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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118화 (118/222)

# 118

118화

세 자루의 향은 타다 만 채로 꺼졌고 물동이는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컥…… 커헉…….”

“푸하악…….”

곳곳에서 신음이 난무했다.

비명이 들리지 않는 이유는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 소리칠 만한 기운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 코에서 검붉은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이 잔혹한 일을 벌인 자들은 사슴 가죽으로 만든 특수한 복면을 쓰고 차분하게 사태를 관망했다.

“조청과 악전에게 접근하지 마라! 아직 기운이 남아 있다!”

“크흘흘…… 이 노인네들이 무엇이 무섭다고 그리 진을 빼시나?”

“들어오거라, 악한 이들아.”

이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는 대답하지 않고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그저 노랗게 번들거리는 눈으로 죽어 가는 이황의 남은 시간을 가늠하고 있었다.

악전이 조청에게 속삭였다.

“푸헉……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크크큭…… 동부의 은원은 그리 가볍지 않던가. 아무래도 혈교 놈들인 모양이야.”

“이제 시야가 흐릿해져서 잘 보이지도 않는군. 앞으로 세 수 정도는 발악할 수 있다…….”

“세 수로는 어림도 없다, 악전아. 그래도 네가 나보다는 낫구나. 나는 앞으로 한 수다.”

“그러게 평소에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야지.”

“오늘이 은퇴하는 날이었던 것 잊었나?”

클…….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악전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때, 앞으로 한 수만 남았다던 조청이 악전의 앞을 막아섰다.

“가는 길에 선물을 주마. 1명이라도 살아서 손자 재롱은 봐야지.”

“조, 조청…….”

“후우웁……. 하!”

사아아악.

핏빛 강기가 마지막을 예고하듯이 조청의 몸을 휘감았다.

그 기운이 맹렬하게 휘돌수록 조청의 안색은 시커멓게 죽어 갔다.

“조청!”

악전은 조청의 사람됨을 꾸짖었었지만, 마음으로는 그란 사람을 좋아했다.

“독흉(毒凶)! 가소롭다! 참으로 가소로워! 이리 와서 이 조청의 한 수를 받아 내 보아라!”

조청과 악전, 수많은 수라장(修羅場)을 함께 해쳐 온 둘이다.

그렇기 때문에 악전은 지금 조청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곧바로 알아챘다.

아마 곧 신호가 떨어질 것이다.

핏빛 강기가 움직임을 멈췄다.

조청의 입에서 천둥 같은 음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

촤아악!

기분 나쁠 정도로 끈적이는 기운이 조청에게서 빠져나와 독흉에게 쇄도했다.

그가 자랑하는 혈수장(血手掌)이었다.

정통으로 얻어맞는다면 반드시 한 줌 핏물이 되고 만다는 수법이다.

화아아아악.

하지만, 그 기운은 독흉이 마주 뻗은 손에서 흘러나온 기운에 해소되었다.

“무슨…… 커헉…….”

진기를 운용한 탓인지 조청이 허물어졌다.

독흉은 바닥을 꿈틀거리는 조청에게 관심이 없었다.

악전이 사라졌다.

“귀찮은 짓을…….”

독흉이 몸을 날려 악전이 도망친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가 갈림길을 도는 순간, 섬전 같은 공격이 파고들어 왔다.

“훕! 위험!”

카앙!

독흉이 공격을 장포를 휘둘러 쳐 냈다.

손이 얼얼한 것이 담긴 힘이 어마어마했다.

“창황, 도망친 것이 아니었나?”

“도망은 무슨…… 내 창을 가지러 간 것이다.”

“늙은이가 기세는 좋군.”

“말 시키지 말아라…… 앞으로…… 두 수.”

창황의 기세가 일변했다.

사람 좋던 노인은 흉포한 신장(神將)이 되어 돌진했다.

첫 번째 수.

백호노성(白虎怒聲)

콰아아아앙!

창이 담벼락을 부쉈는데도 기세가 줄지 않고 독흉을 노렸다.

심판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독흉도 만만치 않았다.

어둡고 축축한 강기를 휘감은 장포가 악전의 창을 감쌌다.

소매를 찢고 팔도 분쇄할 것이 분명할 텐데, 일어난 일은 정반대였다.

쩡!

창날이 장포에 막힌 것도 모자라 군데군데 녹았다.

독에 당한 창황은 독흉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늙은이, 이 정도인가?”

독흉이 싸늘한 조소를 날리면서 창황의 안색을 살폈다.

그리고 일순간 공포를 느꼈다.

‘멈추지 않는다고?’

“노오옴!”

두 번째 수.

창천백해(蒼天百海).

창의 첨단이 파편으로 흩어지며 사선으로 허공을 찢었다.

촤아악!

“크아아악!”

“크크큭…… 마지막으로 네놈 팔 하나는 가져가겠다…….”

만족한다는 듯이 바닥에 허물어져 비웃는 악전.

독흉은 잘린 팔의 단면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 네가…… 네가…….”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먼저 간 친구들도 억울했을 테니까…… 그래도 한 방은 먹였군.”

악전의 표정이 일그러진 건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독흉의 얼굴에 힘줄들이 돋아나고 눈에서는 피가 흘렀다.

“크아아아아!”

우직, 우지직.

“말도…… 안 돼.”

“크흐흐…… 늙은이, 찰나의 승리는 만끽했나?”

“그 저주받은 힘…… 혈교 놈이었군…….”

“함부로 신교를 입에 올리지 마라. 그럼, 충분히 놀아 준 것 같으니…….”

악전은 눈을 감지 않았다.

죽는 순간까지도 당당하게 살기로 다짐했다.

두려움은 잠깐이었다.

독흉의 일장(一掌)이 머리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손바닥이 머리를 후려치거나 터트리는 일 따위는 없었다.

까아앙!

독흉이 뒤로 훌쩍 물러났다.

“넌 뭐냐?”

검은 옷을 입은 무인이 도를 휘둘러 독흉의 손을 걷어 냈다.

독흉의 공격을 걷어 냈다면 그 충격도 견뎌 냈다는 것인데, 검은 무인은 태연했다.

“밥값이 너무 비싸잖아.”

악전은 흐릿해져 가는 눈으로 그 무인이 누군지를 알아내려 했다.

어딘지 그리운 목소리와 행동거지, 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흑괴가 왔다, 망할 쇠고집아.”

“쇠…… 고집…….”

천하의 악전을 쇠고집이라 비하하는 이는 단 1명뿐이다.

아니, 1명뿐이었었다.

“거짓말…… 송하린…….”

“아닌데요? 흑괸데요?”

흑괴가 독흉의 장법을 적절하게 툭툭 끊어 저지했다.

까앙!

독흉이 물었다.

“너는 누구냐?”

“천하의 흑괴를 모르다니. 이걸 어쩌나? 그것이 네 운이 다했음을 말해 주는 것 같구나.”

“고수군.”

“하수라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하긴 했지.”

독흉은 초조했다.

질 것 같아서가 아니다.

맹과 이황의 지원군이 당도하기 전, 남은 시간 동안 흑괴를 제압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전력을 다한다면 이른 결착을 기대해 봄 직했지만, 변수를 차단하고 싶었다.

상대가 자신의 손을 피해 이리저리 훼방만 놓는다면 골치 아플 것이다.

“어쩔 수 없나.”

“응? 도주하려는 거요?”

“그럴 리가.”

삐이이이이!

입술을 한차례 깨문 독흉이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소음을 만들었다.

“이제 곧 내 수하들이 당도할 것이다.”

“엥? 그럴 리가 없는데.”

“뭐?”

“그쪽엔 내 형님이 갔소. 아마 지금쯤 올 것이요.”

“그게 무슨 소리냐?”

“당신 수하들은 못 올 거고, 와도 온전치 않을 거란 말이요.”

“…….”

“우리 형님은 나보다 강하거든.”

독흉이 기다리던 수하들은 오지 않았다.

대신, 더 믿음직한 이가 왔다.

“세교! 지원해라!”

검흉(劍凶) 세교.

문제가 생기면 지원하기로 약속하고 따라온 인물이다.

귀찮은 일은 독흉에게 전부 떠넘기겠다는 심보였지만, 그의 실력은 확실했기에 독흉도 수긍했었다.

그가 왔다.

“세교!”

“닥쳐! 내 꼴을 좀 봐라!”

“팔이…….”

우득, 우드득.

“하아…… 하아…….”

세교는 왼팔을 잃은 상태였다.

그마저도 힘겹게 재생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몇 번의 재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리가…… 네가 왜…….”

“멍청한 놈! 맹의 함정이다!”

“뭐?”

“방문객 중에 이런 고수가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 빌어먹을! 내부 행사장에 있었으면 네 독이 들었을 텐데…….”

담벼락을 넘어 새하얀 사람이 내려섰다.

찬란한 빛을 발하는 신인(神人)처럼 보이는 남자.

창황 악전은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려 애썼다.

‘이들은…….’

흑괴가 소리쳤다.

“형님! 늦었잖습니까! 아우가 저 음흉한 놈한테 당할 뻔했습니다.”

“행사장의 인원들을 회복시키느라 그랬습니다.”

“이런! 빨리 말씀하시지! 저만 나쁜 년이 됐잖습니까?”

“……맞지 않습니까?”

“저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계시는군요. 실례입니다, 형님. 살쪘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해 주는 게 국룰입니다.”

흑괴가 독흉과 검흉을 쳐다보며 백괴에게 속삭였다.

“형님, 이때입니다. 저 늙은이랑 저기서 지켜보는 불백 놈이 맹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니 우리의 멋짐을 뽐내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요?”

“당연한 말씀을! 우리가 무엇을 하던 빚을 지워 두기에 아주 훌륭한 상황입니다. 시작하죠.”

“하아…….”

백괴가 팔짱을 끼고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렸다.

그의 뒤에 선 흑괴 또한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백괴의 덩치가 더 컸기에 흑괴는 보이지 않았다.

흑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고한 피가 흘렀다. 너희의 죄는 하늘이 모르고 땅이 몰라도 우리가 알았다. 그것으로 너희의 최후는 결정되었다.”

“무슨 개소리를 늘어놓는 거냐?”

“우리는 도리가 땅에 떨어진 동부의 상황을 보다 못한 하늘이 내린 규격 외 심판자들. 동부의 베스! 동부의 황소개구리! 주머니에서 승리를 꺼내는 도라에몽! 그 이름 흑괴! 그 이름 백괴! 기억해라! 너희를 멸할 그 이름, 흑백쌍괴를!”

말을 마친 흑괴가 백괴의 벌린 다리 밑으로 앞구르기를 하고 나와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양팔을 넓게 벌렸다.

“나님들 등장!”

“…….”

송백이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다 홀린 듯이 박수를 칠 뻔했다.

독흉이 검흉 세교에게 물었다.

“상황이 어찌 된 거냐?”

“보면 모르나? 네가 여기서 저 검은 놈과 싸울 때 본 행사장 인원이 전멸했다.”

“뭐? 그동안 너는 뭘 하고…….”

“다섯 번.”

“다섯 번? 그게 무슨 말이냐?”

“다섯 번 패배했다. 팔, 다리, 내장까지. 머리만큼은 지켰지만, 도망치는 게 고작이었다.”

꿀꺽.

독흉이 침을 삼켰다.

세교가 그에게 말했다.

“가진 재주를 전부 보여라. 어차피 저들을 죽이지 않는 이상 이곳에서 살아나가기는 힘들다.”

독흉과 검흉이 자세를 잡았다.

흑백쌍괴가 그들을 향해 쇄도했다.

***

“흐하하하! 형님, 저는 잔 실수가 많습니다.”

“네?”

“당황하지 마시라는 얘깁니다.”

송하린의 도가 견제의 의미를 담아 횡으로 그어졌다.

카앙!

검흉의 강기가 송하린의 힘보다 더한 반탄력을 담아 도를 되돌려 보냈다. 이어지는 독흉의 출수(出手).

우장이 송하린의 가슴팍을 노리고 쏘아졌다.

하지만, 송하린의 겨드랑이 밑으로 성진의 오른손이 삐죽 튀어나왔다.

독흉은 쾌재를 불렀다.

장법으로 자신과 겨루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으므로.

“녹아라!”

콰직!

“어어…… 끄윽…….”

잠시 독흉의 시야가 암전됐다.

장법에서 오히려 손해를 봤다.

‘이건 말도 안 돼!’

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다.

어느새 당황은 자취를 감췄다.

그의 품에서 세 자루의 비수가 뽑혀 나와 흑백쌍괴를 노렸다.

송하린이 몸을 뒤집어 발로 비수들을 찼다.

탁! 타탓!

공중에서 회전하며 날아오는 물체를 발로 차 내는 테크닉에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검흉의 사선으로 떨어지는 검이 성진의 봉에 튕겨 나왔다.

퉁!

“크윽…….”

검흉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독흉의 쌍장(雙掌).

송하린이 도를 휘둘러 그의 강기를 후려쳤다.

콰앙!

도가 휘청거렸다.

아직 심상이 회복되지 않은 그녀는 힘과 힘이 부딪힐 때마다 힘겨워했다.

검흉이 그것을 노리고 검을 찔렀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할 새도 없는 급박한 전투였으므로.

“어딜!”

송하린이 도를 당겨와 도신(刀身)으로 검공을 받아 냈다.

쩡!

푸스스.

하지만, 그 여파로 도가 깨져 부서졌다.

그녀는 손잡이를 그대로 놓아 버리고 장법으로 전환했다.

“고무고무 총난타!”

투두두둑!

“크아아악!”

북 두들기는 소리가 독흉의 가슴팍에서 들려왔다.

원래 기술의 이름은 연환벽력장(連環霹靂掌)이었지만, 그녀는 제멋대로 부르곤 했다.

성진의 볼이 부풀고, 봉이 뒤로 젖혀졌다가 앞으로 쏘아졌다.

“흐아압!”

콰지지직!

대봉이 독흉의 가슴을 꿰뚫고 벽에 처박혔다.

검흉은 차마 방금 공격을 막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후속 공격이 이어지지 않도록 견제할 뿐이었다.

“커허어억!”

독흉이 검은 피를 코와 입에서 쏟아 냈다.

재생이 가능해도 치명적인 공격에 당하면 저런 반응을 보였다.

송백과 악전이 파리한 안색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송백 또한 내부가 진탕되어 홀로 몸을 추스르기도 힘들어 보였다.

“대체…… 이흉이 밀린다고?”

“흑백쌍괴…….”

검흉이 주춤주춤 물러나 독흉을 돌봤다.

흑백쌍괴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독흉이 검흉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검흉이 고개를 끄덕이고 사슴 가죽으로 된 가면을 뒤집어썼다.

우득, 우드득.

독흉의 뻥 뚫렸던 가슴이 재생되었다.

성진은 시조를 상대하던 기억이 떠올라 불쾌했다.

반면 송하린은 그 모습을 보고 신기해했다.

“히야, 신기하네. 진짜 혈교 놈들이었잖아?”

“도를 잃어서 어떡합니까?”

“권장지각도 나름 자신 있는 분야입니다, 형님. 아우는 신경 쓰지 마시고 마음껏 두들겨 패세요.”

독흉의 장포가 부풀었다.

“모조리 죽어라, 괴물 같은 자식들.”

푸스으으으.

연기는 확산하지 않고 성진과 송하린을 에워쌌다.

마치 회오리처럼 성진과 송하린을 가운데 두고 회전하는 연기.

연기의 색은 검붉었다.

“독입니다, 동생. 숨 참아요.”

“흡.”

“생각이 있으니 잠시만 버티세요.”

이흉의 공격이 시작됐다.

독무(毒霧)를 뚫고 검이 튀어나왔다.

깡!

송하린이 검신을 걷어찼다.

다음엔 장풍이 몰아쳤다.

텅! 터덩!

성진의 양손이 바삐 움직였다.

상대는 이 독무에서 자유롭게 움직였고, 자신과 송하린은 엉거주춤 몇 걸음 움직이지도 못했다.

지는 싸움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었다.

지금은,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송하린의 목에 식은땀이 흘렀다.

숨을 참은 상태로 오랫동안 교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직…….’

손이 뻗어왔고, 검이 찔러 왔다.

모두 급소와 막기 어려운 곳을 노리는 공격이었다.

송하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상대의 공격이 악독해져서 표적을 그녀로 한정했다.

‘지금!’

성진이 검을 찔러 오는 검흉의 손목을 벼락같이 잡아채고 품으로 당겼다.

“큭…….”

검흉은 끌려오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성진의 괴력은 인간을 초월했다.

성진이 별안간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입과 코로 독무가 빨려 들어갔다.

독흉이 쾌재를 불렀다.

“세교! 지금이다!”

성진은 오른발을 차올려 독흉을 견제했다.

독흉이 양손으로 성진의 발을 튕겨 냈다.

“지금…… 세교…….”

독무가 사라진 전장은 참혹했다.

검흉은 성진에게 붙잡힌 채로 부들부들 떨어 댔다.

성진의 입에서 시꺼먼 독무가 뿜어져 나와 그를 녹이는 중이었다.

후우우욱…….

“꺽…… 꺼억…….”

“세교! 컥!”

콰직!

송하린의 벽력권이 독흉의 가슴을 다시 한번 뚫었다.

그녀가 참았던 숨을 토해 냈다.

“푸하아! 숨 참기 최고 기록 경신!”

검흉은 더 이상 재생하지 못했고, 독흉은 가슴이 뻥 뚫린 채로 쓰러졌다.

그의 상처가 재생되고 있긴 했지만, 전투의 시작과는 달리 매우 천천히 재생되었다.

독흉은 의식을 잃었다.

성진이 회복시킨 무인 중 몇과 의식을 찾은 사람들이 이 광경을 목격했다.

어느새 인파가 모여들고 있었다.

“이, 이흉이…….”

“독흉과 검흉이…….”

“이렇게 죽었다고?”

“저들은 누구야?”

송하린이 성진을 돌아봤다.

“믿었소, 형님.”

“독흉은 살아 있습니까?”

“다행히도. 뭐, 이자에게서 뭔가를 캐내는 건 우리가 아니라 저 말짱 황 놈들이니까. 형님, 조청은 살았습니까?”

“예, 하지만 아직 깨어나진 못했습니다.”

“깨어날 겁니다. 그렇게 죽을 놈이 아닙니다.”

***

‘아 백괴 형님’ 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 좀 닦으세요. ㅋㅋ 입 냄새로 사람도 죽이겠네. ……어? 죽였다고?]

-그런데 짜잔! 죽였습니다!

-폐활량 무엇. ㅋㅋ

-호흡의 응용.ver 지렸다.

-독무의 맛은 안정적이야.

‘현 시각 이흉 상황’ 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합공도 안 되고 독무도 안 되고…… 이 안에 흑백쌍괴가 있다는 게 내 결론이다!]

-정답!

-와 근데 빨무 2 : 2 개지렸다. ㅋㅋㅋ

-근데 흉이랑 귀랑 차이 크게 나네. ㄷㄷ

-귀는 바로 진동 모드 들어가고 흉은 좀 버티더라.

‘악성 우결충’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송하린…… 초모…… 그렇게 사랑은 시작되었다.]

-억결충 쳐 내. ㅡㅡ

-설레는 키 차이…… 우리, 시작인 걸까?

-너네, 토악질이 나오는 걸까?

-누가 봐도 햇님달님 오누이죠. ㅋㅋ

시청자들이 전투 영상을 따서 여기저기로 퍼 나르는 사이, 성진과 송하린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후우…… 다행히 주방에 음식이 남아서 다행입니다, 형님.”

“그렇게 먹으면 살 안 찝니까?”

“살이 찌다니요? 다만, 세상이 조금 좁아질 뿐입니다.”

-궤변의 달인. 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철학적이고 뭔가 쓰레기 같아. ㅋㅋㅋ

-멍청한 자가 신념을 가지면 무서운 법…….

-저래놓고 살 안 찌는 거 좀 에바긴 해.

밖은 흑백쌍괴의 모습을 보겠다고 사람들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흑백! 흑백쌍괴 안에 있지 않나요?”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해요!”

“맹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어날 동안 뭐한 거죠? 찬봉이 맹의 설립에 크게 기여했음을 잊은 건가요?”

“흑백쌍괴가 맹 소속이라는 말도 있던데?”

“어떻게 이황 어르신의 경사스러운 날에 이런 일이!”

이들이 있는 곳까지 들려올 정도였으니 문을 막고 있는 무인들이 얼마나 고역일지 상상이 되었다.

똑…… 똑.

망설임이 깃든 손 기척.

“형님, 말짱 황 놈이 왔나 봅니다.”

“들어가도 되겠소?”

“들어오십시오.”

“……감사하오.”

끼익.

따로 연결된 문을 통해 들어온 창황 악전.

흑백쌍괴는 식탁에 앉은 채로 그를 맞이했다.

악전이 포권했다.

“조청은 의식은 있으나 거동하기에는 불편합니다. 두 귀인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괜찮습니다.”

“모두 두 분의 덕입니다. 이 악전, 평생토록 이렇게 곤궁한 적이 없습니다. 무지한 저에게 보답할 방법을 일러 주시겠습니까?”

“그것 또한 괜찮습니다.”

성진이 답하자 송하린이 발끈했다.

“형님! 전낭도 없으신 분이 가오는 왜 잡으십니까! 돈 달라고 해야지요!”

“동생…….”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ㅋㅋ

-큿소ㅋㅋ 둘 다 없지비.

-흑백쌍괴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넘치는 식탐뿐.

송하린은 평소보다 더 과하게 대응했다.

“저놈한테 더 뜯어내야…….”

“돈이 필요하십니까?”

그녀가 그 질문에는 똑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침묵한 뒤 다시 답을 내놓았다.

“……아니. 필요 없소이다.”

갑자기 악전이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돈 필요 없다니까?”

“하린아…… 미안하구나.”

“…….”

흑괴가 가면을 벗었다.

이마에 용각인이 새겨진 아름다운 여인이 냉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엇이?”

“정말 너구나…… 이럴 수가.”

“무엇이?”

“네 사부님과 너에게 했던 행동들 전부, 어렸기에 또 어설픈 신념이 있었기에 했던 행동들이다. 하지만, 회피할 생각은 없다. 그 또한 나였으니까.”

“멍청한 자식…….”

“네 사부님은 대단하신 분이었다. 나는 그분께 큰 잘못을 저질렀다…….”

-추악한 혈통! 너희 족속들은 이 세상에 재앙을 가져올 뿐이다! 내 창이 너희를 지켜보리라!

그가 과거에 했던 행동들이 송하린에게 기억으로 되돌아왔다.

악전에게는 50년 전의 낡은 기억이지만 송하린에겐 불과 몇 년 전이다.

당시 악전은 송하린과 그의 사부의 행보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고, 막아섰다.

-무슨 속셈이 있겠지! 힘을 모으자니? 어쩌면 마왕(魔王)과 한통속일지도 모르는 너희들과?

결국, 맹과의 협상은 진전 없이 끝이 났고, 마왕은 토벌되었다.

맹도 지혜의 고리도, 50년 전 영웅들도 아니었던 이들에게.

“네 사부님은 대단하신 분이었다.”

“뭔가 잘못 알고 있나 본데, 마왕을 토벌한 건 영감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함께였다.”

“아무튼, 그곳에 맹과 나는 없었다.”

-씨바 뭐야! 마왕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머여? 송하린은 마왕 누가 잡았는지 알고 있어?

-유저 아니었어?

-뭔데!!! 빨리 말해 할배야!

악전이 무릎을 꿇었다.

“늘 너와 네 사부님에게 속죄하고 싶었다…….”

“영감 소식은 나도 모른다.”

“그렇구나…… 송하린, 날 용서해 줄 수 있을까? 과거의 나는 틀렸다.”

“알긴 아는군. 아무렴, 우리 영감님이 틀리지는 않았을 테니까.”

송하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시한 얘기는 집어치우자고, 나는 송하린이 아니다. 흑백쌍괴의 흑괴다. 너를 용서할 생각은 없다. 앞으로도 지지고 볶고 해 보자고.”

“……알았다.”

“그럼 이만! 흑백쌍괴는 바빠서!”

“가는 거냐? 맹에서 너희를 모셔 갈 것 같은데.”

“그것도 거절! 알아서 잘 해결해 줘!”

“여전히 천방지축이구나.”

“몰라, 이제 할아버지랑은 대화 안 할래. 세대 차이 나!”

송하린과 성진이 쪽문으로 빠져나왔다.

성진은 그녀가 씩씩거리기에 물었다.

“용서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까?”

그녀가 웃었다.

“용서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형님. 화가 나지 않았으니까요. 아마 저놈도 그것을 알 것입니다.”

“그랬군요.”

“형님, 뭔가 잊은 거 없습니까?”

“글쎄요…….”

“똥자루가 없잖습니까?”

“아, 맞다.”

강오가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만나기가 힘들어?”

“인기인의 삶은 그러하지. 매니저, 다음은 어디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통……. 아무튼, 이제 중간에 쉬어 갈 수 없어, 곧장 월광지대다.”

“백괴형님과의 행복한 여행의 종착지로군.”

또 말없이 걷는 일행.

성진은 아까 들은 얘기가 걸렸다.

‘마왕이라…….’

“동생.”

“형님, 아까 일을 물으시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녀가 한숨 쉬었다.

“이건 비밀인데…… 나 말고도 몇 명만 아는 얘긴데…….”

-우리한테만 얘기해 봐! 어차피 친구가 없어서 어디 가서 떠들어 댈 수가 없어!

-응응! 우리 십만 명에게만 얘기해 봐~ 비밀은 지켜 줄 게.

-아 진짜 ㅡㅡ 수금타임임? 돈 넣을 테니 젭라 말해 줘어…….

“말하기 힘든 내용입니까?”

“아뇨? 그냥 말할 필요 없는 내용이라 말하지 않았던 겁니다. 형님이 궁금하시다면 당연히 대답해야죠!”

송하린이 운을 뗐다.

“스칸다를 멸망시키려던 마왕을 처치한 건 제 사부님을 포함한 몇 명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일행 중에는 이방인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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