룡이 강시의 등판에 혈수라장(血修羅掌)을 후려갈겼다.

키야아아아!

강시도 멀쩡하진 못했지만, 성진은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혈수라장이 강시를 때려 부수고도 모자라 성진을 향해 쇄도했다.

성진이 그 기운에 맞서 손바닥을 마주 뻗었다.

쩌엉!

핏빛 강기가 새하얀 광채에 밀려났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훗! 으하!”

부우웅!

콰직!

키야아아아!

콰직!

곤황의 곤이 휘둘러질 때마다 반경 내의 강시들이 으깨졌다.

“방해다! 방해야!”

스승이 저렇게 활개를 치니 제자들도 강시를 신경 쓰지 않고 강기를 뿌려 댔다.

성진이 탄력의 호흡을 응용해 공격을 튕겨 냈다.

터엉!

“호오…… 수도사였군, 어쩐지.”

터엉!

“어디, 이것도 막아 봐라!”

붕천곤(崩天棍).

경력을 한 점에 집중해 내려찍는 수법이다.

과거, 곤황의 성명절기기도 했으나 자취를 감춘 지는 꽤 오래되었다.

콰아아아아!

엄청난 경력의 폭풍이 일었다.

강시들은 이 경력에 휘말려 진작부터 사지가 찢어져 날아다녔다.

두 마리의 용은 기운에 휘말리기 전에 훌쩍 물러났고, 그건 송하린도 마찬가지였다.

“형님!”

성진은 순간적으로 역천의 호흡인 아수라를 운용할까 했지만, 상대의 공격이 너무 빨랐다.

그 때문에 다른 수를 썼다.

‘회전하자.’

계곡의 물살이 한순간 방향을 바꿔 바위에 내리꽂히는 것을 연상했다.

성진의 안정된 심상은 그 모습을 현실로 끄집어냈다.

콰아아앙!

“커헉!”

“선아!”

“이런!”

성진이 곤황의 경력을 흘려 내었고 흘려낸 경력이 권룡에게 적중하도록 만들었다.

그 의도는 보기 좋게 성공해 권룡은 미궁의 귀퉁이로 날아갔으며 장룡은 그를 받아 내기 위해 몸을 날렸다.

성진은 기회를 잡았고, 송하린은 그보다 더한 기회를 잡았다.

성진의 봉이 곤황의 곤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쳤다.

깡!

그리고 곤황의 방어가 허술해진 가슴팍에 탈혼장을 쏘아 냈다.

쩌엉!

“크아아아악!”

곤황도 곧, 권룡과 마찬가지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그는 곧장 정신을 차리진 못했지만, 신음을 흘리며 일어나려 애썼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성진은 다음 수를 떠올렸다.

‘누구지? 누구부터 처치…….’

그때, 미궁의 최심부에 있는 거대한 문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이리로!”

성진은 망설이지 않고 그곳으로 몸을 날렸다.

이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벽에 처박혀 있던 권룡은 몸을 금방 재생했고, 곤황도 정신을 차렸다.

성진이 강시들을 뿌리치며 그녀에게 다가섰다.

“밀어서 잠금 해제!”

그녀가 이상한 시동어를 외자 문이 끼릭 하고 열렸다.

틈을 비집고 송하린이 들어갔고, 그 뒤를 따라 성진이 들어갔다.

“이익, 비켜라!”

콰직!

강시들이 입구로 몰려드니 정작 곤황과 이룡이 들어오지 못했다.

송하린은 쾌재를 부르며 외쳤다.

“문 앞에 두고 가세요!”

문이 열리다 말고 도로 닫히기 시작했다.

성진은 강시들을 뿌리치지 않고, 이룡과 곤황의 움직임을 더욱 방해하도록 교묘하게 행동했다.

“안 돼!”

곤황과 이룡의 손이 비집고 들어오려 했지만, 문이 닫히는 것이 먼저였고, 곧 그들의 손은 으깨졌다.

찌직, 찍.

“끄아아악!”

비명도 잠시, 따라 들어온 강시의 머리를 으깬 성진이 송하린을 돌아보았다.

“푸흡…… 푸하하하하!”

“…….”

“형님, 형님이 수를 쓰지 않았으면 우린 거기서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아, 물론 제가 약해서…….”

곤황과 이룡은 만만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힘을 기술로 받아 내려 했었다가는 땅에 파묻혔을 수도 있다.

그의 방심이 상황을 극적으로 이끌었다.

“이곳의 문은 한철(寒鐵)로 통째로 찍어 냈으니 얼마간은 버틸 겁니다. 저 무식한 노인네가 이상한 수를 내지 않는 이상 안전하다는 얘기지요.”

“다행입니다. 다른 문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네?”

“들어온 문으로 나가야 합니다.”

“…….”

즉, 다시 싸워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곳이 방공호가 아닌 이상 평생 나가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까.

-휴 살았다. ㅋㅋ 네? 죽었다고요?

-데스티네이션 다음 누구 차례냐. ㅋㅋㅋ 응? 또 나라고요? 모애요!

-그보다 송하린 문 잠금어랑 해제어 왤케 이상하냐. ㅋㅋㅋ

-백괴 형님 이화접목에 소생 광광 울었습니다. ㅠㅠ

-ㅆ재능충; 나보다 재능 있는 놈들은 다 죽어야 해!

-세상 모든 사람이 무슨 죄가 있다고…… 당신은 혹시 쓰나미입니까?

-와 근데 무공도 무공인데 혈교 놈들 재생력 본 사람?

-ㄹㅇ 권룡 괜히 곤황한테 한 대 처맞고 반파됐다가 금방 달려오더라; 워킹데드인 줄 알았누.

-저걸 어케 이겨. ㄷㄷ

-팩트) 곧 이긴다. 암튼 이긴다.

송하린이 성진을 안내했다.

“이리로.”

성진이 그녀를 따라 이동했다.

그 흔한 벌레조차 보이지 않았다.

직선으로 쭉 걷기만 하면 되는 길이었지만, 신비한 분위기 때문인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둘은 말없이 걸었다.

시간이 좀 지났다고 생각될 때쯤, 송하린이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야명주(夜明珠) 밑으로 보이는 그녀의 장비를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광택이 없는 검은 호신갑(護身鉀)인 화린(花鱗).

그녀는 상의를 훌쩍 벗어 버리고 그것을 착용했다.

“하하…… 신기하게 힘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형님.”

검은 직물로 짜인 검은색 옷, 현천잠의(玄天蠶衣)를 벗어 버린 상의 대신 챙겨 입었다.

성진은 그녀가 하의를 입으려 할 때 고개를 돌리고 프라이빗 모드를 작동해 주었다.

옷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삭기는커녕 먼지조차 앉지 않았다.

봉황잠(鳳凰簪), 안익화(雁翼靴) 등 그 가치를 헤아리면 눈이 돌아갈 보물들을 아무렇지 않게 입던 그녀가 석제 장식에 놓인 칼 한 자루를 보고 멍하니 서 있었다.

쾅!

콰앙!

밖에서 문을 부수기 위해 노력하는 소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소리로 판단했을 때, 저들은 문을 부수지 못할 것이다.

아까 확인한 바로, 문의 두께는 상상 이상이었으니까.

송하린은 그 대도(大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성진이 보기에 그 칼은 굉장히 특이했지만, 동시에 평범했다.

도첨(刀尖)은 각진 장식으로 마감되어 있으니 찌르기는 꿈도 못 꿨다.

작두의 날을 그대로 박아 놓은 듯한 칼날.

심지어 그 길이도 예사롭지 않아 칼등이 손잡이 부분까지 내려올 정도였다.

그녀가 말했다.

“이 칼을 다시 쥘 줄이야.”

“소중한 겁니까?”

“……이를 말입니까, 형님.”

송하린의 사부가 그녀에게 선물한 칼이었다.

대도(大刀) 탕아(蕩兒).

그녀를 닮은 칼을 손에 쥔 이후로 그녀는 한 차례도 패배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일도무적(一刀無敵).

그녀가 칼을 손에 쥐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휘오오오오오!

경력의 폭풍이 사방에서 몰아쳐 그녀에게로 쏟아졌다.

곤황과도 비견될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다.

남은 건 작은 옥궤(玉櫃)에 들은 반지였다.

그녀는 신비로운 빛을 뿜어 내는 반지를 들여다보다가 그것을 손가락에 꼈다.

***

끼긱.

끼기긱.

“사부님!”

“오냐! 연놈들이 나오는 즉시 공격을 퍼부어라. 아마 둘 중 하나라도 살아나가려 할 것이다.”

육중한 한철 문이 완전히 개방되며 안에서 두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달려든 것은 남은 강시들이었다.

키야아아!

스윽.

도광(刀光)이 번뜩이자 강시들이 목이 이리저리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다음 수에 사지가 분리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장룡과 권룡은 움찔하며 달려들지 못했다.

곤황이 곤을 움켜쥐었다.

“월령환이구나, 본좌를 위해 그것을 가져와 주었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않겠느냐. 그래, 어떤 상을 원하느냐? 편안한 죽음?”

“노괴물의 목이요. 시끄럽고, 갈 길이 바쁘니 한꺼번에 덤비시오.”

“크큭…… 허세는…….”

곤황의 비웃음에 송하린은 웃었다.

“이제 흑괴도 무적이다. 흑백쌍괴는 무적무적이라고 해야 하려나?”

“선일, 선아…… 저년을 죽여라!”

명령이 떨어진 후 머뭇거린 일 초.

흑백쌍괴는 어느새 준비를 마친 상태로 상대를 기다렸다.

“흐아아압!”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며 권룡이 돌격해 왔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가 자신하는 맹공을 퍼부었다.

콰과과과광!

혈살우(血殺雨).

우박이 쏟아지는 듯한 폭격에 권룡의 주변이 초토화가 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흑백쌍괴를 건드리진 못했다.

텅! 터덩!

성진은 장룡과 곤황을 대비하고 있었으니 권룡은 송하린만 상대할 뿐이었다.

그런데도 뚫지 못하고 있었다.

“뭐, 뭐냐!”

후우웁.

그녀의 볼이 험악하게 부풀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참격.

서걱!

“끄아아아악!”

권룡의 팔이 잘렸다.

비명을 듣자마자 장룡과 곤황은 정신을 차리고 함께 성진을 습격했다.

당황한 송하린이 권룡을 놓아주는 것을 기대하며.

하지만, 송하린은 돌아보지 않고 차례차례 권룡의 사지를 조각냈다.

파지이익!

남은 팔을 날려 버리자 권룡은 반항조차 못 했다.

오히려 그 모습에 손발이 어지러워진 건 장룡과 곤황이었다.

곤황이 강기의 폭풍으로 성진을 공격했다.

이틈을 타 장룡은 성진을 쓰러트릴 큰 기술을 준비했다.

순식간에 전투의 흐름을 판단한 성진은 탄력의 호흡으로 예비했다.

후우.

빛이 흘러나오는 그의 눈은 곤황의 강기가 어떻게 쇄도해 오는지 잡아냈고, 그 힘을 봉을 휘둘러 배가 시켜 튕겨 냈다.

방향은 엉뚱하게도 장룡.

“헛!”

장룡은 서둘러 준비한 기술을 뿌렸다.

혈세천하(血世天下).

장룡도 만만한 존재가 아님을 이 힘으로 증명했다.

팔이 저릿했지만, 곤황의 경력을 상쇄시켰다.

그러나 곤황과 장룡 둘 다 수를 낭비했다.

다음은 성진의 차례다.

곤황이 소리쳤다.

“피해라!”

피하지 못했다.

쌔에엥!

성진의 봉이 일직선으로 잔영을 남기며 장룡에게 쏘아졌다.

“헉!”

콰아앙!

폭발하는 소음과 함께 봉을 후려치려던 장룡의 팔이 터졌고 봉에 꿰뚫린 채로 벽으로 날아가 부딪혔다.

곤황도 무방비한 것은 마찬가지.

큰 기술을 사용했으니 각오했어야 하는 일이다.

이들에게 다음은 없다.

성진은 줄곧 틈을 보던 기술을 사용했다.

역천의 호흡, 아수라(阿修羅).

“커허억!”

곤황의 입과 코, 귀에서 하얀 불길이 치솟았다.

성진은 양손에 막대한 힘을 담아 곤황의 가슴팍에 쌍장을 후려쳤다.

콰자작!

곤황이 충격으로 구공(九孔)에서 피를 뿜었다.

옷을 피로 적신 그는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성진이 쓰러진 그에게 다가가 머리를 부쉈다.

콰직!

곤황의 숨을 끊고, 꿈틀대는 장룡에게 다가갔다.

“자, 잠깐…….”

퍼억!

성진이 뒤를 돌아보자 송하린도 권룡을 마무리하고 가까이 오고 있었다.

권룡은 다른 이들보다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어떻습니까, 형님. 흑괴도 쓸 만하지요?”

“……물건은 다 찾은 겁니까?”

그녀가 아쉬운 듯이 대답했다.

“예, 아쉽게도.”

“아쉽다고요?”

“이제 형님과 헤어져야 하지 않습니까? 아우는 그 사실이 슬픕니다.”

송하린이 히죽 웃었다.

그녀는 터덜터덜 걸어 미궁 밖으로 성진과 빠져나갔다.

강오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긴 거냐! 도망치는 거냐?”

“이겼고 똥자루는 도망쳐야 할 것이요.”

“왜, 왜?”

“감히 우리를 버리고 도망쳤소?”

강오가 송하린에게 붙잡혀 모진 고초를 당할 때 채팅 창은 그녀와 성진의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저…… 그래서 말인데, 형님.”

강오를 쓰러트리고 돌아온 그녀가 성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문 앞까지만 바래다 주십시오. 아우가 워낙 낯을 가려서……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송하린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근처에 있다고 하니 그녀와 함께 걸었다.

“형님, 우리는 왜 스칸다에 오게 된 걸까요?”

“글쎄요…….”

“저는 이제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려 합니다. 여태 사고만 쳤지만, 앞으로는 형님에게 도움이 될 생각이니 개봉박두!”

“확실합니까?”

“아뇨, 불확실합니다.”

“그럴 것 같았습니다.”

-당연한 것은 없다.

-송하린이 강해지면 사고를 크게 칠 뿐이다.

-후에에에에엥 ㅠㅠ 헤어지지 마라~

그녀의 안색은 어두웠다.

무언가 생각할 게 있는 것 같았다.

“다 왔습니다, 똥자루!”

“왜.”

“당신은 남으시오.”

“왜, 내가?”

“여기 사람들은 산채를 먹어 밥이 맛대가리가 없소. 당신이 있어야 하오.”

“허! 그런데 대우를 이렇게 해?”

“내가 있는 세계에서는 나름 괜찮은 대우인데…….”

도란도란 떠드는 사이 이상한 장소에 도착했다.

신령스러운 분위기가 감돌고 안개가 짙게 깔렸다.

강오가 뇌까렸다.

“진이군.”

-칫, 결계인가…….

안개를 헤치고 누군가 나타났다.

“너, 초모인가 하는 놈 아닌가?”

“어라, 그런 것 같은데? 이오란에서 본 놈이잖아?”

음양쌍마(陰陽雙魔).

그들도 월인이었다.

그들의 눈은 유리알처럼 투명했다.

송하린이 그들을 보고 말했다.

“앗, 월인의 붉은빛이 이렇게 희미하다니…… 그동안 꽤 업을 쌓았구나.”

그녀의 말에 두 시선이 향했다.

“소, 송하린?”

“돌아왔다고?”

그녀가 씨익 웃고 월령환을 낀 손을 내밀었다.

“나 왔어. 문 열어.”

음양쌍마가 서로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들어갈 수 있는 건 너와 1명뿐이다.”

“똥자루랑 들어갈게.”

“괜찮겠나? 한눈에 봐도 강한 건 그쪽의 모험가 나리일 텐데.”

“형님은 바쁘셔. 내 일은 내가 해야지.”

“출입을 허한다. 따라오도록.”

“아싸.”

송하린과의 작별이 찾아왔다.

그녀는 성진에게 당부했다.

“형님, 제가 들어가는 곳은 커뮤니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향을 받으십시오.”

싱그러운 향이 나는 향초 주머니였다.

이것도 삭월에서 얻은 것 중 하나였다.

“이 향만 찾아 만 리를 날아가는 새가 있습니다. 제 소식은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냥 와서 채팅 치면 되잖아?

-그러게? 멍청이신가?

송하린이 시청자에게 싸늘하게 대꾸했다.

“이편이 멋있잖아. 그래서 님들은 등급이?”

-커, 커흠…… 날씨가 참 좋군.

-미세먼지 경보인데?

-고등어 구워서 그래.

송하린은 성진의 손을 꼭 잡았다가 놓았다.

“형님, 또 만날 겁니다. 아주 이른 시일 내에.”

“알겠습니다.”

“부디 보중하시길.”

“잘 지내세요.”

성진은 머뭇거림 없이 떠났고, 송하린도 뒤돌아 음양쌍마를 따라 이동했다.

“우리 형님 매정하신 것 같지 않소?”

“그래도 저 목석이 많이 유쾌해진 거지.”

“하하…… 그렇긴 하지.”

송하린 일행은 산비탈을 한참을 올라갔다.

강오가 불평했다.

“허억…… 허억…… 뭐가 이렇게 높아?”

“진 때문에 높이를 제대로 가늠하기 힘들어서 그렇소.”

“얼마나 높은데?”

송하린이 답했다.

“이 산은 동부에서 가장 높은 산이요.”

“말도 안 돼!”

“돼.”

강오가 못 가겠다고 떼를 쓰자 그녀가 그를 업고 산을 올랐다.

하루가 지나고, 산의 중턱에 온 것인지 아직도 초입인지 가늠이 안 되었다.

음양쌍마가 잠시 쉬어 가자고 하며 자리를 잡았다.

강오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생긴 것과는 달리 인정머리는 있는 놈들이었군.”

송하린은 산을 보며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는 듯, 가만히 웅장한 산세를 눈에 담고 있었다.

음양쌍마가 다가와 그녀의 손에 서신을 넘겨주었다.

“이게 뭐야?”

“어르신께서 네게 남긴 말이다. 원본은 주거 구역에 있지만, 이미 50년은 지났으니 필사본도 하나씩 가지고 있지.”

“나한테 한 얘기를 왜 너희들이 봐? 죽을래?”

“시간이 그만큼 지났으니까. 월인들이 그분께 기댔는데도 너에게만 말을 남기셨으니 궁금했겠지.”

그녀가 서신을 펼쳤다.

곧은 글자.

담백한 말투.

그녀의 사부는 첫 어두부터 송하린이 아는 그 사람이었다.

-썩을 년.

“이 영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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