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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107화 (107/222)

# 107

107화

잭은 몸을 구르듯이 앞으로 기울여 뒤쪽에서 날아온 공격을 피했다.

쉬아악-!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난 후, 잭이 여태 누구에게 쫓긴 것인지 분명해졌다.

“웨어 울프···.”

“초모··· 나 배고파··· 힘없어.”

대충 오랫동안 굶주려서 싸울 기력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이제는 잭이 하는 말을 찰떡같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물러나 있어.”

“상대 많아. 도망치자.”

크르르···

어림잡아 머리통이 열 개는 넘게 보였다. 사방에서 으르렁거리는 게 잭에게 어지간히 약이 올랐나 보다.

성진은 뒤를 돌아 마차의 외관에 장착된 뭔가를 풀었다.

“초모 뭐해?”

“실험.”

“실험?”

- 먹힐까? ㅋㅋㅋ

- 먹혀야짘ㅋㅋ

성진이 시동어를 외웠다.

“자라나라 꽃들아.”

솨아아···

마법 호스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강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기세로 넓은 범위를 적시는 물줄기를 웨어울프 방향으로 옮겼다.

크아아아악!

치이이이익···

- 오! 되넼 됔ㅋㅋㅋㅋ

- 홀리워터다 이녀석들아ㅋㅋㅋ

- 성수발싸! ㅋㅋ

성진이 마차 한 대 분량에 싣고 온 것은 성수였다. 성수를 원예용 마법 호스와 연결해서 언데드에게 살포하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제목: 성수가 언데드에게 치명적일 겁니다.]

시든 꽃에 물을 주듯··· 우리 못된 어린이들에게도 분명 효과가 있을 거예요. 이걸 원예용 호스랑 연결해서 쓰신다면 음흐흐흫흫ㅎ흫

- 사악해! 사탄을 보았다!

- 초모가 웃는다! 손을 잡았다!

- 거래 – 성립!

- 아이디어 기금으로 밀수들의 칭찬을 드립니다

성수에 닿은 웨어울프는 살갗이 흐물거리며 매캐한 연기를 뿜었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일제히 달려들려고 하는 웨어울프들을 성진이 호스를 흔들어서 물줄기로 적셔주었다.

크르르르··· 크아악!

치이익···

끼에에엥!

웨어울프들은 한두 마리만 도망갔을 뿐, 나머지는 전부 성수에 정화되었다.

‘효과가 좋네.’

이거라면 약한 몬스터를 상대하느라 굳이 힘을 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마차를 지키는 다른 이가 호스를 쥐어도 될 것이고.

잭이 절뚝이며 다가와서 물었다.

“독?”

“성수야.”

“······.”

‘초철용’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늑대야, 나도 마차가 있다. 네가 이런 식으로 내 마차를 짓밟으면은 마 그때는 탱크가 되는 거야!]

- 사기잖아 ㅋㅋㅋ 왜 탱크를 끌고 숲에 기어들어 오는데ㅋㅋ

- 차장님! 부사수를 확보했습니다!

- 내가 스칸다에서 기계화 보병을 볼 줄이야 ㄷㄷ

잭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론 몸이 흐물거리면서 녹아내리는 광경은 공포를 유발하긴 했지만, 사람이라면 성수에 거부감을 느낄 리가 없는데 이상했다.

‘설마?’

성진이 잭에게 다가갔다.

“잭, 투구 벗어.”

“안돼. 초모.”

“감염됐지? 알아, 벗어.”

“······.”

잭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투구를 벗었다.

투구 안에 감춰두었던 얼굴이 드러났다.

“······.”

- 머야 존나 잘 생겼어;

- 안에서 밀수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왜 꽃미남이;

- 이런 애가 컨셉은 왜···

- 근데 감염됐네

잭은 적색의 머리칼과 하얀 피부를 가진 미남이었다.

하지만, 눈이 충혈됐고 슬쩍 보니 송곳니가 돌출되었다. 감염되었을 때의 증상이다.

성진이 잭의 양어깨에 손을 올리고 정화를 시전했다.

후우웅···

치이익···

“아아악!”

“참아.”

“아파! 으아악!”

- 어허! 관우는 독을 뽑으면서도 바둑을 두었다는데!

- 그거 아파서 바둑 대패했다던데 몇 수 물렀는대도 졌대

- 집에 가서 베개 붙잡고 울었대

송곳니가 들어가고 충혈된 눈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다. 잭은 고통이 끝나자 그대로 혼절했다.

“이런.”

마부석은 사람이 몇이든 앉을 정도로 넉넉했기 때문에 잭을 옆에 눕혔다. 마차는 다시 길을 떠났다.

- 바로 얘기를 못 듣겠네

- 어차피 계속 찾아야 함

수색은 그런대로 성과가 있었다. 거대한 박쥐에게 쫓기는 표범을 발견했다. 랜덤 드루이드 아키라였다.

“아키라!”

“초모! 도와줘!”

솨아아···

치이익···

살수차가 다시 한번 동원되자, 박쥐는 날개가 녹아내려 아키라의 발톱에 목이 잘렸다.

“허억··· 허억···.”

표범도 숨이 차는구나 싶었지만 일단 정화가 급선무였다. 선발대는 모두 감염됐다.

“제길··· 피독주가 소용이 없었어. 아마 다른··· 크아아아악!”

“정화 중이니 얘기는 다음에.”

아키라는 고문을 받는 것처럼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떨다가 축 늘어졌다. 성진은 잭의 옆에 표범을 포갰다.

- ㅋㅋㅋㅋ 이거 인신매매단이잖아

- 전혀 성스러워 보이지 않아!

- 얘기는 나중에. 문답무용! 고통이 먼저다!

대삼림은 안개에 휩싸여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었다. 조금 더 가서 요정 사냥꾼 리나와 마녀 이시스를 구했다. 리나는 셋이던 늑대를 둘이나 잃어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지만, 이시스는 옷이 조금 해졌을 뿐 쫓기고 있지는 않았다.

또, 리나는 감염된 반면 이시스는 감염되지 않았다.

리나가 마부석의 귀퉁이에 늘어져서 기절했다.

성진은 마부석에서 이시스와 대화를 나눴다.

“정말 오셨군요··· 정말 혼자서···.”

“이시스. 제게 편지를 보냈죠?”

“예. 제가 떠나던 날 사역마에게 맡겼죠.”

“뒤늦게 도착했습니다. 떠난 지 한참 지나서···.”

“예? 뭐, 뭔가 문제가 있었군요···.”

“어떻게 된 겁니까?”

“대삼림에 처음 들어설 때는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처음 보는 안개가 깔렸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일행이 모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더군요.”

- ㅇㅎ;; 일행 다 뿔뿔이 흩어졌나 보네

- 예상한 게 맞았네

성진은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우선, 진리의 수호자.

“진리의 수호자를 마주치지 못했습니까?”

“예? 그분들이 오셨나요? 마주친 적이 없어서···.”

그렇다면 진리의 수호자도 안개에 당했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곤란한 상황이겠군요.”

“대삼림은 뭔가 이상해요··· 아마 시조의 짓이겠죠.”

성진은 마탑의 정밀 분석 결과를 이시스에게 말해주었다. 이시스는 짐작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남작에게 대삼림 전역에 이런 안개를 뿌릴 마력은 없을 거예요.”

“그렇다는 얘기는 시조의 작위가 높을 수도 있다는 거겠군요.”

“예. 아마 자작··· 최악의 경우 백작···.”

“백작이라···.”

- 헐··· 백작 ㄷㄷ

- 백작도 이 탱크가 있다면 걱정 없다구!

- 걱정 있어 임마 ㅋㅋ 성수 뒤집어쓴다고 시조가 으억 나 죽어 하겠냐?

- 시조: 으억 나 죽어!

- 엥?

그때,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꼬르륵···

잭이 벌떡 일어났다.

“적인가!”

이시스가 부끄럽게 대답했다.

“제··· 제 뱃소리에요···.”

“휴. 다행.”

- 뭐가 다행이얔ㅋㅋㅋ

- 잭이 이시스 맥이넼ㅋ

- 배고픈가 본데

- 보급관님 출동할 시간이군!

성진은 마차를 멈췄다.

말들이 성진이 고삐를 늦추자 자연스럽게 멈추었다.

“말들도 휴식을 취해야 하니 쉬었다 갈까요?”

“무, 물론 그러면 좋지만, 적진의 한복판에서··· 제가 경계를 설까요?”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성진이 마차에서 내려 대봉을 바닥에 꽂았다.

성진의 주위로 신성력이 휘몰아쳤다.

후우우우웅···

우직··· 우지직···

“이게 무슨!”

“적이냐!”

또 벌떡 일어난 잭을 무시하고 성진은 하던 일을 마저 했다. 대지에서 나무가 솟아나 구조물을 만들었다.

가장 먼저 만든 것은 집이었다.

말끔한 외관의 나무집이 순식간에 지어지고 이어서 높은 울타리까지 만들어지자 훌륭한 전초기지가 탄생했다.

“···원소술? 저, 정령술?”

“비슷한 겁니다. 일단 환자들을 옮기죠.”

안으로 들어가니 침대도 완성되어 있었다.

성진은 그곳에 리나와 잭, 아키라를 옮겼다.

- 설계도를 달달 외우게 한 보람이 있군ㅋㅋㅋ

- 집단 지성이 생활의 편리를 이룩한다!

- 이제 여기에 난로만 있으면 딱인데···

- 난로가 어딨어 ㅋㅋ

- 있는데?

- 엥?

성진이 적재 물품을 적은 종이를 살펴보다가 마차를 뒤적여 식량과 난로를 꺼내왔다.

“이런 것도 가져오신 거예요?”

“···그러게요.”

마법적인 회로 장치가 되어있어 이시스가 마력을 부여하자 난로가 타올랐다. 금세 나무집이 훈훈해졌다.

“하아··· 꿈만 같네요. 어떻게 이런 것들을 가져오실 생각을 하신 거예요?”

“······.”

- 밀수들이 그냥 집어넣었어욬ㅋㅋㅋ

- 야! 아까 난로 몰래 집어넣은 놈 나와!

- 나다, 왜!

- 잘했다 이 녀석 ㅋㅋ(쓰담쓰담)

어째서 마차에 들어있는지 모를 취사도구로 간단한 스튜를 끓인 이시스가 성진에게 말했다.

“초모,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

“계획이라··· 일단 모두를 구해야죠.”

“확실히··· 마차가 있고 초모의 능력이 있으면 대삼림에서 파견대를 구하는 게 가능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하지만?”

“진리의 수호자는 어쩌죠?”

“그들도 구할 거냐는 얘기군요.”

이시스는 침울했다.

허기에 스튜로 배를 채우면서도 울상이었다.

“시조의 습성을 아시나요?”

“전혀요.”

“시조는 그 전투력보다 악독한 행동이 더 공포스러워요. 아마 진리의 수호자가 붙잡혔다면··· 그들을 본거지로 데려갔을 거예요.”

“데려가서 어쩔 생각이죠?”

“시조는 정신 마법의 대가이기도 하죠. 또, 그들의 피는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들어요. 진리의 수호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경우, 이미 우리의 적이 되었을 수도 있어요.”

잭이 이시스의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났다.

“스승님, 적 아니다.”

“모든 건 확실하지 않아요. 우리는 지금 괴물과 싸우러 왔어요, 잭.”

“그래도 스승님 적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래요, 나도 같은 마음이에요. 진리의 수호자와 싸우긴 싫으니까···.”

잭이 울상을 지으면서 스튜를 떠갔다. 슬픈 상황에서도 허기는 견디기 힘들어 보였다.

후릅···

“이거 맛있다. 만든 거 이시스야?”

“네, 제가 끓였어요.”

“제법. 등급은 호박, 요리는 남옥이다.”

“고마워요.”

-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지 ㅋㅋ

- 칭찬을 왜 등급으로 하는 건데

- 명확해서 좋구만 ㅋㅋ

리나와 아키라도 스튜를 챙겨 먹고 다시 휴식을 취했다. 잭이 난롯가에서 성진에게 물었다.

“초모, 호흡 알아?”

“모릅니다.”

“이상하다. 진짜 수도사 아니야?”

“예.”

“근데 왜 강해?”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해 대답을 회피했다.

- 흠··· 호흡?

- 할 줄 모르긴 한데···

삐익···

성진에게 쪽지가 도착했다.

[제목: 초모님, 이참에 호흡을 배워보는 건 어때요?]

마침 자율 특성도 얻었으니까 그걸 호흡으로 채우는 건 어떨까요? 호흡은 확장성이 매우 훌륭한 능력이에요. 제가 누구냐고요? 배나무 수도사랍니다~

‘배나무의 수도사?’

성진은 수도사라는 직업을 잘 모르고 앞에 왜 나무가 붙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알지 못했다면 이렇게 소란을 떨지 않았을 테니까.

- 헐; 배나무라고?

- 그 기인?

- 항마(降魔)의 수도사!

- 호흡의 달인! 잠수 시간 무려 10분!

- 그런 건 왜 말해 ㅋㅋ

성진은 슬쩍 밖으로 나와 물었다.

“호흡이 좋은 능력인가요?”

배나무 수도사의 닉네임은 ‘윽배가배가레이서’

「에···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지? 처음부터 설명해 드릴까요? 그럼 시청자들도 들을 텐데.」

- 걱정도 팔자람! 우리가 비밀로 해줄게요!

- 십만 명이 비밀로 할 테니 걱정 놓으셔!

- 십만 명만 알고 있을게!

- 와 ㅋㅋ 호흡의 정점에게 듣는 기초 이론!

레이서는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아주 기초부터 알려주었다.

「스칸다의 힘을 가장 큰 분류로 나누면 정(精), 기(氣), 신(神)이에요. 초모님의 경우는 신을 기반으로 하고 마법사나 기사 등 서부 출신들은 주로 정, 동부 출신의 무인들은 기를 기반으로 하죠. 이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능력들도 있긴 한데 보통 왕도(王道)는 아니에요.」

- 오 몰라쩡

- 이걸 왜 몰라. 튜토리얼 때 알려주는 걸

- 초모도 건너뛰었는데 왜 나한테 뭐라 그랭. 싸울래?

「호흡은 이 중에서도 기에 속하는 능력이에요.」

“기?”

- 기면 못 쓰는 거 아니야? 초모는 신 쪽이잖아?

- 진짜 스알못들 넘치는구나;

- 너만 알지 말고 좀 알려달랑게?

- 저분께서 설명해주시잖아 ㅎ

「정이든 기든 신이든, 무조건 한 능력만을 파고들지 않아도 돼요. 물론 그런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능력을 혼용해요. 예를 들어 정과 신을 혼용한 마녀, 정과 기를 혼용한 원소술사. 정, 기, 신을 두루 사용하는 정령술사 등등. 수도사는 이중에서도 기와 신을 사용합니다.」

“호흡은 어떻게 사용하죠?”

「기초적인 수준은 사원에서 배울 수 있지만 제가 알려드릴게요. 요체는 들숨이에요. 많이 들이쉬고 적게 내쉬세요. 그럼 숨이 남죠? 그 남은 숨에 속성을 부여하는 거예요.」

“속성이라면?”

「무거움, 가벼움, 단단함, 유연함, 빠름, 느림 등. 이런 능력은 모두 호흡의 한 종류에요. 부여하는 방법은 이미지.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리시면 돼요. 숙련된 수도사들은 이걸 순식간에, 그리고 적은 호흡으로 오랫동안 해내죠. 뭐 효능도 끝내주고요.」

- 호흡이다! 호흡으로 정했다!

- 근데 공백을 어떻게 호흡으로 바꾸지?

성진은 레이서가 하는 말을 이해했다.

‘많이 들이쉬고, 적게 내쉰다. 그리고 상상한다.’

후우···

흐으음···

후우우···

‘상상한다. 무엇을?’

단순하게 무거움과 가벼움, 빠름과 느림이라는 가치를 상상하는 건 어려웠다. 성진은 다른 수를 내었다.

‘무거운 건 뭐지? 빠른 건 뭐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다.

그러니 생각하기 쉽도록 단순하게 변형했다.

“무거운 건 철, 빠른 건 새.”

뭔가가 잡힐 듯이 어른거렸다.

“느린 건 거북이, 가벼운 건 깃털.”

-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 무거운 건 밀수!

- 이게 뭐야 ㅋㅋ

「당장에 깨우칠 수 있는 게 아닐 거에요. 특히 기초 과정을 스승 없이 깨우친다는 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성진의 호흡이 점차 변해갔다.

“무거운 건 철. 무거운 건 항아리. 무거운 건 책임감. 무거운 건··· 나.”

마침내, 호흡이 무거워졌다.

“무거운 건 나.”

쩌저적-!

성진이 딛고 있는 땅이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그가 이를 앙다물고 버텼다. 몸이 무겁다. 하지만 힘도 무겁다.

[이미지 : 공백이 이미지: 호흡으로 변환됩니다.]

[호흡에 적응합니다.]

[호흡의 지속시간이 늘어납니다.]

[호흡의 효용이 증가합니다.]

[호흡의 변화를 매끄럽게 유도합니다.]

「······」

- ······

- 적응 아직 있었누?

- 아 너 거기 있고 나 거기 있지 적응아?ㅋㅋ

「나 안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밑천 다 털렸누

- 초모 : 응 아직 안 갔어? ^^ 쿠쿠릌쿸라쿠카라차

- 신은 왜 초모를 낳고 배가레이서를 낳았는가

- 야, 야야. 우냐? 우냐고? ㅋㅋ 야! 얘들아 얘 운다!

호흡은 신비로웠다.

어째서 잭이 허술한 움직임에도 진주 등급 모험가인지 알 것 같았다. 아마 호흡이 그 단점을 가렸을 것이다.

“초모, 거짓말했다.”

“···초모님? 수도사였어요?”

성진이 뒤를 돌아보자 잭과 일행이 나와 있었다.

아마 호흡을 깨우칠 때 바닥을 깨부순 충격이 그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다.

괜히 머쓱해져 수련을 멈췄다.

“왜 알면서 모른척 했어?”

“······.”

- 몰랐는데 알았습니다

- 아 이런 거구나 ㅋㅋ 이제 알았네, 쉽네요?

- 니 호흡 쩔더라? 풉키풉키

성진이 짐을 챙겼다.

이런 대화는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출발하죠.”

****

“영역에 쥐새끼가 기어들어 왔습니다.”

“······.”

“아직 초입이라 큰 피해는 없습니다만, 먹잇감을 몇 마리 놓쳤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웅장한 흑색 고성(古城).

그 크기와 걸맞게 내부는 호화로웠다.

하지만, 그만큼 음침하기도 했다.

달빛도 스며들지 않았고 조명이라고 틀어진 것은 불빛에 매가리가 없었다.

천이 깔린 나무 의자에 앉은 사내는 귀족의 복장을 하고 각이 진 중절모를 썼다.

그의 앞으로 기괴한 생김새의 인영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

“명을!”

푸화악-!

“컥···.”

방금 외친 인영의 목이 잘려 나갔다.

소름 끼치는 상황이 펼쳐졌다.

남은 몸이 잘린 머리를 다시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살점이 자라나 머리가 다시 몸과 연결되었다.

“시끄럽구나···. 내 성에서 목소리를 높이지 말라.”

“죄송합니다···.”

“제게 맡겨주세요. 각하. 쥐새끼와 도망치는 놈들에게 달콤한 죽음을 선사하겠어요.”

남자에게 말한 것은 몸을 배배 꼬는 여인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 마치 조각처럼 아름다웠다. 하지만 동시에 정체모를 불길함도 있었다.

그녀는 몽마(夢魔) 시엘라.

달콤한 꿈을 선사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한 채로 인간을 도륙하는 마귀였다.

남자가 여인을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서라, 시엘라.”

“예, 바자르님.”

그녀는 떠나면서 말을 남겼다.

“시엘라는 백작님의 뜻을 반드시 이루겠어요.”

바자르 백작.

대삼림에 암운을 드리운 시조는 남작도 아니고 자작도 아니었다.

“때가 왔다. 그분께서 깊은 잠에서 깨어나실 때가.”

****

딸랑··· 딸랑···

성진이 종을 울리고 나머지 일행은 마차 주변을 경계했다. 일행이 검에 성수를 바르고 마차에서 은화살을 보급했다.

“은화살을 이만큼이나. 단검이나 말뚝도 있어.”

“이게 다 얼마야?”

날이 바뀌었는지 아키라는 곰이었다.

- ㅋㅋㅋ 쟤 바뀌는 거 왤케 웃기냐 ㅋㅋ

- 오늘은 2등 당첨됐나 보네

인형 두 개가 검은색으로 변했다.

비취 등급 모험가 중 둘이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다.

이시스가 말했다.

“어쩔 수 없어요.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기적이죠.”

“어디로 가야 하는 겁니까?”

“인형이 저쪽을 가리키네요. 우리는 인형만 따라가면 돼요.”

인형이 계속해서 흔적을 찾아냈다. 계속 흔적이 이어지니 당장은 파견대를 구하기 바빴다.

반나절이 지나고, 난쟁이 원소술사 도나타와 비취 등급 모험가 셋을 구해냈다. 전부 피투성이라 당장 전투는 불가능했다. 성진이 치료를 해도 안색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 같다.

“쉬었다 가요.”

“부상자 많다. 쉬자, 초모.”

성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일전의 전초기지를 다시 한번 만들었다.

도나타가 기겁했다.

“이, 이게 뭔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일단 휴식이 먼저입니다.”

“그래. 그, 그렇지.”

“제가 경계할 테니 모두 잠시 눈을 붙이세요.”

“부탁하네.”

“부탁해요, 초모.”

성진은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호흡을 다시 점검할 생각이었다.

실전을 치르는 게 가장 단시간에 호흡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었지만, 성수가 든 살수차의 위력은 무자비했고 다른 잔챙이들은 파견대가 마무리했기에 성진이 실전을 치를만한 상황이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

- 레이서님. 님 근데 세기말에 뭐 했음?

- 임무 하나 솔로로 뛰다 도살당함

- 엥? 배나무 수도사면 무지개 사원 아님? 근데 도살당했다고?

- ㅎㅎ 임무가 좀 요상했어여. 등급 오차가 심했음. 뭔지도 모르는 놈이랑 박터지게 싸우다가 요절함

- 떡 발렸네; 배나무 수듄~

- 한방은 맥임 ㅡㅡ 제가 봉인석 박아서 봉인했으니 님들이 세기말까지 즐기다 간 거거든요?

- 허이구~ 늬예늬예~ 이상 초모한테 호흡 뺏긴 나주 배 수도사였다고 합니다~

- 배는 달다고 합니다~ 하나씩들 맛보세요~

- 나 말 안 해!

성진은 채팅을 보며 미소 지었다.

꾸벅···

잠들 뻔했다.

‘졸려···. ···졸리다고?’

이상했다.

늘 체력 안배에 신경 쓰는 자신이 이렇게 갑자기 졸음에 취할 리가 없다.

성진은 긴장을 유지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웁···

곧 코에서 거무튀튀한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검은 연기?’

그때, 누군가 목책에 가까이 접근했다.

“도와주세요!”

“누구십니까?”

“진리의 수호자예요!”

여인은 가슴골이 드러날 정도로 찢어진 옷을 붙잡고 있었고, 피를 많이 뒤집어썼다. 그 모습이 고혹적이고 매우 아름다웠다. 진리의 수호자 중에 저렇게 생긴 여성이 있었던 게 기억났다. 성진은 목책을 열었다.

- 안돼에! 문 열면 안 돼!

- 몽마다! 몽마에요! 어떡해! 채팅창 안 보고 있나 봐!

“많이 다치셨네요. 무슨 일입니까.”

“그건···.”

여기까지가 바자르 백작의 수하인 몽마(夢魔) 시엘라의 계획이었다. 앞에 있는 사내가 왜 잠에 빠지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처리하면 되었다. 침략자들을 제물로 만들 계획은 이제 거의 다 왔다.

“후후··· 죽···.”

“일단 치료부터.”

성진의 신성력이 순식간에 약동했다.

후우우웅···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성진은 상대가 진리의 수호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 위험하고 사특한 기운을 흘리지 않았었으니까.

성진은 일부러 문을 열어주는 척하고 여인에게 신성력을 퍼부었다. 역시나 그의 짐작대로 여인은 마귀였다.

“헉··· 허억··· 바, 바자르님··· 위험···.”

화르륵···

신성력의 불꽃에 시엘라가 타들어 갔다.

그녀는 가진 힘을 내보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재로 변했다.

- 치료해드렸습니다 ㅋㅋ 삶이란 질병에서요

- 치료법은 신성 폭격 ^^

- 초모가 채팅창을 안 본다? 응 안 봐도 돼~ 바로 힐로 때려 버렸고~

- 협회가 대삼림에 초모를 풀었다! 독을 풀었어!

- 몽마 1초 컷 뭔데 ㅋㅋ

- 하필 꼬시려던 게 사제? 쟤도 운수 더럽네 ㅋㅋ

마차는 잠시 후 출발했고, 일행은 잠든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잠을 개운하게 잤다고만 생각했다.

바퀴는 회전을 멈추지 않았다.

마차가 향한 방향은 공교롭게도 고성이 있는 방향이었다.

일행은 점점 시조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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