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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59화 (59/222)

# 59

59화

성진의 시나리오는 김정우 박사에게 연구단지에서 얻은 자료를 넘길 때 완료됐었다. 하지만, 그 후로 시나리오가 갱신되거나 새로이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혹은 아직 시기가 되지 않았거나.

‘토끼겅듀’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아, 이 겜 컨텐츠 ㅈ도 없네(Lv.250)]

- 망겜이 다 그렇죠 뭐[유치원생(Lv.300)]

- 난 접속하면 AI들이 이제 일어났냐고 빨리 일하러 가자고 하는데

- 어이, 김씨. 무슨 생각해?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와서 이거 좀 들어

‘쉘터쉑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요르문간드를 못 봐서 그럼. 봤으면 박사 말 들었을 텐데]

- 응 더 안 들었겠지~

- 실제로 봤으면 정신 나갔을 걸 ㅋㅋ

- 우리도 쫄았자너 ㅎㄷㄷ

성진이 여느 때와 같이 거주 구역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석찬이 멀리서 자신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올빼미님! 여기 계셨군요!”

“왜 그러십니까?”

“문제가··· 문제가 생겼어요!”

“문제?”

“서쪽 성당 쪽 출입구에서 몬스터··· 몬스터 무리가 모습을···.”

성진은 석찬의 말을 곧장 알아들었다. 주위를 살펴 석찬이 말한 내용을 누가 들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한 듯했다.

그는 석찬에게 간략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문제가 발생한 출입구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성당 쪽이면 거리상으로 거주 구역과 가장 먼 출입구다.

‘서둘러야 해.’

거주 구역에서 가장 먼 출입구라 아무리 빨리 도착해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으니 성진은 더 속도를 냈다.

“올빼미!”

철그럭- 철그럭-

신형 슈트를 입고 움직이는 일단의 병력과 출구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마주쳤다. 정차현이 그 무리에 속해있었다.

성진과 정차현의 눈빛이 얽혔다.

무슨 일 때문인지, 어디를 가고 있는지는 교차하는 눈빛에서 전부 알아냈다.

인사는 그것으로 끝마치고 병력과 성진은 출입구로 향했다.

콰아앙-!

투두두두-!

“으아아아아!”

“키이이이이이!”

기이잉-

철컥-

소리가 가까워졌다.

성진이 샷건을 장전하고 출입구에 다가갔다.

“죽어! 죽으라고오!”

투두두두-!

혼자 남아있는 경계병.

경계는 보통 둘씩 이루어지니, 남은 한 명은 저 몬스터의 무리에 파묻혀 있을 거다.

성진이 경계병에게 다가가기 직전에 시나리오가 갱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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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 변화]

「대구 지하 쉘터에 몬스터의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쉘터엔 그간 몬스터의 침입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몬스터가 한 번에 나타난 건 뭔가 이상합니다. 일단, 침입한 몬스터를 처치하는 게 우선입니다. 쉘터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몬스터를 처리해야 합니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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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어어엉!

성진의 총기 끝에서 에너지 탄이 날아가 경계병에게 달려드는 하이에나 모습의 몬스터를 터트렸다.

“어? ···어어?”

“동진아! 물러나!”

“예에? 다, 단장님?”

“물러나 이 병신아! 위험해!”

그제서야 동진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몬스터를 확인했다.

“저, 저 새끼!”

“동진이 형!”

휙-!

가장 먼저 당도한 성진이 동진의 팔 한쪽을 잡고 끌어서 뒤로 날렸다.

100kg이 넘는 무게인데 성진의 동작 한 번에 동진이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콰직-!

“케엥···.”

동진을 노리던 늑대형 몬스터가 성진의 발길질에 얻어맞고 날아오던 것보다 빠르게 뒤로 튕겨 나갔다.

퍼어어엉-!

철컥-

성진은 위압을 발동한 상태였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우악스럽게 밀고 들어왔다.

퍼어어엉-!

‘유탄.’

챙기고 다니던 에너지 고폭 유탄을 언더 배럴에 장전했다.

철컥-!

펑!

유탄이 통로의 뒤편에서부터 밀고 들어오던 몬스터들 사이로 떨어졌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슈트를 입지 않은 사람이 들었다면 귀가 찢어질 만한 굉음.

그리고 엄청난 열기가 밀어닥쳤다.

화아아아아아아아···

“키에에에에에에에!”

“크와아아악!”

통로 뒤편의 몬스터 무리가 초토화됐다. 일반적으로 유탄을 발사한 뒤 엄폐하지 않으면 쏘아낸 당사자도 위험할 수 있었다.

“키이이이!”

퍼어엉-!

하지만, 성진이 블레이즈 펄스를 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열기가 그를 침범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와 싸우고 있던 앞 열 몬스터의 등판에 그 열기가 쏟아졌다.

화르르륵···

“크아아아아아!”

철컥-!

퍼어엉-!

아직 멀쩡한 몬스터의 머리를 샷건으로 날렸다.

“올빼미!”

“물러나 계세요!”

성진이 싸우는 곳에 다른 사람이 함부로 끼어들면 위험했다. 몬스터들로부터 지켜주기도 어렵거니와 성진의 움직임을 방해할 우려가 있으니까.

‘또 온다.’

열기에 잠시 물러나 있지만, 몬스터들은 열기가 사라지면 다시 밀어닥칠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몬스터 웨이브라고?’

쉘터의 위치조차 모르고 있던 몬스터들이 밀어닥치려 했다. 성진은 이 현상이 발생한 이유를 추론했다.

우악스럽게 목표를 노리고 달려드는 몬스터의 무리.

정말 몬스터 웨이브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최근에 경험한 한가지 사건이 성진의 뇌리를 스쳤다.

‘···설마?’

성진이 몬스터들이 물러나 있는 틈을 타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 펄스를 섞은 전기신호를 사방에 퍼트렸다.

근처 몬스터와 사람들의 정보가 전해져 왔다.

그들의 형태, 위치, 움직임···

‘역시!’

성당 건물 건너편 2층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몬스터가 있다.

“단장님! 이곳에서 막아주세요!”

“올빼미!”

성진이 아직 열기가 남아있는 통로를 내달렸다.

뒤에서 소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이잉-

“키이이이이!”

퍽-!

샷건을 둔기처럼 사용했다.

성진은 앞을 막아서는 몬스터들을 샷건으로 후려치거나 발로 터트리면서 길을 만들었다.

화르륵···

성진에게 어설프게 접근한 몬스터들에게 블레이즈 펄스가 옮겨붙었다.

“키에에에!”

고마운 점은, 그 몬스터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물러날 때마다 다른 몬스터들에게 불이 옮겨붙었다는 점이다.

그 덕분인지 길이 만들어졌다.

블레이즈 펄스가 펄스 중 최강의 확산성을 가졌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결국, 주춤주춤 물러나거나 강제로 불태워져 물러나는 몬스터들. 성진은 그들을 돌파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온다! 쏴!”

투두두두두! 투두두두!

“키이이이이!”

자신을 놓친 몬스터들이 그대로 앞으로 밀고 나갔는지 정차현과 자경단원들이 사격을 시작했다.

‘저기다!’

성당 건물로 빠져나온 성진은 성당을 빽빽하게 메운 몬스터들을 해치며 나아갔다.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맞은편 건물의 2층.

저곳에 이 사태의 원인이 있다.

푸슛-!

성진이 거미줄을 사출해 순식간에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 기세가 느껴졌는지 창문 너머로 도망치려는 기척이 전해졌다.

쨍그랑-!

“끼아아아아아아!”

성진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자 포이즌 플레이터스가 달려들었다.

철컥-!

퍼어어엉!

퍼어어엉!

블레이즈를 실은 탄환이 플레이터스의 몸에 큰 구멍을 만들어내고 머리를 터트렸다.

철퍽···

전투 능력은 별거 아닌 몬스터지만, 그 적의가 성진이 아닌 쉘터를 노렸을 때는 재앙과도 같아질 것이다.

깨진 유리창 너머로 몬스터들이 성당 밖으로 빠져나오는 게 보였다.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몬스터들도 있었다.

‘이건 ···위험한데.’

이미 통로에 진입한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죄다 시가지로 흩어졌다. 성진은 다시 성당으로 진입해 통로로 돌아갔다.

상황은 끝나있었다.

“올빼미!”

“단장님. 상황이 어떻습니까?”

“······가세. 가서 얘기하자고.”

처음으로 쉘터의 거주민이 쉘터 내에서 죽었다.

성진의 감이 위험을 경고했다.

****

‘고라파덕’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왜 나타났냐? 에반데; 몬스터 웨이브 급인데?]

- ㄴ 그 정도는 아님. 근데 좀 위험하긴 했다

- 와 씨 경계병 죽은 거 본 사람; 3인칭만 본 거야?

- 1인칭은 그런 거 안 보임. 몬스터 뚝배기 날아다니는 것만 보였음

‘그래도 다행인 건’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고라파덕이 한 마리라 다행이다]

- 플래그 세우지 마여 ㄷㄷ

- 해치···웠나?(부활 주문)

- 끝인가?(시작임)

- 다음에 두고 보자!(다음에도 똑같음)

- 이 전쟁이 끝나면 그녀에게 고백···(즉사 판정)

전사자의 조각난 시체를 회수하고 조치를 마친 다음, 자경단이 있는 장소에 성진과 김정우 김석찬 부자가 모였다. 이번 사태를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이들뿐이었다.

“단장님, 동진이 이 자식 횡설수설하는데요?”

“상혁이 처참하게 죽는 거 보고서도 혼자서 버티던 놈이야. 격문이 늦게 부서져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동진이도 죽었어. 지금은 잠시 내버려 둬라.”

“모, 몬스터가···.”

“하아······.”

정차현이 한숨 쉬고, 동진이라는 남자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이번 일··· 어떻게 보십니까, 박사님?”

김정우가 턱을 매만지며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면서 물었다.

“피해는 파악됐습니까?”

“예. 그게··· 격벽이 무너지면서 방사능이 침투했습니다. 꽤 깊숙하게 들어와서 구역 내 다른 통로들까지 폐쇄해야 했습니다.”

“그만하면 감수할만하지만··· 더 있죠?”

“······예. 가까이 연결된 마트 쪽 출입구에도 영향이 가서 그쪽도 폐쇄했습니다.”

“···또?”

“하필 이번 분기 수확을 앞둔 외부 플랜트가 그 통로랑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쪽도 폐쇄했습니다.”

김정우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석찬이 말을 더듬었다.

“그, 그럼 식량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다행히 그 정도로 휘청거릴 정도는 아니야. 쉘터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견고할걸? 아무 문제 없을 거야. 문제는···.”

정차현의 말을 듣던 김정우가 말했다.

“과연 이번 일로 끝날 거냐는 문제겠군.”

“예, 박사님···.”

성진이 입을 뗐다.

“이번 일의 원흉을 압니다.”

“뭐?”

“뭐라고?”

이어지는 성진의 말에 다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진은 포이즌 플레이터스라는 몬스터를 연구 단지에서 마주쳤고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그 몬스터가 성당 건물 외곽에서 이번 일을 일으켰다는 것까지도.

“펄스와 전기 신호로 몬스터들을 조종하다니··· 고약하군.”

“목적이 뭘까요, 아버지?”

“목적? 몬스터에게 목적이 따로 있진 않다. 이질적인 생물을 발견했으니 그냥 죽이려는 걸 수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네요.”

“글쎄···.”

김정우가 안경을 벗고 건조해진 눈을 매만지며 말했다.

“석찬아, 노리고 날아드는 주먹보다 아무렇게나 던진 칼이 더 무서운 법이다.”

“······.”

“박사님, 거주민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할까요?”

“어차피 알게 될 일이긴 한데··· 너무 급한 흐름은 위험합니다. 그들에게도 시간을 줘야 합니다. 위험한 단어 선택은 피해서 설명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 섹터 G-A, G-B, G-C 폐쇄

- 기반시설 F 플랜트 폐쇄

****

“바, 박사님! 그 말이 사실입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쉘터가 망할지도 모른다면서요!”

김정우를 붙잡고 늘어지는 남자의 고성에 거주 구역의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둘을 쳐다보았다.

“그건 아닙니다. 아직 피해도 미미한 수준이고 적절한 조치를 했으니까요.”

“그럼 안전한 겁니까?”

“예. 하지만···.”

“···문제가 또 있나요?”

김정우는 상대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걸 확인하고 대답했다.

“대비해야 합니다. 언제고 이런 일은 또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런······.”

김정우는 남자에게 대답하고 곧장 자리를 떴다.

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뜨거운 마음을 품었지만, 생각은 냉철하게 해야 했다.

김정우는 그 부분을 잊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일수록 사람은 실수를 저지른다.

김정우는 이들을 올바른 선택으로 이끌 생각이다.

그게, 자신을 믿어줬던 정호원의 바람일 것이다.

쉘터의 G 섹터 인근이 한차례 폐쇄되고 난 후, 자경단을 찾아 군사훈련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힘든 상황이지만, 뜻이 모이고 있다.

촤아아악···!

김정우의 얼굴로 물이 쏟아졌다.

“내가 다시 오면 가만 안 둔다고 했지!”

“꼴도 보기 싫으니까 꺼져!”

그는 오늘도 안경을 벗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김정우는 미소지었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부디 섹터 F의 거주민 여러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주십시오.”

이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고개 숙인 그의 얼굴로 물줄기가 타고 흘러내렸다.

김정우는 스며들 생각이다.

이들의 마음에, 이들이 언젠가 내릴 선택에.

그곳에 비집고 들어가 틈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틈을 이용해 둑을 무너트릴 것이다.

반드시.

김정우는 오늘도 젖은 옷을 입고 웃는다.

****

“또? 또라고? 거짓말이지?”

“장난치지마··· 쉘터가 위험하다니···.”

“방사능이 대체 어디까지 들어온 거야?”

- 섹터 H-A, H-B, H-C 폐쇄

- 가공시설 G 폐쇄

“자경단부터 김정우 그 새끼까지··· 저들끼리 붙어먹고 수작질하는 거 아니야?”

“그건 아니라던데··· 우리도 뭔가 해야···.”

“하기는 뭘 해! 밖에 나가면 개죽음인 거 몰라?”

- 섹터 D-D 폐쇄

- 내부 인공 플랜트 F-1 접근 불가 판정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여왔다.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었다.정차현이 김정우에게 말했다.

“고사리손이라도 빌리고 싶습니다···. 빌어먹을.”

“손 하나로 계곡 전체를 틀어막을 순 없죠.”

“열 번의 공격을 막아내면 한 번쯤은 타격을 받습니다.”

“곧···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할 시간은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성진의 활약이 독보적이라도 몸이 여러 개일 수는 없는 법이다.

둘의 얘기를 듣던 성진이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위험해···.’

그가 북쪽 통로에 지원을 나간 사이, 남쪽 출입구 한 곳이 타격을 받았다.

이번 타격은, 꽤 심각했다.

- 대형 인공 플랜트 C 오염 판정.

······폐쇄.

이제 플랜트 시설의 생산량이 거주민이 식량 소모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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