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
69화
“유리야, 괜찮아?”
“괜찮다. 우리에게 도움을 줄 사람을 데리고 왔다.”
“도움? 도움이라고 했어? 저 사람 말이야?”
“그렇다.”
성진은 마중 나온 인물을 바라봤다.
남자였는데, 훤칠한 외모에 걸려있는 표정이 자연스러웠다.
‘사람인가?’
정유리가 성진을 바라보고 그 남자를 소개했다.
“여기에 모여있는 이들은 나의 학우들입니다. 이 사람은··· 정정··· 이 휴머노이드는 손동원입니다.”
“어··· 반갑습니다. 손동원이에요. 유리 친구입니다.”
“올빼미입니다.”
성진은 손동원을 보고 의아했다.
‘정유리랑 너무 다른데?’
손동원이라는 휴머노이드는 행동이 어색하거나 인위적인 말투를 사용하지 않았다.
‘역시대기업은달라’님은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참치에 이어 휴머노이드까지 히트를 시켜버리네]
- 동원이 이걸?
- 추석 선물세트로 참치 대신 휴머노이드 보내겠네ㅋ
- 휴머노이드 옆에 햄도 있어야지
약간 머뭇거리자 정유리가 성진이 왜 그러는지 눈치챘다.
“손동원은 완성형 휴머노이드입니다. 특정 인물의 인격을 모방한 모듈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손동원의 조부는···.”
“유리야, 거기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
“실례. 나는 과하게 말을 하였다. 너는 불쾌하였습니까?”
“그래. 불쾌하였습니다, 이 자식아.”
“나에게 욕설을 하지 마십시오, 인마.”
- 개 웃기네ㅋㅋㅋ
- 정유리 뭔뎈ㅋㅋ
- 와 근데 완성형 휴머노이드는 사람이랑 똑같은데?
정유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미소를 짓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지금 굉장히 기분 좋은 것이 분명하다.”
“응? 무슨 일 있었어?”
“식량 탐색이 성공적이었다. 또한 양준호가 사용할 영상 저장 매체를 습득했다.”
“뭐? 정말이야?”
“정말이다.”
“좋았어! 그럼,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 ···인혁이가 좋아할 거야.”
“그럴 확률은 매우 저조하다. 하지만 그래도 들어가겠다.”
성진은 이 둘을 따라 들어갔다.
문 너머에 두 명이 더 있었다.
한 명은 슈트를 입었고, 한 명은 입지 않았다.
“누가 왔지? 인혁아, 지금 들어온 거 동원이야?”
“···닥쳐.”
혼자서 슈트를 입고 있는 인혁이라는 남자가 상대의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정유리가 안으로 들어서며 그들에게 말했다.
“나는 정유리입니다. 우리는 세 명이다. 손동원과 올빼미도 있습니다.”
“올빼미?”
“우리를 도와줄 사람입니다.”
사람이라는 말에 누군가 움찔하며 반응했다.
인혁이었다.
“사람? 당신 사람이에요?”
“그렇습니다.”
“그럼, 저 좀! 저 좀 이 깡통들에게서 구해주세요!”
“······.”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휴머노이드를 깡통이라고 말했다.
성진은 인혁을 쳐다보았다.
“제발! 제발··· 이 새끼들은 사람을 죽인다고요!”
손동원과 정유리가 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정유리가 가방을 열어 뭔가를 꺼냈다.
“식량 수색을 했다. 성공적이었다. 다행히 취식할 수 있는···.”
“닥쳐! 안 먹어! 그딴 건 너나 먹어, 이 깡통 년아!”
“나에게 욕설을 하지 마십시오, 인마.”
인혁이 뛰쳐나와 성진의 옷을 붙잡았다.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부모님이 휴머노이드한테 살해당했어요··· 이제 얘네들이 인간을 다 죽일 거예요!”
“그렇지 않다, 주인혁. 그들은 안티였다.”
“니들이랑 뭐가 다른데? 똑같이 생겨서는!”
“우리는 사람과도 똑같이 생겼다. 사람과도 다르지 않다.”
“하, 사람? 이제 사람 행세를 하려고 하네···. 보셨죠? 주제도 모르고 양철 로봇들이 어디서···.”
스륵···
성진이 가볍게 주인혁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무, 무슨···.”
성진의 눈은 일체의 감정을 담지 않았다.
차라리 그 눈에 경멸이라도 담겨 있었다면 주인혁이 덜 움츠러들었을 것이다.
“앉아요. 얘기해보죠.”
“저기···”
“앉아요.”
“······.”
주인혁은 성진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가 앉은 자리는 휴머노이드의 맞은편 자리였다.
- 휴머노이드 왤케 싫어함?
- 부모님이 안티한테 죽었다잖아 이 불효자색히야
- 난 저 주인혁도 이해되긴 한다
- 조합 유잼이네. 사람 1에 휴머노이드 3이라···
- 맹금류 1도 있음
성진이 주인혁이 풀어놓는 얘기를 들었다.
종말이 닥치고 부모님과 도망치던 와중, 안티가 나타나 부모님을 살해했다고.
종말에서 흔히 벌어질 법한 얘기다.
물론 그 이야기가 본인에게 일어난다면 주인혁처럼 증오심을 갖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쉽지 않겠어···.’
성진은 주인혁을 보고 다른 사람들을 떠올렸다.
주인혁은 대전에서 성진이 만난 유일한 사람이다.
그 유일한 사람이 휴머노이드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앞으로 만날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아이들 잘못은 아니니까.’
주인혁은 성진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해주지 않아 화가 났는지 딸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세게 닫았다.
쾅!
“슈트의 가동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습니까?”
“여분의 배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배터리를 구해야 합니다.”
말을 하던 정유리가 다시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이것은 너의 것이다, 양준호.”
“나? 뭘 가져온 거야?”
양준호라는 휴머노이드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의 안구는 흐릿했다.
정유리가 영상 저장 매체를 꺼내 양준호의 손에 쥐여주었다.
“영상 저장 매체··· 어디서 구한 거야?”
“올빼미가 안티를 사냥했다. 훌륭한 솜씨였다. 이 남자는 강하다.”
“안티를 사냥했다고?”
“안티를?”
양준호와 손동원이 동시에 놀랐다.
정유리가 둘의 재밌는 반응에 얘기를 좀 더 풀었다.
“안티는 무장했었다. 어둠을 틈타 사람을 연기했다. 하지만 올빼미는 그것을 간파, 무차별적으로 포격을 가해 여성형 안티를 찢어발기는데 성공했다. 훌륭했다.”
- 잠깐;
- 지상 최악의 살인마처럼 묘사했는뎈ㅋㅋ
- 이 인두겁을 쓴 악마!
“아무튼 고마워! 고맙습니다, 올빼미.”
양준호가 감사를 표하고 관자놀이 부근을 눌렀다.
지이잉-
마치 시디롬이 밀려 나오는 것처럼 안에 뭔가를 집어넣을 수 있는 기계장치가 튀어나왔다.
‘사람처럼 보였는데.’
정작 이런 장면에서는 이들이 휴머노이드라는 게 실감 났다.
지이잉-
다시 기계장치가 밀려 들어갔다.
양준호의 눈이 선명해졌다.
“오! 잘 보인다, 잘 보여! 고마워, 유리야!”
양준호가 손을 내밀었다.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건 손동원이다.”
“아··· 시신경 장치 자체에 문제가 생겼나 본데. 아니면 잠시 기다리면 나아질 거야.”
- 꽁트 하냐?ㅋㅋ
- 기계는 두들겨! 두들기면 고쳐져!
성진은 양준호의 모습을 바라보다 정유리에게 물었다.
“그 데이터 칩셋은?”
“이것은 여기서 활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확인할 수 있는 장소를 압니다.”
“확인? 활용이라고?”
“안티의 기억이 담긴 물건입니다. 잘만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그곳에 배터리도?”
정유리가 끄덕였다.
“아마 그럴 것입니다. 우리는 가야 합니다.”
성진은 대전에 진입해서 정유리를 일찍 만난 게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저 밀림을 헤매고 다녔을 거다.
“그런데, 유리 양은 왜 돌아다닌 겁니까?”
“나는 식량을 수색해야 했습니다.”
“식량? 휴머노이드도 식량이 필요한가요?”
“그렇지 않다. 취식할 순 있지만 에너지로 사용할 순 없습니다. 식량이 필요한 것은 주인혁입니다.”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자신을 경멸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구해다 준 것이다. 성진은 세 휴머노이드들을 바라보았다.
그 기색을 눈치챘는지 손동원이 성진에게 말했다.
“우린 익숙해요. 형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저도 형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양준호, 너는 지금 또 손동원을 바라보고 있다.”
“아, 그래?”
손동원에 이어 양준호까지 성진을 형이라 불렀다.
성진도 말을 낮추면 편하니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래. 그러도록 해.”
“고맙습니다, 형.”
정유리는 굳이 호칭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말은 낮추어달라고 부탁했다.
성진의 시스템 창에 시나리오 변경 문구가 떠올랐다.
[chapter 5-1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5-1을 클리어합니다.]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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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2. 여러 가지 시선]
「당신은 대전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대전의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숨었고, 모여있던 무리는 안티에게 습격당해 생사가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단서는 있습니다. 안티의 연산 장치를 해석해 생존자들의 위치를 추적해야 합니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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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얘네 버리고 가면 안 돼요?”
“조용. 목소리가 크다. 위치가 노출돼.”
주인혁이 성진에게 들어주지 못할 부탁을 했다.
시청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난리를 피웠다.
- 버리고 가? 어림도 없지 ㅋㅋ 바로 너부터!
- 그래, 남고생인 너부터!
- 귀엽지도 않은 게 어디서 자꾸 달라붙어!
우르릉···
밖으로 나왔는데 또 비가 올 모양이다.
아무래도 열대 우림의 날씨 그대로인 것 같았다.
곧, 비가 쏟아졌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
정유리가 건물 위로 다시 올라갔다 왔다.
“우산을 가져왔습니다, 올빼미.”
팡-!
정유리가 비닐 우산을 펼쳤다.
치이이익···
비를 막아내던 우산은 곧바로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다. 잠시 그 모습을 보던 정유리가 성진을 돌아봤다.
“큰일입니다. 비가 그칠 때까지 수색을 미룰까요?”
성진이 근처의 큰 이파리를 뜯었다.
우드득···
우드득···
이파리가 얼마나 거대한지, 단순히 풀을 뜯었을 뿐인데도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성진은 그 이파리를 모두에게 건넸다.
막상 쓰고 보니 정말 우산같이 생겼다.
“무거워···.”
아무리 거대한 이파리를 뒤집어써 몸을 가렸어도 먼 걸음을 가기엔 적절치 않은 상황이었다.
- 개구리 왕눈이냐ㅋㅋ
- 우산 왜 가져왔는뎈ㅋㅋㅋ
- 지금부터 대환장 파티!
쏴아아아아아···
성진과 일행은 얼마 못 가 적당한 건물을 찾아 들어갔다.
“비가 좀 그치면 움직여야겠네.”
“네, 형.”
성진과 일행은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서 건물 안에 부러진 나뭇가지를 끌어모아 블레이즈 펄스로 불을 지폈다.
화르륵···
“어? 어떻게 한 거예요?”
“이해할 수 없는 원리. 나는 이것을 학습 가능합니까?”
성진은 자신을 각성자라고 소개했고 이건 그 능력 중 일부라고 했다. 양준호가 감탄했다.
“대단하다···.”
“형은 저쪽이야.”
“아, 그래? 진짜 고장인가? 아까보다는 좀 나은 것 같은데.”
성진은 비가 그치는 것을 기다리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줬다. 부산의 얘기, 대구의 얘기들을.
그 얘길 듣고 있던 일행 중, 손동원이 낮게 뇌까렸다.
“우리는 힘들겠죠? 서로 반목하기 바쁘니···.”
“그건 다 너희 깡통들이···!”
주인혁은 성진의 시선에 주눅 들어 말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성진은 다른 화제를 던졌다.
“혹시 사람들이 휴머노이드를 원래부터 싫어했어?”
“그게··· 음··· 예.”
“이유는?”
“이유는 많아요. 대전이 휴머노이드가 있는 유일한 도시이니 시행착오가 많았거든요.”
- 시행착오?
- 기계화 뭐 그런 건가?
“일단 일자리를 빼앗긴 분들도 많았고, 휴머노이드의 존립 자체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시행은 됐지만, 과도기라 싸움만 부추길 뿐이었죠.”
“아직 사람들에게 휴머노이드는 로봇일 뿐입니다, 올빼미. 종말 이전에도 우리는 배척받았습니다.”
대전에 휴머노이드가 아직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안티까지 탄생했으니, 안티가 사람을 증오하는 것만큼 휴머노이드를 증오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종말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인데···.’
간단하게 이 네 명의 관계에서 사람과 휴머노이드의 상황이 보였다.
- 선생님이 하지 말랬지! 둘이 빨리 화해의 포옹해!
- 아 개싫어; 진짜 교권 남용이야!
- 근데 일자리 뺏기는 건 ㄹㅇ임 지금도 1차 생산직은 많이 갈려 나갔잖아
- 밀수들이랑은 전혀 관계없는 얘기다. 설마 로봇이 백수까지 넘보겠어?
- 와! 그건 진짜 선 넘는 건데··· 어림도 없지! 우리가 백수 독식할 거야!
성진은 이들과 얘기를 좀 나누다가 밖을 보니 어느새 비가 그쳐있었다.
정유리가 엉덩이를 팡팡 털면서 일어났다.
“출발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느린 보행속도로는 밤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가죠, 형.”
뚱한 기색의 주인혁까지 데리고 이동했다.
정유리가 지금 이동하는 장소를 설명했다.
“대형 휴머노이드 매장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겸용 가능한 배터리도 있습니다. 아마 연산 장치를 읽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너희는 왜 위험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생존자들을 찾으려 하는 거지?”
“우리의 가족이 그 무리에 포함되어있습니다.”
주인혁이 정유리의 말에 딴지를 걸었다.
“가족은 무슨··· 그 사람들한테 너희가 가족이겠냐?”
“주인혁은 불쾌한 말을 하는 재능이 있습니다. 추천 속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입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알았냐 인마?
- 추천에 감사하십시오, 인마 ㅋㅋ
- 군필여고생 유리좌 말씀이시니 메모해라 ㅋㅋ
주인혁에게서 시선을 거둔 정유리가 성진을 보고 얘기했다.
“올빼미, 가는 곳에 안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그들을 쓰러트리기 위하여 휴머노이드의 약점인 머리를 노리거나 기계 장치 전반을 파괴하여야 합니다.”
“그래, 알겠어. 무장은 충분해?”
정유리와 일행의 무장은 단출했다.
반자동 에너지 소총 4정이 전부였다.
“사실 소총은 이곳에서 비효율적입니다. 거대 생명체들의 주의를 끌 것이고, 배터리를 소모합니다. 배터리가 떨어진 주인혁은 살 수 없습니다.”
“야!”
“주인혁을 위해, 우리는 아껴야 합니다. 주인혁 때문에.”
“너 방금 두 번 말했지? 쏴버린다?”
“내가 죽으면 손동원과 양준호가 당신을 벌집으로 만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그, 그냥 해본 말이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쉿···.”
성진이 기척을 감지하고 손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일행이 숨죽이고 성진이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으득··· 으드득···
얼굴이 벗겨져 기계장치가 드러난 휴머노이드가 지네에게 뜯어먹히고 있었다. 이미 정지했는지, 휴머노이드는 어떤 반응도 없었다. 주인혁이 헛구역질했다.
“우욱···.”
“···조용히 지나가자.”
구역질이 치미는 상황을 무시하고 걸었다.
목적지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었다.
성진과 일행은 밤이 되기 전에 대형 휴머노이드 매장에 도착했다. 매장 외벽이 산성비에 적셔져 페인트는 대부분이 벗겨져 있었다. 성진은 들어가기 전, 바닥에 손을 짚었다.
“형?”
전기신호와 펄스를 흘려보내 건물 안에 움직이는 존재가 있는지 파악했다.
‘···뭔가 있어.’
움직이는 존재가 있다.
사람의 형상이니 사람이거나, 휴머노이드일 것이다.
아니면, 안티이던가.
“안티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
정유리가 성진의 질문에 끄덕이며 답했다.
“그들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안타깝게도 움직이는 살인기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안티는 모두 파괴해야 합니다.”
“그래, 알겠어. 안티를 구분하는 방법은?”
“눈이 피처럼 붉습니다. 이것은 프로세스가 손상되었다는 직접적인 신호입니다.”
성진이 정유리의 말을 마저 듣고, 먼저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뒤를 이어 괜히 위축된 주인혁을 시작으로 일행이 매장으로 따라 들어갔다. 근처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사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주인혁이 반갑게 소리 치려고 했으나, 손동원이 그의 입을 막았다.
“으··· 읍!”
붉게 물든 두 눈동자가 일행을 노려보았다.
"죽···."
서걱-!
깔끔한 절삭 음과 함께 머리가 떠올랐다.
잘린 머릿속은 기계 장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상대는 붉은 눈이었고, 일행을 공격하려 했기에 베었다.
성진이 일행에게 얘기했다.
“좀 많아.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