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
106화
- 넘모··· 넘모 무서워여!
- 이 여편네가 까마귀한테 뭘 보낸 거여 ㄷㄷ
- 17명이 다 위험하다고?
- 누구 마녀였던 사람 없어?
‘마녀배달통키킼’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여기 있어요. 설명해 줘요?]
- 빨리! 빨리이이이!
- 인형이 붉은색이 되었다고 당장 죽는 건 아니에요. 색이 변한 건 연결된 사람의 멘탈에 영향을 받는 거라 연결자가 ‘나 존나 위기다’라고 생각하면 색이 변해버리는 거랍니다~ 실제로 그 사람이 위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요!
- 고마워요! 하여튼 살아 있다는 거지?
- 모른다고
- 넵;;
‘님들님들저할말있어요’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제 협회 왔으니까 조용히 좀 해주실래용?]
- ㅇㅋ
- 정-숙!
- 정숙아!
성진이 엘론드 모험가 지부에 도착해서 곧장 안내원에게 뛰어갔다. 안내원은 화들짝 놀라서 성진에게 물었다.
“초, 초모님 맞으시죠? 왜 그러시나요?”
“파견대에게 문제가 생겼습니까?”
“···초모님.”
끼이익···
지부장이 소란에 문을 열고 나왔다.
작은 돋보기를 쓴 난쟁이였다.
“들어오시지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성진이 지부장실로 들어가자, 안내원이 차를 내왔다.
“고마워요.”
안내원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문을 닫았다.
“초모. 엘론드의 일은 끝나가십니까?”
“일차적인 치료는 끝났습니다. 다만 근원을 제거하지 않으면 엘론드는 영원히 고통받을 겁니다.”
후우···
지부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파견대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십니까?”
“방금 알았습니다. 파견대에 속한 이시스가 이 팔찌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물건과 편지를 넘겨받은 지부장이 확인을 끝마친 후 이마를 짚었다.
“이런··· 이시스는 이 사태를 미리 알고 있던 건가?”
“왜 그러십니까?”
“파견대가 실종됐습니다.”
“네?”
“파견대뿐만 아닙니다. 시조의 처치와 파견대 수색 임무를 맡은 진리의 수호자와의 연락도 끊겼습니다. 물론 진리의 수호자는 파견대보다 월등히 강한 분들이니 무사하시겠지만···.”
“파견대는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군요.”
“네. 그렇습니다.”
- 간발의 차로 재난을 피했다ㄷㄷ
- 트럭에 치일 뻔했네 오바다
- 십년감수 휴 ㅇ_ㅇ
의문은 남았다.
협회에서 이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마력 파장 분석은 하지 않은 겁니까?”
“했습니다. 마력 파장 분석.”
“그렇다면 어째서···.”
“마력 파장 분석은 총 두 번 이루어졌습니다. 파견대가 출발하기 전, 진리의 수호자가 출발하기 전.”
“결과는요?”
“파견대가 출발하기 전에는 정상이었습니다. 대삼림이 마력 파장 분석을 시행하기 용이한 지역은 아니었지만, 시조를 특정하고 분석하니 결과가 나왔습니다. 시조의 마력 수치는 남작위. 시조 중에서 가장 약한 존재입니다.”
시조는 남작.
과거 서부의 곡창지대에 나타났다던 시조와 같은 등급의 작위였다.
- 남작이라고? 서부 때랑 똑같네
- ㅎㅎ 머가 문제람? 그냥 쓩쓩 탁탁해서 처치해버리지
- 스알못. 남작도 사람들 전염시켜서 쩔쩔맸는데 ㅋㅋ
- 야야야야 개 큰일 났네 대삼림에서 쟤 튀 나가면 전염 폭탄 되고 바로 아포칼립스 될 텐데
“그런데, 파견대가 대삼림에 진입하고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진리의 수호자에게 부탁했죠.”
“두 번째 마력 파장 분석은 결과가 어땠습니까?”
“처음과 같았습니다. 달라진 점은··· 숲이 변하고 있었습니다.”
“숲이 변했다고요?”
“마력의 종류가 변했다고 해야 하나··· 그 때문에 마탑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는데, 그사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리의 수호자분들께서 대삼림에 진입. 그대로 연락이 끊긴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인형 팔찌를 보니 파견대뿐만 아니라 진리의 수호자분들도 위험할 수 있겠군요.”
진리의 수호자 중 시리카가 잭의 스승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잭이 위험하단 소식에 물불 안 가리고 뛰어 들어갔다가 일이 꼬인 것 같다.
- 아니, 그게··· 음··· 소식 못 들었구나?
‘시리카가 말한 그 소식이라는 게···.’
파견대의 실종이었다. 어차피 그때 자신은 감염자들을 치료하느라 몸을 빼지 못했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쓰였다. 실종된 건 잠시나마 엘론드까지 여행을 같이한 동료들이었으니.
“마탑의 정밀 분석 결과는 언제 나오는 겁니까?”
“초모님이 도착할 때쯤 연락이 오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안내원이 뛰어 들어왔다.
“지부장님! 마, 마탑에서···.”
“음, 왔나 봅니다. 뭐라고 합니까?”
“아, 아무래도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지부장이 고개를 갸웃하고 전달받은 거울편지를 읽었다.
“이런··· 이럴 수가···.”
“왜 그러십니까?”
“···직접 보셔야겠습니다.”
성진이 거울편지를 넘겨받았다.
「회신: 리베스 마탑의 답변.」
「엘론드 대삼림 일대의 마력 파장 분석(정밀)을 요청받아 16시 41분 11초, 마력 파장 분석에 들어감. 소요 시간 22시간 1분 3초. 다음은 분석관의 견해.」
* 현재 엘론드 대삼림의 마력 파장 분석은 불가능. 마력 교란의 파장이 분석을 무효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전 마력 파장 분석 기록도 잘못되었을 확률이 높다. 긴급 상황. 분석관은 지혜의 고리에 이번 분석을 보고하기로 결정. 또한, 모험가 협회의 수뇌부에도 기록을 전달했다.
“대삼림의 마력 파장 분석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겁니까?”
“그렇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사태가··· 아마 협회 측에서도 지시가 내려올 테니···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봐야겠군요.”
“지켜만 봐야 한다는 겁니까?”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진리의 수호자도 연락이 끊긴 마당이니 지시를 기다릴 수밖에요.”
****
성진은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설을 호출하기 위해 도시 외곽에서 종속구를 불었다.
삐이이이···
곧 새하얀 설이 나타났다. 설을 타고 위에서부터 수색하면 발견하기 수월할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쉽게 풀리진 않으려는 듯했다.
구우우··· 구우···
‘설이가 대삼림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해?’
설이 대삼림으로 날아가기를 거부하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맴돌았다. 설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매우 불쾌한 감정. 어쩔 수 없이 설을 돌려보내고 대삼림 주변으로 성진 혼자 나왔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대삼림은 정체불명의 검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엘론드를 병들게 한 그 바람에 섞여온 게 저 안개인 것 같다. 마력 교란을 일으키고 설이 거부하는 원인도 저 안개일 것이다.
성진이 그것에 가까이 가려 할 때 다이렉트 메시지가 쏟아졌다.
「안돼요! 가까이 가면 위험해요!」
「들어가면 큰일 납니다!」
「노오오오오오오오오!」
“왜 그러시는 겁니까?”
멈칫한 그대로 묻자, 누군가 먼저 대답했다.
「저거 마력 교란 기류랑 다른 게 섞인 것 같아요. 여러 종류가 섞인 것 같긴 한데 아마 ‘길치의 안개’도 섞인 거로 보이네요. 들어가면 야단납니다.」
“길치의 안개?”
「무협지 보시면 막 진법(陣法)안에 들어가서 헤매다가 해골로 나오잖아요? 저렇게 탁한 색의 안개 중에 비슷한 효능을 일으키는 게 있어요. 근데 진법은 감각기관에 혼란을 주는 거고 길치의 안개는 실제로 이상한 곳에 떨궈버려요. 숲에서 길을 가더라도 이상한 곳만 계속 나올 거예요.」
“이런···.”
자신은 무지하다.
스칸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이런 자신에게 이시스는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 형···
- 설이도 못 타고 혼자 진입하지도 못하면 방법이 없네;
- 오똑해 ㅠㅠ 초모 시무룩하잖아
- 너희들 때문이야! 도움 안 되는 것들!
성진은 축 처진 어깨로 엘론드로 돌아왔다. 엘론드의 병자들이 영주성에서 성수를 받아 치유하는 동안 성진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구하고자 마음먹었는데 상황이 막아선 적은 여러 번이다. 그런데, 아예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은 처음이었다.
- 저··· 초모님···
- 초모님 잘못이···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을 푹 내쉴 때, 시나리오가 변화했다.
[chapter 6-5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6-5를 클리어합니다.]
[보상으로 이미지: 공백을 습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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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6. 대삼림의 구원자]
「엘론드의 병은 대삼림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 야기된 것입니다. 당신은 시민들을 성실히 치유했고 그들이 이성을 잃고 도시를 스스로 무너트리기 전에 막았습니다. 하지만, 원래 예정되어있던 파견대는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떠난 진리의 수호자도 마찬가지. 아마도 태평한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을 구하십시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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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어떻게 구하라는 말일까?
이제는 시나리오가 약 올리는 것 같다.
「초모님, 대책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초모님의 걱정은 저희의 걱정! 초모님의 가스 불은 저희의 가스 불!」
「진돗개 3호 발령! 초모 맘들 비상 체제로 돌입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대삼림으로 진입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기 전에 취침하지 않겠습니다! 산업 혁명 체제로 돌입한다!」
- 초모님,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같이 고민할게요~
-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 파이팅해요!
메시지를 받아본 성진은 기묘한 감정을 느꼈다. 종말 이후에서는 시청자들을 그저 관객으로 생각했다. 그들의 행동도 그 수준에서 멈추었고. 그런데 지금은 어느새 무대 위에 올라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쩌면 요즘 미소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들 때문일지도 몰랐다.
“···감사합니다.”
- 밀수들만 믿으라굿!
- 포상이다! 포상을 받았어!
- 노력해 밀수들아! 겜돌이었던 그때의 능력을 뽑아내라고!
- 조금만 더 노력하면 우리한테 욕도 해주실 거야! 포상을 받기 위해 도비는 일할 것이야요~
****
대학교 취업반, 4학년 진명철.
지금 강의실로 향하는 그의 표정은 어둡다.
아니, 표정도 어두웠지만 눈 밑의 다크서클은 그가 취업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하아, 대삼림 진짜 어쩌냐···.”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초모 방송을 보느라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스칸다는 그가 인생을 바쳤던 게임이다.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다.
‘망할 전공 수업은 휴강도 안 하네. 초모가 대삼림에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이 시점에···.’
오늘은 지도교수님의 강의다.
꼬장꼬장하기 이루 말할 데 없는 교수님이라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자신이 스칸다 방송을 보느라 밤샌 것을 알면 분명 경멸할 것이다.
‘휴강이라도 해줬으면··· 어?’
강의실로 향하는데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왔다.
단체 공지.
「오늘 자원 배분론Ⅱ A-B교시 수업은 교수님의 사정으로 휴강입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아싸아아아!”
오늘 이 수업밖에 없는데 다행이었다.
이제, 기숙사로 돌아가 초모가 대삼림에 들어갈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자체 휴강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는데, 휴강 메시지가 오다니. 하늘이 도왔다.
‘어라? 근데 휴강 절대 안 하시는 분인데, 뭐지?’
마침 진명철이 지나던 곳이 지도교수님의 연구실 근처였다. 문이 벌컥 열렸다.
“누가 이렇게 시끄··· 명철이 자네군.”
“교, 교수님···.”
“항상 예의를 바르게 했으면 하네. 연구실 앞을 지나면서···.”
“교수님도 스칸다 하셨었나요?”
“뭐?”
“저거··· 방송 켜두신 것 같은데···.”
지도교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노트북에는 연구 자료 대신 초모의 방송이 떠 있었다.
진명철은 지도교수의 눈 밑에도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다는 걸 눈치챘다.
“혹시 어제 방송 보시느라··· 설마 휴강도?”
“크흠··· 흠··· 음··· 함부로 입 놀리고 다니지 말게.”
지도교수가 과하게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문을 닫고 들어가려던 그가 진명철에게 넌지시 물었다.
“반(反)마력 바퀴를 설계하려고 하는데··· 그때 자료가 다 사라져서··· 자네는 직업이 뭐였지?”
“마력조율사였는데요··· 반마력 바퀴는···.”
“인첸터였군. 서부에서 컸구먼. 역시 나와 자네는 안 맞아.”
“반마력 마법 문양은 아마 제 태블릿에 자료가 남아있을 겁니다.”
“얼른 안 들어오고 거기서 뭐하나?”
진명철이 가방을 풀어헤치며 물었다.
“이거 가산점 있나요?”
“잘릴 일 있나?”
“자원봉사네요.”
“밥이랑 술 정도는 사지.”
“좋습니다.”
“내가 여태 자네를 오해했군. 자네는 훌륭한 젊은이야. 대학원 생각 있나?”
"저한테 왜 그러세요?"
****
성진의 대삼림 진입을 화제로 시청자들과 스칸다를 즐겼던 유저들이 떠들썩했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파견대 구원에 도움을 주겠다는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 점점 커졌다.
“김과장님은 오늘 왜 연차세요? 그래서 내 연차 반려된 거구나.”
“과장님이 스칸다할 때 좀 날리셨나 봐요. 오늘 그것 때문에 모임 나가셨다고 하던데?”
“네?”
그 시각, 김과장은 연남동의 골목을 지나 한적한 컨셉 카페로 들어서고 있었다. 내부에서 누군가 반겼다.
“오랜만이야, ‘수리수리마수리’.”
“어? 먼저 와 있었네? 다 모인 거야?”
“너만 오면 고.”
“후우··· 연차 억지로 내느라 힘들었다고. 자,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실내.
얼굴에는 페이스 페인팅으로 이상한 문양을 그린 다섯 명의 사람들이 앉았다.
“이시스의 마법은 조잡해. 부두술의 초짜나 할 짓이야.”
“그 인형 팔찌 말하는 거지? 하긴 위치를 특정하게 했다면 길치의 안개가 있어도 해볼 만했을 테니까.”
“급하니까 그랬겠지. 너무 깎아내리진 말자고. 그래도 기초는 쌓아뒀으니 조금만 술식을 얹으면 훌륭하게 변모할 거야.”
“같은 생각이야, ‘마파부두마시쩡’.”
아직 정장을 입은 사람도 있고 전체적으로 일상에 찌든 모습들이었지만 그들은 웃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모이는 것도 오랜만이네, 스칸다 할 때는 매주 모였던 것 같은데.”
“난 제주도에서 올라왔어.”
“참··· 그립네.”
“아무튼, 회포는 나중에 풀고 초모님한테 넘길 술식이나 점검하자. 초짜 마녀나 부두술사라도 술식만 보고서 바로 수정할 수 있게.”
“좋아. 저녁은 요 앞에 호프 어때? 스크린이 커.”
“축구 볼 것도 아닌데 스크린이 뭔 상관··· 설마?”
“거기 사장이 초모 광팬이라 초모 방송을 매일 틀어줘.”
“저녁은 거기로 하지.”
스칸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지식과 힘이 초모에게 모이고 있었다.
****
일금은 지금 성진의 요청에 당황했다.
“부두술 가능한 인원 수배, 향나비의 가루, 마차 세 대를 오늘 내로 연결하도록 개조··· 농담하는 분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급한 일입니다. 가능합니까?”
“이런··· 대삼림으로 향하실 생각입니까? 무리입니다. 협회에서 사람을 내려보내기로 했을 텐데요?”
“가능합니까?”
“끄응···.”
앓는 소리를 내던 일금이 손뼉을 쳤다.
짝-!
“일금 어른, 부르셨습니까?”
“들어라, 이 종이에 적힌 인물들과 자재를 정오 전에 구해오도록 해라. 또한, 일은 초모님이 직접 지시할 테니 그런 줄 알고.”
“알겠습니다!”
“서둘러라.”
일금이 인상을 찌푸렸다가 초모가 미소짓고 있는 것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다 위험해지시기라도 하면 어르신을 뵐 낯이 없는데···.”
“빚을 못 받을까 봐 걱정하시는 건 아닙니까?”
“그것도 있고요. 아무튼, 상회의 힘을 끌어모아 저녁이 되기 전에 일을 끝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믿을 수 있는 분이 일금님밖에 안 계십니다.”
“감사 인사는 됐습니다.”
- 이야아아! 시간 내에 과제 제출 성공!
- 여윽시 조별 과제! 내가 안 하더라도 누군가 해서 냈구나!
- 선배님 이름 뺐어요
- 안돼에에!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대삼림을 극복하기 위한 무수한 정보들과 도움들이 도착했다. 도착한 정보는 다양했다.
[제목: 신성력을 가진 사람이 휘둘렀을 때 종소리가 널리 퍼지는 요술 종]
[제목: 교수님과 반나절 내내 씨름한 반(反)마력 마차 문양. 이제 길치에도 걱정 없어!]
[제목: 인형 팔찌를 강화하는 부두술. 너무 심취하지는 말게]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쏟아졌고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아이디어들을 골라 일금에게 건넸다.
- 밀수들 행동력 보소 ㅋㅋ
- 너희 내가 알던 애들이 아니잖아···
혼자서 대삼림에 들어갈 생각이다. 사람들의 말대로라면 파견대는 길어야 일주일 정도 생존할 것이라고 했으니 다른 모험가들을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그들이 대삼림에 들어섰을 땐 파견대는 이미 몰살당했을 것이다.
성진은 남은 시간 동안 무구와 능력들을 점검했다.
‘공백이라···.’
새로 얻은 능력인 공백은 특이했다.
어떤 특수한 능력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공백이었다, 무엇이든 채울 수 있는.
- 이거 그건가 본데요? 자율 특성 같은 거
- ㅁㅈ 딱 그거네. 우리도 있긴 했었어
“자율 특성?”
- 변칙적으로 주어지는 건데 암거나 배울 수 있다는 거임
- 좋은 거 배워야 하는데 머 배우지
- 기본적으로 확장성 큰 특성을 집어넣는 게 기본
- 무조건 전투. 이제 힐링으로 때리겠다!
당분간은 손대지 말아야 할 것 같아 건들지 않았다. 저녁이 되기 전, 일금에게 부탁한 것들이 전부 완성되었다.
“마차를 끄는 말들에게까지 문양을 새기라니, 수배한 사람이 미친 사람 보듯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차 세 대를 연결했지만, 상서나무로 조직된 마차라 말 네 필로도 충분히 끌 수 있을 겁니다. 상서나무 마차의 가격을 말씀드릴까요? 물론 말들도 평범한 말이 아니고요.”
“아뇨, 지금은 알고 싶지 않네요.”
“나중에는 알아 뒀어야 한다면서 땅을 치실 겁니다. 아무튼, 가실 겁니까?”
“예. 감사했습니다.”
“초모님··· 이 늙은이가 이제 와 이런 말을 해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세요.”
“초모님을 보고 있자면 뭐랄까··· 어르신을 처음 뵀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성진은 일금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일금이 계속해서 말했다.
“중력. 사람이 발하는 중력이 있다는 것을 어르신을 처음 뵀을 때 느꼈습니다. 아마도 운명이라는 것이겠죠. 초모님에게서도 같은 중력이 느껴집니다.”
“······.”
“초모님, 꼭··· 꼭 돌아오십시오. 저는 손해 보기 싫습니다.”
“알겠습니다, 일금님. 그럼···.”
“무운을.”
성진이 마차를 끌고 엘론드를 떠났다.
마차 세 대를 연결한 외관이 꼭 캠핑카를 보는 듯했다.
“그럼···.”
- 치킨 시켰다 ㅋㅋ 가즈아아아ㅏ!
- 밀수의 힘을 모아 하나로!
- 다들 붙어 앉으세요!
- 대삼림 행 황금마차 출발합니다 ㅋㅋ 보급관이 많이 챙겨드렸어요^^
대삼림이 성진을 집어 삼켰다.
딸랑··· 딸랑···
불쾌한 냄새가 났다.
대삼림이라는 말은 결국 숲이라는 얘긴데, 나무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온통 죽음의 냄새였다.
‘종을 계속 휘두르라고 했지?’
딸랑··· 딸랑···
50을 넘은 고결함 수치 때문에 종을 휘두를 때마다 그 파문이 우윳빛으로 퍼져나갔고, 종이 하얗게 빛났다.
- 차압사알떠억~ 메미이이일 묵~
- 카리 가리여~~~~ 칼 가리여~~
- ㅗㅜㅑ;; 진심 천사 내려온 것 같아 ㅠㅠ
대삼림의 길을 알고 있는 사람의 다이렉트 메시지가 도착했다.
「반갑습니다. 초모님. 대삼림의 길 안내를 도울게요. 동물을 사랑하는 ‘업진살살살녹는다’입니다. 드디어 제 차례네요! 초모님께서는 이제부터 자연의 위대함을 깨우치실 거예요!」
“예.”
「붉은 인형에 연결된 사람에게 가까이 접근할수록 찾기 쉬워진다고 하지만, 목격자 증언을 듣는 것도 중요하죠!」
- 오오! 믿음직스럽다!
- 노루 강해요!
- 숲속 동물 친구들에게 물어보자~!
「자, 동물 친구들을 불러 볼까요? 제 종속수들을 부르는 주문은 ‘어라? 우리 친구들 여기 있었네요?’.」
“어라? 우리 친구들 여기 있었네요?”
모든 일은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쉬웠다.
그리핀 때처럼 동작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뭐지, 왜 반응이 없지? 잠시만요? 감각을 집중해서 소리를 들어볼까요?」
업진살의 말대로 감각을 집중해 보았다.
사아악···
하지만 어떤 움직임도 잡히지 않았다. 들려오는 건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뿐.
- 머여; 동물들 다 어디갔누;
- 충분히 그럴 만하지. 파견대가 휩쓸렸는데 야생 동물들이라고 멀쩡할까?
- 어째;
「후에에엥! 꿀꿀이랑 깡총이 어디 갔어! 몰라아아!」
업진살살살녹는다와의 연결이 끊겼다.
충격을 받았는지 업진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
- 초모만 괜히 이상한 말 하고 ㅋㅋ
- 또 당했네 ㅋㅋ
- 가면 안 썼으면 흉신의 얼굴을 봤을 텐데ㅎ
- 어쨌든 블랙리스트 등록하겠습니다^^
삐익···
[제목: 저분은 틀렸어요. 저에게 맡기세요.]
「업진살 저분은 스칸다 때도 멘탈 약하기로 유명했죠. 저에게 맡기세요. 정령의 대드루이드 ‘드루와드루와’가 바로 접니다.」
- 오오! 신세계 드루이드!
- 역시! 여기는 고인물 인력 시장이라 현지 조달 가능 ㅋㅋ
- 시가보다 후려쳐서 고용 쌉가능
「옳지! 저 나무가 좋겠네요. 제 종속령인 귀여운 나무 정령을 불러 보도록 하죠. 주문은 ‘또롬또롬 또로로롬 도토리를 주겠니?’」
“······.”
이미 한 번 당한 상황이라 쉽사리 믿음이 가지 않았다. 성진이 잠시 머뭇거렸다.
- 초모 트라우마 생기겠다 ㅋㅋ
- 이번엔 제발!
- 망설이는 것 좀 봐 ㅋㅋ
깊은숨을 쉬고 큰 나무에 다가가 속삭였다.
“또롬또롬 또로로롬 도토리를 주겠니?”
“······.”
사아악···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 설마;; 또?
- 갑분싸 되는데 이럼;
그때, 갑자기 나무에 이목구비가 생겨났다. 나무의 입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우어어어! 도토리 못 준다아아! 도토리 내 거다아아아!”
「됐어요! 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도토리는 필요 없어요.」
“도토리는 필요 없어.”
“정마알? 고마아압다, 고마아워. 으응? 드루와가 아니다. 너 드루와 아니다.”
“···.”
“드루와 냄새 아니다.”
「에휴··· 하여튼 주인밖에 모르는 바보 녀석. 내 향기를 그리워하는구나. 어쩔 수 없죠^^ 여전히 제 향기를 좋아하나 봐요.」
“너 나무 냄새 난다. 좋은 냄새··· 드루와는 구린내 났다. 너 구린내 안 난다아··· 도토리 줄까?”
「저 시발 장작 새끼가. 섭종하기 전에 진작 벽난로에 던졌어야 했는데」
- ㅋㅋㅋㅋㅋㅋ 주인은 구린내로 알아보는 법!
- 현명하네! 나무답지 않게 ㅋㅋ
- 치부가 들켰다! 잘 좀 씻었어야지!
- 바로 이케아행ㅋㅋ
성진은 미소를 띠고 나무 정령에게 물었다.
정보를 얻어야 했다.
“동료들을 찾고 있는데··· 혹시 아니?”
“너처럼 생긴 아이드을?”
“응.”
“몇 명이 여기 지나갔다아··· 나머지는 몰라아···.”
나무 정령이 가지를 움직여 한쪽을 가리켰다.
“저쪼오옥으로 갔다아···. 근데 가지 마라아···.”
“왜?”
“이곳 오염됐다. 위험하다아··· 동물들 다 죽었다, 우리도 위험하다아···.”
“가야 해. 미안.”
“그럼 이거 가져가라아···.”
나무 정령이 입을 오물오물 거리다가 작은 나무 피리를 뱉었다.
퉵!
“위험하면 이거 불어라··· 친구들이 도와줄 거다아···.”
“고마워.”
성진이 나무 피리를 품에 챙기고 다시 종을 치며 마차를 움직였다.
딸랑··· 딸랑···
종소리가 돌연 끊겼다.
성진이 종을 휘두르는 것을 멈췄다.
‘소리?’
챙-!
‘싸우는 소리다.’
황급히 팔찌를 들여다보았다.
누군가의 인형에서 붉은 안개가 흘러나와 끈처럼 연결되었다.
앞에 당사자가 있을 것이다.
성진이 마차에서 내려 뛰어가려는 찰나, 오히려 상대 쪽에서 마차로 뛰어왔다.
“초모! 도움!”
“잭!”
실종된 파견대 중 처음 성진을 만난 건 갑옷에 피를 뒤집어쓴 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