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
76화
구청 건물의 모서리를 부수면서 나타난 건 거대한 도마뱀. 아니, 도마뱀 인간이었다.
리자드맨(Lizardmen).
성진이 알고 있는 리자드맨의 생김새와 판박이였다.
크기는 지금 나타난 쪽이 비교도 안되게 커다랬지만.
‘이건 위험한데···.’
리자드맨보다 위험한 건 구역 내의 안티들이다. 소란을 듣고 모여든다면 빠져나가기 곤란했다.
“뭔지 알아요?”
“알긴 알지. 에너지 병기는 통하지 않아! 도망쳐야 해!”
성진이 양준호의 등을 살짝 건드렸다.
“형?”
“애들 챙겨. 안티도 모여들 거야.”
“형은요?”
성진이 이미 귀에 차고 있는 이어셋을 툭툭 두들겼다.
“좀 있다 합류하자.”
성진이 하는 말을 듣던 혜령이 물었다.
“뭘 하려는 거예요? 지금 당장···.”
“오는 길에 큰 교회 건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거기서 보죠.”
“이봐요!”
“누나, 일단 움직여요. 안티가 올 거예요!”
“이런··· 너 같이 온 애들 있지? 빨리 챙겨서 이쪽으로 와!”
채팅창이 리자드맨의 등장으로 술렁였다.
- 나 빼고 회담을 해? 어림도 없지!
- 떡대 봐라 ㄷㄷ
- a.k.a 오우거 늪지 버전
- 저 크기면 오우거 보단 세겠지 ㅋㅋ
- ㅇㅇ 리자드 맨 종특이 있는데 체급 매꾸면 리자드 맨이 바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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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맨 종특이 뭡니까? 너네만 알기 있습니까?]
- 리자드맨 종특 몇 개 있는데 그중에서 그게 젤 무섭지···
- 아, 그거? 나도 그게 제일 무섭더라
- 그거 솔직히 사기잖아
- 시밥 나도 좀 알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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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모름. 종말에서 리자드맨 본적이 없는데ㅋㅋ]
- ㄴ 동남아 쪽에 출현했거든요?
- 그건 쪼꼬미 화이트 리자드맨이고 저건 누가 봐도 공룡급인데ㅋㅋ
- 이걸 경험치 주유소랑 굇수랑 비교하네ㅋㅋ
- 둘리 절망편
리자드맨이 뭘 쫓고 있었는지가 곧 드러났다.
붉은 눈의 안티들이었다.
“꾸르륵···”
안티 중 몇이 리자드맨에게 무기도 없이 달려들었다.
무장한 안티는 없어보였다.
리자드맨의 다리 근육이 꿈틀했다. 몸을 순식간에 뒤틀어 꼬리로 안티를 휩쓸었다.
부웅-
콰아앙!
덤벼들던 안티가 모조리 터져나갔다.
‘···빨라.’
지켜보던 성진도 당황할 만큼 빠른 속도였다.
평소 움직임은 굼떠 보였는데 공격할 때만큼은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
- 역시 특성은 똑같네
- 반속 개사기; 쪼꼬미들도 저거 때문에 동급 굇수취급 당했는데;
- 그나마 그건 화력으로 때려 잡았지 ㅋㅋㅋ
성진이 재빠르게 샷건을 꺼내 들려던 찰나, 리자드맨이 공격해왔다.
후웅···
‘위!’
성진이 방금까지 있던 자리에서 빠져나가자, 곧바로 공격이 몰아쳤다.
콰아앙!
콰아앙!
양손으로 땅을 후려쳤을 뿐인데 파편이 비산했다.
성진은 유전자 조작으로 순발력을 극도로 끌어올린 다음, 블레이즈 펄스로 몸을 휘감았다.
화르륵···
스릉-
콰아앙-!
“꾸르륵···.”
유전자 조작 덕분에 잠시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지속시간이 끝나면 곧바로 위험에 처할 것이다.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돼.’
집요하게 성진을 노리는 손길을 피해, 장검을 위로 그었다.
서걱-
화르륵···
“끄르르륵!”
에너지 병기도 통하지 않는 가죽이 베일 줄은 몰랐는지, 리자드맨이 격통에 잠시 주춤했다.
사방에서 안티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끝낸다.’
무장한 안티가 이곳에 나타나면 추격을 뿌리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인···.”
콰아앙!
성진이 앞을 막아서는 안티의 얼굴을 주먹으로 떨치듯이 후려치자 그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어 튕겨 나갔다.
기세를 이어 다른 안티의 머리를 밟고 날아올랐다.
“죽···.”
쾅!
“꾸륵···.”
거대한 리자드맨의 팔이 벼락처럼 성진에게 들이닥쳤다.
후우웅-!
성진이 붉게 타오르는 검을 수평으로 긋자, 리자드맨의 손바닥이 반으로 뚝 갈라졌다.
서걱-
“꾸이익!”
손이 잘린 고통 때문에 리자드맨이 온몸을 움츠린 순간, 성진은 리자드맨의 몸을 단 몇 걸음으로 타고 올라 목에 도달했다.
리자드맨의 고개가 성진 쪽을 향하기도 전, 파육음이 들려왔다.
푸슉···
리자드맨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안티 한 기를 짓뭉갰다.
쿵!
이윽고, 머리를 잃은 몸도 허물어져 다른 안티들을 깔아뭉갰다.
콰아아앙!
‘벗어나자!’
푸슛-!
거미줄을 사출해 안티들이 모여들고 있는 장소를 황급히 벗어났다.
“끼이이이이!”
성진이 공중에 뜬 채로 소리의 진원지를 확인했다.
이빨이 야만스럽게 돋아난 새가 성진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성진이 몸을 빙글 회전하자 검광이 번뜩였다.
푸화악···
괴조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성진을 피로 적셨다.
공중에도 몬스터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성진은 도주 경로를 수정했다.
‘거미줄은 위험해.’
쨍그랑-!
그대로 5층짜리 건물의 창문을 부시고 들어가 내달렸다.
탁-!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으로 떨어져 내린 후,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우드득···
[완벽한 사냥을 하기에 몸이 부적합함을 느낍니다.]
[더 훌륭한 사냥을 위해 몸이 적응합니다.]
[섭취한 리자드맨의 유전자를 사용합니다.]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속도가 상승합니다.]
[근육에 축적되는 피로도가 감소합니다.]
[유전자 조작에 활용되는 가변 능력치가 4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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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린다··· 싱숭생숭해서 잠이 안와서 방송 켰다. 형 저 결혼해요]
- 자낳괴되겠네
- 자낳괴? 자본주의가 여서 왜 나옴?
- 자식을 낳으면 괴로워
- 도망쳐! 아직 늦지 않았어!
- 결혼하지 마라
- 왜?
- 그냥 하지마 ㅅㅂ색기야!
- 충고 새겨 들어라. 방금 네 미래가 책장 뒤에서 말해줬다
‘그래서리자드맨’님이 5,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특성이 머였던 거임?]
- 진짜 무서운 특성은 나오지도 못함ㅎㅎ
- 그게 머냐고
- 오래 싸움. 얼마나 오래 싸우냐면 동남아에 나타난 워리어급 하나가 다섯 명 찜쪄먹음 ㅋㅋ
- 사람들이 배터리 다 돼서 졌다고 하던데ㅋㅋㅋ
- 개 억울ㅋㅋㅋ
‘긍까님들말은’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넘 빨리 잡아서 특성 나오지도 못한 거?]
- ㅇㅇ K·O 시킨 거
- 이제 올빼미가 더 오래 싸울 듯?
- 섭취적응 지렸네; 개 꿀 옵션만 싹 빼왔다
- ㅋㅋ 두 개의 심장!
- 근데 얼마나 효율 나올지는 봐야 암. 솔직히 지금도 지친 거 못 봄
- 아? 맞넹;
성진의 이어셋으로 정유리의 음성이 들려왔다.
“올빼미, 무사하십니까? 도움이···.”
“주변에 뭐가 보여?”
“교회 맞은편 건물에 있습니다. 안티들은 따돌린 것 같습니다.”
“다 왔어.”
성진이 일행과 그레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으윽···
“어? 뭐, 뭐야!”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레이가 당황하자 정유리와 주인혁의 어깨가 올라갔다.
- ㅋㅋㅋ 생색내기 달인들
- 우리 아빠 월급 세전 600이다~?
- 느들 올빼미 아나?
정유리가 말했다.
“나는 올빼미가 곧 이곳에 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숫자도 세지 않았습니다.”
“형, 저도···.”
“주인혁은 올빼미가 안 오면 우리는 어떻게 되냐며 부르짖었습니다.”
“내가 개냐? 언제 부르짖었어!”
성진이 양준호에게 다가갔다.
양준호는 혜령이라는 휴머노이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리한 것 같으신데요?”
“아무리 각성자라도 어떻게 그놈을···.”
양준호와 혜령이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대충 끝마쳤다.
“따라와, 이제 이 근처까지 안티가 들어찰 거야.”
혜령의 말에 양준호가 일행을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다들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일행과 그레이들은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한참을 나아갔다. 중간중간 안티도 마주했지만, 일행과 안티가 서로를 인식하기도 전의 거리에서 성진이 일방적으로 안티를 쓰러트렸다.
타아앙-!
펑!
방금도 성진이 반자동 소총을 빌려 그들이 가고 있는 방향의 안티를 먼 거리에서 처치했다. 일행이 있는 곳에서는 안티의 머리가 터져나가는 것도 본 사람이 없었다.
“처치했습니까?”
“그래, 성가신 위치에 있어서.”
“올빼미가 그렇다면 나는 납득했습니다.”
혜령이 성진의 말을 믿지 않다가 머리가 부서진 안티가 계속해서 발견되자 믿었다.
“이런 사람이 대전에 남아 있었다니··· 생존자 무리의 대장이야?”
“아뇨, 그냥 우리를 도와주는 형이에요. 누나, 멀었어요?”
“다 왔어. 이쪽으로 와.”
혜령을 따라 들어간 장소는 개조된 폐 공장이었다.
눅진한 공기가 폐부에 스며들었다.
조금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지하로 향하자, 원래 이곳이 지하 벙커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사람 찾으려면 무조건 지하까지 뒤져야 하네
- 지상 벙커는 안티 때문에 사실상 유지 불가능 아님?
- 그렇네. 다덜 지하로 숨는 이유가 있었군
지하 벙커에는 사람과 휴머노이드가 뒤섞여있었다.
“사람인가···?”
“아니, 휴머노이드인 것 같은데? 눈을 봐.”
“근데 또 멀쩡한 사람도 있으니까 그렇지.”
혜령이 지나가자 노부인 한 명이 다가와 팔을 붙잡았다.
“혜령아, 위험한 일은 나가지 말라니까···.”
“별로 위험하지 않았어요. 걱정 안 하셔도 되요.”
“그래도···.”
“걱정이 너무 많으세요. 저 어디 안 가요.”
그제야 노부인이 팔을 붙잡은 손을 내려 놓는다.
혜령의 눈짓에 성진과 일행이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젊은 남성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가 그곳에 서 있었다.
“왔어, 혜령아?”
“그래, 여기 다른 곳의 생존자들. 준호도 있어.”
“준호 오랜만이네.”
“누구··· 설마 재성이형? 죽은 거 아니었어요?”
재성이 웃었다.
웃음이 상당히 자연스러워 놀랐다.
“휴머노이드가 죽긴 왜 죽어, 연산 장치가 남았는데.”
“와, 그렇게 말하니까 드래곤 볼 그 초록 괴물 생각 나네요.”
“이상한 거랑 비교하지 말아줄래?”
- 셀 ㅋㅋㅋ
- 계왕님 미안해요!(노양심)
- 계왕 타계(33000살, 범인 손오공)
원래부터 알던 사이였던 것 같았다.
성진은 재성이 권하는 자리에 일행과 함께 앉았다.
심처까지 들어오자 오히려 경계가 줄어들었다.
혜령과 재성을 제외한 다른 휴머노이드는 합석하지 않았다.
“말 편하게 해도 될까?”
“나도 편하게 해도 되면.”
“좋지.”
재성은 성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얘기했다.
“우리가 무섭지 않았어?”
“딱히, 무서워 해야 하나?”
“무서워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거든. 일단 눈이 이렇게 흉흉하게 빛나잖아?”
말을 빙빙 돌리려 하길래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재성이 얘기했다.
“우리는 그레이야. 아직까지는 줄타기를 하고 있지. 목적도, 의미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야.”
“인간들을 데리고 있던데?”
“정확히는 보호하고 있는 거지. 처음에는 ‘일단 데리고 있어 보자’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뭐가 뭔지 모르게 됐어.”
성진은 이야기가 잘 풀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재성에게 말을 건넸다.
“뭘 하고 싶은데?”
재성은 예상밖의 답을 들려주었다.
“모르겠어···.”
“뭐?”
“모르겠다고. 사람과의 관계도, 대전의 상황도 말이야.”
- 야··· 니가 모르면 어떡해
- 올빼미 : ㅈ대따 얘만 믿고 왔는데
성진은 눈 앞의 휴머노이드를 쳐다봤다.
재성이 말을 이었다.
“여기 있는 그레이들은 대다수가 사랑 받던 휴머노이드야.”
“그래?”
“그래, 그런 덕분에 블랙이 되지 않은 거야. 하지만, 나는 좀 달라.”
“다르다고?”
“나는 학대 받았었거든. 때문에 사람의 무서움을 알아. 나에게 매일같이 발길질을 해대고 욕설을 했어. 감정과 분노의 쓰레기통으로 쓰인 거지.”
블랙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휴머노이드다.
오히려 안티가 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
“뭐, 내 과거 얘기는 이쯤하고. 나는 사람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알아. 그래서 더 모르겠는 거야,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가만히 듣고 있던 정유리가 끼어들었다.
“사람들을 도와야합니다.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와? 우리가?”
“그렇습니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이 창조한···.”
쾅!
재성이 탁자를 세게 두들겼다.
“창조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런 판에 박힌 얘기를 하러 온 거라면 더 얘기할 필요도 없겠네.”
“기다려. 궁금한 게 있어.”
“궁금한 거? 말해봐.”
“지금 이 벙커에 있는 인원과 휴머노이드들이 합류한다고 해도 안티와의 일전에는 큰 도움이 안될 것 같은데?”
“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 뭐여, 도움도 안 되는데 왜 생색부터 내는 거여
- 하여튼 빈수레가 요란하다더니!
재성이 말했다.
“우리만이라면 그렇지. 대전의 그레이들도 조금 돼.”
“그래도 부족한데.”
“그럼 이건 어때? 아직 깨어나지 않은 휴머노이드를 수천 기 확보했어. 우리만 아는 장소에 모여 있지.”
“······뭐?”
“전부 전투형 안드로이드야. 종말이 터지고 이곳저곳에서 확보한 거지. 이 정도면 싸워볼 만하지?”
- 꽉찬 수레였구나! 요란해도 돼!
- 생색 더 내세요!
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다시 스르륵 힘을 풀었다.
“문제가 있나 보군.”
“···깨어났을 때 이들이 블랙이 될 확률이 높아. 오히려 적을 늘리는 거지.”
“타개할 방법은 있어?”
“한 가지 있기는 한데··· 들어볼래?”
재성이 풀어놓은 얘기는 거의 도박에 가까운 수였다.
성진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가 한마디 툭 뱉었다.
“어렵겠네.”
“사실상 불가능이지. 포기할까?”
“그것도 어렵겠어.”
“그럼 어쩔 수 없지. 아무튼 우리도 확실하게 노선을 정한게 아니니 너무 힘은 빼지 말자고.”
“사람이 싫어?”
“아니, 사람에게 휴머노이드가 지배당하는 게 싫어. 지금은 할 일이 있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성진과 일행이 재성이 있던 곳을 빠져나왔다.
정유리가 일행에게 말했다.
“나는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순 없지만 인지하고는 있습니다.”
“재성이 형도 말은 저렇게 해도 사람을 좋아해. 단지 두려운 걸 거야. 예전처럼 돌아가 봐야 다시 학대 받는 상황이 반복될 테니까.”
성진이 아이들이 얘기하는 걸 듣다가 독백했다.
“휴머노이드 수천여 기라···.”
“블랙 수천여 기죠. 기대 안 하는 게 피차 편하지 않을까요? 깨벗고 있는 휴머노이드가 우르르 나선다고 상황이 변할리 없고 나서주는 것도 확실하지 않고요.”
“매장의 휴머노이드가 없던 이유가 그 때문인가?”
“그렇겠네. 안티가 쓸어간 게 아니구나.”
사람들의 얼굴은 밝았다.
그레이와 어울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 보였다.
아까 본 노부인의 모습이 자꾸 생각났다.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네···.’
그레이를 설득해야 하고, 수천의 휴머노이드를 깨워야 하며, 무장까지 시켜야 한다.
- ㅎㅎ 원래라면 나눠서 하면 될 일인데
- 그러게요 ^^ 왜 혼자서 하신대
- 여태까지 혼자였으니 ㅠㅠ
성진의 옆에서 주인혁이 누군가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스읍··· 뒷모습이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주인혁이 다가가서 누구인지 확인하려는 찰나, 그레이 한 명이 뛰어들어왔다.
“재성이 형! 밖에!”
다급한 음성을 신호로, 잠시 뒤 벙커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