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
89화
“으··· 여기는···?”
최별은 신변에 이상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정체불명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면서 동료들과 떨어졌다. 무슨 상황인지 쉽사리 감이 잡히지 않았다.
‘위험한 거 아닐까?’
나름의 안전장치가 되어있다지만 기본적으로 데자뷰의 게임들은 뭔가 이상했다. 재밌긴 정말 재밌다. 하지만 가끔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의 사실적인 내용이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 그리고 이런 세상을 구현할 정도의 기술력이라니.
‘그러고 보니··· 표식?’
- 표식을 추적합니다.
분명 표식을 추적한다고 했다.
시간이 고정되었다고도 했고.
“뭐가 뭔지···.”
등불의 방송 채널은 작동하지 않았지만, 아까 확인해 본 결과 접속은 정상적으로 종료되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죽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네?”
그 정도는 우습다.
자신은 펄스를 깨우쳤고, 분명 지금 이 손에도 막대한 힘이···
‘응?’
힘이···
‘뭐야?’
힘이 없다.
“이럴 수가···.”
[표식을 추적하는 동안은 능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표식이 사라지면 봉인이 풀립니다.]
“이게 무슨··· 아! 설마···.”
올빼미에게 따라붙다가 정체불명의 소용돌이에 들어왔다. 최별은 그 사건이 지금의 사태까지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여기가 어딘데?”
최별은 다시 접속을 종료했다.
정보를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은 역시, 디스토피아다. 최별은 그곳에 계속 머무는 존재들을 싫어했지만, 지금은 도움을 받아야 할 때다. 디스토피아엔 최별이 관심 없는 스칸다 얘기가 한가득이라 직접 질문글을 올렸다.
[제목: 정체불명의 소용돌이에 떨어졌어요.]
올빼미는 지금 어디에 있죠?
- 누가 댓글 좀 달아주세요
- 님들?
- 존경하는 여러분. 부디 도움을···
- 야!
- ㅅ··· ㅂ···
“이런··· 으으으으!”
최별은 잠시 무관심이라는 가혹한 공격에 정신이 아찔해졌지만, 다른 수단을 생각했다. 올빼미의 상징은 적응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녀도 디스토피아에 적응했다.
[제목: 디토 버러지쉑히들ㅋㅋㅋ 나님 지금 이상한 곳 옴]
세종시 진입했다가 이상한 곳 옴.
나 버그 발견한 듯. 다른 곳이라고? 응~ 종알못이 하는 말이라 안 들리는데?
“이러면··· 되나?”
최별은 잠시나마 또 무관심에 버려질까 걱정했던 자신을 꾸짖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성공했다.
무수한 댓글이 이어졌다.
- 응, 사이버 올빼미 어서 오고~
- ㅈㄹ 스칸다잖아 ㅋㅋ 버그는 무슨
- 올빼미 이미 스칸다 떨어졌구만 뒷북 ㄴ
- 쪽지남 운동드렸습니다
- 옳게 된 질문이다. 이게 질문이야!
- 이곳은 디스토피아. 나약한 질문은 살아남지 못한다
- 최별 님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흠칫!
마지막 댓글에는 소름이 끼쳤다.
재빨리 댓글에 답을 달았다.
- 풋 최별이라니 송하린인데?
- 까고 있네 ㅋㅋ 송하린 저번에 ‘동대륙최고아웃풋’으로 인증까지 하고 글 쌌구만 님 진짜 최별?
최별은 황급히 게시물을 검색했다.
‘동대륙최고아웃풋’으로 닉네임 검색을 하니 몇 가지 글이 나타났다.
[제목: 여보쇼 나 송하린인데 뭣 좀 물읍시다]
수박이 과일이요 채소요?
“이런 미친 여자가···.”
아무튼, 최별은 정보를 얻었으니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스칸다라 이거지··· 어디.”
디스토피아는 전부 스칸다에 대한 얘기뿐이었다. 마치 제2의 스칸다 붐이 오기라도 한 듯.
“잠깐··· 설마 나도?”
50년 후의 스칸다.
그녀 또한 그곳에 존재했다.
황급히 재접속한 최별.
“정말 여기가 스칸다···.”
신록이 푸르렀다.
울창한 나무들과 새소리.
정말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한 곳.
펄스와 다른 능력은 작용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능력치는 그대로였다.
“어쩐다··· 이방인이라··· 근데, 여기 낯익은데?”
송하린과 달리 최별은 서부대륙의 유저였다.
그것도 기라성들이 포진한 서부에서 손가락 안에 꼽던 유저다. 기본적으로 그녀의 게임 실력은 다른 이들을 압도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그녀에게 낯이 익다는 소리는 지금 이곳이 서부대륙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
그녀는 황급히 숲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달렸다.
능력치가 아무리 월등해도 스칸다는 위협이 도사리는 곳이다. 밤이 되기 전에 숲에서 벗어나야 했다.
슈트는 온데간데없고 후줄근한 옷차림이 되었으니 몬스터에게 노려지기 쉬웠다.
그녀가 한참을 내달려 숲에 난 길에 다다랐을 무렵. 일정한 박자의 말발굽 소리와 바퀴가 흙을 짓뭉개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차다.
그녀는 황급히 마차의 앞에 뛰어들어 마차를 멈췄다.
마부는 중절모를 쓰고 흰 수염이 난 노인이었다.
히이이이잉!
“워어어어! ···이방인? 미친 것이요?”
“저 좀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
최별의 게임 성향은 최근에 와서 온순해지긴 했지만, 이전에는 과격했다. 지금 그 과격한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굳이 등불에서와같이 온순하게 행동할 필요는 없었다.
거절하면 마차를 빼앗거나 제압할 생각이다.
“어딜···.”
“좋아요, 바포 님. 안에 자리가 남으니 같이 가도록 해요.”
“아가씨! 하지만···.”
“바포. ···부탁.”
마차에 탄 백발의 젊은 여성이 부탁해왔다.
그녀는 최별 보다는 조금 어린 느낌이었다.
큰 눈은 최별과 비슷했지만, 이목구비가 조금 더 개구쟁이 같았다. 최별과 닮았다는 얘기는 예쁘다는 말과 대동소이하다.
“하아··· 주인님께서 아시면 화를 내실 텐데.”
“여기서 고자질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
“들키면···.”
“내 책임.”
“이방인, 타시오.”
최별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신세는 갚을게요.”
“허이구··· 이분이 누구신 줄 알고···.”
“제가 누군지 모르시는 것도 마찬가지죠. 약속은 꼭 지킬게요.”
어스름 녘, 마차가 숲을 빠져나갔다.
****
“으윽··· 민상 공자? 어? 그 여자도 어디 간 거지?”
송하린은 동부대륙에 떨어졌다.
대륙들은 각기 이어져 있었지만, 편의상 동부와 서부로 나뉘었다.
그녀가 이곳이 스칸다라는 걸 깨달은 것은 깨어난 후 거의 곧바로였다.
“이게 다 뭐야?”
사지를 구속하고 있는 줄이 마치 그녀를 오라를 받는 죄인으로 보이게 했다.
그녀의 앞에 코 옆에 우스꽝스러운 점을 달고 있는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이를 쑤시며 말했다.
“반반하네. 돈 좀 나오겠어.”
“응? 그 무복?”
“어이, 이방인. 태평하게 자는 걸 보면 괜히 미안해지네. 곧 팔려 갈 거니까 그렇게 알라고.”
“······.”
송하린은 펄스를 일으키려 했지만 모든 능력이 봉인되어 있었다. 순간, 당혹감이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앞의 사내는 흡족하게 음미했다.
“이방인들은 이렇게 겁먹은 사슴처럼 움츠러들 때가 제일 귀엽다니까.”
“여보쇼, 말하는 중에 미안한데 나도 뭣 좀 물읍시다.”
“응? 그래. 그 정도는 너도 할 수 있지.”
“여기는 혹시 무협지 속이오?”
“그게 뭔 개소리냐?”
“반응을 보니 아닌 것 같군. 제길, 이번에도 틀렸나? 그렇다는 얘기는··· 역시 스칸다?”
“그래, 여기는 스칸다다. 너는 전이된 이방인이고. 덕분에 몇 달은 행복하게 지내겠어.”
혼자서 꿈에 부풀었던 남자가 갑자기 안색을 굳혔다.
“잠깐, 이방인이 어떻게 스칸다를 알지? 전이되는 걸 분명 눈앞에서 봤는데··· 야, 너 ···뭐야?”
“그 전갈 무늬 무복. 촌스러워서 기억이 나는 것 같소이다. 분명 흑도 중에서도 질이 나빴던 ···흑채(黑蠆).”
스릉-
남자의 도(刀)가 뽑혀 나왔다.
“빌어먹을 년. 알면 안다고 했어야지. 어떻게 알지? 또 가족의 원수냐?”
“본녀가 당신들을 아는 건 당연한 일이오, 예의니까.”
“예의?”
송하린이 히죽 웃었다.
악동의 웃음이다.
“그럼, 예의지. 본녀가 분명 그대들을 분쇄했는데, 어떻게 된 게 이놈에 전갈들은 잡아도 잡아도 끝없이 나오는구려. 세스코라도 부르든가 해야지, 원.”
으직···
그녀를 속박하던 질긴 포승줄이 어린애 장난처럼 풀려나갔다.
“펄스는 사용할 수 없다만, 어차피 그때도 펄스는 없었으니.”
“뭐라는 거야, 이년이!”
후웅-!
일단 다시 때려눕히려는 모양인지 도병(刀柄)으로 송하린의 관자놀이를 노린 남자는, 거꾸로 그녀에게 제압당했다.
펄스를 사용하지 못해도 능력치는 그대로인 송하린이다. 상대가 될 리 없다.
빡-!
남자가 그대로 혼절했다.
송하린이 끊어진 밧줄을 주섬주섬 챙겨 상대를 칭칭 감았다.
탁탁-!
손을 가볍게 턴 그녀가 남자의 도를 챙겨, 창고를 빠져나왔다.
****
‘50년 후 에반데’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실화? 막장드라마도 아니고 갑자기 점 하나 찍고 나타난다고?]
- 화면 바뀌며, - 50년 후 -
- 이건 에바지
- 에바라고 생각함
- 3진 에바로 기각되어야 마땅하지만, 우리의 영향력은 셋이 합쳐 제로니 닥치고 보겠습니다
‘데자뷰기술력미쳤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50년 후의 서버를 가지고 있다고? 그대로 가지고 있어도 그만큼 데이터 쌓일 거고, 새로 만드는 건 말도 안 되는데;]
- 이래서 내가 데자뷰에 취업하려는 거임
- 님은 절대 못 함
- 왜?
- 거기 외계인 고문해서 게임 만든다는 게 정설ㅋ
- 데자뷰: 스칸다 좋았다. 다음엔 종말 이후 만들어
- 외계인: 저는 문과인데···
- 해
성진의 머리가 고속으로 회전했다.
50년 후의 미래라는 상황.
문득, 아까 접수원이 말했던 단어가 떠올랐다.
“과거의 영웅들이라고 하셨었는데, 몇 년 전 인물들이죠?”
“정말 이 얘기는 알고 있는 이방인이 한 명도 없네요. 50년도 더 전이에요.”
50년 전.
성진은 방금 접수원이 한 얘기에서 과거의 영웅들이 플레이어들을 이야기함을 알았다.
“그 과거의 영웅들은 떠났나요?”
“예. 50년 전에요. 매정하죠?”
“···매정?”
- 이게 무슨 소리야?
- 물에 빠진 사람 살려놨더니 잠수 중이었다고 하네
-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접수원의 이어진 말은 채팅창을 다시 한번 얼어붙게 했다.
“종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가버리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마왕을 처치하고···.”
“마왕? 예, 처치했죠. 그런데 문제는 마왕이 아니었어요.”
“마왕이 아니라니, 그럼 다른 게 문제였다는 겁니까?”
“예.”
- ······말도 안 돼.
- 그럼 섭종은 왜 했어? 마왕이 문제였던 거 아니야?
- 마왕: 억울하다!(개억울)
앞에 앉은 그녀는 슬픈 눈을 했다.
“스칸다는 죽어가고 있어요. 마왕이 사라져도 계속해서.”
그녀는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대륙의 곳곳에서 전염병이 돌고 몬스터가 발호했죠. 거기에 생명은 자라나지 못하고 발도 들일 수 없는 땅은 늘어만 갔어요.”
“그럼 계속 스칸다는 고통받아 온 겁니까?”
“예. 무려 50년 동안이나. 이제는 과거에 비하면 살아갈 수 있는 대지가 많이 줄었어요.”
채팅창에 무엇이 원인일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성진은 이 현상이 무언가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종말과 비슷해. 그렇다는 얘기는···.’
종말을 일으키는 존재가 나타났을 것이다.
아마도 그건 청설모가 얘기했던 존재일 거고.
- 나아가라. 용을 찾아라
“이방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도···?”
“마왕이 나타난 것과 과거의 영웅들이 나타난 것은 동시였어요. 거기다 그들이 사라지고 스칸다의 붕괴가 시작됐으니, 다들 의심하고 있는 거죠. 이방인이 이 붕괴의 원인이 아닌가 하고.”
“그건 너무 억지 아닙니까?”
“억지라도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스칸다는 그런 곳이에요.”
성진이 잠시 침묵했다.
접수원은 그의 기분이 상한 것 같아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리려 했다.
“아무튼, 지부장님이 잠시 출타 중이라 오늘은 많은 얘기를 할 수 없을 것 같고 세부적인 검사를 더 할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정말요? 그래도 하는 김에··· 음··· 아니에요. 어차피 신전에서 사람이 오면 그때 다시 얘기가 나오겠죠. 그럼 모험가 등록을 이대로 하면 될까요?”
“그렇게 해주세요.”
접수원이 서류의 몇 가지 조항을 성진에게 친절하게 설명했다. 모험가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과 주의해야 할 점등.
“이방인이 이렇게 빨리 신분을 가진 사례는 없을 거예요. 조항들은 이해되셨나요?”
“네. 모험가로서 활동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휴식을 인정받을 만한 업적을 쌓던가요. 이방인에게는 계약 조항이 조금 불친절하죠?”
“많이.”
“하지만 그 불친절을 감수할만할 메리트는 충분할 거예요. 일단 일정한 신분이 생긴다는 게 중요한 거죠.”
- 외국인 노동자에서 귀화하기까지···
- 시민권 따기 개극혐이네 ㅋㅋㅋ
“이해했습니다.”
“그럼, 가장 중요한 게 남았네요.”
“중요한 거?”
“모험가는 활동하기 위해서 이명이 필요해요. 이명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에요. 대륙 전체에 이명이 알려지기도 하니까요. 이명은 그럼 어떻게···.”
‘작명소’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왔다아아아아! 닉네임짓기! 밀수들의 치열한 두뇌 대결!]
- 올빼미 형 여기 좀 봐줘! 닉네임 함부로 지으면 안 돼!
- 내가 좋은 이름 뽑아놨어요! 옵빠 이걸로 해요!
- ㅋㅋㅋ 올빼미로 지으면 방송 터짐. 잘 생각해요, 방장님
성진은 올빼미라고 말하려 하다 잠시 멈칫했다.
용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엄연히 문명이 유지되는 세계다. 굳이 올빼미라고 자신을 노출하고 다닐 이유가 없었다. 정체는 나중에 밝혀도 될 것이고.
‘이명이라···.’
게임을 해오던 사람이 아니기에 적당한 이명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채팅창을 훑었다.
- 힐 받으면 내 남자
- 아가리 벌려 힐 들어간다
- 힐러들이많은동네힐러리
- 도적님은힐끊을게요
- 좌충우돌힐링머신
- 원조힐링타이마사지
- 힐러왕마틴루터킹
- 닥쳐봐천국을보여줄게
죄다 이상한 이명이었다.
성진은 그냥 대충 짓기로 했다.
“초보 모험가로 하겠습니다.”
“어디 보자··· 중복된 이명이네요. 이미 등록된 이명입니다.”
“···초모로 해주세요.”
“아, 이건 되네요. 등록되었습니다. 잠시 앉아 계시면 모험가 증명서와 함께 협회 회원증이 나올 거예요.”
“네.”
- 아! 닉네임 올드하네 ㅡㅡ
- 그래도 올빼미 아닌 게 어디냐 ㅋㅋ
- 애들 추천 정신 나갔누 ㅋㅋㅋ 마지막 놈은 조속히 구속부터 해야겠는데
****
성진은 빌과 헤어지고 협회에서 받은 소정의 활동비로 숙소를 잡았다.
인어의 노래라는 이름.
주점과 숙박을 겸한 장소였다.
‘갑자기 스칸다라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치열한 생존의 한가운데에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다른 곳에 와 있었다.
돈주머니의 안을 가늠해보니 며칠 묵으면 활동비도 동이 날 것 같았다.
‘일단 활동을 해야겠는데.’
접수원에게 스칸다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전해 들을 때 이미 시나리오는 뒤바뀌었다.
[chapter 6-1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6-1을 클리어합니다.]
[보상으로 이미지: 치유를 습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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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2. 생존]
「당신은 세종시의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종의 주민들은 지금 이곳 스칸다로 강제로 넘어오게 되었고, 이는 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적은 누구인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 일단은 생존이 우선입니다. 이곳에서 당신이 가질 수 있는 적당한 신분은 모험가입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모험가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십시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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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ㅋㅋ 모험가 랭크 올리라는데?
- 썜통이지롱 ㅋㅋㅋ 랭크 올리기 극혐!
- 사실 이 정도면 시나리오도 즐기고 있다
성진은 시나리오가 자신의 행동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아마 흐름대로 가다 보면 언젠가 목적지에 도달할 것 같다. 지금으로선 유일한 이정표인 셈.
‘그보다 ···이미지?’
보상으로 얻게 된 능력은 전혀 예상 밖의 능력이었다. 시청자들은 알고 있는 듯했지만, 그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때, 감각이 번뜩였다.
찌릿하고 통과한 힘은 몸을 휘돌아 손아귀에 모여들었다.
‘라이프 펄스.’
아마 신성력으로 취급받은 게 바로 이 힘인 것 같다.
성진은 이미 라이프 펄스를 어렵지 않게 다뤘다.
그런 그에게 보상으로 전해진 이미지라는 보상은 형(形)이었다.
치유라는 게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한지 등.
말하자면 스킬의 매뉴얼이나 다름없었다.
‘쓸데없는 힘의 낭비는 막아주겠네.’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보상이 주어질 것 같았다.
‘날이 밝는 대로 낙인부터 처리해야겠다.’
따라붙는 시선들이 영 불안했다.
****
하룻밤을 지내고, 성진은 낙인을 가릴 가면을 샀다.
얼핏 보면 매처럼 보이는 가면이었다. 지부에 가면을 쓰고 나타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가 이내 다들 제 할 일을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면을 썼거나 투구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사람들이 꽤 되었다.
성진이 접수원에게 다가가 얘기를 꺼냈다.
“모험가로 활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목소리는··· 올빼미님? 아, 초모님이라고 부를까요?”
“뭐든 괜찮습니다.”
“첫 임무는 협회 사람이 동반할 거예요. 신출내기 모험가들로만 진행하는 임무를 그분에게 평가받으시고, 적합 판정을 받으면 그다음부터는 자유롭게 임무를 하셔도 상관없어요.”
“알겠습니다. 그 임무는 언제 나갈 수 있죠?”
“오늘 평가가 예정된 임무가 하나 있는데, 마침 인원이 비네요. 신관은 워낙 희귀해서 마침 구성도 무너지지 않고···. 어떻게··· 오늘 진행하시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성진이 적당한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곧, 일단의 사람들이 등장했다.
구성이 특이했다.
넷.
협회 사람을 포함한 숫자일 것이다.
“출발 전에 잠시 기록할 게 있어서 왔습니다.”
“아, 심사관님 잠시만요. 오늘 한 분이 더 평가를 치르겠다고 하셔서요.”
“그게 무슨?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면 평가 결과에 불만이 나올 텐데, 그 사람이 누굽니까?”
“저분이세요. 초모님이라고 해요.”
성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소개했다.
“초모입니다. 지원 역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