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70화 (70/222)

# 70

70화

‘대형매장이라며’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왜 휴머노이드가 안 보이냐? 다 창고에 있나;]

- 마치 우리들의 여자친구처럼 안 보이는군

- 우리들의 미래처럼 말이야!

- 우리들의··· 우리들의···

- 그만해 ㅠㅠ

시청자들의 말대로 성진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1층의 곳곳을 눈에 담았다. 다른 일행은 경황이 없어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휴머노이드들이 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대형 매장은 텅 비어 있었다.

원래라면 이곳에 휴머노이드가 가득 차 있지 않았을까 싶은 공간 구성이었는데, 지금은 절단난 휴머노이드의 부속품이나 여기까지 밀려온 넝쿨만 바닥을 채웠다.

“휴머노이드가 없어.”

“그것은 나 또한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몹시 이상한 일입니다. 안티가 벌인 일일까요?”

안티가 동족을 늘리기 위해 휴머노이드들을 데려갔다?

그랬을 확률이 높다. 어쨌거나 이곳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안티였으니까.

“조금 천천히 진입해.”

“우리 모두는 올빼미의 말대로 할 것입니다.”

1층은 하나로 합쳐진 공간이 아니었다.

가벽이 있어 용도별로 분류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벽 하나를 넘어설 때마다 긴장해야 했다.

“죽어어어!”

붕-!

인공 피부의 반 정도가 벗겨진 안티가 주먹질을 해왔다. 성진은 안티의 오른팔을 고개를 살짝 젖혀 피하고는 자신의 왼쪽 어깨를 상대의 겨드랑이로 들이밀었다.

턱-

우지직!

그대로 몸을 기대고 안티의 목을 뽑았다.

주렁주렁 연결된 전선이 딸려나왔다.

치직··· 치지직···

‘이곳의 모든 안티가 무장한 건 아니야.’

그렇다면 굳이 총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한 번에 제압하기 위해선 머리를 노리거나 몸 전체를 부숴야 했는데 머리를 쏴버리면 그 안에 연산 장치가 파손될 우려가 있었다.

휙···

성진이 뒤로 던진 머리를 정유리가 받아들었다.

“해체할까요?”

“그래.”

우드득···

정유리가 어렵지 않게 그 안에서 칩셋을 꺼냈다.

그 모습을 주인혁이 비꼬았다.

“네 동족 아니야? 그렇게 막 대해도 돼?”

“나는 이 일련의 과정을 필요하다면 사람에게도 할 수 있습니다.”

“···조용히 가자.”

- ㅋㅋㅋ 주인혁 방금 쫄았어

- 사람의 뇌가 어떤 형태인지 열어보고 싶습니다

- 그리고 그 사람은 당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휴먼. 항상 감사하십시오

- 당신의 생존은 나의 자비로움 덕분입니다

성진이 1층의 안티를 처리하고, 다음 층의 진입을 고민했다. 이들을 모두 데리고 동시에 진입하는 것은 위험했다.

“내가 먼저 진입할게. 안티가 대기하고 있어. 다 같이 가면 위험해.”

“하지만 올빼미, 혼자 가면 더 위험합니다. 나와 학우들이 당신을 지원하겠습니다.”

“그럼 딱 10초만 세었다가 따라 들어와.”

“10초 안에 올빼미는 벌집이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나는 그렇다면 매우 기분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저쪽도 모두 무장한 건 아니야. 그럼, 진입한다.”

“올빼미. 가면··· 1···.”

성진이 일행을 뒤로 한 채 다음 층으로 향했다.

중앙에 횡으로 넓은 계단이 있었고 귀족의 저택처럼 한 번만 꺾어서 오르기만 하면 바로 다음 층이었다.

‘무기를 든 상대부터.’

성진은 계단을 꺾어 오르며 거미줄을 천장으로 사출했다.

푸슛-!

한 손은 거미줄을 사출했기에 소드오프 샷건을 꺼내 들었다.

새로 얻은 능력인 조준 시를 발동했다.

성진의 동공에 크로스헤어가 떠올랐다.

천장에 도달하면서 무기를 든 상대를 확인했다.

아래 층의 소음을 듣고 미리 대기하고 있었는지, 소총의 조준선을 성진에게로 당기려 했다.

“인···.”

휘릭-

퍼어엉!

퍼어엉!

확인과 동시에 격발.

무장한 안티들은 단 두 발에 제압되었다.

나머지는 무장하지 않았다.

“죽여어어!”

“인간!”

성진이 가뿐하게 내려서며 다시 허리춤에 총을 집어넣었다. 안티가 날아들어 성진의 안면을 으깨려 했다.

후웅-!

“이···.”

콰직-!

성진이 한 손으로 안티의 얼굴을 움켜쥐자 그대로 찌그러졌다.

무장하지 않은 안티가 총 셋.

방금 하나 처리했다.

손에 쥔 안티의 얼굴을 휙 던지고 덤벼드는 안티의 복부를 걷어찼다.

콰아앙-!

바로 이어서 성진의 뒤를 공격해오는 다른 안티의 목을 손날로 빠르게 쳐냈다.

쿠직-!

목이 몸에서 분리되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일행이 우르르 계단으로 올라왔다.

“형! ···형!”

“올빼미. 10초가 지났다. 우리는 가세합니다.”

물론 올라온 장소는 다시 성진뿐이었다.

치직··· 치지직···

스파크가 튀는 안티의 목만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정유리가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10초를 분명히 세었습니다. 나는 숫자를 잘 셉니다.”

“형··· 혼자서 다 처리하신 거예요?”

“사람 혼자 이게 가능한 일이야? 안티가 다섯이 넘는데···.”

성진은 일행의 반응에 그저 담담하게 대꾸했다.

조준 시는 굳이 먼 거리가 아니더라도 쓸모가 있었다.

‘좋은 능력이다.’

공중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타격 지점이 정반대인 두 안티를 사격했다. 심지어 안티 중 하나는 엄폐를 하고 있었다. 사격하기 위해 내민 머리를 제외한 신체는 보이지 않았었고.

- 인간들, 나는 헷갈립니다. 조준 시가 쩌는 겁니까?

- 어떻게 저게;;

- 석양이··· 존나 빨리 진다···

- 안티고 뭐고 일대 다로 붙으면 진짜 양학 가능하겠는데;

손동원과 양준호가 안티의 머리에서 멀쩡한 칩셋을 모으고 있었다. 이것들은 다 정보가 되어줄 것이다.

정유리가 성진에게 다가왔다.

“나는 당신을 학습할 수 없습니다. 너무 어렵습니다.”

“굳이 억지로 배울 필요 없어.”

“나는 학습형 안드로이드. 배우지 않으면 나는 존재 이유가 사라집니다.”

“······.”

주인혁이 쮸뼛쮸뼛 근처로 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이 부끄러운 눈치였다.

“형··· 도우려 했는데···.”

“······.”

“저 녀석들이 너무 굼떠가지고···.”

정유리가 주인혁에게 말했다.

“주인혁, 너는 13초가 지나서 움직였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네, 네가 어떻게 알아!”

“남을 험담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추천 속담 ‘예절은 생존을 위해 만들어졌다’입니다.”

- 히이익!

- 도망쳐!

“처음 듣는 속담인데···.”

“당신의 지식은 부족합니다. 독서를 권합니다.”

“이···.”

- 진짜 저 속담 있어?

- 구글링하니까 없는데?

- ㅋㅋㅋ 어차피 주인혁 암 것도 모르니까 유리가 지어낸 거 아니냐?

- 저런 건 학습했네 ㅋㅋㅋ

철컥···

철컥···

정유리가 말을 마치고 주인혁의 등 뒤로 다가가 뭔가를 만지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거야!”

주인혁이 정유리의 손을 뿌리치고 물러나자, 정유리가 설명했다.

“나는 주인혁의 배터리를 교체했습니다. 슈트의 가동 시간 경고음이 들리지 않았습니까?”

“어? 어어···.”

“다행히 1층에 배터리가 꽤 있었습니다. 배낭에 챙겼습니다.”

주인혁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자신이 매몰차게 행동해도 정유리와 일행이 계속해서 자신을 챙겨주기 때문인 것 같았다.

정유리가 주인혁에게 말했다.

어쩐지 말이 이전보다 더 또박또박 귀에 박혔다.

“나는 감사 인사를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 ······뭐.”

“나는 정말로 감사 인사는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 알았어.”

“하지만 굳이 감사 인사를 하겠다면 거절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납니다. 그것은 나로서는 매우 큰 일입니다.”

“······워.”

“주인혁의 대화 데시벨이 낮습니다. 감지 영역에서 벗어납니다.”

“···맙다고.”

“한글의 묵음은 겹받침이 있는 몇몇 단어에서만 나타납니다. 나는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주인혁이 괜히 소총을 매만지며 정유리에게 답했다.

“아씨··· 고맙다고, 고마워! 됐어?”

“그렇게까지 감사를 표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거절하지는 않겠습니다.”

정유리가 뒤로 돌아서 일행에게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나는 성공했습니다.”

“정말? 고맙다고 했어?”

“녹음했습니다. 매우 선명한 음질입니다.”

“좋아, 나중에 우리한테 신경질 내면 음량 최대로 키워서 들려주자.”

- 스카이넷은 결국 인류를 지배할 것이다 ㄷㄷ

- 주인혁ㅋㅋ 휴머노이드들한테 당했눜ㅋㅋ

- 개노답 3형젴ㅋㅋㅋㅋ

성진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정유리와 일행에게 말했다.

“해석을 시작해야겠는데.”

“알겠습니다. 파손되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판매 구역에 쭉- 늘어선 기계들로 다가갔다.

다행히 겉보기에는 다들 멀쩡했다.

전력이 들어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유리가 기계의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삐릭-

기계가 부팅에 들어갔다.

“파손되지 않은 연산 장치가 5개입니다. 이것은 매우 훌륭한 성과입니다.”

“그렇지! 안티의 연산 장치를 이렇게나 한꺼번에 얻을 줄이야···.”

“뭐, 우린 한 거 없지만···.”

“사람들은 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한 경우, 함께 기뻐합니다.”

정유리가 그렇게 말하고 성진을 쳐다보았다.

성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10초를 세었습니다. 또한 배터리를 찾았습니다.”

이어지는 정유리의 말에 일행이 당황했지만, 다들 한 마디씩 내뱉었다.

“나는 연산 장치를 분리해냈어.”

“나, 나도!”

“나는···.”

주인혁은 궁지에 몰린 듯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정유리가 대신 말을 이었다.

“주인혁은 투덜거리기만 했습니다.”

“이··· 야!”

“하지만 우리에게 감사했습니다. 이것으로 이 모든 일은 우리가 함께해낸 일이 되었습니다.”

“······.”

삐-익

부팅이 끝났다는 알림음이 들렸다.

정유리가 기계를 조작하며 얘기했다.

“함께한다는 건 별다른 게 아닙니다.”

“지금 나 가르치는 거야?”

“아닙니다. 나의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씀입니다. 나는 학습 내용을 토대로 얘기한 것입니다.”

“······됐어. 그래서 사람들이 어디로 간 건데?”

정유리가 기계에 인식 장치를 차례대로 집어넣어 확인했다. 첫 번째, 두 번째 안티의 인식 장치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허탕 친 거 아니야?”

“아직 모릅니다. 다음엔 이걸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진이 대전에 처음 와서 마주친 안티의 인식 장치였다. 칩셋이 기계 장치로 들어갔다.

치이···

노이즈가 낀 영상이 재생되었다.

이 안티는 마주쳤을 당시에도 얼굴이 반 정도 파손되어 있었으니 연산 장치가 손상됐을 우려가 있었다.

치이··· ······

다행히 노이즈가 낀 것 빼고는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영상은 차근차근 재생됐고 일행은 그 내용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단서를 찾았다.

“어?”

“저, 저기!”

“아직 살아있어!”

“죽이지 않았다고?”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은 분명 피골이 상접하고 눈이 흐리멍덩했지만 살아 있었다.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게 그들이 잃었던 무리가 맞는 것 같았다.

영상에서 드러난 안티의 규모만 해도 무시할 수 없었다. 몇 가지 정보를 더 찾아내고 영상은 다른 장면으로 넘어갔다.

“찾아낸 것 같습니다.”

“어딘지 알겠어?”

“벙커 시설로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대전의 벙커 중 몇 개를 압니다. 그중 영상의 시설과 흡사했던 벙커를 기억합니다. 이곳은 석교동 지하 벙커입니다.”

희소식이었다.

저곳을 어떻게 돌파해서 사람들을 구해낼 것인지는 당장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하와와알아낸거시야요’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군필여고생쟝이 알아낸 거시야요! 저런 능력 있는 부인을 맞이하고 싶다]

- 로봇이랑?

- 뭐 어때;

- 너희 집 로봇 청소기는 어때. 현모양처 감이야

- 청소기에 올라타서 세레나데 불러줘, 바로 승낙한다

성진이 정보를 충분히 확보한 건지, 시나리오가 변경되었다.

[chapter 5-2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5-2를 클리어합니다.]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3만큼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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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3. 구출 작전]

「생존자 무리 중 일부가 석교동 지하 벙커에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안티가 이들을 어떤 이유에서 살려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이들을 외면한다면 대전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석교동 지하 벙커에 구속된 생존자들을 구출하거나 그곳의 안티를 모두 처치하십시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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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혁이 일행을 둘러보면서 얘기했다.

“가야지? 당장 가서 구해야 하잖아?”

“준비를 마치면 가야지. 근데··· 우리끼리 가능할까?”

“나도 똑같은 생각이야. 우리는 5명인데···.”

“답답하기는! 우리가···.”

“조용!”

“형?”

성진의 눈이 가라앉았다.

갑자기 스며들던 달빛의 한쪽 면이 전부 가려졌다.

“뭔가 왔어.”

매장의 통유리 가까이 뭔가가 걸어왔다.

건물만 한 덩치가 걸어서 이곳까지 도달했는데 기척이 나지 않았다. 개체의 특성이다, 성진은 저 몬스터를 알았다.

까무잡잡한 털에 둘러싸인 존재.

주둥이가 길쭉한 몬스터였다.

개미핥기와 닮은 밀마콥투스라는 몬스터.

귀여운 생김새도 저렇게 거대하면 두렵게 느껴진다.

밀마콥투스의 주둥이에서 혀가 튀어나왔다.

혀는 그대로 유리창을 깨부수고 일행에게 밀어닥쳤다.

쨍그랑-!

일행 중 누군가 소리쳤다.

“피해에!”

일행이 혀를 피해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

‘안돼. 피하면 안돼.’

성진도 혼자였다면 피했을 것이다.

분명 그렇게 하는 게 더 상대하기 쉬웠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피하면 누군가 당한다.

혀는 이들의 생각보다 빠르다.

투두두-! 투두두두-!

피하는 와중에도 착실하게 사격을 가하는 일행들.

성진은 밀어닥치는 혀에 정면으로 맞섰다.

화르륵···

블레이즈 펄스에 휩싸인 검이 혀를 쳐냈다.

치이이···

“끼익!”

콰아아앙!

콰아앙!

혀가 블레이즈 펄스에 지져지자 고통에 밀마콥투스가 건물 외벽을 앞발로 후려쳤다.

그 때문에 건물이 흔들렸고,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실내에는 고성이 오고 갔다.

“도주해야 합니까?”

“너희는 피해!”

“형!”

“물러나!”

성진은 그 와중에도 밀마콥투스의 반응을 살폈다.

밖에서 싸웠다면 순식간에 처치했을 상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실내에서 마주했고, 잘못하다간 일행이 건물 잔해에 깔릴 것이다. 다음 공격으로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

“끽···.”

성진은 재빨리 가방에서 유탄을 꺼냈다.

철컥-

언더 배럴에 유탄을 장전하고,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곧바로 혀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휘리릭-!

쾅!

콰앙!

혓바닥에 부딪힌 기둥이 터져나갔다.

하필 주인혁과 정유리가 그 반경에 있어서 부딪혀 날아갔다.

“컥···!”

“인혁아!”

“위험해!”

뒤편에서 들리는 다급한 소리는 신경 쓸 새가 없었다. 성진이 유전자 조작을 발동해 순발력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지금!’

휘리릭-!

서걱-!

치이이···

혀가 워낙 두꺼워 아예 잘라내지는 못했지만, 타이밍을 잘 맞추어 베었기 때문에 밀마콥투스의 혀가 반쯤 잘려 덜렁거렸다.

“끼이이이이!”

콰아아앙!

콰아앙!

다시 난동을 부리며 입을 벌리고 혀를 회수하는 밀마콥투스. 더 난동을 부리면 일행이 빠져나가기 전에 건물이 무너질 것이다.

“형!”

“무너진다!”

성진은 밀마콥투스의 아가리로 유탄을 발사했다.

펑···

벌려진 아가리로 유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빨려 들어갔다.

“형 피해요!”

멀리서 들려오는 외침에 성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벗어난 일행은 보이지 않았다. 상황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그가 반대편 유리창으로 내달렸다.

쨍그랑-!

콰아아아아아아앙-!

성진이 유리창을 깨부수고 빠져나오는 것과 동시에 유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을 구르자 섭취 적응이 시작되었다. 밀마콥투스가 방금의 폭발로 죽었다는 확실한 증거다.

우드득···

[완벽한 사냥을 하기에 몸이 부적합함을 느낍니다.]

[더 훌륭한 사냥을 위해 몸이 적응합니다.]

[섭취한 밀마콥투스의 유전자를 사용합니다.]

[후각세포가 증가합니다.]

[후각의 감각 세기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팔의 근력이 상승합니다.]

[유전자 조작에 활용되는 가변 능력치가 3 증가합니다.]

쿠우우우웅···

“크읏···.”

성진이 땅을 짚고 주춤주춤 일어났다.

적응의 경지가 상승하고부터는 급속 적응이 가능했다.

돌아보니 건물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동원이 성진에게 다가왔다.

“형! 형 괜찮아요?”

“그래, 동원아.”

“형··· 유리가···.”

성진은 동원의 불길한 말에 감각이 곤두섰다.

재빨리 정유리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파직··· 파지직···

정유리의 한쪽 팔이 어깨 밑으로 박살이 나 있었다.

주인혁이 답지 않게 눈물 콧물을 쏟아 내며 울먹거렸다. 성진은 그 모습이 낯설었다.

“왜··· 왜···.”

“주인혁, 예의는 중요하다. 감사하다는 인사가 먼저다.”

“왜··· 나 때문에···.”

“감사가 먼저다.”

“고마워! 고맙다고! 이 말이 그렇게 듣고 싶냐? 뭐하러 구한 거야!”

정유리가 누운 채로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히 구해야 한다. 사람은 연약하다. 쉽게 다치고 피 흘린다.”

“너는 안 다쳐?”

“나도 다친다. 하지만 나는 아프지 않다.”

“아프지 않으면 문제없다는 거야?”

“당연하다. 고치면 되니까.”

“······뭐?”

건물의 잔해를 뒤적거리던 양준호가 소리쳤다.

“찾았어!”

“그건 다리잖아!”

“어? 아, 시신경 아직도 이러네. 그럼 이건?”

“감마 모델 맞아?”

“응, 근데 초창기 모델인 것 같은데.”

정유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어깨에 남아있는 팔의 잔해를 매만졌다.

그러자 팔이 뚝 떨어져 나갔다.

- ??

- ?

- 샹크스! 파, 팔이···

정유리가 양준호에게서 팔을 건네받았다.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손동원.”

“당연하지.”

손동원이 그녀의 옆에서 낑낑대며 팔을 조립하려 애썼다.

철컥-

기계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때?”

“구형이라 조작감이 불만족스럽다. 아버지에게 조율을 부탁해야 한다.”

“그래도 임시방편으로 이 정도면 훌륭하지.”

성진과 일행이 주인혁을 돌아보았다.

주인혁의 표정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멍한 표정이었다.

- 표정 봨ㅋㅋㅋ

- 속았쥬?ㅋㅋㅋㅋ

- 쟌넨~ 스페어 팔이 있었습니다!

- 내 감동 돌려줘 ㅠㅠ

“뭐, 뭐야?”

“휴머노이드는 다쳐도 쉽게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날 속인 거야?”

“나는 속인 적이 없다. 왜 우는 건가? 다친 곳이 있나?”

“······씨발.”

- ㅋㅋㅋㅋㅋㅋㅋ 나 같아도 욕했다

- 지옥의 휴머노이드 3인방

- 어리석은 인간 녀석! 속아 넘어가기 바쁘군ㅋㅋ

정유리가 돌아서서 손동원에게 말했다.

“녹음을 했습니까?”

“당연히 했지.”

“훌륭하다. 주인혁은 우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뭐? 내가 언제?”

주인혁이 반발했다. 그 태도를 본 손동원이 어깨를 딸깍 누르자 음성이 흘러나왔다.

- 고마워! 고맙다고! 이···

“여기까지.”

“아주 훌륭한 음성이다. 내 녹음 기능보다 음질이 좋습니다. 나는 부러움을 느낍니다.”

“나는 프리미엄이니까.”

주인혁이 온갖 욕설을 내뱉었다.

“망할 휴머노이드 새끼들!”

정유리가 그에게 말했다.

“나에게 욕설을 하지 마십시오,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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