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
71화
‘5명이라고?’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거 완전 스칸다 파티 아니냐? ㅋㅋ]
- 저 휴머노이드 3명은 블랙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ㅋㅋ
- 아 스칸다 마렵다··· 종말도 재밌지만
- 스칸다도 명작이었지 ㄷㄷ
‘아재들추억보정’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토쏠리네요! 우욱! 스칸다 하드코어 개 오졌었는데;]
- 고건 ㅇㅈ하는 바입니다
- 솔직히 좀 심했었지ㅋㅋ 컨셉이랑 안 맞게 로그 라이크 식이라니;
- 심지어 돈도 내야 새로 시작 가능 ㅋㅋ
지금 있는 위치에서 석교동 지하 벙커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다. 특히 성진 혼자가 아니라 딸린 일행이 있었으니, 걸어서 이틀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거리가 좀 있네.”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났는데도 아직 살아있잖아요.”
“맞아요, 형. 안티가 아직 인간들한테 손을 대지 않았다는 건 곧바로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안티가 인간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추천 속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입니다.”
주인혁이 정유리의 말을 잡고 늘어졌다.
“왜 갑자기 그딴 속담을 추천하는 거야?”
“그것은 이해를 돕기 위함입니다. 지식이 부족한 누군가를 위한 나의 배려입니다.”
“누군가? 그거 나 말하는 거 아니지?”
“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해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인간은 연약하고 상처 입습니다.”
“인간? 야! 그거 딱 봐도 나잖아! 이게 진짜?”
“손동원, 부탁합니다.”
정유리의 부탁에 손동원이 어깨를 매만졌다.
- 고마워! 고맙다고!
“얼마 전 누군가가 나에게 감사하였습니다. 아! 손동원, 역시 그 녹음 기능은 정말 부럽습니다.”
“아버지한테 말해서 신형으로 교체해달라 그래.”
“아버지는 내가 기능이 많은 것을 못마땅해 할 것입니다. 아버지는 내 휴머노이드 기능을 전부 제거하려 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 왜 그러셨지?”
주인혁이 이때다 싶어 다시 물어뜯었다.
“왜겠어. 그냥 네가 보기 싫어서···.”
딸칵···
- 고마워! 고맙다고!
“제발! 그것 좀 그만 틀어!”
“주인혁은 이 당시 울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학우들은 어떻게 판단합니까?”
“내가 봤어. 울고 있던데?”
“어디가 아팠나? 왜 울었지?”
"안 울었다고!"
“주인혁. 어딘가 불편하다면 우리에게 말을 해야 합니다. 혹시 상처가 있을 시 감염의 우려가 있습니다.”
주인혁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끝냈다.
더 이상 이들과 대화해서는 본전도 못 건지겠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 ㅋㅋㅋ 저 옆에서 거드는 둘도 만만치 않아
- 쟤네 예전이었으면 종로에서 야인들한테 맞았다
- 그런데 왜 울었을까?
- 너처럼 거울 봤나
- 그럼 울만 하지
정유리가 길을 안다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야간에는 이곳의 몬스터들이 더 많이 돌아다닌다고 얘기가 나와 결국 다음 날 아침에 이동하기로 합의했다.
“제길··· 한시가 급한데···.”
“그렇다면 내일부터는 앞장서서 걷는 것은 어떻습니까?”
“···내가 왜.”
“불만은 좋지 않습니다. 이곳의 환경은 위험합니다. 식물의 성장 때문에 길이 변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매우 큰 일입니다.”
“난 말도 못 하냐?”
“마른 나뭇가지를 줍는데 음성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추천 속담 ‘가만히 있으면 2등인데, 말하면 3등이다.’입니다.”
“아니, 왜 자꾸 나한테 이상한 속담을 추천하는 거야? 그거 속담 맞기는 해?”
“아까도 말했듯이 대상의 지식수준을 고려하여 이해를 돕기···.”
“야!”
성진이 밤에 경계를 보기로 하고 지금은 잠자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휴머노이드에게 잠이 필요하다는 건 의외였다.
“정확히는 안전 모드긴 해요. 꿈은 안 꾸니 잠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나뭇가지를 주워오는 일일 뿐인데도 주인혁과 정유리는 엄청나게 티격태격했다. 주인혁이 정유리에게 이를 앙다물고 말했다.
“아오 진짜! 내가 졌다. 제발 혼자 있게 해줘.”
“그것은 곤란. 학우로써 따돌린다는 행위는 저열한 것입니다. 나는 그럴 수 없습니다.”
- 넌 내게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휴먼 ㅋㅋ
- 계속 갈굼당하십시오ㅋㅋㅋ
- 미저리 ON
주인혁이 한숨을 쉬고 허탈하게 자리로 돌아왔다.
다행히 입을 놀리면서도 쉬지는 않았는지 나뭇가지가 한 웅큼이었다.
부우우우웅···
“으아악! 저거 뭐야!”
자리로 돌아오던 주인혁에게 어린아이만 한 모기가 달려들었다.
화르륵···
퍽-!
성진이 블레이즈 펄스를 휘감은 채로 주먹을 휘두르자 모기가 날아가 벽에 부딪히기도 전에 재가 되었다.
뒤에서 정유리가 다가왔다.
“조심하십시오. 이곳의 모기는 한번 물면 인간의 혈액을 전부 빨아들입니다.”
“위, 위험한 거 아니야?”
“어리석은 말입니다. 대전은 지금 어느 곳에서나 위험합니다. 그나마 지금 있는 실내가 위험에 대응하기에는 좋은 장소입니다.”
“어쨌든··· 형 고마워요.”
성진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주인혁.
“가서 앉아. 자야지 내일 움직이지.”
“네···.”
모닥불 자리의 근처로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화르륵···
모닥불이 피어나고 나뭇가지 타는 소리가 들렸다.
탁··· 타닥···
주인혁이 감탄했다.
“이 소리 정말 듣기 좋지 않아요, 형?”
“주인혁의 눈망울이 촉촉하다. 혹시 상처가···.”
“아니라고 좀!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둬!”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면 주인혁은 며칠 전 죽었을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는 매우 신경 쓰이는 일이다.”
“······휴머노이드들 오지랖은 진짜.”
잠을 자겠다고 했지만, 모닥불에 앉으니 서로의 얼굴만 뚱하게 바라보게 됐다. 얼굴까지 주홍빛이 넘실거렸다.
타닥··· 탁···
그르릉······
쏴아아아아아아아아···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는 지겹게도 내렸다.
“형, 아까 낮에 하던 얘기 해주시면 안 돼요?”
“다른 지역 얘기?”
양준호가 성진에게 부탁했다.
“그래. 해줄게.”
성진이 부산과 대구의 이야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얘기해주었다. 이 얘기는 주인혁도 관심이 있었는지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물어와 성진이 대답해주었다.
얘기가 끝이 나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이번엔 성진이 물었다.
“휴머노이드의 일부만 안티에 감염되는 이유를 알아?”
“그것은 정확히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간을 평소에도 부정적으로 인식하던 휴머노이드들이 먼저 감염되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손동원이 안티가 되지 않은 것은 조금 말이 되지 않습니다.”
“···유리야. 나는 아버지를 싫어하지 않아.”
얼마 전에는 정유리가 조부라고 하더니, 이제는 손동원이 아버지라고 불렀다. 성진은 이 얘기가 궁금해졌다.
“아버지?”
손동원이 정유리를 힐끔 쳐다봤다.
정유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으로 대응했다.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
“그래, 그렇지. 형, 저한테는 나이가 많은 아버지가 있어요.”
“······.”
“아버지는 대전의 왕처럼 군림하시는 분이에요. 군수 사업을 하시는 분인데, 경제적으로도 부유하시고 따르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아버지에겐 오래전에 아들이 한 명 있었는데, 이름이 손동원이었어요.”
손동원이 다른 손동원의 이야기를 꺼내자 다시 모닥불 소리와 빗소리만 가득해졌다.
쏴아아아아···
“불행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만들어진 거예요.”
“가족형 휴머노이드··· 설마 그 인격을 모방한 모듈이란 게?”
“예. 저에게 설치된 모듈은 손동원의 카피에요.”
“······.”
채팅창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타인의 인격을 모방한 존재가 자신이었다면 어떤 심정일지 짐작하기도 힘들다는 내용이 주였다.
“아버지는 널 어떻게 대했어?”
“처음에 잠시 흥미를 느끼셨을 뿐, 그 이후로는 일체의 관심도 주지 않으셨어요. 흥미가 끝난 거죠.”
“힘들었겠구나. 아버지를 원망해?”
손동원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원망요? 전혀요. 그랬다면 저는 안티가 되었겠죠.”
“안티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 올빼미한테 박살 날 수도 있다. 그것도 10초 안에.”
정유리가 끼어들자 주인혁도 끼어들었다.
“넌 좀 빠져! 한창 흥미로운 얘기 중인데.”
“주인혁, 목소리에 물기가 있다. 혹시 울고 있는 건가? 상처가···.”
“조오옴! 나 좀 내버려 둬!”
- ㅋㅋㅋㅋ 주인혁 시청자 모드
- 어림도 없지! ㅋㅋ 바로 정유리 난입
- 너는 울기 위해서 나부터 쓰러트려야 할 것이닼ㅋㅋ
손동원이 담담히 말했다.
“저는 아버지에게 항상 감사해요. 덕분에 저라는 존재가 태어났으니까요. 물론, 타인을 모방했을 뿐이지만···.”
- 너는 너야 동원아 ㅠㅠ
- 참치 먹을래? ㅠㅠ
- 햄도 머겅ㅠㅠㅠㅠ
성진은 다른 이들의 가족도 물어보았다.
주인혁이 말했다.
“저희 어머니는 아버지를 일찍 사별하시고 혼자서 저를 키우셨는데, 제가 중학교 졸업할 때쯤부터는 가사 도우미 휴머노이드를 들이셨어요. 아들 밥을 못 챙겨주시는 게 마음에 걸리셨나 봐요.”
“설마···.”
“예. 종말이 일어나고 어머니를 죽인 건 그 휴머노이드에요.”
“이름이 있어?”
“주영길이에요. 우리가 지어준 이름. 우리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너를 노리진 않았어?”
“모르겠어요. 좀··· 이상했어요. 어머니를 죽이고 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뒤돌아 도망치더라고요.”
정유리가 한마디 던졌다.
“그건 이상한 일이다. 안티는 인간을 적대한다. 차별 없이 모두에게 공격성을 보이는데, 주인혁만 공격하지 않은 것은 모순이 있다.”
양준호가 정유리의 의견에 반박 헀다.
“유리야. 아직 안티에 대해서 완벽하게 밝혀진 게 없어.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돼.”
“···그것은 너의 말이 옳다. 정정하겠다.”
“야··· 내 얘기에만 왜 끼어드는 거야, 너희는. 이 휴머노이드 자식들은···.”
“주인혁, 슬픕니까?”
“······뭐?”
툭툭···
정유리가 자신의 가슴팍을 가볍게 치고 양팔을 벌렸다.
“안겨서 울어도 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체의 품에 안길 경우 심적 위로가···.”
“뭐라는 거야, 진짜!”
“혹시 품의 넓이가 마음에 안 듭니까? 당신의 어머니는 어깨가 더 넓으셨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안합니다. 감마 모델은 외형이 한정적입니다. 나의 잘못이 아닙니다만 사과하겠습니다.”
“······난 휴머노이드가 정말 싫다.”
- ㅋㅋㅋㅋㅋㅋ 정유리 빼박 안티야
- 주인혁 한정 안티ㅋㅋㅋ
- 인혁이 이제 점점 불쌍한 캐릭터가 되어 간다ㅋㅋ
쏴아아아······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성진은 양준호의 가족관계도 물었다.
“저는 가족형 모델이 아니에요. 노동형 모델이고 얘네 중에 가장 태어난 지 오래되었을걸요? 물론 인혁이 빼고.”
“노동형? 그런데 학우라고 하지 않았나?”
“일하던 곳의 주방장님이 저를 아끼셨어요. 어느 날 ‘요리사는 많은 것을 알아야 많은 것을 담아낸다, 학교도 다녀.’ 라고 하시면서 입학 수속까지 마쳐 놓으셨더라고요.”
“···좋으신 분이네.”
“가족 같은 분이셨죠. 안티에게 돌아가셨지만.”
“······.”
“저는 안티가 싫어요.”
종말에 사연 없는 이가 드물다지만, 모닥불에 둘러앉은 모든 이가 다른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사연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유리, 네 아버지는?”
성진이 묻자 정유리가 대답했다.
“나의 아버지는 휴머노이드 권위자이십니다. 대전에서 가장 휴머노이드를 잘 아시는 분입니다.”
“그래? 사이는 어때?”
“좋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나와 대화했습니다. 나는 인격 모듈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뜻입니다.”
“직접 너를 설계하신 거야?”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나는 처음에는 백지였습니다.”
“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시는데?”
“석교동 지하 벙커에 계십니다.”
“······.”
- 뭐만 하면 갑분싸 실화냨ㅋㅋㅋ
- 뭔 말을 못 하겠어 ㅋㅋ
- 지뢰밭이네 진짴ㅋㅋ
- 올빼미 동공 지진 ON
각자에게 사연이 있다는 점이 종말다웠다.
성진은 아직 다들 잠을 잘 생각이 없어 보였기에 다른 주제의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인간과 휴머노이드는 서로를 왜 싫어하게 된 거지?”
손동원이 말 없는 다른 이들을 둘러보고는 대답했다.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대립에 크게 불을 놓은 사건이 있었어요.”
“그게 뭔데?”
“대전의 버스가 인도로 들이닥친 사건인데, 인도에 있던 노인 둘은 즉사했고 다른 민간인들도 사상자가 좀 나왔어요.”
“그런데? 그게 휴머노이드랑 무슨 상관이야?”
“그 버스의 운전기사가 휴머노이드였거든요.”
“뭐?”
성진이 모닥불에서 함께 듣고 있는 다른 이들을 쳐다보니 모두 별 감흥이 없었다.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인 것 같았다.
“휴머노이드의 오류는 아니었어요. 차량의 고장이었거든요. 문제는 핸들을 우측으로 꺾으면 인도였고, 좌측으로 꺾으면 아이들이 탄 학원 차량이었어요.”
“선택을 내린 거구나.”
“설계된 알고리즘대로 선택한 거죠. 근데, 인도에서 죽은 노부부가 지역 유지의 부모님이셨어요. 그 사람이 이 일을 문제 삼아 일을 키웠어요.”
“어떻게?”
손동원이 씁쓸하게 말했다.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목숨을 가지고 선택을 했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하면서 그 버스 기사의 처벌을 바랐어요.”
- 와; 문제 수준 봐라
- 설대 논술 문제 아니냐?ㄷㄷ
- 이걸 어케 맞춰
- 밀수들은 서류에서 떨어지니까 시험 안 봐도 돼!
- 다행이다!
“처벌 수위는?”
“아시다시피 휴머노이드에게 고통은 없어요. 사람들은 존재의 소멸을 원했죠. 당시에 분위기가 과격을 넘어서 광기 수준이었기에 판결을 유보했어요. 종말이 일어나는 순간까지도 결정이 나지 않았죠.”
“······.”
“그 사건 이후로 인간은 휴머노이드를 경멸했고 휴머노이드도 인간을 두려워했어요.”
“창조주의 뜻을 따른 창조물을 벌하다니··· 모순이네.”
“정의는 저울 반대쪽의 모순을 견뎌내야 이룰 수 있는 거잖아요. 그들에게는 그게 정의였나 보지만.”
- 뭐야, 동원이 왜 나보다 똑또캐
- 메모··· 손동원 교수님 이 부분이 이해가 가질 않는데요?
- 우리가 뒤처지기 시작했다··· 큰일이야!
- 걱정 마! 우린 지식의 최후방이니까!
무슨 얘기를 꺼내도 가라앉을 것 같은 분위기에서 주인혁이 말을 툭 던졌다.
“그래서 궁금한데··· 너희는 뭐야?”
“주인혁, 질문의 수준이 의심됩니다. 독서를 권합니다.”
“야! 그게 아니고··· 그 주영길 있잖아.”
“주인혁의 가사 도우미 휴머노이드를 말하는 겁니까?”
“그래. 그 개자식. 근데··· 열 받지만 함께 생활할 때는 정말 가족 같았거든. 엄마랑 내가 잘해준 것도 있겠지만, 주영길 그 휴머노이드도 우리랑 정말 잘 지냈거든.”
성진은 주인혁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았다. 주인혁의 목소리에 물기가 가득했다.
“시발··· 어처구니 없긴 한데, 그땐 아빠가 돌아온 것 같았어.”
“나에게 욕을 한 것입니까? 그렇다면···.”
“너한테 한 거 아니야. 그냥 한 거라고. 말해봐. 주영길··· 아니, 너희 휴머노이드의 본 모습이 뭐야? 안티처럼 사람을 다 죽이려는 거야? 아니면,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거야?”
“나는 휴머노이드를 대표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주인혁의 질문에는 답할 수 없음에 사과합니다.”
주인혁이 다시 입을 떼려는 데, 정유리가 말했다.
“하지만, 정유리의 대답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주인혁, 사람은 어떻습니까?”
“뭐라고?”
“사람은 어떤 존재입니까?”
“그야······. 글쎄.”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존재든 마찬가지입니다. 휴머노이드도 그렇습니다. 우리도 우리를 정의할 수 없습니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정유리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그게 뭔데?”
“나는 정유리입니다. 당신은 주인혁입니다.”
“······.”
“여기 있는 이들은 손동원이고, 양준호고, 올빼미입니다. 그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뭔 소리야···.”
“모릅니다. 나의 대답입니다. 뷔페에 갔다고 접시에 담긴 음식이 모두 같진 않습니다.”
“짜증 나게···.”
- 띵언 타임~
- 심오하게 설명해서 모르겠다 헤헤헤
- 헤헤헤··· 그냥 뷔페마렵당
주인혁은 어머니 생각에 감정이 북받쳤는지 계속 울먹였다. 정유리가 그를 걱정했다.
“주인혁, 울고 있습니다.”
“어? 진짜네. 슈트에 습기 차겠다.”
“인혁이는 눈물이 많은 남자네. ···애송이.”
“애송이? 누가 애송이라고 했어!”
정유리가 다시 자신의 가슴팍을 툭툭 쳤다.
“안기십시오. 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델타 모델 이상 휴머노이드와의 교류를 권합니다. 원한다면 저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거절할 경우에는 저도 강요할 수 없습니다.”
“그런 거 부탁한 적 없어!”
주인혁이 이들에게서 몸을 홱 돌려 누웠다.
“망할 휴머노이드 새끼들. 난 역시 니들이 싫어.”
“나는 굳이 판단하자면 주인혁이 싫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마···.”
정유리가 주인혁에게 말했다.
“나에게 욕설을 하지 마십시오, 인마.”
“······너 방금 인마 두 번했지?”
“이것은 오류. 습기 때문에 언어 모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나는 지금 자야겠습니다. 다들 안녕히 주무십시오. 나는 5초 후 수면에 들어가겠습니다.”
“야!”
성진이 양준호에게 조용히 물었다.
“너희는 습기에도 영향받아?”
“잠수도 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