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100화 (100/222)

# 100

100화

“장난하는 거지?”

“미친 자식··· 이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저런 사람이 루키는 무슨 루키에요? 완전 정신이 나간 사람이잖아요.”

웅성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위층의 난간에서도 떠들어 대니 사방팔방에서 들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안내원의 표정이 신기했다.

성진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듯 눈을 찡그렸다가 풀었다가 반복하다가 말을 짜냈다.

“저··· 그··· 예?”

“초모 임무 완료 보고한다고 했습니다.”

“그럴 리가··· 데칸 산 임무는 바로 어제 가져가셨는데요?”

“예, 완료했습니다.”

콰아앙-!

탁자를 두들기며 누군가 일어섰다.

요정 여성이었다. 말괄량이 같은 인상을 주는 여인이었는데, 성진에게 화를 냈다.

“야! 너! 듣자 듣자 하니까 좀 짜증 나네. 안내하는 언니 바쁜 거 안 보여? 농담이나 하려면 저기 술집 가서 하던가!”

“오랜만에 맞는 말 했구만. 여기가 장난 받아주는 곳도 아니고 말이야.”

“난쟁이는 내 말에 동의하지 말아 줄래? 키가 작아질 것 같으니까.”

“망할 요정. 나무 열매나 처먹고 초록 똥이나 싸라!”

성진이 가만히 대답하지 않고 있자, 안내원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되물었다.

“저··· 혹시··· 정말··· 정말인가요?”

“예.”

“······.”

안내원이 그대로 뒤로 돌아 방으로 들어갔다. 지부장이 있는 곳이었다.

- 이르지 마! 이르면 일름보!

- 얘에요! 얘가 막 거짓말해요!

찝찝한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누군가의 의심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혹시···.”

“에이, 아니야! 이 친구야, 데칸 산이면 그냥 갔다가 돌아오는 것만도 빠듯한 시간이야!”

“그렇지? 아니겠지? 근데 초모는 왜 저러는 거야?”

“내가 알겠어? 아무튼, 이오란에서 뜰 생각인지 당장 창피를 모면하려고 저러는 거 아닌가?”

끼이익···

지부장이 뺨에 맺힌 땀을 닦으며 문을 열고 나왔다. 여전히 푸들거리는 살이 보기 좋지 않았다.

“그··· 초모님?”

“네.”

“말씀해주신 해당 임무는 B+ 랭크입니다. 그리고 대상 지역이 데칸 산 전역이에요. 마탑에 마력 파장 분석을 요청하는 것만 해도 비용이 든다는 겁니다. 협회의 입장에서는 허위 보고 때문에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정말, 정말 데칸 산의 그리핀들을 몰아내신 겁니까?”

“예. 맞습니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으시겠죠?”

“얼마든지. 원래 이렇게 보고가 오래 걸리는 겁니까?”

“아, 아니. 아닙니다.”

성진이 지부장의 질문에도 막힘 없이 대답하자,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술렁였다.

“지, 진짜인 거 아니야?”

“설마 진짜··· 아니, 이제 마탑에서 결과만 보내주면 바로 알 텐데요, 뭐.”

지부장이 품속에서 만년필을 꺼냈다.

만년필은 끝에 깃털이 달렸는데, 한 번만 봐도 기억에 남을 것처럼 생겼다.

“거울편지 부탁해요.”

“예, 지부장님.”

안내원이 지부장에게 편지지 크기의 종이를 건넸다. 광택이 도는 게 이것도 평범한 종이는 아닌 것 같았다.

- 엥? 마탑이랑 연락하는 거 아녔음? 설마 마탑이랑 펜팔 하는 거임? ㅋㅋㅋ

- Hi! I’m jibujang. Are you ma top?

- 커뮤하면 될 걸 ㅋㅋ 바본 듯!

- 얘들은 진짜 스칸다 안 해봤나 보다 ㅋㅋ 스린이들아~ 저건 거울편지라는 건데, 협조를 요청하거나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내용은 저런 식으로 오고 간단다^^ 공문서 알지?

- 선배님 그렇군요^^ 오늘도 배워갑니다.(_ _) 꾸벅

- 아, 아저씨였누; 죄송합니다

지부장이 마탑에 마력 파장 분석을 요청하는 내용을 거울편지에 적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잠시 후, 지부장이 만년필을 회수해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언뜻 종이를 쳐다봤는데, 거울편지에 적혀있던 내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 아! 이게 팩스인가 몬가 그거구나 ㅋㅋ

- 팩스보다 간편한데? ㄹㅇ 현실 고증 뭔뎈ㅋ

- 동사무소 분발해야··· 스칸다에 밀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 전에, 잠시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뭐야! 결과도 안 알려주고 데리고 가는 게 어딨어? 둘이서 수작질 부리려는 거 아니야?”

“금 등급도 저렇게 얻은 거지? 그럴 줄 알았어!”

끼이익···

지부장이 한숨을 쉬었다.

“이제야 조금 조용한 것 같군요. 역시 모험가들이라 남의 일에 관심이 많죠? 저들을 너무 밉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지랖이 넓은 것도 모험가의 자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 저들이야말로 제대로 된 모험가라고 할 수 있겠군요.”

“······.”

“하하··· 농담인데 안 웃으시네.”

- 이 새끼 죽이죠?

- 흰둥아 물어! 크왕!

- 지부장이 근데 왜 불렀지?

지부장이 자리를 권했다. 차는 둘 다 생각이 없어 건너뛰었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가 이렇게 따로 뵙고자 한 건, 데칸 산의 일 때문이 아닙니다.”

“그럼···.”

“동부로 향하는 길목에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문제?”

- 길목이면 거기 아니냐? 지리가 바뀌지는 않았을 테니 엘론드 쪽 말하는 거잖아?

- ㅇㅇ 보통 그쪽으로 오고 가긴 했지

- 문제가 터질만한 게 있나?

- 글쎄? 내 인생도 문제인데 길목에 문제가 터지든 말든 ㅋㅋ

지부장이 머리를 긁적였다.

“중앙과 동부의 길목을 넓히는 건 협회뿐만 아니라 상회를 비롯하여 많은 단체의 숙원사업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길이 넓어야 물동량도 부담 없이 오고 가고 안전에 관한 비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니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죠.”

“그런데요?”

“협곡을 기준으로 좌측부터 넓히려는 시도가 실패하자 우측의 대삼림으로 관심을 돌렸죠. 하지만, 그게 문제였습니다. 대삼림의 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이자 욕심을 냈는지 길을 더 넓게 트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워선 안 될 존재를 깨운 거지요.”

- 서, 설마 그 존재를!

- 말도 안 돼! 그 존재를 깨워버린 거야?

- 아빠 아직 안 잔다.

- 아씨 내 몰입감 어쩔 ㅋㅋ

- 아빠 자고 있잖아요! 방금까지 코 골았잖아요! 리모컨 내놔요!

지부장 정도 되는 자가 깨워선 안 될 존재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아마 굉장히 껄끄러운 상대일 것이다.

“시조(始祖)가 깨어났습니다.”

“시조?”

“흡혈귀의 일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당연히 곧장 사제회에 지원을 요청했죠.”

- 그럼 된 거 아닌가?

- 바보냐? 스칸다 처음 들어오자마자 꽃 사제님이 바로 설명해줬잖아! 보충 들을래?

- 아! 신성력! 걔네 신성력 없지!

성진도 짐작한 바다.

사제회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제회가 응하지 않았군요.”

“처음에는 이리저리 말을 돌리면서 시간을 끌더군요. 하지만 요청에는 응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믿고 기다리는 사이 피해는 커져만 갔고, 결국 대삼림에 길을 내는 건 무산됐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근 엘론드까지 피해가 미쳤습니다.”

“피해가 얼마나 됩니까?”

“대삼림에 들어갔던 인원은 거의 다 죽었고, 현재 엘론드에서도 감염된 사람이 나온 상황입니다.”

- 돌림병?

- 시조··· 첨 들어보는데;

- 저거 마탑이나 대도서관에 보면 서적 있을 텐데··· 척척박사 없누? 유적 변태는 이런 거 모를 테니 손가놈 말고!

- 대기 중, 일단 얘기나 듣자

지부장이 자신의 손을 쓰다듬었다.

그의 입에서 계속 말이 흘러나왔다.

“사제회는 아직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협회까지 곤란해지고 있어요. 엘론드에 파견 나가 있던 모험가들도 대삼림에서 벌어진 일에 한 다리 걸친 것으로 밝혀져 압박을 당하고 있습니다.”

“보상을 요구하는 건가요?”

“정확히는 사태의 해결에 협회가 앞장서야 하지 않냐는 겁니다. 저희야 이런 일 전문이니 당연히 나서고 싶지만, 상대가 시조라면 인원들을 때려 넣는다고 해결될 만한 일이 아니라···.”

- 시조가 약간 리치랑 비슷한가 보네?

- 아 나는 그쪽 계열 몬스터들 진짜 싫어

- 언데드는 오바야. 베는 맛도 없고 밥 먹을 때 자꾸 생각나자너~

지부장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이제 설명이 끝났으니 제안이나 질문을 던질 것이다.

“저··· 그래서 말인데··· 이오란에 남은 일이 있으십니까?”

“이제 딱히 없습니다.”

“마침 잘됐군요. 이제 이 근방 지부들에서 인원을 모아 파견대가 꾸려질 겁니다. 우리 지부에서도 인원을 추천해야 하는데··· 이미 임무 중에 있거나 파견을 거부하는 상황이라···.”

성진이 팔짱을 끼었다.

이오란에서 벗어나기로 한 것은 맞지만, 꼭 엘론드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 음··· 애매하긴 하네?

- 초모님! 일단 질문 ㄱㄱ 1. 보상 2. 기간 3. 실패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4. 님 말고 누구 가는지

“제가 나서면 무엇을 얻게 됩니까?”

“다른 임무보다 포인트를 배 가까이 얻으실 겁니다. 상회와 엘론드가 의뢰의 주체이니 금전적인 보상도 괜찮을 거고요.”

“얼마나 오래 있어야 하는 일이죠?”

“그건 아직 잘 모릅니다. 다만, 파견대의 대장이 지휘할 테니 그저 따르시면 수월하실 겁니다. 일이 빨리 끝날 수도 있고··· 늦게 끝날 수도 있고···.”

“실패하면 책임을 묻는 겁니까?”

“전혀요. 실패해도 협회로서는 일단 한 차례 인원을 투입했으니 그쪽에서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을 겁니다. 물론 저는 성공했으면 좋겠지만···.”

“저 말고 어떤 분들이 참여하시는 거죠?”

마지막 질문에 지점장이 비릿하게 웃었다.

마치 이건 자신 있다는 표정이었다.

“최소 금 등급 이상의 인원이 모일 겁니다. 또 나름 이름이 알려진 분들도 참여해주시기로 약속하셨습니다. 아마 인선이 실망스럽지는 않을 겁니다.”

삐익···

[제목: 참여하세요. 시조에 대해서 제가 조금 찾아봤는데···]

[제목: 얻는 게 많을 것 같습니다.]

[제목: 명성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번 파견을 통해···]

쪽지함이 파견에 참여하라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성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지점장에게 대답했다.

“참여하겠습니다.”

“훌륭하신 결정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까의 사건은···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음··· 정말로 데칸 산의 임무를 해결하신 겁니까?”

같은 대답도 계속하다 보니 지칠 지경이었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하자, 지부장도 마주 끄덕였다.

“믿습니다. 믿어요. 다만··· 너무 말이 안 돼서··· 혹시 방법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건 안 됩니다.”

- 유적 변태가 화낸다고~ 말하면 안 돼~

- 이제 이오란에서 일 끝났나?

지부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파견 일정에 관한 부분은 저희가 초모님의 숙소를 파악하고 있으니 그편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성진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모험가들이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얘기를 엿들으려고 했던 모양인데, 안타깝게도 방음이 훌륭했던 것 같다.

뻐드렁니가 있는 모험가가 추궁하듯 물었다.

“지부장이랑 무슨 얘기를 한 거지? 역시 부정을 저지른 거지?”

“협회도 썩었구나, 썩었어.”

성진은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쳐 밖으로 빠져나갔다.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이들을 일일이 상대할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았다.

****

“결과도 나왔을 텐데 왜 감추는 거지?”

“말씀드렸다시피 이건 협회와의 계약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알려드리기가 좀···.”

“역시··· 뭔가 있는 거야.”

“아무것도 없습니다. 억측이십니다.”

“없기는 뭐가 없어! 그놈이 바로 금 등급이 된 것도 말이 안 되잖아!”

“그건 이미 끝난 일입니다. 갱님께서 직접 오셔서 확인까지 해주셨잖아요.”

“그 갱도 수상하다니까!”

안내원이 한숨을 쉬고 뒤편으로 가 지부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인가요?”

“저··· 지부장님. 모험가분들께서 초모 님의 일을 해명하라고 하십니다. 무시하려 했지만,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라 말씀드립니다.”

“이런, 그것참 혈기왕성하신 분들이군요. 하하하··· 제가 나가지요. 고생하셨어요.”

끼익···

지부장이 문을 열고 모습을 보이자, 모험가들이 쏘아붙였다.

“지부장! 제대로 말을 하라고! 마탑에서 분석 결과도 도착했을 거 아니야? 왜 공개하지 않는데!”

“초모 그 자식, 갱 사촌인 거 아니야? 아니, 이방인인데 그럴 리가 없지. 아무튼! 뭔가 있지?”

얘기를 듣던 지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곤란합니다. 곤란해요, 여러분. 이곳은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지 여러분의 투쟁심을 받아주는 곳이 아닙니다.”

“뭐?”

지부장은 투쟁심도 고급스럽게 포장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은 시기와 질투다.

“하아··· 어쩔 수 없군요. 마탑에서 온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제 됐지요?”

“진작 그럴 것이지! 마탑은 협회처럼 뭔가 숨기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믿을 만 하잖아.”

“그럼, 이게 마탑에서 보내온 분석 결과입니다.”

지부장이 한 손은 거울편지에 올려놓고 다른 한 손은 천장을 향했다. 그러자, 거울편지에 적힌 내용이 천장에 투사됐다.

“보나 마나··· 어?”

“···거짓말이지?”

“뭐, 뭐야?”

천장에 크게 확대된 내용은 이러했다.

「회신: 알론 마탑의 답변.」

「데칸 산 일대의 마력 파장 분석을 요청받아 15시 27분 35초, 마력 파장 분석에 들어감. 소요 시간 1시간 22분 11초. 다음은 분석관의 견해.」

* 데칸 산 일대의 마력 파장이 하루 전보다 현저히 낮아짐. 특히 단일 개체의 마력 수준이 급감한 것으로 보아 C등급 이상의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마력 파장으로만 분석했기에 모든 요소를 고려한 것은 아니지만, 데칸 산의 그리핀들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현장 조사관을 파견해 확인해 볼 예정.

“자, 이제 됐습니까?”

“······.”

“말도 안 돼···.”

“이번엔 알론의 이름을 부정하시는 겁니까?”

“그, 그건 아니고··· 그래도 이상하잖아! 어떻게 하루 만에 그리핀들이 전부 사라져? 자그마치 수십 마리라고!”

“음··· 확실히 그렇죠. 이름이···.”

“야올이다!”

“그래요, 야올 씨. 모험가의 진리를 잊으신 건 아닙니까?”

“···진리?”

근육질의 모험가가 위축된 눈을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요, 진리. 모험가는 임무를 완수하기만 하면 될 뿐입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든 불법적인 수단을 썼든 임무만 성공하면 됩니다. 이걸 깨달은 분들은 전부 승급에 성공하셨습니다.”

“······.”

“야올님도 승급하셔야지요. 이제는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초모님처럼 모험을 열심히 다녀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할 말을 잃은 어중간한 모험가들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졌다. 초모에 관한 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이날 밤부터였다.

****

“마구를 크게 만들어 달라고?”

“예, 치수는 여기 있습니다.”

“어디 보자 치수가··· 뭐가 이렇게 커? 자네 말은 뭘 처먹고 다니는 건가?”

- 말을 먹습니다.

- 아마 사람도 먹었을지 몰라요

- 초모의 사랑을 먹었지비 ^^*

- 밀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 3 -

- 우우욱 씨입ㅋㅋㅋ

성진과 말을 하던 장인은 팔짱을 끼고 인상을 썼다.

“이만한 크기면 만드는 데 들어가는 가죽도 만만치 않아. 더군다나 가죽도 고급으로 사용한다며? 아무리 그래도 5일 정도는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수고비는 넉넉히 드리겠습니다.”

성진이 데칸 산 임무를 완수하며 받은 금액의 극히 일부를 꺼내 장인에게 건넸다.

“이만큼이나 준다고?”

“이건 선금입니다. 완성되는 시기가 하루씩 당겨질 때마다 같은 금액을 더 드리겠습니다.”

“이틀 뒤에 와.”

“···5일 걸린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열심히 일하는 자의 시계추는 천천히 움직여, 그런 것도 모르나? 야! 일이다! 다 하던 것 멈추고 이리 와서 달라붙어!”

“예!”

이마에 그려진 용의 각인.

이방인들도 이곳에서 일하는 듯 보였다.

다행히 대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 5일 걸리기엔 너무 많은 돈이었다

- 인센티브··· 그것은 네거티브를 압도하는 티브다

- 일꾼들이 다 달라붙었네 ㅋㅋㅋ

성진은 이미 일에 정신이 팔린 장인을 한차례 눈에 담고 숙소로 향했다.

어젯밤, 꽃의 사제에게 커뮤니티를 통해 연락을 취했다. 내용은 엘론드에서 터진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사제회는 어떤 생각인지. 꽃의 사제는 항상 성진의 답변을 기다리던 건지 답변은 즉시 이루어졌다.

「초모님, 건강하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가치는 결국 오래 살아야 이룰 수 있습니다. 부디 몸 챙겨가면서 모험하시길. 항간에 이상한 소문들이 돌고 있는데, 저희는 헛소문은 믿지 않으니 초모님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하십시오.

늙은이들이 스칸다 곳곳에 퍼져있는지라 불러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쓸모도 없는 것들이라 꾸짖으셔도 됩니다.

엘론드의 일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마 사제회는 사태를 관망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잡았을 것입니다. 사실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신성력의 고갈이 세상에 드러나면 그들의 입지도 흔들릴 테니, 설령 엘론드의 일로 지탄 받더라도 나서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나설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미 먼 곳에 나와 있습니다. 엘론드에 도착할 때쯤엔 이미 사태가 손 쓸 수 없는 상황이거나 해결된 즈음일 겁니다.

초모님, 정말 가망이 없다 싶으시면 물러나셔야 합니다. 시조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작위에 따라 가진 힘도 천차만별이고요.

아무튼, 이렇게라도 소식을 들으니 기쁩니다. 종종 소식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고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밥 꼭꼭 씹어 드시고 하루 세끼는 꼭 챙겨 드셔야 합니다.」

- 머여? 6시 니고향 편지 쌔벼 온 거 아니지?

- ㄹㅇ 손자 챙기는 할아버지넼ㅋㅋ

- 소문? 소문은 또 뭔데?

- 결국엔 협회의 파견대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거구나

- 아 ㅋㅋ 넘 쩌는 거 드러나면 부끄러운데 ㅋㅋ

“초모님! 숙소에 가도 안 계시길래 한참 찾았네요! 공방으로 가셨다길래 허겁지겁 뛰어왔어요.”

누군가 자신을 불러세웠다.

자주 마주쳤던 안내원이었다.

“비번입니까?”

“예, 휴일이에요. 일전의 일은 죄송했어요···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라···.”

“괜찮습니다.”

“정말 어떻게··· 아니, 아니지. 내 정신 좀 봐. 지부장님이 밖에서 따로 뵙자고 하셔요.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 이 아줌마는 비번인데 왜 나서는 거야?

- 엥?

성진도 그게 의문이었다.

“쉬는 날 아니십니까?”

“남편 하는 일인데 제가 챙겨야죠.”

“남편? 설마···.”

“그 뚱뚱이가 저희 남편이에요. 살 좀 빼야겠죠? 젊었을 때는 헌앙했는데···.”

- 이런 씨 ㅋㅋㅋ 진정한 비리는 여기 있었누

- 어쩐지 둘이 자꾸 붙어 먹더랔ㅋㅋ

- 초모 가면 너머로 당황한 게 느껴진다 ㅋㅋㅋ

안내원이 호들갑을 떨며 성진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쪽으로! 보는 눈이 많으니 밖에서 만나자고 하셨어요.”

성진이 끌려간 곳은 다루였다.

문을 열자 차의 향기가 전신을 훑었다.

좋은 느낌.

“저희 부부가 자주 오는 곳이에요. 그럼, 말씀 편히 나누세요. 저는 장을 좀 봐야 해서.”

- 아줌마! 어디 가요!

- 커리어 우먼 ㅋㅋㅋ

뚱뚱한 체구의 남성이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차향이 너무 좋아 기다리지 못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 일 때문인가요?”

“예. 승급식을 거부하시겠다고 하셔서··· 음, 확실히 말이 나오고 있으니 굳이 화려하게 할 필요는 없겠죠. 좋은 선택입니다.”

“네.”

“하지만, 이방인의 승급식은 같은 이방인들에게 희망을 줄 겁니다. 아무쪼록 그 부분까지 고려해주시길.”

“다음에는 생각해보겠습니다.”

“하아··· 무슨 승급을 일주일에 두 번 하게 되는 경우는 저도 처음이라··· 일어서시겠습니까?”

드르륵···

지부장이 성진의 로브에서 골드 버튼을 떼어갔다.

그 대신, 날개를 펼친 새가 새겨져 있는 엠버(Amber) 버튼을 새로 달아주었다.

‘비취가 아니야?’

성진이 눈으로 묻자, 지부장이 헛기침했다.

“그게··· 일 처리가 워낙 빠르고 완벽하셔서 협회에 따로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자문했습니다.”

“그런데요?”

“보통 이런 경우 음··· 보통이 아니지. 이런 경우도 없고. 그러니까··· 이단 승급이라는 거지요.”

“포인트가 조금 모자라지 않았나요?”

“아뇨. 원래라면 승급하고 나서도 포인트를 꽤 버셨을 겁니다. 알고 보니 와이프가 제대로 확인을 안 하고 이전 기록으로 적용했더군요. 그래서 갱님에게 여쭤보니···.”

- 그냥 깔끔하게 반올림해, 뚱땡아

“네, 반올림해서 호박 0포인트이십니다. 이런 경우는 기록을 찾아봤는데 50년 전에도 거의 없었습니다.”

- 헐 ㅋㅋㅋㅋㅋㅋ 이단 승급하는 이방인이 있다? 뿌슝빠슝!

- 뭔데 나 은 등급 다는 것처럼 승급하냐?

- 구라 ㄴ 첫 주에 은 등급을 어케 담 ㅋㅋ

- 헤헷 들킴ㅋ 한 달 걸림!

- 송하린도 첫 주에 금 달았었음

- 최별도, 조병창도 암튼 랭커들은 죄다 첫 주에 금 달긴 했었어. 비취도 찾으면 있을 것 같긴 한데 호박은 첨이네 ㅅㅂ

지부장이 방긋 웃었다.

“뭐, 논란이 있더라도 결국 등급이 말해줄 겁니다. 이제 협회가 자랑하는 보석(寶石) 등급의 모험가이시니 협회의 대우도 달라질 것이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엠버 버튼이 로브에 자리잡자, 시나리오가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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