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
105화
만금검(萬金劍) 리치킹은부자왕.
특출난 모험가는 아니었고 누구나 아는 영웅적인 업적으로 세상에 스칸다에 이름을 떨친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동부에서 나타나 동부에서 사라진 그는 돈을 많이 벌었다. 정말 많이 벌었다.
그가 벌어들이는 돈이 동부의 힘을 상징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여러 제자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거두고 가장 총애한 제자의 이름은 일금이었다.
일금(一金).
자신의 별호는 만금(萬金)이었는데 제자의 이름은 일금으로 지었기에 제자가 물었다.
- 스승님, 저는 왜 일금인가요?
- 모든 금이라는 뜻이다. 이 세상 모든 돈의 쓰임은 너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일금이라는 이름을 싫어했던 제자는 그 말에 기뻐했다. 그게 50년 전의 일이다.
지금 성진은 고개를 처박은 동부 상인회를 눈에 담고 있었다. 가면 속 그의 눈은 냉엄하기 그지없었다.
“일금아.”
“마, 만금 어르신···.”
“설명하거라, 세상 일에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어찌하여 이런 결과가 되어버린 것이냐?”
일금이 부르르 떨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의 기세는 다시 무거워졌다.
“형제들은 모두 나가라. 다타온과 당신들도 나가시오. 만금 어르신과 얘기를 나눠야 합니다.”
“그게 무슨···.”
“일금! 지금···.”
“제발! 제발 지금은 물러나길 부탁드리오!”
다타온과 유력자들은 성진의 얼굴을 슥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 일금의 형제들도 떠는 몸으로 물러났다.
“제 추하디 추한 변명을 동생들에게 듣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냐?”
일금이 물기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저는 실패했습니다··· 어르신의 당부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성진은 만금의 다이렉트 메시지를 그대로 읊을 뿐이었다.
“네 형제는 넷이 아니다. 여섯이 더 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은 어디 있느냐?”
만금의 제자는 총 11명이었다.
일금에서 십금까지 있고, 스칸다 말년에 천금이라는 아이를 거두었다.
일금이 이를 갈았다.
“천금이 도둑질했습니다. 장부와 거래처, 그리고 재고와 문서들을 들고 형제들과 도망쳤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너졌습니다. 한차례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신용을 잃어 길거리에 나앉았죠, 형제들도 전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만금의 말을 따라 하던 성진이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한 마디 불쑥 꺼냈다.
“그렇다면, 동부 상인회는 네가 일군 것이구나.”
“예.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서 다른 형제들을 찾아 모은 것입니다. 이미 세상의 모짐을 알게 된 아이들이었지만 괜찮았습니다. 제가··· 제가 버틸 수 있었으니까요.”
일금을 보고 있는 만금의 마음은 쉴새 없이 요동쳤다. 길게 함께한 것은 아니었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을 주었었다.
어느 날의 일이다.
일금을 거둔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만금이 그의 신발을 사 왔다. 다 떨어진 짚신을 신고 있던 일금은 손사래를 치며 바짝 엎드리려고 했다.
- 왜, 왜 그러십니까요! 저 같은 미물에게···
만금이 일금의 짚신을 벗겼다.
피딱지가 진 발은 고름도 흘러나올뿐더러 냄새도 고약했다. 그는 일금의 발을 천으로 정성스럽게 닦았다.
그리고 질 좋은 꽃신을 신겨주었다.
- 어르신···
- 일금아. 내가 믿는 미신이 하나 있다.
- 어르신이 미신을 믿으신다고요? 어떤···
- 좋은 신발은 신은 사람을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준다는 얘기다. 기왕 신는다면 너도 믿어 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
- ······.
일금은 지금 그때가 떠올라 이제는 나이 들어 메말라 버린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저는··· 저는···.”
“너와는 좋은 기억이 참 많았지. 도둑질하던 너를 붙잡아 장사를 가르친 게 내 즐거움이었으니까.”
“···많이도 혼났죠.”
“똥지게를 지게도 해보고 노상에서 이야기를 팔게도 해보았지.”
“여전히 떠오릅니다. 그건 정말 싫었어요.”
젊은 사람에게 노인이 존대하는 광경은 이상할 만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다 네게 사람 냄새를 배게 해주려던 것이야.”
“압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가르침을 압니다.”
“그렇다면 어째서냐.”
“네?”
“어째서 지금 네 몸에서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냐.”
일금은 잠시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이를 앙다문 채로.
“대삼림의 길만 뚫으면 모두 지급하려 했습니다.”
“절대 손해는 안 보겠다는 말이구나.”
“하지만···.”
“피는 다른 이들이 흘려야 하는 것이고.”
“······.”
“일금아, 금이 무엇이라고 했지?”
일금은 잊고 있던 만금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어째선지 기억의 저편에 있던 것이 바로 지금 겪은 일처럼 생생했다.
“손잡이가 없는 검이라 하였습니다.”
“그래, 상인은 그것을 휘두르는 사람이다. 휘두를 때마다 제살이 깎여나가고 피가 튀지. 그것은 누구의 피겠느냐?”
“상인의 피입니다.”
“옳다. 금은 그런 것이야. 누군가 휘둘러야 한다면 피를 뒤집어쓴 상인이 휘두르는 게 맞는 것이다.”
만금검(萬金劍).
그의 별호.
황금을 검처럼 휘둘러 세상을 베었다.
어떨 때는 과부의 처량한 삶을 베었고 어떨 때는 고아의 세상에 대한 원망을 베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베는 사람.
필요한 것을 베는 사람.
“너는 지금 무엇을 베고 있느냐? 아니, 지금껏 무엇을 베어왔느냐?”
일금은 탁자에 다시 고개를 처박았다.
그리고 엉엉 울었다.
“아무것도··· 저는 아무것도 베지 못했습니다.”
“네 형제를 탓하며 금을 탓하며 제자리걸음을 했구나.”
“저를 믿으셨으면 안 됐습니다. 저는···.”
“아니, 그래도 여전히 믿으련다. 그만한 자산을 도둑맞았으면 배운 것이 있어야지. 무엇을 배웠느냐?”
“금이··· 금이 무섭습니다.”
성진이 웃었다.
만금이 웃었으니까.
“그렇다면 되었다. 한 가지는 확실하게 배웠구나. 나는 여전히 너를 믿는다.”
“어르신··· 흑··· 흐으···.”
“울지 말거라, 너는 동생들의 아비다.”
“흐으··· 예··· 알겠습니다.”
만금은 마지막 가르침을 내렸다.
성진이 성실하게 그의 가르침을 자신의 입으로 옮겼다.
“금은 네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알아라. 금은 흐름이고 물살이다. 네가 가지려 그것들을 가두면 당장엔 아름다울지 몰라도 언젠가 고여서 썩기 마련이다. 악취를 풍기고 마시면 병에 걸리지. 흐름을 이해해라. 상인은 물살을 거스르는 자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 물길을 내는 자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가련다.”
“···다시 오시는 겁니까?”
“봐서. 네가 또 무너지면 오지 않을까 싶구나.”
“보고 싶습니다, 어르신.”
“멍청한 녀석···.”
잠시 후, 눈물을 닦은 일금에게 성진이 물었다.
성진은 웃고 있었다.
“이제는 제가 과거를 보여드린다는 것을 믿으십니까?”
“미안합니다, 초모. 실례가 많았습니다. 믿겠습니다. 어쩌면 성자라는 세간의 말소리들도 사실일지 모르겠군요.”
“과거는 어떠셨습니까?”
“불쾌하고 어지럽고··· 아름답고 그리웠습니다.”
“그렇다면 되었습니다.”
일금이 다시 나갔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어리둥절해진 일금의 형제들과 다타온의 무리가 회의장으로 돌아왔다.
빙- 둘러앉은 그들에게 일금이 얘기했다.
“밀린 임금을 지급할 것이고, 엘론드에 약조한 지원을 시작할 것이다.”
다타온이 소리쳤다.
“정말! 정말이오?”
“그렇다. 하지만, 다타온. 너는 무능하다. 인정하는가?”
“맞지, 맞아! 약속만 지킨다면 더한 욕도 감내할 것입니다!”
“너 같은 바보와 미래를 얘기할 순 없다. 지원에 관한 부분은 초모와 이야기할 것이다.”
“뭐, 뭐요?”
“거부하는가?”
다타온이 성진의 가면을 쳐다보았다가 한숨 쉬었다.
“아닙니다. 동의합니다. 지원만 해준다면 무엇이든지 따르지.”
“적당한 대행자를 찾으면 상황을 보고 권리를 넘기지.”
“감사합니다.”
일금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의 눈빛은 맑았다.
“그리고 형제들은 모두 들어라.”
“예, 형님!”
“말씀하십시오.”
“대삼림에 길을 놓을 것이다.”
“형님!”
“포기하신 게 아닙니까?”
일금의 형제들은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금에게 휘둘렸다. 그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다.
“상인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다. 상인도 손해를 본다. 다만 더 큰 이득으로 손해를 메꿀 뿐이다.”
“그럼 엘론드의 주민들에게 다시 맡기시는 겁니까?”
“그러면···.”
“아니, 이번엔 엘론드를 거치지 않고 협회에 직접 의뢰할 것이다.”
“누구에게요? 협회에서 이 의뢰를 맡아줄 사람이···.”
“설마···.”
“그래, 초모님. 동부 상인회의 수장 일금이 지금, 당신을 지명하겠습니다. 내 의뢰를 받아주시겠습니까?”
성진이 어깨를 으쓱하고 답했다.
“엘론드의 병자들을 치유하고 나서라면.”
“협회에 의뢰의 성사를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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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옹옹’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리치킹은부자왕이면 동부 알부자 그분 아님?]
- ‘강부자진화최강부자’컴퍼니 이끌던 사람이자너. 동부 물동량은 그의 손에서!
- 개쩐다 리얼루; 그때 스칸다 돈 현금으로 바꿨으면 현실까지 부자 됐겠다
- ㄴㄴ 불법은 안 하심. 편법은 몰라도.
- 스칸다에 남은 돈 털고 왔다던데 진짜였누;
‘야고인물색기들아’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미리미리 나와서 대기하고 있어라 ㅡㅡ 이번처럼 갑자기 튀어나오지 말고. 어디서 주인공처럼 등장하고 있어! 설레게(발그레)]
- 금은 무겁다!
- 존나 무겁다!
- 아쿠 무거웡!
- 밀수는 무겁다!(0.1T)
- 언행은 가볍다!
‘리치킹저분장사하자나’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내가 알기로 갈비집 크게 하시는 거로 아는데]
- 상호가 머임?
- 만금(萬金)갈비.
- ㅋㅋㅋㅋㅋ 닉값뭔뎈ㅋㅋ
- 갈비왕의 분노
- 리치킹의 양념갈비(300g). 포장 가능
- 까지 마라. 장사 ㅈㄴ 잘됨 저기. 가든 형식이야
- ㄹㅇ?
- 만찬도 저기서 한 적 있어. 유명한 곳임;
‘임무다시돌아왔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갑자기 동료들이 그리워진다. 왜 먼저 떠났니 ㅠㅠ]
- 초모를 버리고 가다니
- 팩트) 초모가 버렸다
- 시조 처치가 아니라 길 뚫는 거니까 어떻게 계산되려나
- 첫 지명 임무인데 넘나 어려웅거···
- 시조 처치하기 기다렸다가 처치하면 뚫장 ㅋㅋ
- 코잇츠 ㅋㅋ 통했데스요
- 근데 어차피 병자 치료 한참 남아서 후방에 남아서 의무병 하다 가야 함.
성진은 협회로부터 지명 의뢰가 성사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더불어 다타온이 의뢰한 엘론드 병자들의 구원도 마찬가지였다.
“성자님! 저부터요! 저 아파요!”
“어딜 새치기해? 성자님이 엄연히 알아서 하시는데!”
“아, 좀 밀지 마!”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밀리는 걸 어떡해?”
동부 상인회와의 교섭 이후, 병자들을 치료했다.
하지만 엘론드의 규모가 규모인 만큼, 병자들은 쉬이 줄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늘었다.
‘확실해. 전보다 늘었어.’
치료의 속도가 새로 발병하는 속도를 못 따라갔다.
- 그렇게 초모는 여생을 그곳에서 보냈다
- 50년 후···
- -end-
- 에반데
이틀째 되던 날, 누군가 찾아왔다.
“이야, 장사 잘 되네.”
“누구십니까?”
“나? 아니면 우리?”
다섯 명의 모험가들이었다.
듬직한 전위를 필두로 구성이 좋아 보였다.
“둘 다입니다.”
얇은 갑옷을 입은 전위가 대답했다.
코에 칼자국이 횡으로 길게 나 있는 여인이었다.
“나는 시리카. 네가 귀여운 제자가 말한 애구나?”
“애?”
“아닌가? 가면을 썼으니 잘 모르겠네.”
“시리카, 실례야.”
“그렇지. 미안. 우리는 ‘진리의 수호자’야. 임무 때문에 잠깐 나왔어..”
“그렇군요.”
시조를 처치하러 온 고정 파티인가 보다.
브렌트가 말했던 그들.
‘남옥(藍玉) 등급.’
진주(珍珠), 황옥(黃玉), 남옥(藍玉).
호박인 자신보다 세 등급은 위였다.
성진이 물었다.
“시조의 일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아니, 그게··· 음··· 소식 못 들었구나?”
“예?”
“아니야. 못 들었으면 됐어. 나중에 일이 끝나면 제자랑 같이 술이나 한잔 하자.”
“알겠습니다.”
- ‘그’ 화법.
- 초모 잘 참네 ㅋㅋ
성진도 할 일이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시조의 임무는 자신을 떠났고 자신이 맡은 임무는 대삼림에 길을 내는 것이다. 아마 시조가 깨어난 장소가 대삼림 깊숙한 곳이라고 했으니 저들이 빠져나오고 조금만 길을 내면 될 것 같다.
- 우리 대신 고생 좀 해주렴 ㅋㅋ
-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우리도 고생하고 있다
- 아니, 병자가 왜 안 줄어드는 거야;
성진도 고민했다.
고결함은 이미 30을 넘은 지 오래다.
50에 가까워지자 치유 능력을 발휘할 때 손이 옅은 광휘(光輝)에 휩싸이고 눈에서는 정광(晶光)이 흘러나왔다.
“오오! 성자님!”
“성자님이 날 보셨어!”
“치료 끝났으면 좀 가! 성자님 귀찮으시게!”
능력은 날이 갈수록 향상됐지만, 치유 속도는 비슷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끝도 없겠어.’
정말로 엘론드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가 적절한 조언을 했다.
‘일국이는너무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 집 장사 잘 되네. 근데 테이블 회전이 신통치 않구만]
- 어? 차일국이다!
- 닉네임 쓰레기 같다!
- 조병창은 저거보다 더 심해!
- 닥쳐! 닥치라고!
‘차일국’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아 정말 바쁘다. 바빠서 정신이 없는데 지나가다 들렸습니다]
- ㅎㅎ ㅈㄹ ㄴ
- 울산 개빡세던데 ㅋㅋ 입구부터 고전하느라 소강상태 아님?
- 속일 걸 속여야지 ㅋㅋ 하나도 안 바쁘면서
- 어쩌라고
‘1국’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저··· 초모님··· 친추점 받아주세요···. 메시지로 얘기할게요.]
- 역시 목적이 있었누 ㅋㅋ
- 아~ 정말 바쁘다~ 어림도 없지! ㅋㅋ
- 새치기 에반데
삐익···
오랜만에 보는 성채남보석이다.
과거의 랭커들 때문에 등급에 대한 개념이 흐트러지곤 했다.
「병창이가 초모님이랑 따로 얘기한 거 알면 저 죽일 텐데. ㅎㅎ 안녕하세요. 들성의 얼굴마담 대사제 차일국입니다.」
“안녕하세요. 어떤 일로?”
「최근에 곤란을 겪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몰랐는데 주변에서 하도 초모님을 도와야 한다고, 일국아 초모님은 너밖에 구할 수가 없다고 해대니 제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나섰습니다.」
“예.”
- 요약: 팬인데 싸인 좀
- 팩트) 아무도 그런 말 한 적 없다
- 기회주의형 대사제
「신성력의 약점이죠. 깊되 넓지는 않다. 민중을 굽어살피시는 초모님도 치유 속도가 붙지 않으니 힘들어 보이네요.」
“맞습니다. 방법이 있나요?”
「있죠. 있으니까 왔습니다. 사제회도 모르고 들성에서도 스칸다 말기에 저랑 고위 사제 유저 몇만 알던 비법이 있습니다.」
- 헐? 공개 안 했던 그것을?
- 왜 공개 안 했누? 겜 접는데
- 까먹었다던데
- 쟤도 사람 아니네
「무지렁이들은 무시하시고, 제가 알려드릴 방법은 바로 ‘성수’입니다.」
“성수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만들어낸 겁니다. 먼저 재료는···」
성진이 그 재료를 받아 적자 차일국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났다.
「엌 병창이한테 들켰다. 아무튼, 초모님 신성력은 남들이랑 다른 점이 많아서 효과는 장담 못 하지만 시도해보세요!」
차일국과의 연결이 끊기자마자, 성진은 일금을 찾았다. 원래 동부에서 활동하는 일금이지만, 성진이 엘론드에 머무는 동안은 그도 엘론드에 상주하기로 했다.
성진이 재료가 적힌 종이를 내밀자, 일금이 난색을 보였다.
“숲 트롤의 피, 카약 산의 청정수, 정기의 돌··· 많기도 하군요. 그리고 하나 같이 물량이 달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물품이 대부분. 어디에 사용하시려고 합니까?”
“사용할 데가 있습니다. 구할 수 있습니까?”
일금이 매의 눈초리로 성진을 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여봐라!”
“예, 일금 어른.”
“여기 적힌 물품을 구해··· 아니, 꺼내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꺼내오라는 것은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시중에 나오는 물건은 상인이 정하는 겁니다. 저희가 대륙을 거머쥔 상인들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차고 넘치죠.”
“감사합니다.”
“공짜는 아닙니다. 언젠가 보답을 받을 생각이니.”
“물론이죠.”
- 훈-훈
- 이자 3000%
- 금리 뭔데 사채냐
- 손은 놓고 가시지, 초모
거대한 물동이에 물이 가득 담겨 왔다. 일금은 이것 말고도 여분으로도 많이 챙겨주었다. 성진은 곧장 작업에 착수했다.
차일국이 말한 재료들을 조제법에 알맞게 넣은 뒤, 항아리의 귀퉁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신성력을 부여했다.
후우우우웅···
상서로운 기운이 공간에 휘몰아쳤다.
물동이의 물이 통통 위로 튀어 오르다가 우윳빛으로 변모했다.
‘실패인가?’
분명 투명한 색이어야 한다고 들었다.
색이 변한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휘오오···
다행히 우윳빛 액체는 다시 투명한 색으로 돌아갔다.
물결은 잔잔해졌다.
‘된 건가?’
성진은 그릇에 액체를 떠 병자에게 마시게 했다.
- 일단 네 녀석을 실험체 1호로 명명하겠다!
- 죽는다면 어쩔 수 없지! 병 때문이야!
- 약학의 진보는 실험 정신에서 나온다! 물론 정신은 내 것이고 몸은 네 것이다!
효과를 기다리길 잠시, 병자의 안색이 확연하게 좋아졌다. 돌출되었던 송곳니가 들어가고 충혈된 눈에 핏기가 가셨다.
‘됐어!’
- 특허부터 내자!
- 어차피 아무도 따라 할 수 없어!
- 와 성수 ㅋㅋㅋ 그냥 모험가 때려치우고 성수만 팔아도 부자되겠누
- 형제님 발상이 너무 불순합니다. 화형에 처하겠습니다
그때부턴 일사천리였다.
성수를 마시거나 머리 위로 뿌리면 타는 듯한 연기가 나면서 몸이 정화되었다. 치료 속도가 전과는 달리 엄청나게 빨라지자, 환자는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그 많던 엘론드의 병자들이 이제는 한 줌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밤마다 불어오는 바람에 여전히 병에 걸리는 자들이 새로이 생겨났지만, 미리 만들어놓은 성수로도 충분히 제어가 가능했다.
이제야 엘론드의 구원이 끝났다.
‘길었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자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어느새 고결함 수치는 50을 넘어섰다.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밤마다 불어오는 바람?’
질병의 바람은 대삼림에서 불어온다.
분명 시조를 처치했다면 감염이 계속될 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감염은 밤마다 일어나고 있다.
‘아직도 시조를 처치하지 못했다고?’
진리의 수호자가 떠난 지도 좀 됐다.
남옥 한 파티가 떠났는데 소식이 없다.
뭔가 불길했다.
푸드덕···
까악··· 깍···
성진의 창가로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새는 비틀거렸고, 상처투성이였다.
‘까마귀?’
후우웅···
성진이 까마귀를 쓰다듬자 피 칠갑을 했던 까마귀의 몸은 말끔하게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기운이 없는지 고개를 덜덜 떨었다.
날개가 넷 달린 까마귀.
이시스가 보낸 까마귀가 어째선지 보낸 지 한참이 지나서야 성진에게 도착했다. 상처로 보아 무언가에 피습당해 전달이 늦어진 걸지도.
성진은 까마귀의 양발에 묶인 것을 보았다.
‘편지? 그리고 팔찌?’
팔찌는 기괴했다.
까아악···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 까마귀가 그대로 기절했다.
서둘러 편지를 펼쳐본 성진은 눈을 크게 떴다.
「초모님, 편지를 받아 놀라셨나요? 파견대의 이시스입니다. 예, 그 음침한 마녀요. 파견대가 곧 대삼림으로 떠날 것 같아요. 함께하기를 바랐지만, 운명은 제 마음과 같지 않더군요.」
‘이시스가 왜?’
「부끄럽지만 말씀드릴게요. 믿지 않으셔도 어쩔 수 없지만, 제게는 미래를 보는 재주가 있어요. 아주 짧은 미래지만요. 이번 파견 임무에서 매우 불길한 미래가 그려져요···. 여태 점을 쳐서 어려움을 헤쳐왔음에도 이번만큼 불길한 적이 없었어요. 원래 점을 친 내용을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되지만, 초모님에게는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초모님, 당신은 구원자입니다.」
‘구원자? 내가?’
「당신만이 운명을 거스를 수 있어요. 부탁이에요. 만일 파견대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아니, 파견대에서 끝나지 않고 더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 혹시라도 그렇게 된다면 우리를 구해주실 수 있나요? 동봉한 팔찌는 우리의 현재 상황을 알려주는 팔찌입니다. 인형이 멀쩡하다면 무사한 것이고 인형이 붉게 변했다면 위험에 처한 거에요. 부디 이게 도움이 되기를.」
성진은 편지를 갈무리하고 창밖을 내다보다가 협회로 달려갔다.
이시스의 편지는 너무 늦게 도착했다.
성진이 받은 팔찌는 새빨간 인형 팔찌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