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
97화
[제목: 야 올빼미 춤 잘추더라 ㅋㅋㅋ]
그저 웃지요 ㅋㅋㅋ 요즘 행복해 죽겠어 ㅋㅋ
- 먼 소리냐? 춤?
- 그 항공 수신호 닮은 뭔 교감 동작있잖아
- 아, 어제 그런 게 있었어?
- 방송 안 봤냐?
- ㅇㅇ 친척 집이라
[제목: 요즘 올빼미 성좌들 다툼 치열하더라~]
개웃겨 미친 ㅋㅋㅋ
아니 뉴비한테 다들 왜 이러는 거야!
- 야, 야한 냄새가 난다··· 스칸다 알려주고 싶어···
- 성좌ㅇㅈㄹ ㅋㅋㅋㅋ 전지적 석유 시점
- 산유국들 카르텔이야 완전 개깡패들 ㅋㅋ
- 제 말대로 하시죠? 저 벌레들 말 듣지 마시고 ㅡㅡ
[제목: 우리 까지마라. 우리도 즐기는 거다.]
어제 새벽 3시까지 민들레 영지에 모여서 '올빼미 교황되기,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의했다. 회식 째고 모여서 커피만 오지게 마심
- 와 ㅋㅋ 열정 실화냐? 그 정도 노력이면 스칸다에서도 알아줬겠는데 ㅋㅋ
- 첨엔 반 장난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흥겨워서 즐기고 있더라ㅋㅋ 참여하쉴?
- 나 은 등급인데
- 꺼져 그럼. 어디서 벌레 색기가 말을 걸어. 으~ 똥 묻었당
- ㅠㅠ 너무해
- 킹들레 갓지는 인정이야~
****
성진이 배낭에 엘리움 주괴를 넣고 몸 상태를 점검했다. 여전히 별다른 장비를 마련하지 않았고 무기도 그대로였다.
- 무기는 좀 바꾸지;
- 신조 살해자 쓰던 분이 상점표에 만족하겠어?
- ㅇㅈ 소재 구해서 만들고 말지
‘질문타~임’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엘리움 저 정도 양이면 얼마나 만들 수 있음?]
- 엘리움은 잘 모르긴 한데, 갑옷은 못 맞출 걸
- 무기도 종류따라 다름. 내 생각엔 검 한자루가 전부 아닐까?
- 그것보단 좀 많을 듯. 검집까지는 해결되지 않을까?
- 엘리움 검집 ㅅㅂ 그거에 한 번 맞아보고 싶다
- -18728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오늘이 어디더라’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석유왕들 눈물을 삼키고 물러났고 이번엔?]
- 어디더라 첨 듣는 곳이었는데
- ‘누구나 엄마가 된다’ 얘네 정체가 의심스럽긴 한데ㅋㅋ
- 엄마를 의심하는 거야? ㅋㅋ
- 아니 의도는 의심하지 않는데, 과연 그 그리핀을 ㅋㅋ
- ㅇㅈ 순백색이면 순혈인데 네임드잖아. 잘못하다 다이다이 떠야하면 좀 힘들걸?
‘어제 커뮤니티 분석글 올라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데칸 산 지도 들고 와서 행로 분석한 다음 변수 체크해가면서 분석했더라]
- 와 노력 미쳤다; 그래서 결론은?
- 그 난쟁이 만나러는 혼자 가는게 좋고, 혼자 갔을 때 그리핀한테 둘러싸이면 잘못하면 킬각 잡힌대
- 그건 우리 옆집 아주머니도 알겠다
- 아주머니도 스칸다 했었음?
- 나보다 랭크 높았다. 까불지 마라
- ㅎㄷㄷ 재성합니다
우드득···
몸을 가볍게 푼 성진이 길을 나섰다.
향하는 곳은 모험가 협회 이오란 지부.
끼익···
“초모다!”
“어이! 저번에 쪽지 보냈는데··· 관심 없더라도 답장은 좀···.”
“죄송합니다.”
“크흠··· 알겠어.”
성진이 사람들을 가로질러 임무 게시판 앞에 섰다.
여전히 임무를 하지 않는 초모에게 사람들의 의심이 미치는 것은 당연한 바, 성진은 불쾌한 시선들을 담담히 견뎌내며 게시판을 확인했다.
‘음··· 어제랑 똑같네.’
마땅한 임무를 찾지 못한 성진은 안내원에게 다가갔다. 찾는 게 있다.
“데칸 산의 임무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네? 데칸 산이요? 자, 잠시만요··· 얼마 전까지 있었긴 했는데··· 어디··· 여깄네요.”
양피지를 건네준 안내원이 땀을 훔쳤다.
50년 전에야 금 등급 모험가가 흔했다지만, 지금은 달랐다. 금 등급부터는 다른 모험가들과 차이가 좀 있었다. 이러다 초모가 보석급으로 넘어가는 비취 등급이라도 된다면 엄청난 성장으로 화제가 될 것이다.
“그 임무가 찾으시던 게 맞나요?”
“맞네요. B+ 임무. 데칸 산의 그리핀 무리 퇴치.”
“예. 개인이 위탁한 임무라 보상이 좀··· 그 때문인지 파티 구하기가 어려우실 거예요. 그럼, 오늘부터 파티 구인 등록하시는 건가요?”
“됐습니다.”
“네? 다른 임무를 그럼···.”
“아뇨, 파티를 구성할 생각이 없다는 뜻입니다.”
푸훕-!
“케헥··· 켁··· 켁···.”
“저게 무슨 개소리야?”
근처에서 얘기를 훔쳐듣던 모험가 한 명이 맥주를 마시다 뿜었다. 안내원도 표정을 찡그리고 못 들을 얘기를 들었다는 것처럼 되물었다.
“초모님, 스칸다의 모험가들은 파티 플레이를 자주 해요. 아니, 항시 한다고 보는 게 맞아요. 이방인이라 잘 모르실 수 있는데, 제가 설명이 부족했네요. 모험가들에게 주어지는 임무는 보통 파티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제시하는 임무에요.”
“알고 있습니다.”
“모르시는 거 같은데요? 처음에는 초모님처럼 포인트 욕심을 내시는 분들이 있어요. 특히 한 번에 등급 상승을 꾀하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솔로플레이에 도전하죠.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몸 성히 임무를 포기하면 다행이죠, 부상으로 후유증이 남아 기존의 등급에서 강등 당하는 경우도 많아요.”
“예, 알고 있습니다.”
“모험가 생활 하루 이틀 하실 거 아니잖아요? 멀리 보세요. 착실하게 알맞은 임무를 하시다 보면 언젠가는 승급도 하실 거고, 그때 또 알맞은 임무를 하는 게···.”
“그래서, 된다는 건가요?”
성진은 요청하지도 않은 설명을 주구장창 늘어놓는 안내원 때문에 날을 샐 것 같아 적당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끊었다. 안내원이 한숨을 푹 쉬고 대답했다.
“······예. 임무 진행중으로 표시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데칸 산의 그리핀 퇴치’ 총 등급 B+ 임무는 모험가 ‘초모’가 단독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협회는 초모의 임무 완수를 응원합니다.”
“임무를 완수하면 포인트를 얼마나 얻는 거죠?”
“지금 금 등급 0포인트시니까··· 잠깐, 이 임무에 얽혀있는 다른 임무들이 있네요. 계산해 볼게요.”
안내원이 계산을 하고 있는 사이, 수군덕대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의 소리가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대부분이 초모의 무모함을 탓하는 소리였다.
“어이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네. 우리는 뭐 자신 없어서 파티로 다니는 줄 아나?”
“모험가의 기본 자질 중에는 사회성도 포함되는 거 모르나? 이방인이라 차별 받을 거라고 생각해서 저러나?”
“차근차근 준비하면 충분히 단시간 내에 승급 가능할 텐데, 특히 치유 능력자는 귀해서 어디든 갈 수 있을 거고. 상위 파티에 껴서 가면 포인트도 거저 먹다시피 하잖아.”
“사람이 그렇게 안 봤는데, 영리하지가 못하네.”
“냅둬, 데칸 산에 들어가는 얼간이 하나 생긴 거지. 그 그리핀들이 이오란에 안 날아오게 하려면 가끔 먹이도 던져줘야지.”
“시체라도 찾을 수 있으려나?”
- 저 새끼들이! 다 들려!
- 쟤네는 근데 왜 맨날 임무 안 나가고 맥주만 처마시고 있어
- (뜨끔!) 저기 맥주 맛있어요. 뭐라 하지 마세요
- 너였누?
안내원의 얼굴이 굳었다.
성진이 잠자코 기다리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에··· 그간 밀려있던 임무가 꽤 있었네요. 아무래도 한동안 데칸 산에 발길이 끊긴 터라··· 제론 상회에서도 의뢰했었고 야스톤 공방, 또···.”
“포인트는요?”
“초모님이 데칸 산의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할 경우, 에··· 삼십구만 칠천삼백육십일 포인트 되겠네요.”
“어느 정도죠?”
“금에서 비취까지 십만, 비취에서 호박까지 삼십만이 필요하니··· 임무를 성공하셨을 땐 호박으로 승급하시기 직전이겠네요.”
안내원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지만, 다른 모험가들은 손사래치고 말았다.
“되겠냐? 포인트 많이 준다고 죽을 일 있어?”
“데칸 산은 단독으로 밀어내려면 천상계에 있는 놈들이나 가능할 거야.”
“죽게 내비둬라. 포인트에 눈이 멀어서 목숨이나 내다 버리고 으휴.”
성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협회를 빠져나왔다.
2층에 자리잡고 있던 로브를 쓴 요정 둘이 얘기했다.
“어떻게 보세요?”
“실패할 것이다. 그리고 성공한다고 쳐도 우리가 찾는 이와는 거리가 멀지.”
“아쉽네요.”
****
- 무려 한 방에 호박 등급!
- 성공한다면! 그 누엄되인지 뭔지에서 제대로 할는지
- 실패하면 빤쓰런하고 다시 생각해봐야지, 도망은 칠 수 있을 거 아니야?
성진에게 다이렉트 메시지가 도착했다.
흑단백석의 모험가.
닉네임은 ‘은신왕클로킹’
「어디 보자, 제가 묻어 놨던 물건은 잘 가지고 계시죠?」
“예. 여기 있습니다.”
성진은 지나간 일을 떠올렸다.
어제 이 자가 보내온 쪽지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그 순백의 그리핀은 제가 버린 자식 같습니다. 그리핀의 습성상 순혈의 주위로 무리가 꾸려지는 게 정상이라 데칸 산이 그렇게 된 것도 이해가 되는군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저 은신왕클로킹이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 은신왕클로킹? 처음 듣는데;
- 야수조련사인가? 사냥꾼?
- 흑단백석인데 왜 모르지?
- 랭킹에서는 본 것 같기도···
- 빤쓰좌랑 같은 등급이네;
- 랭킹 올라갈수록 같은 등급끼리도 차이 벌어짐, 같은 등급이라도 실력 넘사벽으로 차이 날 수도 있잖아
그 후로, 은신왕클로킹에게 꾸준히 메시지가 왔다.
「마침 제가 마지막으로 접속한 날, 이오란에 타입캡슐을 묻어두었죠! 거기에 실마리가 있을 겁니다! 저는 누구처럼 은행을 믿는 짓은 하지 않거든요!」
성진은 그가 말한 장소에서 땅을 파헤쳤다.
푹-! 푹-!
삽까지 동원하여 파내려가는데, 삽의 날 끝에 뭔가가 걸렸다.
턱-!
「역시! 나는 틀리지 않았어!」
성진이 조금 더 파고 들어가 조그만 상자를 꺼냈다.
잠금은 걸려있지 않았다.
「돈은 없을 거고··· 제가 종속구랑 뭐 넣어놨더라?」
상자의 형태를 빌린 타임캡슐의 구성품은 단촐했다.
작은 단죽(短竹) 형태의 나무 피리.
호루라기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짧았다.
이게 종속구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상한 지도.
「세상에 장보도라니! 아! 내가 만든 거구나. 뭘 숨겨 놨었지? 기억 안 나니 나중에 시간 나실 때나 들러보세요.」
마지막으로 편지.
편지의 봉인을 뜯어 읽어보았다.
‘미래의 나에게 쓰는 편지.’
안녕? 은신왕클로킹아.
혹시 스칸다에 다시 돌아온 거니?
그렇다면 매우 기쁜 일이겠구나.
과거의 로킹이는 네가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됐어.
미래에는··· 취업은 했니? 아니라면··· 사귀는 여자친구는 있고?
음··· 널 믿어 로킹아. 비록 지금의 나는 스칸다를 모험하느라 모든 일을 뒤로 미뤘지만, 미래의 로킹이는 해냈을 거라고!
분명, 분명 믿고 있어···.
게임 적당히 하고, 행복해라.
- 과거의 은신왕클로킹 보냄 -
편지를 같이 읽은 시청자들이 침묵했다.
웃기기도 웃긴 내용이었고 심각한 내용은 담겨있지도 않았지만, 어쩐지 웃을 수 없었다.
- 그 뭐시냐··· 참··· 웃기긴 한데 이해가 돼서 웃을 수가 없다
- 어라? 어째서 눈물이···
- 무슨 마음으로 편지 썼을지 헤아려지는 게 너무 슬퍼 ㅠㅠ
- 취업은 했어? 여자친구는 있고?
「취업은 했는데 여자친구는 없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있어본 적도 없는 걸요.」
- 커흐흑 ㅠㅠ 너 임마! 잘 살거야!
- 좋은 여자 만날 거라고!
- 누가 로킹이 욕하면 가만 안둬!
‘빤쓰까지다벗겨요’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은신왕클로킹··· 어디서 들어봤는데··· 님 저 아세요?]
「ㅎㅎ 그럴 리가? 사람 잘못 보신 듯?」
- 빤쓰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시네!
- 님 차례 끝났거든요! 이제 다른 사람들도 소매 좀 넣게 조용히 해주세요!
- 이미 다 벗겨 먹혔으면서!
- 어딜 혼자서만 소매 넣을라고 ㅋㅋ
성진은 회상에서 빠져나왔다.
나무 피리에 끈을 연결해 목에 걸고 길을 나섰다.
데칸 산은 성진의 걸음으로 반나절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있었다. 말은 표적이 될 수 있으니 도보로 이동하라는 시청자들의 조언에 따라 가벼운 걸음으로 데칸 산으로 향했다.
지옥으로 변한 데칸 산에 들어서는 사람 치고는 지나치게 밝은 걸음걸이였다.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종말 이후에서는 마트 이후로 처음인가.’
이렇게 홀가분한 마음을 가져본 게 얼마만인지. 세종시의 사람들도 비록 힘겨운 처지일지라도 다들 살아있다. 그렇다면 시간을 들여 구해내면 될 것이다.
「데칸 산이네요.」
성진은 산의 초입에서 걸음을 멈췄다.
바위 산.
지리적으로 산을 가로 지르는 크지 않은 강줄기가 있고 산세가 험했다.
‘이곳에 그리핀들이···.’
성진은 그리핀을 사냥해 본 적 있지만, 그들의 습성에 관해 전부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핀이 나타나면 죽여야 합니까?”
「그렇죠? 아무래도 사나운 몬스터니까.」
그때, 시청자 중 누군가 태클을 걸었다.
‘뭔개소ㅓ리야’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듣자 듣자 하니까 이상한 소리만 하시네, 저분. 그리핀 모르세요?]
- 급발진 뭐여! 누구세여?
- 우리쵸코는안물어입니다.
- 와! ㅆㅂ 성채남보석!
- 조련사 공략본 쓰신 분 아님?
- ㅎㄷㄷ 방송 보고 계셨구나
‘우리쵸코는안물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저도 순혈그리핀 노린 적 있어서 공부 좀 했었는데요, 그리핀 다루는 법 알려드릴게요.]
과거에 조련사 상위 랭커였다고 하는 그 혹은 그녀가 성진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 그니까, 생고기를 준비해서 가라는 말이에요. 데칸 산이 저래보여도 야생의 보고에요. 미리 소분위로 쪼개서 배낭에 준비해두세요.
「하하하 제가 깜빡했었네요. 그렇게 하시죠.」
-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방법이군
- 그리핀은 조금이라도 먹이를 주면 일정 시간 상대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아요. 이때, 양손은 확실하게 보여야 해요.
- ㅎㄷㄷ 양정역 걔는 아니던데···
- 이미 사람 맛에 길들여진 개체는 어쩔 수 없어요. 죽여야 해요. 그러니, 시도해보시고 거슬리면 죽이세요.
“알겠습니다, 쵸코님.”
성진은 쵸코의 말대로 산양을 잡아 그 고기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배낭에 수납했다.
그리고, 다시 산길을 걸었다.
- 쵸코님, 쵸코님! 옛날 얘기 좀 들려주세요~ 그리핀 얘기는 뭐에요?
- 순혈 그리핀은 특별한 개체에요. 괜히 신성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개체로서의 전투 능력도 일반 그리핀보다 훨씬 뛰어날뿐더러 신성력에 친화력이 있거든요.
- 오오 쩐다 그리고요?
- 간지나요. 개간지. 폭풍간지 아이 간지러~
- ······그렇군요
- 명심하세요. 간지가 전부입니다. 게임은 결국 룩이에요. 룩이 전부야!
- 고인물 중에 정상 없다더니··· 하지만 솔직히 룩은 인정이야~ ㄹㅇ
- 기품있는 하얀 깃털, 늠름한 부리. 눈이 오는 날의 위장색! 넘나 커여워···
구우우··· 구우우···
‘왔다.’
후욱··· 후우욱···
화아아···
성진의 머리 위를 갈색 그리핀이 거친 날개짓을 하며 선회했다. 독수리의 상반신, 사자의 하반신, 뱀의 꼬리까지.
데칸 산의 주인이 된 그리핀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한 마리 뿐이었다.
- 얼른 고기 하나 앞으로 던져놓고 양손을 앞으로 내미세요!
고기 한 덩이를 배낭에서 꺼내어 앞으로 툭 던졌다.
그리고 양손을 들어 앞으로 보였다.
후웅··· 후웅···
30초 가량을 맴돌던 그리핀이 고기 앞에 내려섰다.
턱-!
고기 한 덩이를 단번에 집어 삼킨 그리핀이 이번엔 성진에게 다가왔다.
- 더 달라는 거에요! 더 주면 안돼요!
- 왜요? 왜···
- 살쪄요! 둔해져! 뚱리핀은 안 예뻐!
- 진정한 그리핀 맘 ㄷㄷ
구우우···
성진을 한참 쳐다보다 그리핀이 몸을 돌려 날아갔다.
날개짓이 일으키는 바람에 어린 나무들이 흔들렸다.
후우웅···
- 와 개쫄렸다
- 역시 쵸코좌!
- ㅎㅎ 제가 좀 쩔져
- 어라? 그럼 원 주인은 아는 게 뭐야?
- 은신왕클로킹님! 뭐야!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제가 순혈 그리핀의 주인인데도요?」
- 그건 그렇지만···
「어제 제가 교감 동작 자료 보내드린 거 못 보셨습니까? 그러니 다들 이런 말도 안 되는 의심이나 하는 거지!」
- 그야 그렇긴 한데···
- 자료? 교감 동작 자료요? 어떤 거죠, 올빼미··· 아니 초모님?
성진은 커뮤니티 쪽지함을 열어 어제 은신왕클로킹이 보낸 자료를 보여줬다.
「보셨죠? 이래도 의심하는 겁니까?」
그때, 예상치 못한 말이 채팅창에 올라왔다.
- 이거 내가 만든 거잖아! 이 사기꾼아!
「엥?」
- 저기 오른쪽 페이지에 By.Choco 안 보여요?
- 어? 진짜다! 코딱지보다 작게 쓰여 있다 ㄷㄷ
- 뭐야 진짜네! 워터마크 뭔데 ㅋㅋ
- 심지어 초창기 자료집이잖아! 이대로 하면 머리통 뜯겨요!
- 히익! 절·대·해·명·해!
- 해명하시길, 클로킹님
「······뭐요.」
성진은 난리난 채팅창 때문에 잠시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채팅창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그리핀의 그자도 모르는 양반이 순혈 그리핀을 어떻게 손에 넣은 거지?
- 그러게; 진짜 1도 모르네. 자료도 퍼온 거고
- 사냥꾼이나 드루이드, 조련사 중에 은신왕클로킹이란 사람은 없는데··· 뭐지?
- 암시장에 나온 거 산 거 아닐까?
- 암시장에 장물이 풀리긴 해도 순혈 그리핀 알이 풀리겠냐? ㅋㅋ
점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더해져 가는 가운데, 누군가 사태를 정리하려 나섰다.
‘빤쓰까지다벗겨요’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쵸코는안물어요님]
- 빤쓰좌 왜 자꾸 끼어드누?
- 엘리움 줬다고 생색내는 거 아님?
‘우리쵸코는안물어요’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뭐죠?]
- 혹시 오래 전에, 순혈 그리핀 알을 얻으시지 않으셨습니까?
- 예, 한두 달 고생하면서 얻었어요.
- 그거 누가 뽀려가지 않았나요?
- ······.
- 접니다.
채팅창이 얼어붙었다.
과거 스칸다 커뮤니티를 달궜던 내용이라 사람들은 그 일화를 금새 떠올려낼 수 있었다.
- 맞다! 기억나! 막 쵸코님 오열했던 사건 ㅋㅋ
- 공소시효도 지났겠다 ㅋㅋ 범인이 등장한 건가?
- 개소름돋는다;
쵸코가 빤쓰에게 물었다.
- 이제 와 밝히시는 이유가 뭐죠? 이 사태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혹시 용서라도 구하시는 건가요?
- 아뇨? 제가 왜요? 쵸코님이 뿌린 대로 거두신 겁니다.
- 네? 그게 무슨···
- 송하린과의 일, 잊으신 겁니까?
관객들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둘의 말싸움이 격해져만 가니 시청자 수가 계속 늘었다.
- 우린 팝콘이나 먹자고, 로빈!
- 과거의 비사가 여기서 밝혀지는구나!
쵸코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 빤쓰에게 반박했다.
- 기억나지 않는데요? 무슨···
- 쵸코가 물었잖습니까.
- 누구를요?
- 송하린을
- 뭐 고작 문 것 가지고 그렇게 난리치실 이유는···
- 쵸코가 강아지가 아니잖아요. 자이언트 베어였는데.
- ······
- 안 문다고 해서 하린이가 만지려다가 상반신까지 입에 들어갔잖습니까.
- 그래서요?
- 그 때 신관님한테 달려가서 겨우 죽다 살아났습니다. 하린이 뒤끝 있는 거 아시죠?
- 송하린이 지시한 건가요?
- ‘저녁은 프라이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나선 겁니다. 안 그럼 제가 맞아 죽으니까요.
시청자와 쵸코 모두 고개를 끄덕였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 알겠어요. 제 그리핀 알을 가져가셨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지금 이 사태랑 무슨 상관이냐니까요?
- 저도 동물을 사랑하는 지라 차마 프라이는 못 해먹겠고 가지고 있었는데··· 누가 뽀려갔습니다.
- 네? 그게 무슨···
- 저 새낍니다. 저 새끼가 내 알 뽀려갔어요
‘상상도못한정체!’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ㄴ(0ㅇ0)ㄱ은신왕클로킹! 해명해!]
- 도둑이 도둑질 당했다!
-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더니 ㄷㄷ
- 소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스릴러
- 자강두천 미쳤다 ㅋㅋ 훔치고 훔치고 훔쳤다
- 그리핀 엄마가 몇 번이나 바뀐 거야? 기구하다 기구해;
은신왕클로킹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래서요? 제가 훔쳤다는 증거 있습니까?」
- 은신왕클로킹, 어디서 들었다 했다. 너 최별 패거리였지?
「······어떻게 알았지?」
- 닉네임 바꾼 거잖아! 니 전 닉네임 ‘니꺼내꺼내꺼내꺼’ 맞지? 최별 땀 닦은 손수건 훔치려다가 걸려서 뒤지게 맞고 방출당한 자식! 도둑도 상도덕이 있는 법이다! 손수건은 도를 넘었어! 바라만 봤어야지!
- 맙소사! 저 새끼 꺼꺼꺼꺼였어?
- 흑단백석인데 안 알려진 게 이상하지! 이제야 말이 되네!
「큭큭··· 역시 빤쓰, 내가 인정한 도둑답군. 영원한 비밀은 없다··· 랄까? 후회는 없다···. 그래서 어떻게 찾아오쉴?」
- 너 어디 사냐?
「멕시코 산다ㅋㅋ 찾아와 봐라. 여긴 경찰도 쏜다.」
- ···거기서 뭐하냐?
「···타코 판다.」
- 취업 했구나··· 됐다. 이제라도 잘 살면 됐지. 이제 얼씬도 하지 마라.
「···이번엔 물러나지만 다음엔 어림도 없다!」
- 국내 최초 새알빌런 ㄷㄷ
- 알도둑도 흑단백석인데 나는···
- 도적이 스칸다에서 천대받는 이유.txt
- 하여튼 도적 새끼들, 듣고 보니 빤쓰 놈도 착한 놈이 아니잖아 ㅋㅋ
- 초모님, 앞으로 도적은 파티에 넣지 마세요. 죄다 저런 놈들입니다.
- 도적: 훔쳐지기 전에 말을 했어야지! 그랬으면 알았을 텐데!
은신왕클로킹의 커뮤니티 접속이 끊겼다.
성진이 한숨 쉬자, 우리쵸코는안물어요가 쪽지를 보내왔다.
[제목: 제가 대신 진행할게요.]
쪽지를 확인하니 곧이어 다이렉트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짜한테 걸리셨네요. 제가 친절하게 안내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성진은 몸을 일으켜 다시 산을 올랐다.
중턱을 넘어갈 때까지 만난 그리핀은 총 다섯 마리.
두 번의 만남이 더 있었고, 그때마다 두 마리의 그리핀이 짝을 이뤄 찾아왔다.
「손을 앞으로!」
쵸코의 진행은 능숙했다.
성진이 그대로 따라하자, 그리핀들은 고기만 먹고 다시 날아갔다. 슬슬 고기가 바닥날 기미가 보이기에 물었다.
“어디쯤에서 부르면 됩니까?”
「마침 여기가 탁 트여있네요. 종속구를 꺼내 부르세요.」
성진은 목에 건 나무 피리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숨을 피리를 통해 쏟아냈다.
삐이이이이이이이-
삐이이··· 삐이···
나무 피리의 소리가 산을 울렸다.
메아리쳐서 퍼져나간 소리가 새들을 잠에서 깨웠다.
“한번 더 불어야 합니까?”
「아뇨, 오네요. 이제부터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실수하면 위험할지도 몰라요.」
후웅··· 후웅···
성진이 올려다 본 하늘에, 노을을 등에 걸고 그리핀의 무리가 날아오고 있었다. 족히 열은 넘어 보였다.
무리의 맨 앞에는 눈처럼 새하얀 그리핀이 있었고, 성진과 눈을 마주했다. 몽환적인 느낌이었다.
「지금!」
초모가 몸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