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93화 (93/222)

# 93

93화

“우냐?”

“안 울었어. 울기는 무슨.”

“울었잖아. 쪼다 새끼야.”

“왜 욕은 하고 그래, 듣는 쪼다 서러워서 살겠나.”

조병창과 차일국이 대구 지상단지의 사무 공간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은 순식간에 자라났다. 가꾸고 관심을 가지니 금세 자라나는 나무처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뭐가, ···스칸다?”

“응. 어떻게 50년이 흐를 동안··· 그대로인 걸까?”

“환상이야, 임마. 환상이라고.”

말을 하는 차일국도 목소리가 떨려왔다.

올빼미의 방송에 등장한 들꽃 성기사단의 일원.

스칸다를 시작할 때의 가벼운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졌다. 그를 보고 싶다.

“또 있을까? 그때 그 아이들.”

“있겠지. 참 신기하네···.”

- 왜 저한테 잘해주시나요?

- 그게 왜 궁금한 거야?

- 궁금해요. 저는 쓰레기통이나 뒤지는 놈인데··· 이방인들은 강하잖아요. 저는 도움도 안 될 텐데···

당시를 떠올렸다.

조병창과 차일국은 당시 스칸다에서 알아주는 유저들이었다. 차일국이 사제였고 조병창은 성기사였기에 가벼운 생각으로 만들었던 길드가 있었다.

들꽃 성기사단.

가벼운 마음으로 결성했지만, 나중에는 스칸다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사제회마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할 정도였고 심지어 사제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했으니까.

- ···글쎄. 아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건데··· 설명하기는 좀 어렵네.

- 동정이란 말씀이지요?

- 그것도 있겠지.

초롱초롱한 눈을 가졌던 아이의 눈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종자로 따라다니면서 조병창의 검을 손질해주던 아이였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늘 그를 따라다니며 ‘병창이는 못말려님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공언하고 다니던 아이.

당시 조병창은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 아이야, 우리가 누구지?

- 그야 이방인··· 아니, 들꽃 성기사단이요!

- 맞다. 들꽃이 무엇인지 아니?

- 음··· 길가에 피는 꽃이요?

- 네 말대로야. 들꽃은 그래.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꽃을 피워내지. 바위를 뚫고, 바람을 견디면서.

- ······.

- 너는 들꽃이다. 분명 우리가 너를 구원한 것에 어떤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그건 네게 중요하지 않다. 들꽃이 피어나는 이유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 또한 가볍게 던진 말이었다.

당시에 스칸다를 몰입해서 플레이했기에 할 수 있었던 말이다. 아니었다면, 인공지능에 할 말은 아니다.

- 들꽃··· 제가 언젠가 꽃 피울 수 있을까요?

- 너를 포함한 내가 거둔 아이들 모두 꽃을 피울 거야, 각자의 향기를 세상에 퍼트리면서. 이것도 왜인지 궁금하니?

- 아뇨, 이젠 알아요. 이유따윈 없다는 걸요. 그게···

그때, 조병창의 눈은 한없이 진지했다.

- 그게 들꽃이니까.

“···돌아가고 싶어.”

“···머저리.”

“일국아, 방법이 없겠지?”

“없어. 박사님 말 못 들었냐?”

“듣긴 했지.”

“펄스를 분석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잖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에너지고 세종까지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올빼미와 같은 시간대에 떨어질 확률은 없다고. 송하린 패거리들도 마주치지 못한 걸 보면, 걔네들도 다른 시간대에 떨어졌을 수도 있다잖아.”

쾅!

조병창이 답답한 마음에 책상을 두들겼다.

마음 같아서는 뛰쳐나가서 세종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올빼미가 세종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스칸다도 구해낼 수 있을까?”

“양쪽의 종말을 극복할 수 있느냐는 말이지?”

“응.”

“당연하지. 늘 그랬잖아.”

조병창도 고개를 끄덕였다.

“늘 그랬지.”

“빨리 나와, 대전 건으로 박사님이 찾더라.”

“알았어. 근데 마음이 너무 아파서 방송을 좀 더 봐야···.”

“몸도 아파지고 싶어?”

“어디 계시는데?”

조병창과 차일국이 지나가듯이 한 말.

그 말은 양분이 되었다.

50년이 지나 결국, 들꽃은 피어났다.

****

“스칸다에 퍼져있는 각 교구의 사제들을 불러 모을 생각입니다.”

“몇이나 되죠?”

“열 명이 넘지 않습니다.”

“소수 정예였군요.”

“소수입니다.”

- ㅋㅋㅋㅋㅋ 정예라고 해줘! 올빼미 동공 6.0 초 강진 발생

- 네? 제가 물려받은 게 빚이라고요?

- 역시 사제님이라 거짓말은 못 하자너 ㅋㅋ

꽃의 사제는 옷을 추스르며 얘기했다.

“초모님, 몇 가지 당부드릴 게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성국 바스카리로 가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합니다. 각 지역에 퍼져있는 교구의 사제들이 이오란 인근까지 오고 난 이후의 일이니 아마 그 시기가 당장은 아닐 겁니다.”

“예.”

“힘을 기르세요. 사제회는 결코 만만한 자들이 아닙니다. 악에 대항하기 위해 선을 버린 자들입니다. 괜히 동부의 맹(盟), 서부의 원탁과 나란히 하는 세력이 아니라는 거죠.”

“맹과 원탁?”

“그 부분은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아마 교황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과도 부딪힐 겁니다.”

꽃의 사제는 그 외에도 몇 가지 당부의 말을 했다.

바스카리의 회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꽃의 교단과의 접점을 드러내지 말라는 얘기.

“그들이 바스카리에 도달하기 전에 초모님을 제거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되도록 우리와의 관계를 드러내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당분간은 필요 없는 이름입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불러주십시오. 나중에 교단의 사람들이 전부 모이면 그때 소개하겠습니다.”

“예. 그럼, 연락은···.”

“협회의 커뮤니티를 통해 연락하겠습니다.”

꽃의 사제는 그렇게 떠났다.

성진도 술자리로 돌아갔지만, 그리 오래 자리를 지킬 수는 없었다. 피곤한 것보다는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보기로 하고 일행과는 곧 헤어졌다.

****

‘태생부터금수저’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부모님 덕분에 금수저로 살아왔다. 하지만 나란 녀석도 모험가 골드 버튼은 얻지 못했다.]

- ㅋㅋㅋ 현질로도 랭크는 못 사지~

- 임무 쩔도 불가능함 골드부터는 시험 봐야 해서 다 뽀록나자너~

- 골드 버튼 ㅆ간지인데 개 부럽다. 질투심 발동!

- 고작 그거로? 전성기 때 랭커들 비취나 호박 등급 들고 다닐 때 간지 작살이었는데

- 그거 내밀면서 ‘나 이런 사람입니다’ 하면 다 부와악 했음

- 요리왕 비룡 ㅋㅋ 내가 바로 특급 요리사, 두둥!

‘금등급부터는’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임무 제한 없었던가? ㅅㅂ 금을 찍어봤어야 알지]

- ㄴ 그래도 제한 있음. 진짜 초대형 임무나 난이도 극악 판정 받은 거는 금도 못 뚫음

- 애초에 극악은 비취나 호박도 클리어 못 한 거임. 그러니 사실상 금도 임무 제한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 협회색히들 미쳤나. 나 때는 금 아무나 안 줬는데 -_-

- 올빼미가 아무나냐?

- 그럼 내 친구냐?

- 그건 아니지. 넌 친구가 없잖아

‘나때는충들또나오죠?’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라떼는 말이야~ 어처구니가 음꾸요 ㅋㅋ 올빼미가 동시대에 스칸다 했으면 팬 미팅 가려고 밤잠 설칠 분들잌ㅋㅋ뤀쿡쿠]

- 장난하냐? 굿즈까지 사야지. 수영복 피규어 나오면 바로 산다 ㅋㅋ

- 대포 카메라로 얼굴 찍어야지. 대포 발싸!

- 투기장 한 수도 부탁하고 팬들과 함께하는 임무! 같은 코너도 개꿀일 듯. 실제로 하면 다 뒤졌다ㅋㅋ 텐트치고 줄 설 거야~

- 야; 상상이 어디까지 뻗어 나가는 거야;;

모험가 협회 이오란 지부.

동부와 서부 사이에 자리 잡은 지리적 요인 탓에 다양한 직업군이 한 데 얽혀 있었다.

“와, 많이도 모였다.”

“그럴 만하다냥! 초모는 초대형 신인이다냥!”

협회의 1층이 사람들로 인산인해인 것도 모자라 2층의 난간까지 인파가 가득했다. 사실상 일반 모험가를 위한 기능이 마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짧게 끊겨서 들려왔다. 너무 많은 목소리가 떠들어 대니 같은 사람이 말한 내용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 균열주를 일격에 처치했다고? 거짓말이겠지.”

“신관이라던데?”

“엥? 무슨 소리야. 신관은 아니고 무슨 지원가인가 뭔가라던데.”

“지원가는 또 뭐야?”

“몰라, 동부에서 온 놈인가?”

“매 가면을 쓰고 있다던데.”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자.

랑족 수인과 요정까지.

이름깨나 날린다는 자들까지 이 자리에 모였다.

소문만 무성한 초모라는 모험가를 보기 위하여.

“신관이 아닌데 치유가 가능하다고? 이게 무슨 개소리야?”

“나한테 묻지 말아. 나도 들은 거니까. 애초에 임무도 하나 뛴 게 전부고 하필 그게 균열이었다잖아. 균열까지 닫아버렸다는데 헛소문일 확률이 높지.”

“···근데 만약에 진짜면 어떡하지?”

“진짜일 리가 없지. 생각해봐. 그런 놈이 어디서 뚝 떨어졌겠어?”

“이방인이라던데?”

“어라? 진짜로 뚝 떨어졌다고?”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 여성 요정이 있었다.

복부가 드러나는 가죽 경장.

탄탄한 몸매가 평소에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걸 드러냈다.

“초모라···. 어떻게 보느냐?”

그녀의 옆에는 철탑처럼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거인의 피가 섞인 듯 남들보다 훨씬 거대했다.

“뜬소문입니다. 실제로 보면 알겠지요.”

“만일 그자가 한 일이 거짓이 아니라면?”

“거짓입니다. 거짓이 아니라면··· 모르겠습니다.”

“멀리 보아라. 스칸다는 전례 없는 혼돈에 처한 상황이다. 세계가 죽어가고 있어. 그것을 가속화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아느냐?”

“사제들의 타락입니다.”

“타락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타락이 야기한 신성력의 상실은 큰 문제다. 지금 바스카리에 최하급 균열을 단독으로 닫을 수 있는 사제가 몇이나 될 것 같으냐?”

남자는 한 손을 폈다.

손가락이 굵다 못해 곤봉처럼 보였다.

“다섯을 넘지 않을 겁니다.”

“그래. 소문이 사실이라면 초모의 신성력은 최소한 그들과 견줄 것이다. 자, 여기서 하나의 조건이 더 붙는다. 네가 꼽은 그 사제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느냐?”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맞다. 아둔한 자들이지. 세상을 바꿀 노력은 하지 않고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초모라는 자가 막대한 신성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모험가죠.”

“그렇다. 그는 그 신성력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을 팔아도 되고 거부들을 치유해 부를 쌓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그가 택한 것은 모험이다. 어지간히 이상한 녀석이지.”

“흥미롭기도 하고요. 관심이 갑니다.”

“네가? 호오··· 녀석도 피곤하겠구나.”

“지켜보고 싶습니다.”

남자의 눈은 이글이글 타올랐다.

“가웨인, 투쟁심을 죽여라. 원탁은 힘을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

“투쟁은 제 삶입니다. 이것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일입니다.”

“하아··· 일단은 네 말대로 지켜보자꾸나. 재미난 일이 벌어질 것 같으니.”

은발의 요정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잠시 갸웃하다 뭔가를 알아챘는지 눈을 크게 떴다. 신비감까지 더해진 그녀의 표정은 고혹적이었다.

“맹도 주시하는 모양이다. 저쪽을 보아라, 저곳.”

“···보았습니다. 죽일까요?”

“아니, 이런 날에 피를 볼 수야 있나. 새로운 모험가가 스칸다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날이다. 축복해야 마땅하다, 피는 불길해.”

“알겠습니다. 하지만 허튼수작을 부리면 죽이겠습니다.”

“그것까지 말릴 수는 없지.”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남자 둘이 1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 남자, 음양쌍마(陰陽雙魔)도 그녀의 시선을 눈치챘다.

“귀쟁이 년이 흘겨보네, 손을 쓸까?”

“냅둬. 옆에 덩치는 가웨인인 것 같으니.”

“쳇, 시건방진 년.”

“오늘은 그냥 확인만 하자고. 마침 우리가 이오란에 있어서 이런 귀찮은 일까지 떠맡았지만, 맡은 일이니 성실히 행해야지.”

“성실은 개뿔··· 누구를 위해? 이제 몸 바쳐 모실 분도 없잖아, 형.”

“닥쳐라. 그 뜻은 이어질 것이다. 그분을 의심하지 마라.”

“미친 거 아니지? 몇십 년이나 지났는데 돌아올 거라고 봐?”

“초모도 새로 전이된 이방인이라고 했다. 분명, 가능성이 있어.”

“노괴물치고는 쓸데없이 희망적이구려. 안 어울리게 말이지.”

“침묵해라. 그가 왔다.”

“갱이군. 저 잡놈, 여전하네.”

끼이익···

초로는 확실히 넘어 보이는 사내가 장내에 등장했다.

홍해가 갈라지듯 모험가들과 각종 단체의 인물들이 좌우로 자리를 텄다.

“여전히 무시무시한 기세군. 싸우면 질까?”

“싸워야 할 이유가 없다. 만약 싸워야 한다면 승부는 알 수 없겠지. 하지만 죽일 수는 있을 것 같구나.”

“형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무튼 그놈은 언제 오려나?”

갱이 시가를 꺼내 물었다.

“불.”

엔빌이 그의 시가에 불을 붙였다.

그의 마법은 갱의 담뱃불을 붙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깔끔한 수였다.

화르륵···

“후우우··· 시끌벅적하구먼. 망할 모험가 새끼들.”

“간만에 나타난 금 등급 모험가잖아요.”

“알지. 그래서 다들 신이 난 거군.”

협회의 이오란 지부장이 갱의 옆에 다가왔다.

푸들푸들한 살이 인상 깊었지만, 둔해 보이진 않았다.

“모시겠습니다.”

“그래, 분위기 좀 내봐. 이게 도떼기시장이지, 협회처럼 보이지는 않으니.”

“알겠습니다. 다들 서라.”

“예!”

“예!”

지부의 인물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마주 보았다. 좌우로 도열한 그들이 기세를 드러내자 협회가 조용해졌다.

자유분방한 것을 추구하는 모험가 협회지만, 등급이 높은 자에게는 그만한 대우를 해주었다.

“왔나.”

“왔습니다.”

끼이익···

갱이 열었던 문을 누군가 열고 들어섰다.

매 가면을 쓴 성진이었다.

****

‘뭐지? 왜 이렇게 모여있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시기, 질투는 당연했고 적개심과 살기까지 느껴졌다.

‘재밌는 곳이네.’

- ㅋㅋㅋ 신병 왔다 이 새끼들아! 신병 받아라!

- 뭐냐 갑분 이랏샤이마세 분위기는 ㅋㅋ

- 골드 버튼부터는 이런 행사도 함. 근데 원래 거부도 가능할 텐데;

- 협회가 말 안 해줬자너. 하고 싶었나?

- 아무튼 꿀잼ㅋㅋ 오글거려도 보는 맛이 있지

성진은 담담하게 걸었다.

임무의 보상으로 적당한 묵빛의 전투복을 사서 입은 성진.

이런 행사가 있다고만 들었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은 전혀 몰랐다.

후드가 달린 검은 색 로브를 걸친 성진이 걸었다.

한 발, 두 발.

갱에게 다가설수록 압박감이 느껴졌다.

‘강자···.’

물론 산전수전 다 겪은 성진에게 이 정도 압박감은 장난 수준이었지만, 강자는 강자였다.

“푸후우··· 그거 줘 봐.”

“임명장이요?”

“그럼, 네 마음이겠어?”

“여기요, 갱.”

시가를 왼손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낀 갱이 임명장을 받아 들었다.

“에··· 시발 뭐 이렇게 어렵게 써놨어?”

“있어 보이게 쓰라면서요.”

“내가 그랬었나?”

-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50년 전에 봤던 협회 간부랑 좀 닮았다?

- 갱이라는데? 그럼 그 꼬마 아님?

- 갑자기 우리 아빠보다 늙었다고?

-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으디가고 행보관이 됐누 ㅠㅠ

- 이렇게 보니까 갱 맞네. 와; 소오름;

- 네 이놈 갱! 할애비들이 이렇게 지켜보고 있어!

갱이 임명장을 읽기 시작했다.

“초모. 기초 평가 임무에서 금 등급을 획득한 모험가는 협회 역사상 네가 유일하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

“할 말만 한다더니 정말이군. 아무튼, 계속하지.”

“예.”

“그대는 급작스럽게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임무는 시험관의 동행하에 이루어졌지만, 시험관이 별다른 도움을 준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임무는 그대와 그대의 동료들만으로 성공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갱의 말에 협회의 내부가 다시 시끄러워졌다.

그들이 예상하던 것과 내용이 달랐기 때문에.

“시험관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진짜로 송사리들끼리만 한 거야?”

“헛소문이라고 한 새끼 누구야!”

“조용! 입 열지 마라, 자식들아.”

갱이 일갈하고 기세를 드러내자 얘기 소리가 잦아들었다.

“시험관의 증언으로 그대의 임무 기여도를 산출했다. 그 결과, 금 등급을 수여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결코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예.”

- 주먹구구식이었네 확실함

- 저 새끼 아직도 일 대충 하네

- 나 쟤땜에 승급 누락된 적 있음. 심사관으로 따라와서 쳐 조느라 내 꺼 기록 안 함 ㅋㅋㅋ

- 갱 레전드긴 해 ㅋㅋ 근데 먼치킨이잖아

- 어릴 때부터 심사관 한다는 거 자체가 이미 뭐;

“이제 알겠지? 그러니까 낙하산 인사녜 뭐녜 떠들지 마라, 소인배들아.”

갱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감히 그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질 인사는 없었는지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초모, 모험가가 무엇인 줄 아나?”

“모릅니다.”

“나도 모른다.”

“······.”

“그러니까 네가 알아내라. 모험하고 모험해라. 비록 스칸다가 대위기를 맞이했지만, 그대 정도는 품고도 남을 것이다.”

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발길이 닿는 곳은 길이 될 것이고 손길이 닿는 것은 기록되리라.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곳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은 모험가의 특권이다.”

갱의 연설은 이어졌다.

“사막과 대양, 파헤쳐지지 않은 미지에 발을 들이밀어라. 모두 너를 위해 준비된 것들이다.”

“예.”

“듣자 하니··· 이번에 전이된 이방인이라지?”

성진의 가면은 입가가 드러나 있었다.

다들 그의 입만 쳐다보았다.

꿀꺽···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맞습니다, 이방인입니다.”

모험가들답게 그새를 못 참고 또 떠들기 시작했다.

“뭐야! 이방인 맞잖아!”

“그 새끼들이 또 기어들어 왔다고?”

“근데 초모는 시기가 다른데?”

“뭐가 뭔지··· 초모! 너 뭐야!”

갱이 눈을 감았다 뜨며 소리쳤다.

“조용! 또 지껄이면 다음은 없다! 조용히 구경만 하다 가라!”

모험가들이 또 조용해졌다.

갈대 같은 자들이다.

갱이 성진을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이방인? 상관없다. 모험가는 초국가적 범죄자만 아니라면 남녀노소 전부 할 수 있는 일이다. 임무에 있어 그대에게 주어지는 물음은 단 한 가지다.”

“무엇입니까?”

“이 임무를 성공할 수 있는지다. 다른 가치는 그 무엇도 끼어들 수 없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갱이 엔빌에게서 뭔가를 받아들었다.

큰 동전 정도의 크기.

그는 성진의 로브에 그것을 부착했다.

“그대는 지금부터 이방인이 아니다. 모험가다. 후창해라.”

“초모는 이 순간부터 모험가입니다.”

“스칸다에 온 것을 환영한다, 초모.”

군중이 협회가 흔들린다고 느껴질 정도로 목이 갈라져라 환호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얼마 만에 금이냐!”

“이방인이 금이라니··· 50여 년 전이 기억나네요.”

“난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요정이 부럽네. 아무튼 멋지다!”

“초모! 신관이라는 거 정말이야?”

“커뮤니티 친구 받아주려나?”

“받아주겠지, 뒤에서 삭제하겠지만.”

[chapter 6-2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6-2를 클리어합니다.]

[보상으로 이미지: 정화를 습득합니다.]

[보상으로 이미지: 축복을 습득합니다.]

성진이 스칸다에서의 새로운 신분을 얻자, 시나리오가 완료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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